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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기도
레이첼 나오미 리멘 지음, 류해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할아버지, 그럼 생명을 자라게 하는 게 물이에요?"
외할아버지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며 말씀하셨다.
"네쉬메레야, 생명을 자라게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성실함이란다."
p.17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삶을 축복하고 있다. 가장 단순하고 일상적인 행동이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축복이 될 수도 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한 통의 전화, 가벼운 포옹, 귀를 기울여 들어주는 것, 따스한 미소나 눈인사 등이 그네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p.21
우리 자신이 축복을 받았다는 느낌을 가질 때에만 우리는 누군가를 축복해줄 수 있다. 삶의 축복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 삶을 어떻게 즐기는가 배우는 것이다. 축복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우리의 삶에서 간혹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면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삶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눈을 키워 나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p.32
우리 대부분은 스스로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삶을 산다. 어떤 일을 다르게 하거나 새로운 일을 찾아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같은 일을 새로운 방법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가 새로운 관점을 지닌다면 오랫동안 해왔던 일들 안에서 놀라운 축복을 발견하고 경이로움을 느낄 것이다.
p.133
삶과 어깨동무를 한다는 것은 때로 아주 복잡한 일이다. 때로 우리는 무조건 다른 사람을 보호하고 도와주려고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대개 임시적인 방편이 될 뿐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삶을 진정으로 축복해주는 방법은 그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스스로 어떤 일을 해나가도록 지지해주면서 가만히 어깨동무해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아직 신뢰가 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를 무조건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그 믿음이 그의 삶에 커다란 버팀목이 된다.
p.281
레이첼 나오미 레멘, <할아버지의 기도> 中
+)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삶은 그 자체로 축복이고 그 자체로 의미있는 일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왜 사는가에 대해 궁금해할 때가 있는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왜'라는 질문보다 삶을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훨씬 더 의미있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저자는 어렸을 때 외할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배우고 깨닫고 습득해간 지혜로 이 책을 만들었다. 또한 자신이 의사이기 때문에 그가 만난 수많은 환자들과의 대화와 그들과의 경험을 통해 삶에 대한 지혜를 적고 있다.
여느 책처럼 단순히 삶에 대한 지도서라기 보다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사실들과 지혜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읽는데 신뢰감이 생긴다. 또한 어떤 대단한 말보다 우리가 삶을 바라볼 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어떤 마음으로 삶을 수용해야 하는가 천천히 이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숭고하고 신비로운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보는 것, 듣는 것, 겪는 것에 한정하여 삶을 바라보는 것은 지독한 아집이지 않을까. 저자의 말대로 우리가 아는 지식이 피상적일 수 있고, 세상이 우리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란 물론 쉽지 않지만, 틈틈히 우리는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우리에게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겨야 한다. (여기서 믿음이란 사람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어떤 관계에 있어서도 해당되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후회가 되거나, 산다는 것에 의문이 든다면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