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3주년 150만부 기념 에디션, 양장)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그냥"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14%

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순간 우린 살아가는 동력을 얻는다. 어쩌면 계절도, 감정도, 인연이란 것도 죄다 그러할 것이다.

46%

언젠가 철학자 강신주 박사가 방송에 출연해 말했다. 그는 "한 끼를 해치워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먹는 음식은 식사가 아니라 사료에 가깝습니다."라며 식사와 사료의 개념 차이를 설명했다.

60%

극지에 사는 이누이트에스키모들은 분노를 현명하게 다스린다. 아니, 놓아준다.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언제까지? 분노의 감정이 스르륵 가라앉을 때까지. 그리고 충분히 멀리 왔다 싶으면 그 자리에 긴 막대기 하나를 꽂아두고 온다. 미움, 원망, 서러움으로 얽히고설킨, 누군가에게 화상을 입힐지도 모느는 지나치게 뜨거운 감정을 그곳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것이다.

73%

공백을 갖는다는 건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제 힘으로 멈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홀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하리라.

그러니 가끔은 멈춰야 한다.

77%

이기주, <언어의 온도> 中

+) 사실 베스트셀러라길래 궁금해서 읽어 보았다. 대체 요즘 사람들은 어떤 에세이에 열광하는가 궁금해서.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살짝 놀랐다. 쉬운 용어로 정갈하게 쓰인 문장들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였다. 이 책은 그가 써내려간 단상들을 모아 놓은 것 같았다. 아, 요즘 사람들은 이런 단상들을 좋아하는구나.

저자가 글을 쓰기 위해 쓴 듯한 의도된 글들도 보였고, 온전히 저자의 경험과 거기서 느낀 감정들을 적어 내려간 글들도 보였다.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문장들이 베스트셀러를 만들어준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되기에 소박하고 다정한 정서를 만날 수 있다. 그렇게 그것에 공감하게 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가 흐려지면 사람은 반드시 병든다. 마음의 영역에선 그게 팩트다. 공황발작은 자기 소멸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 버둥거리며 보내는 모르스 부호 같은 급전이다.

사람은 나를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에게 끌린다. 사람이 가장 매력적인 순간은 거침없이 나를 표현할 때다. 모든 아기가 아름다운 것도 그 때문이다.

14%

가장 절박하고 힘이 부치는 순간에 사람에게 필요한 건

'네가 그랬다면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너는 옳다'는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수용이다.

'너는 옳다'는 존재에 대한 수용을 건너 뛴 객관적인 조언이나 도움은

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에게 요리를 해주는 일처럼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다.

21%

'자기'를 드러내면, 그러니까 내 감정, 내 말, 내 생각을 드러내면 바로 싹이 잘리거나

내내 그림자 취급만 당하고 사는 삶은

배터리가 3퍼센트쯤 남은 방전 직전의 휴대전화와 비슷하다.

33%

분노를 말할 수 있으면 분노로 폭발하지 않는다. 분노에 매몰된 그녀가 순간적으로 그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분노가 전적으로 이해받고 수용됐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녀 자신의 감정이 판단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의 감정은 옳다. 사람을 죽이거나 부수고 싶어도 그 마음은 옳다. 그 마음이 옳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주기만 하면 부술 마음도, 죽이고 싶은 마음도 없어진다. 비로소 본노의 지옥에서 빠져 나온다.

사람의 마음은 항상 옳으니 그녀의 파괴적 행도과 판단도 옳은가. 아니다. 사람의 감정은 늘 옳지만 그에 따른 행동까지 옳은 건 아니다. 별개다.

51%

누군가의 고통에 함께하려는 사람은 동시에 자신에게도 무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이기적인 것도 아니고, 타인을 도울 자격이 없는 사람의 비겁한 행위도 아니다. 자기 보호를 잘하는 사람이야말로 누군가를 도울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59%

존재에 집중해서 묻고 듣고, 더 많이 묻고 더 많이 듣다 보면 사람도 상황도 스스로 전모를 드러낸다.

그랬구나. 그런데 그건 어떤 마음에서 그런 건데. 네 마음은 어땠는데.

핑퐁게임 하듯 주고 받는 동안 둘의 마음이 서서히 주파수가 맞아간다.

소리가 정확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공감 혹은 공명이다.

안전하다는 느낌만 있으면 상처받은 사람은 어떤 얘기보다도 그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자기 얘기를 잘 들어줄 것 같은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낯선 상황이나 낯선 사람이라도 어떤 식으로든 그 말을 꺼내는 경우가 많다.

이해받고 위로받고 싶어서다.

94%

정혜신, <당신이 옳다> 中

+)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처럼, 단순히 상대방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거나 동의해주거나 하는 것이 '공감' 아니라, 그의 고통에 온 무게를 실어 그것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을 공감이라고 이야기한다. 적정기술이 있듯이, 적정심리학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그 상황과 입장에 맞게 적정하게 필요한 심리학이 그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고 학습하는 것이다. 다정한 시선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가 공감이라고 말한다. 그 상황을, 그 사람을 더 자세히 알수록 상대를 더 이해하게 되고 더 많이 이해할수록 공감은 깊어진다고 한다.

