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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제가 옛 그림 전문가라고 해서 제 얘기를 무조건 믿지는 마십시오. 정당한 의문이라면 항상 의심을 품을 수 있어야 합니다.
p.51
우리가 작품을 올바르게 감상하기 위해 신경을 썼던 것은 다만 세 가지 기본 상식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첫째, 작품 크기의 대각선 또는 그 1.5배 만큼 떨여져서 본 것, 둘째,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쓰다듬듯이 바라본 것 그리고 셋째,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세부를 찬찬히 뜯어본 것뿐입니다. 무슨 특별한 학식이나 교양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지요. 이렇듯 예술이란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것입니다.
p.77
조선은 선비의 나라, 일본은 사무라이 나라입니다. 서양도 크게 보면 나이트(Knight), 즉 무사들의 나라입니다. 무사들의 문화라는 것은 화려하고 표현적인 것을 좋아하고 직정적이며 좀더 심한 경우 관능적이기까지 합니다. 일본 그림에 금가루 은가루 뿌리고 색을 오만가지 원색으로 야하게 쓰고 한 것, 익히 보셨지요? 반면에 선비들이란 본래 은은하고 점잖은 것을 좋아합니다. 따라서 표구를 할 때도 우리나라에선 비단에 이렇게 무늬가 요란한 것을 스지 않고 그저 단색으로 옅은 옥색 바탕을 위아래에 민패로 깔고 말아요. 그랬던 것을 이렇게 그림 바깥쪽에 온통 정신 사납게 금빛 국화무늬며 구름 문양 등을 가득 둘러놓았으니, 그만 그림이 꼭 갇혀 가지고 기를 펴지 못하고 전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p.127
'마음에 내적인 성실함이 있으면 그것은 밖으로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 뜻을 성실하게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
p.187
오주석,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中
+) 이 책은 실제 작가의 강의 내용을 채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저자의 설명이 매우 쉽게 서술되어 있으며, 읽는 이로 하여금 이해하기 쉽고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어서 '그림'을 감상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우리는 흔히 한 두번쯤 그림을 감상하러 전시회에 가곤 한다. 전시회에 가서 사람들을 따라 줄을 서고, 천천히 걸으며 그림을 본다. 간혹 팜플랫을 들고 설명을 읽기도 하지만 그런 것은 그림을 보는데 중점이 될 수 없다. 저자는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작품 크기의 대각선 또는 그 1.5배 만큼 떨여져서 볼 것, 둘째,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쓰다듬듯이 바라볼 것, 셋째,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세부를 찬찬히 뜯어볼 것.'
이 간단한 방법을 갖고 그림을 보니 세세한 것들까지 보게 되고, 저자의 설명대로 김홍도의 그림을 보니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림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될 정도였으니 저자의 강의에는 분명 엄청난 흡수력이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옛 그림을 감상할 때 옛 사람의 마음을 상상하며 보라는 것이다. 그들의 마음으로, 그들의 시선으로 그림을 본다면 거리감이 훨씬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청소년들이 보기에도 매우 유익한 책이고, 어른들을 위해서도 흥미로운 책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화가들이 얼마나 정성스럽게 그림을 그렸고, 초상화를 그릴 때도 얼마나 사실적으로 묘사했는지(특히 얼굴의 검은 기미까지 그린 것을 보고 입을 딱 벌렸다.ㅋ) 볼 수 있다. 저자의 설명을 토대로 수십 편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데 전시회에 다녀온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유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