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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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생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법이다. 지루한 일상과 수많은 시행착오, 어리석은 욕망과 부주의한 선택..... 인생은 단지 구십 분의 플롯을 멋지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곳곳에 널려 있는 함정을 피해 평생 동안 도망다녀야 하는 일이리라.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해피엔딩을 꿈꾸면서 말이다.

p.47

 

'행복한 가정은 모두 똑같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불행하다' 고 말한 사람이 톨스토이였던가.

p.171

 

젖은 자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다.

p.265

 

자존심이 없는 사람은 위험하다. 자존심이 없으면 자신의 이익에 따라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그것은 그가 마음 속에 비수같은 분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존심을 건드리면 안되는 법이다.

p.309

 

우리는 불안정한 상태를 지나 조심스럽게 신뢰를 쌓으며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나는 엄마가 말했던 인간적인 정리가 우리 사이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이 열정적인 사랑보다 더 차원 높고 믿을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p.392

 

 

천명관, <고령화 가족> 中

 

 

+) 천명관의 소설 <고령화 가족>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인물들이 한 가족으로 등장한다.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둔 엄마는 자식들이 40~50대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풍족하게 먹이며 전쟁같은 세상에서 잘 살아가길 바란다. 영화 제작과 결혼 생활 모두에 실패한 둘째 아들과, 전과자이자 백수인 첫째 아들, 그리고 결혼만 세번째인 막내딸이 있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점은 인물들 각자의 사연이 독특하게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흔하지 않은 사연을 가졌지만, 어찌 보면 현실에서 있을법한 가족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그런 인물들이 좌충우돌하며 서로 간의 가족애를 확인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가족애를 그려낸다는 것이 식상하기도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런 식상함보다 재미있고 신선함이 먼저 다가선다.

 

진지한 가족 관계의 설정이 아니기 때문일까. 아니, 진지하면서도 재미있는 가족 관계 설정 때문일까. 셋이 모두 이복 형제의 관계로 설정되면서 작품은 더 재미있어진다. 물론 자식들의 개성에 비해 엄마의 사연이 좀 부족한 듯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병풍처럼 늘 자식 곁에 존재하는 엄마를 드러내기 위한 작가의 의도는 아니었을까.  모처럼 짜임이 단단하게 구성된 작품을 만나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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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김경집 지음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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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지만 항상 우리를 따뜻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 나는 기적이 어떤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희망을 주는 어떤 것이라 생각한다. 예수의 기적은 사실 복음 자체로 이미 완성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놀라운 일로도 나타났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안타까워하고 마음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행해야 할 기적이다.

p.110

 

교회가 건강한 시장 기능을 수행할 때 사회도 건강해지고 도덕적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사랑의 실천이고 바람직한 사회적 책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시장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교회가 되어야겠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스스로 양산하는 그런 병원이나 학교 또는 기관들을 운영하는 교회를 보고 예수가 뭐라 하실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p.183

 

예수는 당신의 존재를 선언하고 그 존재성을 받아들이라고 주장한 것이 아니다. 어떠한 선언이나 율법으로도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기꺼이 사람의 몸으로 직접 모범을 보여주기 위해 이 땅에 온 것이다. 그게 바로 '사람의 아들'의 진정한 의미다.

p.235

 

우리가 먼저 스스로 되물어야 할 것은 교육자나 성직자가 사회문제에 대해 발언하지 않을 사회를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그들이 나설까. 그것을 두려워하고 부끄러워해야 하는 게 먼저다. 그들이 바로 진리와 정의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섰다는 것 자체가 사회가 부패하고 그 병세가 극심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p.301

 

 

김경집, <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中

 

 

+) 이 책의 저자는 (인문학자의 눈으로) 성경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기독교 사회를 살펴본다. 성경의 구절을 마음에 드는 부분만 따와서 자기 중심적으로 해석하고, 또 그 무조건적인 텍스트를 바탕으로 자기들의 틀에만 갇힌 일부 교회에 대해 지적한다. 그것을 넘어서 성경의 비유를 제대로 해석하여 수용하고, 참뜻을 깨달을 것을 제안한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 교회의 문제점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한다. '잘못된 신학이란 기복신학과 번영신학, 신학과 영성이 분리된 불균형한 신학, 권위주의와 근본주의 신학, 그리고 변혁과 민주성을 상실한 신학이다.'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나, 이 책을 읽으면서 성경의 비유적 해석과 예수님의 말씀 혹은 행동에 대한 의미를 천천히 되새겼다. 성경을 종교인이 아닌 일반인의 눈으로 살펴보니(물론 상세하게는 아니지만) 굉장히 흥미로웠다. 감동적이었고.

