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경전 구절
이진영 엮음, 무비.원철.정목 스님 감수 / 불광출판사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노의 불씨가 모든 것을 태운다.

- 잡보장경 제10권

p.24

 

1.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病苦)로써 양약(良藥)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2.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마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3.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障碍) 없기를 바라지 마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장애 속에서 해탈(解脫)을 얻으라 하셨느니라.

4. 수행하는데 마(魔) 없기를 바라지 마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誓願)이 굳건해지지 못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魔群)으로써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5.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輕率)한 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여러 겁(劫, 어려움)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6.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마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순결함으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 하셨느니라.

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마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 지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써 원림(園林, 곧 무리)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8. 공덕을 베풀면서 과보를 바라지 마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圖謀)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덕 베푼 것을 헌신처럼 버리라 하셨느니라.

9. 이익을 분(分)에 넘치게 바라지 마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적은 이익으로써 부자가 되라 하셨느니라.

10.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마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 보왕삼매론

p.44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숫타니파타

p.47

 

몸보다 더한 괴로움이 없다.

이 몸은 괴로움을 담고 있는 그릇으로서 근심과 두려움이 한량없다.

그러므로 나는 속세를 버리고

도를 닦되 이 몸을 탐하지 않고

괴로움의 근원을 끊으려고 오직 열반에 뜻을 둔 것이다.

- 법구비유경 제3권

p.99

 

검은 업의 인을 지으면 반드시 검은 없의 과보를 받고

흰 업의 인을 지으면 반드시 흰 업의 과보를 받는다.

이것은 모두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 불설광명동자인연경 제 4권

p.257

 

 

이진영,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경전 구절> 中

 

 

+) 이 책에는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이 많다. 경전에 이렇게 좋은 글들이 많으니 사람들이 경전을 공부하고 가슴에 새기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서점에 오며가며 틈틈히 다 읽었다. 이 책을 읽기 위해 일부러 짬을 내어 약속된 시간보다 30분씩 먼저 출발하여 이 책을 손에 쥐었다. 그건 매번 조금씩 내 마음에 들어오는 구절들이 새로운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며 살지는 않을까? 항상 무언가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바라는데, 그것만큼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 줄은 모른다. 현재 내게 주어진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한 채 저 멀리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간절히 바란다. 웃을 수 있는 여유,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이런 책을 종종 읽는 것이 좋다.

 

늘 기억하고 있으면 좋을텐데, 욕심 많은 사람들이 아닌가.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몸을 가볍게 하는데 이런 책만큼 좋은 것은 또 없다. 잊을 만 하면 한번씩 되새기자. 천천히 경전 구절들을 곱씹으며 지혜를 기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 되풀이되는 연구 부정과 '자기검증'이라는 환상
니콜라스 웨이드.윌리엄 브로드 지음, 김동광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에서 엘리트주의는 합당한 근거를 가진다. 그러나 도처에서 나타나는 과도한 엘리트주의는 보편주의의 원칙을 훼손한다. 그것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엘리트 집단의 구성원들이기 때문에 이런 잘못된 관념이 수용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런 체제 속에서는 낮은 지위에 있는 이들이 내놓은 좋은 아이디어들이 무시될 수 있다는 점이다.

p.143

 

- 기만행위를 방지하는 길

 

첫째,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모든 사람은 연구에 구체적으로 주요한 공헌을 했어야 한다. 이보다 공헌도가 낮은 사람에 대해서는 논문 본문에서 분명하게 사의를 표시해야 한다.

 

둘째, 논문의 모든 저자는 공적을 취한 만큼 그 내용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논문 발표와 관련하여 양보다 질을 강조함과 동시에 겉만 번지르한 긴 논문 목록을 바탕으로 승진이나 연구 지원금을 결정하는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심사위원들은 연구 기록을 읽고 평가하는 정교한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pp.310~314

 

 

윌리엄 브로드, 니콜라스 웨이드 ,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中

 

 

+) 진실을 배반하는 기만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과연 과학자들뿐일까. 분야를 막론하고 학문과 연구를 주된 업으로 알고 사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자신의 예전 논문을 베끼고, 타인의 논문을 자신의 것인냥 표절하고, 뛰어난 제자나 후배의 연구를 가로채 자신이 한 것처럼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일. 사실 우리나라 학계에서도 오랜전부터 있는 일이다.

 

저자의 말대로 과학자를 비롯한 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학문에 대한 존중과 진실과 신뢰, 그리고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을 속이지 않는 일이다. 한 순간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연구 업적과 성과에만 매달려 옳지 못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그건 성과만을 강조하는 학계의 문제일 수도 있다. 양보다 질이 우선이며, 오랜 시간이 걸려도 학자들에게 충분히 시간과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또한 심시위원들의 자질도 문제다. 한 분야의 대표 학자로 인정받으면 그 시기가 상당히 오래 간다. 그러다보니 그 사람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쉽게 그 사람의 이론에 반대하지 못한다. 그가 심사위원으로 존재하는 많은 분야의 학회와 연구 프로젝트를 고려하여 그 사람에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지도교수와 제자 사이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어떤 것이든 투명해야 한다. 투명하게 평가하고 투명하게 심사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학계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서 철저히 권력으로 군림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몇 몇 사람에 불과한 작은 일로 치부하는 것을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학자들은 스스로에게, 타인에게 떳떳해야 한다.