나는 저자가 말하는 '당신이 옳다'라는 표현이 감정에 휘말려 흔들리는 존재들에게 큰 위로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 감정이 분노나 슬픔이나 그런 종류와는 상관없이, 누군가가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분명 그런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상황에서 감정에 휘감긴 상대방에게 너의 감정이 옳고, 네가 그러는 건 당연해라고 말해준다면 정말 큰 위로이지 않을까. 그게 공감의 시작이라고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누군가에게 어설픈 위로보다 진심어린 이해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게 되었다. 상대방의 어떤 행위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우선 먼저 헤아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상처 받은 사람들의 마음이 좀 덜 아프다. 역시 마음은 나누는 것이 맞다. 천천히 상대방의 상황과 입장에 다가가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월의 눈 April Snow K-픽션 21
손원평 지음, 제이미 챙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도 50대가 됐을 때 혼자 여행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산타마을 같은 곳으로 말이야."

10%

"난 단지 우리가 행복하길 바랐을 뿐이야."

내가 조용히 말했다.

행복. 아내가 그 단어를 중얼거렸다.

"난 차라리 우리가 처음부터 불행했길 바라."

34%

"그럼요. 아주 흔한 일이죠. 사실 그런 건,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랍니다."

38%

손원평, <4월의 눈> 中

+) 이혼하기로 한 두 사람 앞에 낯선 외국인이 나타났다. 한때 사이가 좋았던 그들이 자기들의 집을 게스트하우스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고 온 사람이다. 이미 그들은 이혼하기로 했기에 그 글을 지웠지만, 그걸 모르고 갑자기 등장한 '마리'로 인해 두 사람은 그들이 만난 '처음'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이 부부의 상처가 상당히 이해되었다. 여자라면, 아이를 갖기 전이나 아이를 가진 상태에서 누구나 겁이 난다. 혹시 아이가 어디 문제가 있으면 어쩌나, 건강하게 태어나주었으면 좋겠지만 어디가 아프면 어쩌나. 아마 소설 속 여자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그 불안을 이해한 남편의 권유로 받은 검사에서, 의료과실로 아이가 죽었다. 이건 사실 누구 잘못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원망할 대상을 찾는 법이다. 아내는 그 대상을 남편으로 삼았고 그들은 스스로를 탓하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이 아픈 상황에서 갑자기 등장한 마리. 첫 약속을 깨고 어느 날 갑자기 다시 약속을 통보식으로 하고 등장한 것이다. 본인에게도 사정이 있었다면서. 이 소설의 압권은 마지막 장면이다. 마리가 술마시고 노래부르는 한국 남자를 보며 이런 말을 한다. 아주 흔한 일이라고.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나는 이 말이 그들 부부에게 그리고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작가가 전해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마음 아픈 내용의 소설을 흥미롭게 써내려간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뇌 이야기 - 엄청나게 똑똑하고 아주 가끔 엉뚱한
딘 버넷 지음, 임수미 옮김, 허규형 감수 / 미래의창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몸에 음식이 얼마나 필요하냐에 따라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는 것까지는 맞다. 그런데 뇌는 그 상태에 아주 빨리 익숙해져버린다. 그리고 특정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뇌는 이를 쉽게 무시해버린다. 다시 말해 어떤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아주 뻔해지면, 그게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무시해버리는 게 뇌의 놀라운 능력 중 하나다.(그래서 군인들은 전쟁 통에도 잠을 잘 수 있다.)

14%

인간의 뇌는 깨어 있는 매 순간마다 수많은 일을 처리하며, 이를 위해서는 어떤 일이 발생하도록 만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차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뇌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대부분 제어한다. 하지만 우리가 한 번에 모든 일을 할 수는 없으므로 뇌의 상당 부분은 특정 영역이 활동하지 않도록 억제하거나 정지시키는 일을 한다.

25%

다시 말해 기억이라는 것은 책 속의 문장처럼 변형 없이 그대로 기록된 정보나 사건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욕구에 맞춰 뇌가 해석하는 대로 (사실과 다르건 말건) 변형되고 수정된 것이다. 놀랍게도 우리 기억은 상당히 가변적이고, 여러 방식으로 뜯어고치거나 억제할 수 있으며, 혹은 원인을 잘못 기억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을 '기억 편향'이라고 한다. 그리고 기억편향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의 자아에 의해 발생한다.

27%

똑똑한 것과 강한 것은 다르다. 강한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든 강하다. 그러나 특정 환경에서 똑똑한 사람은 다른 환경에서는 벌벌 떠는 바보일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육체적 힘과 달리 지능은 절대로 단순하지 않은 뇌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45%

화는 정확히 무엇일까? 화는 정서적 그리고 생리적 흥분 상태로서, 보통 어떤 경계선이 침해당했을 때 발생한다.

