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눈 April Snow K-픽션 21
손원평 지음, 제이미 챙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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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50대가 됐을 때 혼자 여행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산타마을 같은 곳으로 말이야."

10%

"난 단지 우리가 행복하길 바랐을 뿐이야."

내가 조용히 말했다.

행복. 아내가 그 단어를 중얼거렸다.

"난 차라리 우리가 처음부터 불행했길 바라."

34%

"그럼요. 아주 흔한 일이죠. 사실 그런 건,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랍니다."

38%

손원평, <4월의 눈> 中

+) 이혼하기로 한 두 사람 앞에 낯선 외국인이 나타났다. 한때 사이가 좋았던 그들이 자기들의 집을 게스트하우스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고 온 사람이다. 이미 그들은 이혼하기로 했기에 그 글을 지웠지만, 그걸 모르고 갑자기 등장한 '마리'로 인해 두 사람은 그들이 만난 '처음'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이 부부의 상처가 상당히 이해되었다. 여자라면, 아이를 갖기 전이나 아이를 가진 상태에서 누구나 겁이 난다. 혹시 아이가 어디 문제가 있으면 어쩌나, 건강하게 태어나주었으면 좋겠지만 어디가 아프면 어쩌나. 아마 소설 속 여자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그 불안을 이해한 남편의 권유로 받은 검사에서, 의료과실로 아이가 죽었다. 이건 사실 누구 잘못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원망할 대상을 찾는 법이다. 아내는 그 대상을 남편으로 삼았고 그들은 스스로를 탓하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이 아픈 상황에서 갑자기 등장한 마리. 첫 약속을 깨고 어느 날 갑자기 다시 약속을 통보식으로 하고 등장한 것이다. 본인에게도 사정이 있었다면서. 이 소설의 압권은 마지막 장면이다. 마리가 술마시고 노래부르는 한국 남자를 보며 이런 말을 한다. 아주 흔한 일이라고.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나는 이 말이 그들 부부에게 그리고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작가가 전해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마음 아픈 내용의 소설을 흥미롭게 써내려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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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이야기 - 엄청나게 똑똑하고 아주 가끔 엉뚱한
딘 버넷 지음, 임수미 옮김, 허규형 감수 / 미래의창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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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 음식이 얼마나 필요하냐에 따라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는 것까지는 맞다. 그런데 뇌는 그 상태에 아주 빨리 익숙해져버린다. 그리고 특정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뇌는 이를 쉽게 무시해버린다. 다시 말해 어떤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아주 뻔해지면, 그게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무시해버리는 게 뇌의 놀라운 능력 중 하나다.(그래서 군인들은 전쟁 통에도 잠을 잘 수 있다.)

14%

인간의 뇌는 깨어 있는 매 순간마다 수많은 일을 처리하며, 이를 위해서는 어떤 일이 발생하도록 만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차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뇌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대부분 제어한다. 하지만 우리가 한 번에 모든 일을 할 수는 없으므로 뇌의 상당 부분은 특정 영역이 활동하지 않도록 억제하거나 정지시키는 일을 한다.

25%

다시 말해 기억이라는 것은 책 속의 문장처럼 변형 없이 그대로 기록된 정보나 사건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욕구에 맞춰 뇌가 해석하는 대로 (사실과 다르건 말건) 변형되고 수정된 것이다. 놀랍게도 우리 기억은 상당히 가변적이고, 여러 방식으로 뜯어고치거나 억제할 수 있으며, 혹은 원인을 잘못 기억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을 '기억 편향'이라고 한다. 그리고 기억편향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의 자아에 의해 발생한다.

27%

똑똑한 것과 강한 것은 다르다. 강한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든 강하다. 그러나 특정 환경에서 똑똑한 사람은 다른 환경에서는 벌벌 떠는 바보일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육체적 힘과 달리 지능은 절대로 단순하지 않은 뇌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45%

화는 정확히 무엇일까? 화는 정서적 그리고 생리적 흥분 상태로서, 보통 어떤 경계선이 침해당했을 때 발생한다.