 

그리고 연구 성과에 매달리지 않도록 학자들이 깊이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읽는 내내 현재 우리나라의 학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위한 연구이며, 학문인지 놓치며 사는 지식인들과 현실에 탄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누누이 말하지만 지식은 인간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삶의 근본적인 변화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가 있을 때 생겨난다. 다름 아닌 그 '지혜'를 갖는 것을 나는 인문고전 독서를 통한 '변화'라 이야기하고 있다.

p.77

 

1. 통독하게 하라.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내리 읽는 것을 뜻한다.)

2. 정독하게 하라.

3. 필사하게 하라.

4. 자신만의 의견을 갖게 하라.

5. 인문고전 연구가와 토론시켜라.

                                                                - 저자가 권하는 인문고전 독서교육 방법론

p.95

 

가난한 사람은 독서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독서로 귀하게 된다.

                                                                                           - 왕안석

p.140

 

인문고전은 치열하게 읽어야 한다. 미친듯이 지독하게 읽어야 한다. 그래야 깨달음이 온다. 그 깨달음을 여러 번 얻고 난 뒤에 역시 자신처럼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을 만나서 토론하면 그것이 최고의 토론이다.

p.215

 

 

이지성, <리딩으로 리드하라> 中

 

 

+)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나, 저자가 권하는 독서 방법론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통독하고, 정독하고, 필사까지. 과연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그 단계를 할 수 있을까. 시키면 할 수 있으나 그런 독서가 과연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인문고전 연구가와의 토론까지... 글쎄다. 주눅드는 아이들을 보게 되지 않을까. 아니면 연구가의 이론대로 따라가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을까. 비판적 독서, 사고력 독서의 측면에서 보면 조금 걱정이 된다.

 

하지만 어떤 책이든 한 권을 제대로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집중력과 문장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아이들은 재미있다면 한 권의 책을 몇 번이고 읽는 엄청난 힘이 있다. 정독한 후 자신들의 생각을 짧게라도 적는 것도 좋다. 그리고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과 토론을 해보는 것은 생각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부담이 되어서는 안된다. 일단 글을 적고 발표를 하며 토론해 가면서 아이들은 조금씩 천천히 성장할테니까, 어른들은 그 과정을 끈기있게 지켜보면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번 읽은 책은 (시집과 연구서, 철학서 약간을 제외하고) 다시 읽는 편이 아니다. 부끄럽지만 아직도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나 정독보다 다독의 입장에 서게 되니 그것도 별로 좋지 않은 습관이다.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읽는 것이 더 좋다는 것쯤은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집중해서 읽게 되는 연구서와 철학서적들을 멀리 했더니 이런 버릇이 악화된 듯하다.

 

어쨌든 어떤 책이든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집중해서 읽는 것이 좋다. 한 권의 책 전부를 이해하려고 욕심내라는 말이 아니라, 한 권의 책에서 하나의 문장이라도 잘 소화시킬 수 있는 힘을 기르자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전 독서가 사람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추천 도서도 있는데 내 생각에는 그 중에서 본인이 관심 가는 것들부터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실 책을 읽는다는 것에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곤혹스러움도 없으니까. 필요에 따라 책을 읽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참 죽을 맛이었다. 그러나 부담없이 책을 읽는 요즘은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며 지낸다. 아이들의 독서에도 그게 필요하지 않을까.

 

가벼운 고전부터, 읽게 하는 것이 좋다. 나는 어른들에게도 그런 방법을 권한다. 동화책이나 그림책도 매우 좋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읽는 책을 어른들이 보아도 좋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정신적인 성장에는 학년이나 나이를 매기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나는 아직도 아이들의 그림책을 읽으며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얻으니까. 고전도 마찬가지다. 저학년들이 읽어야 할 고전이라고 해서 우리가 읽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쉽게 고전에 다가서는 것이 흥미를 키울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저자의 말대로 그렇다고 저자의 독서법이나 추천도서를 무조건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저자는 고전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다.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은 고전 읽기 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지음, 이석태 옮김 / 보리 / 199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상적인 삶은 어떤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그 이상이 관례에서 멀어질수록, 더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당신의 이상이 정신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며, 정직하고 진리에 따라 살고자 하면 그 이상을 이루기 위해 의식주마저 희생할 수 있다.

p.25

 

인생은 당신이 배우는 대로 형성되는 학교이다.

 

당신의 현재 생활은 책 속의 한 장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은 지나간 장들을 썼고, 뒤의 장들을 써나갈 것이다.

당신이 당신 자신의 저자이다.

 

(중략)

 

온 세상이 단 하나의 귀만으로 당신의 말을 들으려고 하는 듯이

그렇게 말하라. 진실로 그렇게 하라.

 

당신의 모든 행위가 당신의 머리 위로 되돌아오는 것처럼 행동하라.

