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레미 말랭그레 그림, 드니 로베르 외 인터뷰 정리 / 시대의창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회가 민주화될 때, 달리 말해서 국민을 강제로 통제하고 소외시키기 힘들 때 엘리트 집단이 선전이란 방법을 동원합니다. 자연스런 현상이기도 하지만, 과학적 수법과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여타의 수법까지 동원한 공개적이고 의도된 현상이기도 합니다.
홍보와 광고, 그래픽 아트, 영화, 텔레비전 등을 운영하는 거대 기업의 주된 목표가 무엇이겠습니까? 무엇보다 인간 정신을 지배하는 것입니다. '인위적 욕구'를 만들어내서, 대중이 그 욕구를 맹목적으로 추구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로 대중은 서로 소외되어 갈 뿐입니다.
인공의 벽을 세우고 대중을 그 벽 안에 가둬 격리시키려 합니다.
pp.28~29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진실입니다. 진실된 말은 꾸밀 필요가 없습니다. 꾸민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현실을 사실대로 설명할 때 우리 모두가 진실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습니다.
p.37
무엇보다 국민이 깨어나야 합니다. 내가 미디어, 학교 지배 계급의 문화에 반대하며 민중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여론의 압력이 더해질 때는 어떤 일이라도 가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120
세계화는 결코 자연스런 현상이 아닙니다. 분명한 목표점을 지향해서 정치적으로 고안된 현상입니다.
p.134
기존 생각에 변화가 있을 때 혁명이 일어납니다.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무너뜨리겠다는 실천적인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의지를 상실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더욱 키워나가야 합니다. 19세기 정신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19세기 사람들은 달랐습니다. 그 시대 사람들은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임금 노동은 노예제의 다른 형태일 뿐이라 생각했습니다.
p.164
만약 당신이 앞장서서 기존 질서를 뒤바꾸려 한다면 그 대가를 호되게 치러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끊임없이 회유와 협박에 시달려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요컨대 행동하기 위해서는 그 대가를 기꺼이 치르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행동하고 싶다면 주변의 소리에 귀를 막아야 합니다. 주변의 소리를 무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자유롭게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pp.169~171
드니 로베르,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中
+) 이 책은 프랑스의 저널리스트들이 언어학자이면서 정치 현실에 깊은 관심을 갖는 '노암 촘스키'를 인터뷰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두 시간에 걸친 촘스키와의 대화를 정리하는 데 2년이 걸렸다고 한다. 촘스키의 현재적 고민과 시대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나는 책을 읽을수록 더 더 깊이 빠져들었는데, 그가 설명하고 있는 프랑스, 유럽, 미국의 현실이 지금의 우리와 닮아서이기 때문이다.
촘스키는 이 책을 통해 지식인과 거대 기업들이 정부를 움직이게 만들고, 선전을 이용해 대중을 소외시킨다고 주장한다. 이런 건 역시 어느나라다 마찬가지인가 보다.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닐 터. 정치적 혹은 사회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있을 때마다 언론은 종종 사람들의 관심을 쏟게 만드는 다른 흥미로운 사건들을 터뜨린다. 촘스키가 조작된 언론을 혐오하고 불편해하는 것이 바로 이런 점이다.
지금 우리의 현상황도 이렇다. 언론들은 끝없이 말장난을 치며 같은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보도하고 대중들을 속이고 있다. 읽기 나름인 문장들을 나열하여 멋대로 해석하게 만들고, 마치 그것이 진실인양 드러내는 것이다. 촘스키는 언론이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연한 말이다. 언론을 통한 수많은 선전들이 대중의 눈을 가리고 있다. 사람들은 수많은 선전 문구 그 너머 진실을 보아야 한다.
물론 촘스키는 표현의 자유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검열하여 출판을 못하게 만드는 짓 따위는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촘스키가 우리나라 군대에서 불온서적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걸 알면 얼마나 어이없어할까. 잘못된 글을 잘못된 글이라 판단할 수 있는 것, 옳고 좋은 글을 옳고 좋은 글이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대중의 몫이다. 그런 책의 출판까지 막아서는 안된다. 표현의 자유는 인정해야 한다. 이는 요즘 문제가 되는 우리의 팟캐스트에도 해당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중요한 것은 완전히 옳거나 완전히 그른 것은 없다는 점이다.
어쨌든 촘스키의 말대로 교육의 힘으로 올바르고 용기있는 진실한 지식인들이 끝없이 양성되어야 한다. 지식인이라고 해서 다 같은 사람은 아니니까. 촘스키처럼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실천적인 지식인이 많았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몹시 가슴이 뛰는 글을 읽은 것 같아서 행복하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모든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진실이 통하는 세상을 위해, 용기 있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