진화론적 심리학자들이 제기한 화의 재조정 이론에 따르면 화는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발달된 자기방어기제의 일종이라고 한다. 화는 여러분이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에 대해 잠재의식적으로 빠르게 대응해서 균형을 잃지 않고 자기보호를 할 수 있도록 한다.

67%

화가 난 사람들은 점잖게 요구하는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욕구를 더 빨리 해결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화를 내면 자신들에게 득이 된다고 생각하게 되고, 따라서 더 자주 화를 낸다. 결국 뇌는 화와 보상을 연결시켜 화를 더욱 부추기게 되며, 여러분은 아주 사소한 문제에도 화를 내며 자기 뜻대로 하려고 하게 된다.

69%

뇌는 사회적이고 친화적인 성향을 가졌지만, 정체성과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고자 부단히 애쓰며, 따라서 이를 깨트리는 사람이나 대상에게는 거리낌 없이 비난을 하게 만든다. 참, 대단한 놈이다.

84%

딘 버넷, <뇌 이야기> 中

+) 이 책은 뇌가 우리의 행동이나 육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러 사례들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해온 말들이나 행동들은 뇌의 섬세한 움직임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는 말이다. 뇌과학과 관련한 책으로 긴 제목처럼 뇌라는 것이 엄청나게 똑똑하고 엉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과학교사들의 추천서로 알려져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인문학적으로도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뇌 구조와 뇌 기능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끈기를 갖고 읽어야 하지만 유쾌하고 발칙한 내용들도 좀 있는 편이라 지루하지는 않다. 사람들의 어떤 말이나 행동이 뇌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우치다 다쓰루의 혼을 담는 글쓰기 강의
우치다 다쓰루 지음, 김경원 옮김 / 원더박스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설명을 잘하는 작가들의 공통점은 먼 곳에서 거시적으로 조감하듯 내려다보는가 싶으면, 갑자기 미시적으로 현미경적인 거리까지 카메라의 눈을 들이대는 등 초점 거리의 줌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점입니다.

21%

소쉬르는 인간이 언어를 다룰 때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무의식적으로 훨씬 더 많은 작업을 해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애너그램은 우리가 생각하는 차원의 수사나 기교가 아닙니다. 그것은 훨씬 자연적인 것, 훨씬 무의식적인 것입니다.

38%

이런 것이 '스틸'입니다. 기호에 대한 개인적 호오라고 해도 좋겠는데, 신체화된 것입니다. 스틸도 주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습니다. 싫은 것은 싫고 좋은 것은 좋지요. 자유의사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 마디로 인간이 언어기호를 조작할 때에는 두 가지 규제가 있습니다. 즉 '랑그'는 외적인 규제, '스틸'은 내적인 규제입니다.

에크리튀르는 이 두 가지 규제의 중간에 위치합니다. 에크리튀르는 일본어로 잘 옮겨지지 않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사회방언' 또는 '집단적 언어 운용'이라고 하면 될까요?

계층적인 에크리튀르를 깊이 내면화해버린 사람은 스스로 자유롭게 독창적인 의견을 이야기하려고 하지만, 실은 주어진 대사를 그대로 읽을 뿐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자기 자신을 자기 계층에 못 박고 있지요. 사회적 유동성을 결여한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최하층으로 쓸려갑니다.

53%

내 자신도 사회는 가능하면 높은 유동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크리튀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집단을 고정시키고 유동시키지 않기 위한 장치입니다. 그것이 가능한 만큼 자유롭고 유동적이고 생성적인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이 수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55%

목소리를 내어 읽거나 '베껴 쓰기'를 하는 등 신체를 사용하면 뇌의 재조직화에 눈에 띄게 속도가 붙습니다. 신체를 매개시키면 시킬수록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체가 동기화하면 자신의 신체 안에서 자기도 몰랐던 감각이 생겨납니다. 전대미문의 감각이지요. 그것이 '내 몸 안에서 일어난 사건'인 이상 언어화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79%

우치다 다쓰루,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中

+) 처음 이 책을 읽고자 했던 것은 '창조적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강의록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에 대한 기법이나 창조적 발상을 하는 방법들을 언급할꺼라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을수록 그런 기법적인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글을 쓰는 사람이 독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혼을 담아 쓰는 글쓰기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독자를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글을 써야 하고,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체력을 유지하는 것에 힘쓰며 일관된 자세로 글쓰기에 임해야 한다는 것도 전해준다.

나는 무엇보다 소쉬르의 '애너그램'에 대한 저자의 설명과 롤랑 바르트의 '에크리튀르'를 설명하는 것이 인상깊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주어진 것이라는 점, 또 사회적 유동성을 결여한 사람일수록 계층적 언어에 익숙해서 독창적인 문장이 아닌 계층적 언어로 이루어진 문장을 쓰게 된다는 점이 그렇다.

가끔 내가 많이 선택하는 단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말대로라면 그건 어쩌면 '선택'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반응'일 수도 있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된 기분이다. 그리고 사회적 유동성을 고려해서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창조적 발상은 그렇게 틀을 깨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