진화론적 심리학자들이 제기한 화의 재조정 이론에 따르면 화는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발달된 자기방어기제의 일종이라고 한다. 화는 여러분이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에 대해 잠재의식적으로 빠르게 대응해서 균형을 잃지 않고 자기보호를 할 수 있도록 한다.

67%

화가 난 사람들은 점잖게 요구하는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욕구를 더 빨리 해결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화를 내면 자신들에게 득이 된다고 생각하게 되고, 따라서 더 자주 화를 낸다. 결국 뇌는 화와 보상을 연결시켜 화를 더욱 부추기게 되며, 여러분은 아주 사소한 문제에도 화를 내며 자기 뜻대로 하려고 하게 된다.

69%

뇌는 사회적이고 친화적인 성향을 가졌지만, 정체성과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고자 부단히 애쓰며, 따라서 이를 깨트리는 사람이나 대상에게는 거리낌 없이 비난을 하게 만든다. 참, 대단한 놈이다.

84%

딘 버넷, <뇌 이야기> 中

+) 이 책은 뇌가 우리의 행동이나 육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러 사례들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해온 말들이나 행동들은 뇌의 섬세한 움직임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는 말이다. 뇌과학과 관련한 책으로 긴 제목처럼 뇌라는 것이 엄청나게 똑똑하고 엉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과학교사들의 추천서로 알려져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인문학적으로도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뇌 구조와 뇌 기능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끈기를 갖고 읽어야 하지만 유쾌하고 발칙한 내용들도 좀 있는 편이라 지루하지는 않다. 사람들의 어떤 말이나 행동이 뇌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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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우치다 다쓰루의 혼을 담는 글쓰기 강의
우치다 다쓰루 지음, 김경원 옮김 / 원더박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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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잘하는 작가들의 공통점은 먼 곳에서 거시적으로 조감하듯 내려다보는가 싶으면, 갑자기 미시적으로 현미경적인 거리까지 카메라의 눈을 들이대는 등 초점 거리의 줌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점입니다.

21%

소쉬르는 인간이 언어를 다룰 때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무의식적으로 훨씬 더 많은 작업을 해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애너그램은 우리가 생각하는 차원의 수사나 기교가 아닙니다. 그것은 훨씬 자연적인 것, 훨씬 무의식적인 것입니다.

38%

이런 것이 '스틸'입니다. 기호에 대한 개인적 호오라고 해도 좋겠는데, 신체화된 것입니다. 스틸도 주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습니다. 싫은 것은 싫고 좋은 것은 좋지요. 자유의사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 마디로 인간이 언어기호를 조작할 때에는 두 가지 규제가 있습니다. 즉 '랑그'는 외적인 규제, '스틸'은 내적인 규제입니다.

에크리튀르는 이 두 가지 규제의 중간에 위치합니다. 에크리튀르는 일본어로 잘 옮겨지지 않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사회방언' 또는 '집단적 언어 운용'이라고 하면 될까요?

계층적인 에크리튀르를 깊이 내면화해버린 사람은 스스로 자유롭게 독창적인 의견을 이야기하려고 하지만, 실은 주어진 대사를 그대로 읽을 뿐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자기 자신을 자기 계층에 못 박고 있지요. 사회적 유동성을 결여한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최하층으로 쓸려갑니다.

