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지음 / 달 / 2011년 7월
평점 :
내가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그게 관계를 가볍게 만들어주거든. 누구나 짐을 지는 건 싫어하니까. 연우야, 이건 중요한 충고야. 약간 멀리 있는 존재라야 매력적인 거야. 뜨겁게 얽히면 터져. 알았지?
p.18 - <소년을 위로해줘> 중에서
잘 안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배신하자.
p.51
자유로워지고 싶은 것이 삶에 저항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내 잘못이 아니다. 틀을 만든 세상이 잘못이다.
p.55 - <먼지 속의 나비> 중에서
나를 기쁘게 만들 수 있는 사람만이 나를 기쁘게 하지 않을 권력을 갖게 된다. 나를 기쁘게 하지 않지만 그 사람이 있어서 나는 기쁘다.
p.153
나는 헌신적이었던 적이 없다. 몰두할 뿐이다. 내 마음 내킬 때까지만.
p.397
은희경, <생각의 일요일들> 中
+) 이 책은 소설가 은희경의 첫 산문집이다. 작가가 소설을 연재하는 동안 단상처럼 적어놓은 창작 노트 형식인데, 그것에 틈틈히 트위터에 올린 글까지 접목시켜 은희경 소설가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은희경의 소설이 아닌 은희경 본인의 삶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만든 책이다.
개인적으로 은희경의 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믿고 있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이 책에 실려 있는 그녀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나는 감동을 받았다. 이런 좋은 문장이 있었구나, 무릎을 탁 쳤는데 나는 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나 아쉬웠다. 그간 내가 기억하는 작가 은희경은 정돈된 문체와 흠잡을데 없는 필치가 돋보이는 작가였다. 그래서일까. 완전한 문장 뒤에 숨은 소설가의 진정성을 보지 못하다니. 다시 읽어봐야겠다. 작가의 소설을.
소설가의 일상을 엿보면서 매력적인 삶이되 스스로와의 끈질긴 사투가 필요한 삶이라는 것도 또 한번 확인했다. 글을 쓰기에 앞서 마음가짐이나, 글을 써내려가면서 실행하는 사소한 습관 같은 것들조차 왜 그렇게 열정과 고통을 담은 것처럼 느껴지든지.... 나는 우울하거나 울적할 때 글이 더 잘 써진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는 반대였다. 소설가가 행복해야 글이 잘 써진댄다. 그 말, 무척이나 달콤했다.
은희경 작가의 생각이나 일상이 궁금하다면,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들의 일상과 심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 저자는 소설을 쓸 때 한 문장 한 문장 무척이나 공을 들이는데, 이 책에서는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고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깔끔한 문장은 여전하다. 그것에 보태어 저자의 솔직한 심리가 드러나있어서 마음에 와 닿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