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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재익, 크리에이터 - 소설.영화.방송 삼단합체 크리에이터 이재익의 거의 모든 크리에이티브 이야기
이재익 지음 / 시공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많은 지망생들이 말한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길게도 말고 딱 1년만이라도 고시원에 틀어박혀 죽도록 크리에이티브의 유전을 파본적이 있냐고. 뭐라도 파야 나오든지 말든지 하지. 있을까 없을까 고민하고 걱정하는 동안 그나마 있던 재능도 말라버리기 일쑤다. 크리에이터의 재능은 오기로 버티며 자신감을 북돋아줘도 솟아날까 말까하다.
p.33
김영하나 성석제처럼 위트 있는 작가의 소설과 산문집을 베껴 써보는 것도 좋다. 문장을 수련하는 데는 필사가 최고. 쓰면서 음미하다 보면 문장은 좋아지기 마련이다. 단, 이렇게 글발 좋은 작가들의 글을 자꾸 베끼다가 자신만의 색깔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할 것!
p.64
평소에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많이 갖기를. 호기심을 귀찮아하지 말기를. 다방면의 문화적 자극에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노출하기를. 설령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그것이 감성 훈련의 밑바탕이 된다. 더 많은 무게를 들기 위해 근육을 키워야 하는 것처럼 더 나은 크리에이티브를 위해서는 감성을 훈련해야 하고, 감성을 불리기 위해 필요한 단백질이 간접경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p.108
나만의 시간 관리 원칙 첫 번째는 할 일이 리스트보다 안 해도 될 일의 리스트를 먼저 만드는 것이다.
p.111
차라리 시험처럼 답이 있다면 속이라도 시원하겠는데 취향의 문제까지 개입하니 욕을 먹을 때 억울함은 더 커진다.
견뎌내야 한다. 모욕마저 크리에이티브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대중의 비난 또한 크리에이티브가 감내해야 할 쓴맛이다.
p.143
자료조사를 하다보면 스토리나 캐릭터의 수정이 생기는데 아주 긍정적인 현상이다.
단 하나 명심할 것. 자료 조사는 인터넷에 온전히 의존하지 말라. 직접 취재하는 것이 최고, 그 다음은 책이나 논문. 그 다음이 영상자료, 마지막이 인터넷이다. 자료의 질과 깊이가 다르다.
p.164
이재익, <나 이재익, 크리에이터> 中
+) SBS 라디오 <두시탈출 컬투쇼>의 담당 PD이자, 영화 [원더풀 라디오]의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소설가 이재익이 이 책의 글쓴이이다. 남들은 한 가지 직업에 몰두하기에도 부족한 인생인데, 그는 세 가지 분야의 일을 해내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렇게 그를 설명하는 나같은 독자를 향해 그는 자기 만족과 보람 그리고 부지런함, 열정으로 그 답을 대신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진정 그가 크리에이터로서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당당한 사람은 말도 글도 당당하다. 타인이 어려워하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래도 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특히 그렇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이 책은 시나리오 작가든, 소설가든, PD든, 무언가 창작하고 만들어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지 돌아보게 만든다. 그의 말대로 한 1년쯤 집중적으로 글쓰기를 해본 사람이라면 적어도 자신의 재능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줄 수 있다.
그저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 창작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드문드문 일을 한다면 곧 자신의 바닥을 보게 되어 힘들 것이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좌절과 고난, 그리고 성공하는 모습들을 직설화법으로 드러낸다. 무엇보다 솔직하게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수많은 독자들을 향해 현실을 잘 그려준다. 또한 어떻게 한 편의 글을 창작해내는지 예를 들어 상세하게 설명한다.
작가로서 이렇게 솔직히 자신의 글쓰기 과정을 드러내는 그를 보면서, 나는 그가 정말 스스로의 글쓰기에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부러웠고 한편으로는 질투가 생겼다. 그리고 아주 작은 한 부분에는 반가운 열정이 생겼다. 이 책은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가 읽어도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