53%

내 자신도 사회는 가능하면 높은 유동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크리튀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집단을 고정시키고 유동시키지 않기 위한 장치입니다. 그것이 가능한 만큼 자유롭고 유동적이고 생성적인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이 수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55%

목소리를 내어 읽거나 '베껴 쓰기'를 하는 등 신체를 사용하면 뇌의 재조직화에 눈에 띄게 속도가 붙습니다. 신체를 매개시키면 시킬수록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체가 동기화하면 자신의 신체 안에서 자기도 몰랐던 감각이 생겨납니다. 전대미문의 감각이지요. 그것이 '내 몸 안에서 일어난 사건'인 이상 언어화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79%

우치다 다쓰루,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中

+) 처음 이 책을 읽고자 했던 것은 '창조적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강의록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에 대한 기법이나 창조적 발상을 하는 방법들을 언급할꺼라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을수록 그런 기법적인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글을 쓰는 사람이 독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혼을 담아 쓰는 글쓰기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독자를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글을 써야 하고,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체력을 유지하는 것에 힘쓰며 일관된 자세로 글쓰기에 임해야 한다는 것도 전해준다.

나는 무엇보다 소쉬르의 '애너그램'에 대한 저자의 설명과 롤랑 바르트의 '에크리튀르'를 설명하는 것이 인상깊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주어진 것이라는 점, 또 사회적 유동성을 결여한 사람일수록 계층적 언어에 익숙해서 독창적인 문장이 아닌 계층적 언어로 이루어진 문장을 쓰게 된다는 점이 그렇다.

가끔 내가 많이 선택하는 단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말대로라면 그건 어쩌면 '선택'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반응'일 수도 있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된 기분이다. 그리고 사회적 유동성을 고려해서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창조적 발상은 그렇게 틀을 깨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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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
마이클 케이시.폴 비냐 지음, 유현재.김지연 옮김 / 미래의창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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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중앙집권화된 신용 시스템은 은행이 모든 화폐 거래의 중심에 서게 했고 결국 은행의 힘은 지나치게 커져버렸다. 모르는 사람들끼리는 은행을 통하지 않고서 거래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신용 세계는 갈수록 복잡하게 얽힌 경제가 되어갔으며, 경제 주체들은 은행의 중개 행위에 완전히 의존하게 되어버렸다.

이 기술이 왜 탁월한 기술인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낯선 이들끼리 거래할 수 있는 인프라는 남겨두면서 중개인은 필요 없게 해준다는 점이다. 중앙화된 금융기관의 중요 역할인 내부에 거래장부를 기록하는 일은 익명의 컴퓨터 네트워크가 대신한다. 즉, 어떤 기관의 통제에도 놓여 있지 않은 분권화된 신용 시스템을 창출한다.

29%

비트코인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수학의 법칙으로 조작이 불가능한 시스템을 제공함으로써 신뢰의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문제는, 안전하지 않으며 가격 변동성이 높다는 비트코인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33%

초기의 인터렉션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도 어떤 절대적 규칙을 만들어서, 탈중앙집중화된 컴퓨터 네트워크가 이 규칙만 따르면 통화 시스템이 절대 손상되지 않고 완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그리고 누구나 컴퓨터만 있으면 네트워크의 일부가 될 수 있고, 완전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네트워크 공통의 디지털 화폐로 대금을 지불하고 지불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비트코인 모델을 글로벌 지불 시스템 및 화폐 발행 시스템으로 쓰일 수 있도록 배포하고 은행이 아닌 개인 소유의 컴퓨터가 시스템이 정직하게 운영되도록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든다는 동일한 목표를 추구했다.

'채굴된' 거래가 유효함을 확정짓기 위해서는 무작위로 생성된 매우 복잡한 수학 퍼즐을 풀어야 하는데, 비트코인 채굴이란 이 수학 문제를 첫 번째로 푼 컴퓨터에게 주는 보상을 의미한다.

36%

우리는 가상화폐의 큰 장점 중 하나가 탈중앙집권화되어 있다는 점이라는 것을 언급한 바 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결국 공통적으로 완전히 공공에게 개방된 장부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48%

비트코인이 지배적인 통화가 된 세상이라 함은 훨씬 더 광범위한 함의를 갖는다. 하나는 은행과 정부가 가졌던 권력이 약해짐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가 이야기했었던 다른 많은 영역에서 분권화가 진행된다면 이 세상은 자족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진 곳이 될 것이다.

