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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필립 그랭베르 지음, 홍은주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먼저 간 소중한 사람들이 부활해주기를 진정으로 원하는 걸까?
그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아냐, 라고 내처 덧붙인다. 사랑한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건 절대 기쁜 일이 아닐 걸. 애통한 울음 속에 누워 있던 고인, 저마다가 진심을 다해 다시 살아올 수만 있다면, 하고 빌었던 고인이 눈을 살짝 뜨거나 팔을 수줍게 내뻗으면 주저앉아 슬퍼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혼비백산할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지.
p.86
생트안느 병원의 케이스 발표에도 매주 나갔는데, 한 인턴과의 토론 중에 교수가 했던 한마디가 잊히지 않았다. "정신질환자는 정신병에 '걸리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정신질환자이다"라고, 그는 또박또박 말했다. 그는 "미쳤다고 시인하는 사람은 미친 게 아니다"라고 조롱조로 덧붙였다.
p.151
불가해한 그 확신이 나는 정말이지 싫다. 그것은 손가락 하나 밀어 넣을 틈도 없는, 숨 막히는 확신이다.
p.162
필립 그랭베르, <악연> 中
+) 소설가이자 정신분석가인 필립 그랭베르는 이 책에서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두 소년의 틈에서 끄집어낸다. 이 책은 '분신'과 '비밀'에 대한 충격적 진실을 다룬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두 소년이 어렸을 때부터 함께 지내면서 우정을 키워가는데, 그러다가 그 둘 중 한 소년은 언젠가부터 상대방의 눈치를 보게 된다.
자신의 행동에 상대방이 어찌 생각할지 계속 신경쓰며 상대방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끔씩 거짓을 말하기도 한다. 그런 그들이 대학생이 되면서 각기 다른 전공을 선택하게 되고, 서로 조금씩 거리가 생기면서 몰랐던 그들의 본모습을 발견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추후에 알게 되는 '나'의 친구, '만도'의 정신착란 증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만약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상당히 충격적인 작품이 되지 않을까. 사람 사이의 비밀에 대한 의미와, 맹목적인 믿음이 몰고오는 충격이 섬세하게 잘 그려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