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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 지적 망국론 + 현대 교양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정환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어떤 문제든 그 문제의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하고 지금 무엇이 필요하며 누가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정확한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하다. 문제해결에 참가하는 전문가도 전문 영역을 초월한 시각을 가질 수 잇는 제너럴한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하다.
그런 인재를 사회에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학생을 전문 과정으로 밀어넣어 좁은 영역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스페셜리스트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전문 영역까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제너럴리스트를 육성하기 위해 새로운 리버럴 아트를 구축하는 것이다.
p.52
빵을 얻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지적인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단지 그 이유만으로 갖추려 하는 지식이다. 그런 지식의 총체가 교양이다.
p.134
프랑스에서도 교양은 아는 게 아니라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적인 사색이란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추론을 만들고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정답이 있는 문제에만 매달려 그것을 머리 속에 입력한 우등생이 승자 취급을 받는 일본의 중‧고등교육과는 근본적으로 교육방침 자체가 다르다.
p.143
교양은 지(知) 그 자체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를 경멸하고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 지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얻은 지식뿐 아니라 지식을 얻는 과정에서 양성된 지적이고 도덕적인 인격이며 그런 인격을 가진 사람이 ‘교양인’으로 불리는 것이다.
p.145
다치바나 다카시,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中
+) 도쿄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다치바나 다카시’는 이 책을 통해 일본 최고의 명문인 도쿄대에 다니는 학생들이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함에 대해서 탄식한다. 비단 그것은 일본 도쿄대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학생들 또한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우쳐 기본적인 교양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는 이 점에 대해서 틀에 짜여진 문부성의 입시위주의 교육과 획일화된 수업이 큰 문제임을 지적한다. 주입식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스스로 더 이상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중고등교육에서 받아온 획일화된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 선생이 전하는 것을 받아적고 그것을 암기하여 시험을 보는 것에 익숙해있다. 저자가 자율적으로 시험 문제를 내고 답안을 작성하게 하자 많은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했는데, 수준 낮은 답안은 물론 기본적인 문법이나 단어 선택 혹은 문장 구성력이 떨어지는 답안을 작성했다. 이는 학생들이 몇몇 과목에 치우친 공부를 암기식으로 해왔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결코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흔히 말하는 교양을 기르기 위해, 통합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대학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본의 교양학부가 사라지듯 우리 나라의 교양학부 또한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렇게 전문화되고 분업화된 대입 전공은 학생들의 통합적 사고능력을 퇴화시키고 있다.
저자는 교양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교양’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자칫 교양의 경중을 헷갈릴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저자는 단순한 예로 인문학도와 공학도의 대화를 든다. 그들은 서로의 분야에 대해 가장 기초적인 지식을 몰라도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공학도가 읽은 문학책은 거의 없고, 열역학 법칙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인문학도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아, 물론 이건 평면화된 대화의 구성이므로 예외적인 경우가 있음을 충분히 인정하자. 다만 인문학도인 나는 왜 그렇게 공감이 되는지 부끄러웠다. 나 또한 과학적 지식에 대해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부족하다. 그건 저자의 지적대로 나의 분야가 아니므로 당당하게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전공이 아니라는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이제 사회는 달라지고 있다. 멀티가 가능한 사회에서 서로의 분야를 넘나드는 일은 당연하다.
다시 말해서 현대사회에서 전문화된 영역의 전문가는 넘쳐난다는 말이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그들을 올바르게 지도할 수 있는 지도자들이다. 그들을 관리하고 통솔하는 지도자는 전문 영역의 깊이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교양을 갖추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통합적 사고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처럼 교양의 가치도 높아져야 한다. 현재의 대학교육은 다양한 분야의 통합적 사고를 높이는 것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교양있는 지성인의 양성을 위해 대학이 나서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에 깊이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