77%

마이클 케이시, 폴 비냐,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 中

+)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 한권을 다 보아도 아직도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단순히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관련 서적 몇 권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만큼 블록체인 기술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마치 현실의 P2P 거래처럼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비트코인으로 거래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아직 내게는 어려운 개념 같아서 좀 더 천천히 다른 책들을 살펴보아야겠다.

이 책은 어떻게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이 시작되었는지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고, 그 기술과 과정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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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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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살기 위해 죽을 자리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죽을 각오로 뛰어들 때만이 그것이 아주 가끔 살자리가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가끔씩 기도 중에 나는 신에게 강경한 어조로 말해왔던 것이다. 더 이상은 싫어요, 더 이상은 못해요, 더 이상 내게 나쁘게 하시면 안 돼요. 당신은 정말 내게 그러면 안 돼요.

21%

자신의 본질과 이질적인 것은 상흔을 남긴다. 그리고 그 상흔으로 인해, 그 이질적인 것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아픔의 힘으로 우리는 생의 모퉁이를 돌기도 한다.

22%

너 자신 외에 너에게 상처 입힐 사람은 아무도 없다.

22%

[월춘장구]

"희망을 버리니까 살았죠. 아이들이 태어났고 저 아이들을 위해서 살자, 일본에 돌아갈 꿈을 포기하자.... 아니 희망을 버린 것이 아니라 운명이 내 맘대로 내가 원래 계획했던 대로 돼야 한다는 집착을 버린 거죠..... 그래서 살 수 있었어요."

66%

"글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말...... 선배가 그런 말 했거든."

68%

[맨발로 글목을 돌다]

그리고 기도합니다. 오늘을 맡기는 것입니다. 언제부턴가 어제를 놓아버리려고 애썼고 내일은 떠올리지 않으려 합니다. 삶의 미로를 헤매고 있다고 느낀 후부터 훌륭한 분들의 글을 찾아 밑줄을 그으며 읽었는데 그분들이 그랬습니다. 결국은 지금, 결국은 여기, 그게 전부라고.

73%

[후기, 혹은 구름 저 너머]

공지영,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中

+)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 어떤 갈래의 글보다 차라리 소설을 읽자고, 그럼 누구 소설을 읽을까 고민하다 작가 '공지영'을 선택했다. 이 책은 공지영이 소설쓰기를 멈춘지 13년만에 다시 소설들을 창작하며 엮어낸 단편 소설집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저자의 아프고 진실하고 섬세한 문장이 읽고 싶었던 것 같다.

첫번째 단편 소설 [월춘장구]를 읽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저자의 자전적 소설일까. '이게 소설일까'라고 소설에 쓴 저자의 문장에 공감할 정도로 이게 소설일까 개인적 기록인 수필일까 싶은 단편소설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소설을 읽으며 큰 위로를 받았다.

그건 주인공에 대한 공감이기도 하고, 주인공의 심리에 대한 이해이기도 하며, 그 때 나 자신의 알 수 없는 혼란에 대한 토닥임이기도 했기에. 저자의 문장은 섬세하고 여린만큼 진실해서 독자에게 확 다가올 때가 있다. 어떤 갈래적 특성을 논하기보다 나는 그의 문체가 담고 있는 그 정서를 이해하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 필력을 훌륭하다고 본다.

이 소설집을 다 읽고 나는 저자의 다음 책이 읽고 싶어졌다. 출판사에서 어떤 순서로 소설을 실었는지 이해가 되기에, 정말 딱 이 다음 작품이 궁금해졌다. 저자의 소설은 이후 어떤 모습일까. 시간을 내서 읽어보아야겠다. 아, 이상문학상을 받은 [맨발로 글목을 돌다] 역시 가상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전적 경험이라 생각되기에 이 책 이후의 글들이 더 궁금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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