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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끝이 시작이다
문재인 지음 / 바다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문제는 '독재자의 딸'이 아니라, 여전히 독재 시절을 잘한 것으로 보거나 아버지가 한 일이라고 무조건 두둔하고 찬양하는 역사관이 문제라고 봅니다. 유신독재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인식, 오히려 구국의 결단이었고 정당한 일이었다는 퇴행적 역사 인식이 문제였습니다.
지도자의 잘못된 역사관은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게 할 치명적 오류입니다. 지도자라면 딸이라는 사사로운 관계를 넘어서 역사관을 올바로 가져야 합니다. 검증이나 비판해야 할 초점은 바로 그 점이었습니다.
(중략)
저는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기에 이룬 경제발전과 성장의 공로를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그도 과가 있습니다. 그가 자행한 민주주의 파괴와 인권 유린의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의 진정한 화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국민 통합의 핵심과제라고 생각합니다.
pp.224~225
두려운 것은 바깥의 공격이 아닙니다. 우리 자신이 그 프레임에 말려들어서 분열을 자초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나아가서 당권 경쟁 등 계파적인 목적을 위해 그 프레임을 우리 스스로 악용함으로써 민주당을 해치고 있다는 게 문제인 것입니다.
p.350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우리의 사고를 확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확장을 가로막았던 근본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더 유연한 진보, 더 유능한 진보, 더 실력있는 진보가 돼야 합니다.
p.359
혹시 우리가 민주화에 대한 헌신과 진보적 가치들에 대한 자부심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선을 그어 편을 가르거나 우월감을 갖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p.385
문재인, <1219 끝이 시작이다> 中
+) 이 책은 책에서 대선 이후 문 후보 개인적으로 힘겨웠던 심경, 자신보다 더 힘들어 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미안함,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와 생각을 담고 있다. 정치 비평 서적으로, 문재인 개인의 정치 성향과 그가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태도에 대해 정리하고 있다.
이 책은 그의 생각 위주로 쓰여졌기 때문에 특별한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가 대선 이후 언론에 드러내지 않은 감정들과 생각, 그리고 의견들을 담고 있다. 현 정권과 이전 정권에 대한 비판은 물론, 민주당에 대한 반성적 성찰도 이야기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공감했던 부분이 '우리 안에 내재된 근본주의'에 관한 그의 생각이었다. 내 안에 먼저 어떤 잣대를 세워 상대를 바라보기 보다, 우선 내 안의 근본주의를 넘어서서 현실과 정치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것은 비단 어떤 분야에만 한정되는 말이 아니다. 정치를 떠나 우리는 너무 많은 근본주의를 안고 살고 있다. 그것을 스스로 넘어서지 못하면 결국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어쩌면 그것을 넘어서는 방법 또한 우리 내부에 있는지도 모른 채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문재인이라는 정치인의 생각과, 문재인이라는 사람의 마음과, 그가 바라는 정치 그리고 정당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그의 생각 모두를 전적으로 공감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가 어떤 식으로 우리 나라의 정치 현실을 이끌고자 하는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