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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젊은 수필
김귀숙 외 지음 / 문학나무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세상의 모든 뒤는 앞만 못하다. 앞은 밝고 전진적이며 긍정적이다. 그에 반해 뒤는 정지한 듯 습하다. 때로는 사람의 마음을 턱없이 깊게 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등을 바라보고 섰을 때의 수많은 생각들은 그 사람의 빛나는 눈을 보는 순간 안개 걷히듯 사라진다.
p.83 김은주, '등'
업는다는 것은 한 생명체의 무게를 고스란히 내가 감당하겠다는 의미이며, 한 사람의 걸음으로 둘이 나아가겠다는 뜻이다.
p.278 정성화, '동생을 업고'
세월은 두루마리다. 새 달력을 받아들고 얼핏 스친 생각이다. 아니다. 세월은 네모다. 도르르 말려 있던 달력을 펼치니 세월은 금방 네모로 변해버린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수많은 시간까지 내 손안에 쥔 것처럼 뒤집어 말아 휘적휘적 흔들어 본다.
p.311 정해경, '달력의 동그라미'
김귀숙 외, <젊은 수필> 中
+) 이 책은 등단 5년차를 기준으로 선발된 젊은 작가와 중진들의 글을 중심으로 수록되었다. 작가들의 나이가 기준이 아니라, 등단을 기준으로 젊은 수필가들의 글을 모아놓았다. 나는 이 책을 몇 달 전부터 마음 내킬때마다 천천히 읽었는데. 수필의 참맛이 느껴지는 글들도 많은 반면, 수필이라는 특성에 끼워 맞춰 놓은 글들도 제법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글에는 시나 소설에서 맛볼 수 있는 감동이 느껴졌는데. 발상 자체가 독창적일수록 시로 썼으면 하는 바람이 보태어지고, 체험한 이야기가 맛깔스러울 때마다 좀 더 늘여서 소설로도 써보았으면 싶었다. 물론 수필 자체로도 무척 훌륭했지만, 그런 장르의 이동도 연상해볼만큼 좋은 글이었기 때문이다.
수필은 솔직한 글쓰기이다. 또한 깨달음과 감동을 짧은 순간에 선사한다. 나는 수필의 경건함과 진실함, 그리고 감동을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필이 현재 문학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보다 더 가치있는 글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필이 본격적인 문학의 장르로 인정받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읽었다. 수필이 무엇인가 느껴보고 싶었다면, 혹은 요즘 수필의 경향에 대해 배워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