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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그녀에게 - 서른, 일하는 여자의 그림공감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독서를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대개 위로받기 위해 책을 읽는다. 책 속에서 주인공의 외로움과 아픔을 읽어낸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한다.
p.30
"사람은 철저히 혼자가 될 때 비로소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그게 외로움이란 거다. 혼자 산다는 거 참 외롭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뎌내는 거지. 인간이란 누구나 마음 속에 갈매나무 하나쯤을 지니고 그를 생각하며 외로움을 이겨가는 거야."
p.90
1889년 1월의 편지에서 반 고흐는 동생에게 다음과 같이 썼다.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
p.135
결혼한 친구가 말했다. "남편은 나와 성격도, 관심사도, 취미도 달라. 그렇지만 같이 사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어. 나한테 참 잘해. 그게 중요해." 그녀는 얼마 전 자신의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써 놓았다. "평생을 살면서 유일하게 내 의지로 선택한 가족, 그게 남편이다."라고.
p.184
현역 최고령 비서로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도 직접 커피를 타고, 필요할 때면 회장 구두도 직접 닦는다고 밝힌 그분은 "차 끓이고, 커피 타는 일 하나도 자부심을 가지고 대했다."면서 "내가 타는 커피가 가장 맛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언제나 가지고 있었다."라고 했다. 진정한 프로란 저런 거구나! 나는 다시금 안분지족 하며 살기로 했다.
p.219
곽아람, <그림이 그녀에게> 中
+) 이 책은 신문기자 곽아람 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와 개인적인 단상들이 적혀 있다. 서른 살의 여자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고스란히 적혀, 그녀의 일상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명작들을 쉽게 감상할 수 있고, 저자의 단상들에 같이 호흡할 수 있어서 편안히 읽을 수 있다. 꾸중을 듣는 일 없이 살아온 모범생의 여성이 사회에 뛰어들면서 자신이 가진 '성실함'이 곧 '유능함'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동시에 깨달음을 얻어가는 이야기가 묻어난다.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작가의 단상이 명작 소개에서 그치거나 하지 않고, 명작의 의미를 되살리고 있다. 물론 그림은 보는 사람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그녀의 생각이 그림을 통해서 드러나거나 혹은 그림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의미있다. 일하는 여자, 서른 살의 싱글의 삶에 대한 시선이 잘 표현되어 있다. 지금의 그녀는 좀 더 나이가 들었겠지.
문득 저자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더불어 나는 어떤가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좋아했던 화가 이와에 더 많은 화가들을 만날 수 있음에 반가웠다. 또한 그들의 작품을 많이 알고 있기 보다 저자처럼 한 작품을 가슴깊이 느끼며 생각할 수 있다면 참 좋은 독자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마그리트를 좋아했음에도 '연인들'이란 작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쩜 저렇게 정확히 그려낼 수 있었을까. 에곤 실레의 '우정'을 보면서 내게 소중한 친구들이 떠올랐는데, 어쩌면 나도 작품 속의 우정처럼 그들에게 마음으로 기대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존 싱어 사전트의 '카네이션, 릴리, 릴리, 로즈'라는 그림은 처음 보았는데 크게 확대된 작품을 감상하고 싶을 정도로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이렇게 작은 그림으로 볼 때면 나쁜 눈을 탓하며 좀 더 큰 작품을 오래도록 서서 감상하고 싶은 소망을 갖게 된다. 폴 고갱의 '아레아레아'의 그림을 좋아했는데, 부끄럽게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 말이 '환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작품을 바라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