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책읽기에서 글쓰기까지 나를 발견하는 시간
장석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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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했었다.

실패했었다.

상관없다. 다시 시도하라.

더 잘 실패하라.

- 사무엘 베게트

7%

책을 읽으려는 욕망과 글을 쓰려는 욕망은 하나이다. 그 욕망이 자기 자신에게로 나아가는 길과 자신을 구원하는 길로 이끌어준다. 작가란 바로 그 욕망을 살아내면서 그 길을 만들어나가는 사람인 것이다.

17%

책읽기를 선택한 사람들은 제 삶의 작은 틈새들과 주름들 안으로 숨어서 남들이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삶을 사는 자들이다.

18%

모호한 열정에 사로잡혀서 뭔가를 썼다면 그 열정이 자기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인지, 아니면 외부의 자극과 독려에 의한 것인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쓴다'라는 사실이다.

뭔가를 쓰는 사람은 쓴다는 행위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이다

29%

좋은 글을 찾아 읽고 정확한 낱말과 문법에 맞는 문장을 쓰는 연습을 하라. 그 한 가지 방법은 글을 필사하는 것이다. 좋은 텍스트를 옮겨 쓰다 보면 문장을 이루는 개별 요소들과 테크닉이 더 자세하게 보인다.

55%

좋은 문체는 사유와 감각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정확한 문장에서 비롯된다. 좋은 문장의 전제 조건은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 세련된 언어 감수성이다.

55%

장석주,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中

+) 글쓰는 방법을 조언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시인이며 교수인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는 사람의 자세나, 처음 흰 종이를 앞에 두고 첫 글자를 시작할 때의 마음에 대한 조언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다른 작가들이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 어땠는지 그들의 말을 인용하며 글쓰기를 할 때 주의해야할 것들을 제시한다. 또 쓰기만큼 중요한 책읽기와 그 책 읽기의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서는 여러 작가들의 문체를 소개하며 각각의 개성적인 특징들을 살펴보며 조언한다.

이 책은 실용적인 글쓰기 교육 책은 아니다. 그러나 쓰기라는 것을 앞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마음가짐과 그들을 응원하는 저자의 조언들에 용기가 생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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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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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담장이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을 꼽자면 두 가지가 있다. 학교와 교도소다. 둘 다 담을 넘으면 큰일 난다.

창문 크기를 빼고는 공간 구성상의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 학교 건축은 교도소 혹은 연병장과 막사의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공간에서 12년 동안 생활한 아이들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교실에서 자라난 사람은 똑같은 아파트에 사는 것을 편하게 생각할 것이다.

21%

과거에는 어느 것 하나가 중심이 되고 나머지는 배경이 되는 식의 수직적 위계가 있는 사회였다면 지금은 여러 개의 중심이 있는 수평적 구조가 특징이다.

29%

지금 도시에서 갯벌과 같은 골목길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갯벌의 생태계처럼 오랫동안 사람의 생활이 만들어 낸 골목길을 유지하고 보존해야 한다.

그럼 무엇을 유지해야 하는가? 우리는 골목길의 모양을 유지해야 한다. 그 골목길의 모양이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졌으므로 그 모양이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41%

계단은 높은 곳을 가게 해 주는 장치인데, 건축에서 높은 곳은 권력을 더 가지는 공간이다.

이렇듯 건축에서 가장 확실하게 다른 사람을 관찰할 수 있는 자리는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이 있는 자리다. 그래서 우리는 권력을 더 가진 사람을 '높은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높은 곳이 권력의 자리라는 것은 면적과도 관련이 있다. 대체적으로 높은 곳은 좁다.

59%

우리는 우리의 도시를 더욱 소통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웃 지역과 걷고 싶은 거리로 연결될 때 지역 간 경계는 모호해지고 격차는 줄어들 것이다.

