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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 우리가 알고 있던 만들어진 아프리카를 넘어서
윤상욱 지음 / 시공사 / 2012년 3월
평점 :
카리브 제도 출신의 흑인 정치가 리처드 무어는 '개와 노예는 주인이 이름을 지어준다. 오직 자유인만이 스스로 이름을 짓는다.'고 했다. 아프리카인들도 이제는 누군가의 간섭 없이 스스로를 자유롭게 정의해야 할 것이다. 피부 색깔을 공통분모로 한 인종적 민족주의의 부활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유럽과 아랍의 간섭없이 아프리카인 스스로가 평화적이고 긍정적인 정체성을 모색할 수 있기를 희망할 뿐이다.
p.33
아프리카를 소위 '젊은 대륙'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청년층이 절대 다수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는 활기에 차 있고 그 미래도 긍정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식의 전망은 상당히 씁쓸한 느낌을 준다. 아프리카에는 '젊은 일꾼들이 많다.'고 말하기보다는, 높은 유아 사망률과 영양 부족, 에이즈, 말라리아, 내전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빨리 죽는다고 하는 편이 옳기 때문이다.
p.108
노르웨이는 천연자원을 '우리 모두의 재산'으로 보지만, 아프리카는 '나의 재산'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노르웨이인들은 현 세대뿐만 아니라 후손들도 석유의 혜택을 누리도록 배려하고 있으나,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그런 안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프리카에서 자원이날 지금의 나, 그리고 나를 돕는 이들의 재산으로 인식될 뿐이다.
자원은 유한한 것이기 마련인데, 그 혜택을 오늘날 집권자와 엘리크 집단의 축제에 전용하는 것은 그 나라의 장래를 망치는 횡령 행위다.
평범한 진리일수록 더욱더 외면받는 곳, 아프리카의 현실이 너무나도 아쉽다.
p.140
아프리카 국민들은 이렇게 '버려져' 있다. 기본적인 국가 기본 서비스를 누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직접적인 탄압을 받기도 한다.
그저 버려지기만 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p.247
윤상욱,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中
+)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아프리카에 대해 가졌던 고정관념이 과연 사실인지 논증하는 책이다. 즉, 이 책에는 아프리카인들이 겪어온 고통과 헤어나오지 못하고 계속되는 모순점에 관한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아프리카가 가난한지, 왜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잘 알게 되었다.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는 우리가 아프리카에 가졌던 수많은 ‘왜’에 대한 해답이 될 것'이라는 설명은 정확했다.
나는 이 책이 '아프리카는 왜..?"라는 질문에 수도없이 답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생각보다 아프리카의 현실은 심각하다. 그건 너무 오랫동안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가 지속되고 있으며, 지배자들은 권력과 부를 손에 쥐고 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프리카인들은 지금 당장의 먹을거리를 구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에 내일을 생각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악순환의 반복이다.
그런데 이건 또 굳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를 만들어낸 것은 유렵을 비롯한 강국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아프리카를, 아프리카 사람들을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곳의 자원을 이용할 수 있을지에 집착한다. 저자의 언급대로 이제 물자를 지원하는 구조는 그들에게 아무 소용이 없다. 그것이 제대로 전달되는지도 알 수 없고, 부정부패가 심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지배자의 배를 채우는 역할을 할 뿐이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매우 충실하나, '앞으로 어떻게?'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언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긴, 그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프리카 연구자가 아프리카 연구를 더할 수 없는 이유로 '우울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했다는데, 나는 그 말에 공감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 무엇을 도와야 하는가.
아프리카를 살리기 위한 대안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아프리카의 현실에 대해 우리가 상세히 알 수 있도록 잘 정리하여 우리의 관심을 아프리카 문제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계속되는 모순 속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에 우리는 끝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책은 매우 성실하고 착실하다. 독자로 하여금 아프리카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