 

이 책에서 저자는 오늘날 한국 교회의 문제점만을 꼬집은 것은 아니다. 성경의 올바른 해석과 가치를 전달하고자 애썼다. 저자의 글은 근거도 충실하고 주장도 명확했다. 간혹 저자의 감성적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그런 부분이 오히려 이 책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다. (이 책에 대한 종교적, 극단적인 판단은 보류하고 싶다.) 그저 인문학자의 눈으로 본 성경과 오늘날 한국 기독교 사회의 모습들에 대해 천천히 둘러보고 생각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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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日1食 - 내 몸을 살리는 52일 공복 프로젝트 1日1食 시리즈
나구모 요시노리 지음, 양영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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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의 끝을 마무리하는 '저녁 식사'를 권장한다.

 밖에서 일하는 남성의 경우, 개인용 식기를 들고 출근하는 것은 그리 현실적인 일이 못된다. 또 밤에는 거래처 사람을 접대할 일이나 술자리에 참석할 일도 많다.

 대부분의 식사를 집에서 하고 외식을 거의 하지 않는 주부의 경우에는 낮잠을 잘 시간이 있다면 하루 한 끼를 점심식사로 해도 상관 없다. 하지만 낮잠을 30분 이상 자게 되면 체내 시계가 어긋나서 더 나른해진다.

p.70 

 

 뇌가 본격적으로 쉬고 있는 상태를 (논렘수면)이라고 한다. 어린이의 수면은 대부분 논렘수면으로 그 사이에 다량의 성장 호르몬이 분비된다.

 성장을 멈춘 성인은 점점 논렘수면의 비율도 줄어든다. 대신 렘수면과 논렘수면이 1시간 간격으로 번갈아 가면서 찾아온다. 특히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막 잠들었을 무렵은 대부분 논렘수면을 하는 상태이며, 새벽녘이 가까워지면서 점점 렘수면의 비율이 높아진다.

 잠이 들었을 무렵의 논렘수면은 무척 중요하다.

p.166

 

 아침에 일어났을 때 종아리가 뻐근할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계속 누워 있지 말고 얼른 일어나서 집 안을 걷는 것이 좋다. 현관까지 신문을 가지러 간다거나 집안을 이리저리 조금씩 걸어 다니는 것이 좋다.

 걷기만 해도 장딴지 근육이 펌프 작용을 함으로써 하반신에 고여 있던 간질액이 밀려 내려가서 붓기가 빠지고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p.180

 

 냉각요법은 열을 떨어뜨리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겨드랑이나 아랫배와 접한 넓적다리 주변의 서혜부를 지나는 두꺼운 혈관을 얼음주머니로 식혀주는 것이다. 이렇게 전신의 혈액을 효율적으로 식혔다면, 다음은 가급적이면 땀흡수가 잘되는 소재의 속옷이나 얇은 옷을 입힌다. 이는 성인도 마찬가지다. 열이나면 옷을 얇게 입어야 한다.

p.210

 

-1 일 1식 (또는 1즙 1채)

-채소는 잎째, 껍질째, 뿌리째, 생선은 껍질째, 뼈째, 머리째, 곡물은 도정하지 않고 먹는다.

-수면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골든타임을 포함하도록 한다.

 공복, 완전식품, 수면.. 이 3가지 조건을 따르면 젊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얻을 수 있다.

p.253

 

 

나구모 요시노리, <1일 1식> 中

 

 

+) 이 책은 단지 다이어트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해지는 것. 피부나 내장의 노화를 늦추고 건강하게 사는 법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주장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것과 조금 다른 부분도 있고, 크게 다르지 않는 부분도 있다.

 

이를 테면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을 마시지 않고 껌을 씹거나 카페인이 없는 우엉차를 마시는 것, 한 끼라면 무엇을 먹어도 좋다는 것, 하루에 30가지 정도의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 건강한 소금은 없다는 것(육식 동물은 아무도 소금을 뿌려먹지 않으니까), 밥을 먹고 곧바로 자도 된다는 것, 아침은 먹지 않는다는 것 등등은 다이어트를 원하거나 건강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쉽고 편한 방법이면서 저자만의 새로운 주장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가 그동안 들어온 익숙한 주장도 있다. 술을 마실 경우 다량의 섭취는 좋지 않지만 비싼 술(비싸면 많이 먹지 못할테니까.)을 한 두잔 마시는 것, 되도록 걷고 햇볕은 필요한 만큼만 쬘 것, 의자에 앉을 땐 등을 기대지 않고 허리를 꼿꼿이 세울 것, 잠은 10시~2시까지 꼭 잘 것, 생선이나 채소는 가급적 통째로, 주어진 그대로 먹을 것 등등이다.