78%

유현준, <어디서 살 것인가> 中

+) 이 책은 '어디서 살 것인가'보다,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의미있는 것인가'가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건축과 인간의 사유 구조, 그리고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연결하여 건축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드러낸 책이다. 놀라울 정도로 건축의 구조가 인간의 사유 구조나 욕망과 닮아있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추구하는 건축의 구조를 보면서 저자가 그들의 사고 방식이나 가치관을 짐작해보는 구절에서는 와우,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신기했다. 종횡의 가치를 달리하는 사람들의 가치관도 다르겠구나 싶었다. 또 학교와 교도소를 비교하며 획일화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현재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 공감했다. 어쩌면 학교라는 건축 구조에서부터 지금의 우리 모습이 일부 생겨난 것은 아닐까 싶었다.

저자는 건축을 우리 인간의 여러 모습과 연결지어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건축과 도시의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다. 좀 무게감이 있는 주장들을 가볍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저자의 필력에 미소와 응원을 보낸다. 건축과 도시의 모습이 인간 삶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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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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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날이 온다고 해도, 그리고 과거의 일도, 방금 있었던 일마저 잊어버리게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가치가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인간의 가치를 생산성으로 재단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타인에게 공헌할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것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p.9

아들러가 말하는 불완전함이란 인격의 불완전함이 아니라 새로 시작하는 일에 대한 지식과 기술에 대한 불완전함입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그 즉시 '잘하지 못하는 자신'과 마주하게 됩니다. 새로 시작한 일이니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는 게 '잘하게 되는' 것의 첫걸음입니다.

p.30

아들러가 말하는 '건전한 우월성의 추구'에는 이상적인 모습에서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감점법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 올린 것을 하나씩 더해가는 가점법으로 평가하는 눈이 필요합니다.

p.44

"신이시여, 바라건대 바꿀 수 없는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침착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늘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p.92

과거만이 아니라 미래를 놓아주는 결심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일만을 걱정하면 지금을 소홀히 하게 됩니다. 하루하루,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으니 내일의 과제는 내일 생각하면 됩니다.

p.147

인생의 의미는 공헌, 타자에 대한 관심, 협력이다.

p.207

긴 인생을 사는 동안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으면 안되고, 겪고 싶지 않은 것을 겪지 않으면 안된다.

p.251

기시미 이치로, <마흔에게> 中

+) 이 책을 친구에게 선물 받은지는 꽤 된 것 같다. 읽어야지 하고 책장에 넣어두고 잊고 있었다. 어제 갑자기 생각이 나서 읽어보니 '마흔'이라는 나이대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상담학자로서, 그리고 나이든 부모를 모셔본 사람으로서, 그리고 치매를 앓고 있는 부모의 간병인으로서, 한번쯤 큰 병으로 쓰러졌다가 일어나면서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사는 사람으로서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바로 저자의 경험이고 그가 살아온 인생이다.

그리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 쉽게 잘 읽을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여러 입장에서 바라본 삶에 대한 태도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그 어떤 입장에서든 살아 있는 것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며, 내가 살아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위안이고 큰 의미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피할 수 없는 것들을 겪어 내는 용기와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등등 부드럽지만 단호한 그의 생각이 이 책에 담겨 있다. 크게 아파본 사람들은 남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물론 그런 일 없이 삶의 태도를 좀 다르게 하는 것도 괜찮겠지만 일상을 사는 현대인이라면 그게 쉽지 않다.

작가는 그 점에 주목해서 끝없이 인생을 사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큰 의미가 된다는 그의 말이 우리의 가치를 드러내주는 참 현명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입장에서든 우리는 우리 삶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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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 Time Difference K-픽션 10
백수린 지음, 전미세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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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머니의 눈은 지난 십여년 동안 불씨가 꺼진 방처럼 서늘하고 어두웠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비밀이 있는 법이다. 아무에게도 발설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들통 나서는 안되는 비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29%

시간이 흐르면 꽃이 피고 진다. 그리고 시간이 더 많이 흐르면 마른 가지에서 또다시 움이 튼다.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은 단지 그런 것뿐이지도 몰랐다. 시간의 흐름이 허락하는 선한 치유.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 것들도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시간을 살아낼 것이다.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30%

하여 그녀는 그와 같은 이름의 화가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편지로 적어 보낸 말들을 떠올린다.

