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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언니도, 세상 그 누구도 봄 님이 무의식 속에서 기대하는 종류의 사랑과 보살핌을 줄 수는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냉정해서가 아니라 봄 님이 내면에서 기대하는 그 사랑이 과도하게 부풀려지고 미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무의식적으로 계속 부모의 대용을 찾으면서 세상에 대해 과도한 온정을 기대하는 마음이 바로 봄 님이 상처를 입는 이유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봄 님이 기대하는 그 사랑을 스스로에게 베푸는 것입니다. 언니에게 책을 보낼 게 아니라 그 책을 자신이 읽고 스스로를 사랑하면서, 행복감과 활기를 느낄 만한 일을 찾아서 행하는 것입니다.
p.27
거듭 속으로 "상처를 입어도 괜찮다. ", "모욕당해도 죽지 않는다.", "거절당해도 나는 소중한 존재다." 등등의 구절이 뼈에 새겨질 만큼 반복하도록 일러주세요. 모욕과 거절의 상황을 겪으면서, 그 상처를 이겨내면서 조금씩 마음이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p.35
만일 당신이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당신은 그 사람 안에서 당신의 일부인 그 어떤 점을 발견하고 미워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일부가 아닌 것은 아무것도 우리를 괴롭힐 수 없다.
- 헤르만 헤세, p.43
사랑할 때 내면에서 올라오는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깊이 느껴보세요.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점검하면서, 내가 이렇게 의심이 많은 사람이구나, 내 불안감이 이토록 깊구나, 내가 이토록 질투가 심한 사람이구나....... 알아차리고 체험하는 겁니다. 그 일은 온몸이 무너질 듯 고통스럽고, 가슴이 바스라질 듯 힘들 것입니다.
그 다양한 감정들을 의식적으로 체험하고 넘어서고, 또 느끼기를 반복하다 보면 내면의 감정들이 완화됩니다.
그런 방식으로 단단한 덩어리가 물에 풀려나가듯 무의식에 응축된 '옹이'들이 천천히 해소됩니다. 무의식이 의식화되는 현상이라고도 표현합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사랑의 과정을 제대로 체험하고 나면 어느새 달라져 있는 자신을 느끼실 겁니다. 예전보다 편안하고, 덜 분노하고, 연인의 말을 믿을 수 있고, 무엇보다 사랑을 잘 이끌어나가게 됩니다.
pp.164~165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넘어가는 상처는 늘 '현재의 사건'으로 삶을 지배하게 됩니다. 아주 오래된 경험이라도, 이제는 잊었다고 믿더라도, 그까짓 것 아무렇지도 않다고 자부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p.239
자기를 사랑하는 것에는 자신을 존중하는 일도 포함됩니다. 타인의 부당한 요구를 정당하게 거절하는 일, 타인의 무례한 태도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일, 고통스럽거나 피학적인 관계 속에 자신을 방치하지 않는 일 등이 모두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더 나아가 자신에 대해 건강하고 성숙한 이미지를 내면에 정립하면 좋습니다. 그 이미지가 다시 자신을 만드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정한다는 사실을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p.251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은 "반복적으로 자신을 세상에 맞추어 나가는 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황야 님은 그런 행위를 '타협'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이해하고 계신 듯합니다. 하지만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대접을 수용하면서 자신을 낮추고, 부정하다고 여겨지는 조직의 논리에 자신을 맞추고, 도덕이나 정의조차 입장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세상과 어울려 사는 성숙한 태도입니다.
p.294
김형경, <천개의 공감> 中
+) 이 책은 김형경의 심리치유 에세이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조성되는 '관계'의 어려움에 대해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조언을 해준다. 작가가 이십대부터 접해온 심리학적 지식과, 실제 정신분석치료를 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책이라고 한다. 한겨레신문의 상담 코너를 통해 독자들과 나누었던 대화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자신에 대한 문제, 타인 관의 관계 문제, 가족과의 문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문제 등을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며 조언을 해준다. 김형경의 <사람 풍경>을 읽으면서 소설가 김형경의 내면을 살짝 엿보았다면, 이 책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고민들에 대해 정신분석학적으로 어떤 충고를 해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어떤 부분은 공감되고, 어떤 부분은 반감이 생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안고 사는구나 싶고, 때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것들도 그들에게는 심각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각기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사람들은 고민을 안고 사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 잘 모르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럴 때 이런 책을 읽으본다면 작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 작은 실마리는 자신을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란 사람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리고 나란 사람을 사랑하면서 지금껏 자신이 보는 세상을 조금 달리 볼 수도 있다. 그건 참 쉽지 않은 일이고 자주 잊어버리는 일이다. 매 순간 끝없이 나를 들여다보며 사랑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세상의 모든 고민과 문제 앞에 당당히 첫 걸음을 뗄 수 있지 않을까. 사람 사이, 관계의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