 

먹는 시기나 량에 따라 다르지만 저자는 본인의 경험을 고스란히 책으로 엮어냈다. 사람마다 주어진 상황이 다르기에 1일 2식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한다. 그러나 1즙 1채의 방식은 지킬 것을 권한다. 되도록 채소를 먹고 과일 주스 같은 것을 마시며 설탕이나 소금이 잔뜩 들어간 간식은 권하지 않는다.

 

나는 다이어트 보다 내장 기관과 피부, 그리고 건강을 위해 1일 1식을 권장한 이 책에 믿음이 간다. 1일 1식이 어렵겠지만 이 책은 생각보다 쉽게, 그리고 생각보다 편하게 몸이 가벼워지는 방법을 권한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차차 이 방법을 실천해보고자 한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의 위가 공복을 회복의 방법으로 알고 있다면 (예를 들어 위계양일 경우 병원에서의 치료법도 굶고 수액을 놓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서) 건강에도 지장이 없으꺼라 생각된다. 건강을 위해, 소식 그리고 1식(혹은 2식)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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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심
심재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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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한 심재천의 첫 번째 소설집으로, 등단하기 전까지 신춘문예 및 문예지 공모에 응모했던 단편 중 본심에 올라 떨어진 작품들을 골라서 엮었다. 소위 말해 1등이 아닌 2등 혹은 3등 정도의 위치에 있는 작품들이라 볼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제작한 것은 1등한 작품들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심에서 탈락한 작품들도 읽고 심사위원의 평까지 볼 수 있다면 많은 문학도에게 희망이 되리라 생각해서다.

 

나 또한 굉장히 공감했는데, 흔히 말해 우리가 틀린 문제를 정답으로 고치면서 왜 그것이 정답인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을 이 책에서 발견하게 된다. 작품들을 읽으면서 <베레타>는 상당히 견고하고 참신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떨어졌는가 궁금했다. 심사위원들의 평을 읽어보니 '너무 잘 써서 어디서 본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좋지 않구나.'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등단한 소설가들의 소설집을 읽는 만큼 재미있는 책이었다. 물론 작품들의 결말 처리 방식이나 산만한 흐름 등의 단점들이 간혹 작품에서 보이기도 했지만, 좋은 작품들도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가를 지망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저자의 바람 그대로 어떤 작품이 떨어지는지, 왜 떨어지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은 공부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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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 첫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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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의 착신 멜로디도 그렇지만, 후렴이 없는 음악은 함께할 곳이 없어 그런지 묘하게 지친다. 문득 생각났는데 세상에는 종종 '후렴이 없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얼핏 옳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전개에 깊이가 없다고 할까, 미로 속으로 들어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

p.51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깊은 상처가 되는가 하면, 잘못된 칭찬을 받는 것일 터다. 이미 상당 부분 확신하는 바이다. 그런 칭찬을 받다가 망한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인간이란 칭찬에 부응하고자 무리하게 마련이고, 그러면서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p187

 

나는 지금까지 인생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별을 고해왔지만 '안녕'을 능숙하게 말했던 예는 거의 기억에 없다. 지금 돌이켜보면 '좀더 제대로 말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후회가 남는다ㅡ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설령 후회스럽다고 해도 그래서 삶의 방식을 고칠 것도 아니고), 자신이 얼마나 부족하고 무책임한 인간인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인간은 아마 어떤 일이 생겨 갑자기 덜컥 죽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 이유를 켜켜이 조금씩 쌓으면서 죽음으로 가는 것일 테죠. 

pp.205~206

 

 

무라카미 하루키,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中

 

 

+)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상을 모아 놓은 작품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처럼 잔잔한 어조로 구성되었는데, 진실하게 쓰고 있단 느낌이 들 정도로 자신의 내면을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작품별 그림들도 이 책과 어울리게 구성되었다. 감정의 과잉이나 상투적인 깨달음을 이야기 하지 않아서 좋지만, 그로인해 좀 가볍고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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