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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의지는 없다 -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자유 의지의 허구성
샘 해리스 지음, 배현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한 가지 사실은 이제 명백해진 것 같다. 즉 우리는 자신이 다음에 뭘 할지 알기 전 찰나의 순간에- 내키는 대로 행동할 완전한 자유를 갖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바로 그 시간에- 우리의 뇌는 우리가 뭘 할지를 이미 결정해놓았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 우리는 이 '결정'을 의식하게 되어 우리가 결정을 내리는 과정 속에 있다고 믿어버린다.
p.17
즉 자유 의지는 환상이다. 만약 자유 의지가 자연법칙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들 대부분이 깨닫지 못한다면, 그것은 모든 인과관계를 이해하게 될 때 인간 행동이 어떻게 보일지 우리가 상상해본 적이 없어서다.
p.20
당신은 자기 자신의 마음을 통제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당신이란 존재는 의식적 주체로서, 마음 중에서 다른 부분들에 의해 좌우되는, 오직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결심한 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무엇을 결정할지는 결정할 수 없다. 물론, 어떤 결정이 더 적절할지 판단하는 일종의 틀을 만들수는 있다.
p.48
선택과 노력, 그리고 의도와 추론은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들은 그 자체가 어떤 원인들로 엮인 사슬의 일부이다. 더욱이 이 사실은 의식적 자각에 선행할 뿐 아니라 우리가 궁극적으로 전혀 통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그 무엇이다. 나의 선택은 중요하지만 - 그리고 더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는 길들도 열려 있지만 - 나는 내가 선택하는 것을 선택할 수는 없다. 게다가 설령 그렇게 보일지언정 - 이를테면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다음 선택할 수는 있다. - 선택하기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p.50
샘 해리스, <자유 의지는 없다> 中
+) 이 글은 인간에게 자유 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주는 책이다. 우리가 생각한 자유란, 자유가 아니라 자유라고 믿는 착각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으니까. 인간이 할 수 있는 판단, 선택, 노력, 추론 등의 것들은 우리 자신의 '일부'인 '우리 마음'이 행하는 것으로 그것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내 자유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찌보면 말꼬리를 붙들고 늘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글이다. 하지만 뇌의 운동 실험 결과를 근거로 저자의 논리는 더욱 타당해진다.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기에 앞서 우리의 뇌는 미리 그것을 선택할지 결정해놓았다는 것이다. 그건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는데 적어도 80%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이 말은 곧 내가 자유롭게 내린 선택이라고 믿은 것이 사실은 이미 머릿속에서 선택한 것이라는 말이니까. 그걸 모르는 우리들은 모두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믿는다. 저자는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기에 앞서 고민한다거나 노력하는 행위를 하는 건 어떤 원인들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지, '자유 의지'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중요한 건 '왜' 내가 그것을 선택했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이것이 아닌 저것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음, 곧 두 가지 선택의 원인 모두를 알 수 없다는 사실에 저자는 주목한다. 대체 그렇게 내린 선택 어디에 자유가 존재한다는 말인가. 저자는 바로 그 점에 집중하여 이 책을 썼다.
읽는 내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었지만, 저자의 논리에 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자유 의지의 불명확함을 꼬집고 있지만, 사실 저자의 근거도 과학적 실험 외에 순전히 자기 생각에 몰입한게 아닐까 싶었으니까. 물론 그 자체가 저자가 보여주려고 한 '자유 의지 없음'의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새로운 발상이라,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