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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기황후 - 전2권 ㅣ 기황후
장영철.정경순 지음 / 마음의숲 / 2013년 10월
평점 : 
타환이 제대로 입을 떼기도 전에 다시 몇 차례 주먹이 빠르게 날아갔다. 이후 충혜왕이 일갈했다.
"경각에 달린 네 목숨을 고려가 구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고려가 지켜 주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그리고 정녕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원나라로 돌아가서 죽어라. 절대 고려 안에서 죽어서는 안된다."
충혜왕의 서슬 퍼런 기상에 타환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1권 p.45
이때, 한쪽에서 술만 마시던 충혜왕이 발끈하고 나섰다.
"고려는 원보다 수백 년이나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이며 그 사직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오래된 것을 지키고 존중하며 교류하는 것이 모두가 잘 사는 길이거늘 어찌 원나라는 귀한 것을 알아보지 못하고 오히려 망가뜨리려고 하는가."
연회장은 발칵 뒤집혔다. 연철의 발언에 그처럼 맞선 자는 일찍이 원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1권 p.132
"황태후 마마께서 바라시는 평화는 그런 것입니까? 대원제국이 겉으로만 깨끗해 보이는 그런 연못과 같기를 바라십니까. 그러나 결국은 바닥에 쌓인 부유물 때문에 연못 물 전체가 썩게 될 터, 저는 대원제국이 썩은 연못과 같아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2권, p.48
장영철, <기황후> 中
+) 사실 기황후에 대한 일화는 역사와 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회자되어왔다. 그런데 이번 MBC 드라마 <기황후>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게 된 것이다. 역사 속 인물인 기황후는 고려 출신으로 약 30년간 중국 원나라를 호령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소설과 드라마에서는 재미를 위해 약간의 픽션이 가미되었지만 그 뿌리는 역사 속 그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황후 원작 소설인 <기황후>는 읽는 내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역사속 기황후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소설 <기황후>는 1권과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황후(승냥)를 사이에 두고 중국 원나라 황제인 순제와 고려의 충혜왕의 대결 구도가 흥미롭게 그려진다. 또한 충혜황과 기황후를 비롯한 고려인이 원나라를 상대로 비굴하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취하는 부분도 있다. 단순히 삼각 관계인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고려의 충혜왕이 원나라 순제를 상대로 얼마나 단호한 태도를 보였는지가 잘 드러난다.
소설에서 충혜왕은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백성을 사랑하는 모습을 충분히 표현했다. 저자는 그런 충혜왕의 모습을 통해 고려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고려를 사랑하는 지도자들의 모습을 조명했다. 이는 추후 원나라 궁녀에서 황후가 되는 승냥의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다. 소설 속 기황후는 원나라 내에서도 고려인의 입지를 넓히고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이 고려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그런 모습에서 기황후는 강한 여성의 면모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녀는 여성의 부드러움과 강인함, 그리고 현명함을 간직한 인물로 묘사된다.
이 소설은 쉽고 재미있게 쓰여졌기 때문에 읽는 내내 지루함이 없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역사와 픽션의 결합으로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장점과, 영화 같은 소설을 접할 수 있다는 재미까지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마음의 숲 리뷰단으로 선정되어 이 책을 읽게 되었지만, 드라마 기황후 원작 소설인 <기황후>를 읽으면서 드라마만큼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