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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어록청상 ㅣ 푸르메 어록
정민 지음 / 푸르메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오직 이른바 '나'라는 것은 그 성질이 달아나기를 잘하고, 들고 나는 것이 일정치가 않다. 비록 가까이에 꼭 붙어 있어서 마치 서로 등지지 못할 것 같지만, 잠깐만 살피지 않으면 가지 못하는 곳이 없다. 이록으로 꼬이면 가버리고, 위협과 재앙으로 으르면 가버린다. 구슬프고 고운 소리를 들으면 떠나가고, 푸른 눈썹과 흰 이의 요염한 여인을 보면 떠나간다. 한번 가기만 하면 돌아올 줄 모르고, 붙들어도 끌고 올 수가 없다. 그래서 천하에 잃기 쉬운 것에 '나'만 한 것이 없다. 마땅히 꽁꽁 묶고 잡아매고 문 잠그고 자물쇠로 채워서 굳게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p.42 -[수오재기]
상관이 너를 엄한 말로 위협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내가 이 작록과 지위를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간악한 아전이 비방을 꾸며서 나를 겁주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가 이 작록과 지위를 보전하려 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재상이 청탁으로 나를 더럽히는 것은 어째서인가? 내가 이 작록과 지위를 붙들려 하기 때문이다. 무릇 작록과 지위를 다 떨어진 신발처럼 여기지 않는 사람은 하루도 이 지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
p.80 -[영암군수 이종영에게 주는 말]
간사함이 일어나는 까닭은 쉽게 다 꼽을 수가 없다. 무릇 직책은 보잘 것 없는데 재주가 넘치면 간사해진다. 지위는 낮은데 아는 것이 많으면 간사해진다. 노력은 조금 들였는데 효과가 신속하면 간사해진다. (.......) 나를 미워하는 자가 나보다 약한지라 이를 두려워해서 고발하지 못하면 간사해진다. (......) 어떤 이는 간사해서 망하고, 어떤 이는 간사해도 망하지 않으며, 어떤 이는 꼭 간사한 것은 아니었는데도 간사한다 하여 망하게 되면 간사해진다. 간사함이 일어나기 쉬운 것이 이와 같다.
p.86 -[간리론]
온 집안의 상하 남녀로 하여금 놀고 먹는 사람이 하나도 없게 해야 한다. 또한 한순간도 한가한 때가 없게 해야 한다. 이를 일러 부지런함이라 한다.
p.218 -[또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
정민, <다산어록청상> 中
+) 이 책은 정민 교수가 다산의 저작을 읽고 자신의 감상을 덧붙인 것으로, 작가는 다산이 자신의 두 아들에게 친히 일러준 공부 방법에 따라, 먼저 열 갈래로 주제를 분류하고 각 항목 당 12개씩 다산의 어록을 정리했다. 인생을 살면서 필요한 충고들과 학문, 인간관계, 경제, 문예 등에 대한 다산의 생각을 배울 수 있다.
특히 나는 경세, 수신, 처세 등의 글을 읽으며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훌륭한 학자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감탄을 계속 했다. 그간 내가 보아왔던 그의 글들은 그의 생각을 전해주는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했구나 싶어서 반성하기도 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다산 정약용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앞으로 그가 지은 책들을 차근차근 읽어볼 계획이다.
공부 방법이나 독서 방법에 대한 충고는 지금도 상통한다. 필요한 부분을 정리하는 습관, 자신이 기억해야 할 것들을 적어두고 목록을 정리하여 체계적으로 책읽는 방법에 대한 충고는 매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신, 즉 나를 지키는 것에 대한 그의 글은 명언이라고 생각된다. 세상에서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은 나이니, 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고전에 관심을 갖고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아름다운 글과 단호한 마음가짐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