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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평점 :
'나'가 흐려지면 사람은 반드시 병든다. 마음의 영역에선 그게 팩트다. 공황발작은 자기 소멸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 버둥거리며 보내는 모르스 부호 같은 급전이다.
사람은 나를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에게 끌린다. 사람이 가장 매력적인 순간은 거침없이 나를 표현할 때다. 모든 아기가 아름다운 것도 그 때문이다.
14%
가장 절박하고 힘이 부치는 순간에 사람에게 필요한 건
'네가 그랬다면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너는 옳다'는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수용이다.
'너는 옳다'는 존재에 대한 수용을 건너 뛴 객관적인 조언이나 도움은
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에게 요리를 해주는 일처럼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다.
21%
'자기'를 드러내면, 그러니까 내 감정, 내 말, 내 생각을 드러내면 바로 싹이 잘리거나
내내 그림자 취급만 당하고 사는 삶은
배터리가 3퍼센트쯤 남은 방전 직전의 휴대전화와 비슷하다.
33%
분노를 말할 수 있으면 분노로 폭발하지 않는다. 분노에 매몰된 그녀가 순간적으로 그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분노가 전적으로 이해받고 수용됐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녀 자신의 감정이 판단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의 감정은 옳다. 사람을 죽이거나 부수고 싶어도 그 마음은 옳다. 그 마음이 옳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주기만 하면 부술 마음도, 죽이고 싶은 마음도 없어진다. 비로소 본노의 지옥에서 빠져 나온다.
사람의 마음은 항상 옳으니 그녀의 파괴적 행도과 판단도 옳은가. 아니다. 사람의 감정은 늘 옳지만 그에 따른 행동까지 옳은 건 아니다. 별개다.
51%
누군가의 고통에 함께하려는 사람은 동시에 자신에게도 무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이기적인 것도 아니고, 타인을 도울 자격이 없는 사람의 비겁한 행위도 아니다. 자기 보호를 잘하는 사람이야말로 누군가를 도울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59%
존재에 집중해서 묻고 듣고, 더 많이 묻고 더 많이 듣다 보면 사람도 상황도 스스로 전모를 드러낸다.
그랬구나. 그런데 그건 어떤 마음에서 그런 건데. 네 마음은 어땠는데.
핑퐁게임 하듯 주고 받는 동안 둘의 마음이 서서히 주파수가 맞아간다.
소리가 정확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공감 혹은 공명이다.
안전하다는 느낌만 있으면 상처받은 사람은 어떤 얘기보다도 그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자기 얘기를 잘 들어줄 것 같은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낯선 상황이나 낯선 사람이라도 어떤 식으로든 그 말을 꺼내는 경우가 많다.
이해받고 위로받고 싶어서다.
94%
정혜신, <당신이 옳다> 中
+)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처럼, 단순히 상대방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거나 동의해주거나 하는 것이 '공감' 아니라, 그의 고통에 온 무게를 실어 그것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을 공감이라고 이야기한다. 적정기술이 있듯이, 적정심리학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그 상황과 입장에 맞게 적정하게 필요한 심리학이 그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고 학습하는 것이다. 다정한 시선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가 공감이라고 말한다. 그 상황을, 그 사람을 더 자세히 알수록 상대를 더 이해하게 되고 더 많이 이해할수록 공감은 깊어진다고 한다.
나는 저자가 말하는 '당신이 옳다'라는 표현이 감정에 휘말려 흔들리는 존재들에게 큰 위로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 감정이 분노나 슬픔이나 그런 종류와는 상관없이, 누군가가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분명 그런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상황에서 감정에 휘감긴 상대방에게 너의 감정이 옳고, 네가 그러는 건 당연해라고 말해준다면 정말 큰 위로이지 않을까. 그게 공감의 시작이라고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누군가에게 어설픈 위로보다 진심어린 이해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게 되었다. 상대방의 어떤 행위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우선 먼저 헤아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상처 받은 사람들의 마음이 좀 덜 아프다. 역시 마음은 나누는 것이 맞다. 천천히 상대방의 상황과 입장에 다가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