"힘써야 할 싸움이 많구나. 견뎌야 할 고통이 많구나. 올려야 할 기도도 많구나. 그러면 결국 평화가 오겠네."

43%

백수린, <시차> 中

+) 처음 읽으면서는 몰랐다. 여기서 말하는 '시차'의 개념이 중의적이라서. 근데 읽을 수록 서사적 구조를 잘 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모가 결혼 전에 낳은 아들, 외국에서 살던 그가 조국을 방문하자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주인공이 그를 만나 한국의 이곳 저곳을 함께 다닌다. 그러면서 그녀는 그와의 만남을 통해 잊고 지낸 시간들과 마주한다. 동생을 잃어버리고 살아온 시간.

시차,라는 말은 이 소설에서 단순히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의 시차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물들 개개인의 시차가 그들의 상황에서 녹아있고, 그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미묘한 감정선이 작품에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곰곰이 떠올려보니 동생을 잃어버리는 엄청난 일을 겪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을까 싶다. 그들의 부모 역시 아이탓을 할 수는 없겠지. 하나 남은 아이마저 잃을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 이 소설 속 시차는 시간이 아니라 시각의 차이도 가능하지 않을까. '차이'라는 것에 주목해서 본다면 이 작품은 역시 구조를 잘 짠 소설같다. 작가의 잔잔한 어조도 소설의 분위기가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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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자르기 Fired K-픽션 13
장강명 지음, 테레사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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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아가씨도 처음 자기네 회사에 면접 볼 때에는 그런 태도가 아니었을걸? 성격이야 싹싹하지 않았다고 해도 최소한 근태는 나쁘지 않았을 거야. 그걸 자기가 망친 거지. 지각해도 아무 말 않고, 손님 접대를 안 해도 아무 지적도 안했지? 그러니까 애가 그렇게 된 거야. 사람들이 다 자기나 나 나 같지 않아. 어떤 사람들한테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이 동기를 부여해 주고 자세를 교정해 주고 질책을 해줘야 돼. 자기는 알량한 동정심 때문에 그걸 안 한 거지.

29%

회사라는 게 그래요. 조직에서는 합리적이라고 결정하는 게, 당하는 개인 입장에서는 참 매정하죠. 나도 혜미씨랑 똑같은 처지에요. 이러고 일하다가 회사가 너 나가, 그러면 짐 싸야지.

31%

- 걔 불쌍하다고, 잘 봐주려고 했었잖아. 가난하고 머리가 나빠 보이니까 착하고 약한 피해자일거라고 생각하고 얕잡아 봤던 거지.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 걔도 알바를 열 몇 개나 했다며. 그 바닥에서 어떻게 싸우고 버텨야 하는지, 걔도 나름대로 경륜이 있고 요령이 있는 거지. 어떻게 보면 그런 바닥에서는 우리가 더 약자야.

32%

- 이게 처음부터 다 계획이 돼 있던 거니?

32%

장강명, <알바생 자르기> 中

+) 이 책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을 잘 드러내는 소설이다. 주인공 남편의 언급처럼 약하고 가난하니까 무조건 순진한 피해자일꺼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산이라는 점을 주인공에게 말해준다. 이 소설 속 '약자'로 등장하는 '혜미'는 산전수전 다 겪은 알바생이고, 그렇게 지내오며 자신이 어떤 자세로 회사라는 조직에서 생활해야 하는지 배운 여자다.

주인공은 그걸 모르고 그저 사회적 약자니 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것 같으니까

어리숙한 약자라고 생각한 혜미의 모습을 예상했으나 그와 달리 알바생은 꼼꼼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 이 소설을 갑과 을의 전환된 관계를 보여준다는 것으로 이해하기 보다, 우리가 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이 상대방의 지위와 성격까지 마음대로 판단하게 된다는 것을 제시한다고 생각하고 싶다.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으며 또 한번 소설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가볍지 않고 심지어 좀 불편하고 사실적인 이야기임에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전개로 다음 상황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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