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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사회 -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7월
평점 :
증오에 대처하려면 자신과 똑같아지려는 증오의 유혹을 뿌리치는 수밖에 없다. 증오로써 증오에 맞서는 사람은 이미 자기도 따라 변하도록 허용한 셈이며, 증오하는 자가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진 것이다. 증오에는 증오하는 자에게 부족한 것, 그러니까 정확한 관찰과 엄밀한 구별과 자기회의로써 대응해야 한다. 그러려면 증오를 이루는 성분들을 천천히 하나하나 해체해야 하고, 강렬하고 발작적인 감정으로서의 증오를 그 이데올로기적 전제들로부터 분리해 어떤 역사적, 지역적, 문화적 맥락에서 발생해 작동하고 있는지 고찰해야 한다.
9%
존경과 인정이 타인에 대한 인식을 전제하듯이, 멸시와 증오는 대개 타인에 대한 오해를 전제로 한다. 또한 증오의 경우에는 그 감정의 원인과 대상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26%
"타인의 고통은 쉽게 간과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에게 고통을 가할 수도 있고 이미 겪고 있는 고통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으며 그러면서 아무런 동요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 일레인 스캐리
38%
표준에 부합하는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배제하거나 비하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이 용인되는 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힘을 행사하는지 감도 잡지 못한다. 하지만 인권이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자신과 유사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40%
혼자서 '우리'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사람들이 함께 행동할 때 생거나고, 사람들이 분열할 때 사라진다. 증오에 저항하는 것, '우리' 안에 한데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행동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용기 있고 건설적이며 온화한 형태의 권력일 것이다.
84%
카롤린 엠케, <혐오사회> 中
+) 이 책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증오와 혐오의 감정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설명하고 있다. 개인이 혼자서는 만들 수 없고, 특별한 이야가 없더라도 타인을 배척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증오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곧 타인과 나의 차이를 독단적으로 받아들여 자기들과 다른 사람을 배척하게 만든다.
차별 혹은 멸시 등의 단어는 증오와 붙어 다닌다. 뻔한 말이지만 '다른 것'과 '틀린 것'은 분명 같은 말이 아니다. 하지만 자기 생각 혹은 자기 무리가 옳다고 믿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차이에 무조건 틀린 것이라 이름 붙인다. 거기서 증오가 생겨나고 까닭없이 상처받고 무시당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진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 스스로 사회적 약자들과 사회적으로 소수인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을 멸시하고 증오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그것이 옳지 않을 때 옳지 않다고 말할 용기가 필요하다. 표준을 정하고 기준을 정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차이에 증오를 덧씌워 설명하려고 하는 이들의 행태를 논리적으로 부정할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
모처럼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독일 혹은 미국 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오랫동안 퍼져있는 모습이지 않나 싶다. 표준화되고 정형화된 인간 군상들을 만들어 그들과 다르면 혐오하는 자세가 만연한 우리나라의 모습도 돌아보게 만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