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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 정여울의 심리테라피
정여울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평점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다가 가슴 저미는 대목을 찾아냈다. 인간의 의무를 소홀히 해온 당신을 고발하겠다고. 사랑을 그저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그리고 온갖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과거를 고발하겠다고. 바로 이런 뼈아픈 후회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 우리는 오늘 바로 이 순간을 와락 붙잡아야 하는 것이다.
9%
사랑이 부족해서 상처가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것이었다. 아주 많이 사랑하지만, 아주 깊이 서로를 미워하는 복잡한 애증의 관계는 이렇게 우리 가슴 속에 깊은 트라우마의 터널을 만든다.
17%
상처를 극복하는 내면의 힘은 자신도 모르는 면역력처럼 무의식 깊숙한 곳에서 천천히 단련되어온 회복탄력성이다.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일상 속의 길은 뭘까. 나는 그것이 타인의 시선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내면의 희열, 즉 블리스를 가꾸는 일상 속의 작은 실천이라고 믿는다. 블리스는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드는 모든 기쁨이다. 시간뿐 아니라 슬픔과 번민, 세상조차 잊게 만드는 내적 희열이 바로 블리스다. 꽃을 가꿀 때 모든 슬픔을 잊는다면 그것이 블리스고, 음악을 들을 때 모든 번민을 잊는다면 그것이 블리스다.
35%
페르소나의 놀라운 점은 가끔 페르소나가 너무 진짜 같아서 그 역할을 연기하는 자기 자신도 그 페르소나에 속아 넘어간다는 것이다. 페르소나를 화려하게 치장하면서 자신의 그림자를 돌보지 않는 사람들은 언젠가 트라우마에 직면했을 때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남들에게 우아하고 지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화가 나도 참고 옳은 일이 아니어도 참고 슬퍼도 참고 또 참았다면, 부당하게 견딘 시간 등이 그림자의 퇴적층을 이루게 된다. 이렇게 억압된 진짜 감정은 그림자가 되어 언젠가는 우리의 뒤통수를 치게 된다.
38%
티베트 승려 초감 트롱파는 진정한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의 본질이란 자신의 날카로운 창끝을 인식하고, 그 창끝을 누그러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날카로운 창끝을 연민과 존중과 이해의 마음으로 조금씩 누그러뜨리는 것이 마음챙김 훈련이다.
심리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나에게 내 상처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바꾸는 일이었다.
42%
<논어>에 나오는 '애지, 욕기생'은 즉,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살게끔 하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62%
스트레스는 어떤 눈에 띄는 원인 때문에 일시적으로 마음이 불편하고 긴장되는 상태지만, 트라우마는 그 일 이전과 그 일 이후의 나는 영원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느끼는 상태다.
66%
고통받는 나라는 자기 이미지는 결국 자신의 부분을 향한 집착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부분은 고통받을지라도, 우리의 전체는 자유와 해방과 광명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괴로움도 진정한 나를 이루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할 때, 우리는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92%
정여울,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中
+) 이 책은 저자가 심리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스스로와 대면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과 대면할 용기와 스스로를 이해할 기회를 주도록 유도한다. 저자는 자기 안의 상처와 자기의 내성적인 성격에 대해 심리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바로 볼 용기가 생긴 듯 하다.
치유적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고통이나 상처와 마주하고, 그것이 자기 전체를 지배하지 않도록 끝없이 스스로를 돌보고 있다. 고통의 승화 과정이 저자에게는 블리스이며, 그 블리스는 자기 자신이 좋아하고 기뻐하는 소소한 모든 일들을 말한다.
자신 만의 블리스를 키워 자기 감정을 정화하려고 하고, 고통 혹은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지배하지 않도록 끝없이 자기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어떤 부정적인 감정이라도 그것이 곧 나 전체는 아니라는 점, 그 부분으로 나를 망가뜨릴 필요는 없다는 점, 그리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소소한 일들을 많이 해야겠다는 것, 사회적 가면인 페르소나가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내 안의 나를 찾고 지켜주어야겠다는 점이다.
이 책은 내가 나를 대면할 때 가져야 할 자세나 내 안의 분노와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다뤄주고 있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쓰여졌기에 한번쯤 보아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