진실로 그렇게 해라.

 

휘트먼의 <풀잎> 中

p.42

 

"건강, 책, 일 그리고 여기에 사랑이 더해진다면 운명이 주는 모든 괴로운 고통과 아픔도 견딜 만해진다."

p.99

 

우리는 조화로운 우리 생활이 다른 사람들을 위한 모범이라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그릴 수 있는 가장 나은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순례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모든 훌륭한 진취적인 정신과 함께 앞서 가는 삶의 물결에 합류하는 데 기쁜 책임감을 느꼈다. 이것은 긍정하고 기여하는 삶이며, 모든 행위와 나날의 삶에 목적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최선의 삶이란 어떤 주어진 여건에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는 것임을 알았다.

p.125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묘법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제시했다.

 

1.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

2.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라.

3.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4. 집, 식사, 옷차림을 간소하게 하고 번잡스러움을 피하라.

5. 날마다 자연과 만나고 발 밑에 땅을 느껴라.

6. 농장일 또는 산책과 힘든 일을 하면서 몸을 움직여라.

7. 근심을 떨치고, 하루 하루씩 살아라.

8. 날마다 다른 사람과 무엇인가 나누라. 혼자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무엇인가 주고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를 도와라.

9. 삶과 세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라. 할 수 있는 한 생활에서 유머를 찾아라.

10. 모든 것에 내재해 있는 하나의 생명을 관찰하라.

11. 모든 피조물에 애정을 가져라.

p.186

 

당신이 믿는 대로 행동하시오. 당신이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친절하도록 해요. 나는 사람들이 몸으로나 정신으로나 그렇게 살도록 돕고 싶은데, 그렇게만 되면 지구는 지난 날보다 더 살기에 좋은 곳이 될 거요.

p.227

 

 

헬런 니어링,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中

 

 

+) 맹목적인 믿음은 진실을 왜곡시킬 수 있다. 또한 잘못된 신뢰를 쌓기도 한다. 저자의 삶을 들여다보며 오히려 아슬아슬한 위태로움을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이 뭐냐고? 행복은 진짜다. 나는 아직까지 진짜를 본 적이 없으니까. 그게 어떤 건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딱 보는 순간 알 수 있다. 장담한다. 진짜란 그런 거니까.

 

나는 진짜를 찾기 위해 가짜를 하나하나 수집하는 중이다. 세상의 가짜를 다 모아서 태워버리면 결국 진짜만 남을 것이다. 시간은 좀 오래걸리겠지만, 그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다.

p.56

 

사랑한다는 말은 어떻게 표현하지? 오랫동안 그 문제로 고민을 했지만, 사랑한다는 걸 행동으로 어떻게 나타내야 하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서, 결국 할머니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은 할 수 없었다. 아쉬운대로 벽에 그 글자를 붙여두기만 했는데, 할머니는 가끔 그 글자를 멍하니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맛있다. 밥 먹어. 잘 잤어. 할머니가 '사랑해'란 글자를 보며 상상하는 어떤 단어든, 결국은 다 사랑에 포함되는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사랑은 원래 그런 거니까.

p.82

 

걸으면서 걷는 이유를 까먹으면 아무 데나 주저앉아 내가 걷는 이유를 생각했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주워야 할 과자 부스러기, 동전, 진짜엄마. 어디로 가야 할지는 모르지만, 갈 곳을 모른다고 해서 제자리에만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진짜엄마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서 진짜엄마를 포기할 수 없듯이.

p.119

 

늘 불행한 사람이라면, 나를 알아보지 못할 테니까. 불행한 사람은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다. 오직 자기 가슴속만 보고 산다.

p.238

 

 

최진영,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中

 

 

+) 이 책은 2010년 제15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작이다. 2006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최진영의 장편소설인데, 당시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당선된 작품이다. '탁월한 감수성과, 말을 다루는 재주가 빼어나다'는 심사평을 받았는데, 그 심사평에 매우 공감한다. 오랫만에 추상어, 개념어를 제외한 짧은 문장으로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소설을 읽었다.

 

이 책에는 진짜 엄마를 찾는 소녀를 통해 현대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묘사한다. 게다가 그것을 아무 것도 모른 채 바라보면서, 마치 세상을 아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소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자신의 이름도 모르는 소녀는 황금다방 장미언니, 태백식당 할머니, 교회 청년, 폐가의 남자, 각설이패 등을 만나면서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마다 버려지거나 도망치게 된다. 그들을 만날 때마다 소녀의 이름은 늘 새로워지듯, 소녀는 행복에 대해 새롭게 느끼게 되고, 진짜 엄마의 조건을 하나씩 붙인다.

이 책은 철저하게 소외당한 소녀를 중심으로 인간의 욕망, 무관심, 가족 등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성장담으로 치부하기엔 이 소설이 제시해주는 것들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간결한 문체를 사용하고, 사건의 전개에 치중하고 있는 문장이지만, 읽으면서 무척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그간 수상한 한겨레문학상 작품들 중에 높은 순위로 꼽을 수 있을정도로 괜찮은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