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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라이프 - 우리가 꿈꾸는 또 다른 삶
쓰지 신이치 지음, 김향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슬로 라이프의 첫걸음은 산책을 되찾는 일이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곧게 뻗은 길을 버리고, 샛길로 들어가 한눈을 팔거나, 멀리 돌아가면서 이것저것 살펴보는 것을 자신에게 허용하는 일이다. 자동차를 타는 대신 천천히 걸어보는 사치를 자신에게 허락하자. 어디 한번, 느릿느릿, 어슬렁어슬렁 걸어 보자.
노는 즐거움, 자신이 어딘가 목적지로 가는 길 위에 있다는 생각에서 해방되어 지금을 사는 자유, 그저 거기에 존재함으로써 얻는 기쁨을 인정하자.
p.22
잡일 바구니 속에 우리들이 던져 넣은 것들ㅡ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나눈 이야기가 잡담으로 분류되고, 수험 공부나 취직 등의 실리로 이어지지 않는 공부는 잡학으로 분류된다. 마찬가지로 놀이, 취미, 간호, 기도, 친구들과의 어울림, 산책, 명상, 휴식, 이러한 것들은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생산적인 시간 속에 포함되지 못하는 '잡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생이란 애당초 이러한 잡일의 집적이 아니던가. '할 수만 있다면 하지 않고 지나가고 싶다.'고 여기는 일들이 실은 우리들이 '삶의 보람'이라 느낄 만한, 우리에게 깊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의 흐름들은 아닐는지.
p.65
치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랑뿐이다. 좀 뻔하기는 해도 역시 그렇게밖에는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사랑은 정말 더딘 것'이라고도 말해야겠다. 사랑에는 시간과 수고가 필요하고, 시간과 수고를 필요로 하기에 사랑인 것이다.
p.75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단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 걷는 속도로
걸어서 가면 된단다.
-기시다 에리코, <남쪽의 그림책> 중에서
p.82
'함께 사는 일' 또한 일종의 머무는 기술이자 지혜일 것이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함께 사는 일'은 점점 더 멀어진다. '함께 사는 일'이 인생의 본질적인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시 한번 '머무는 일'을 배워 볼 필요가 있다. 아니면 조금 더 천천히 움직이는 일을 배우기 바란다.
'머무는 일' 시간이 걸린다. '함께 사는 일'은 더욱 시간이 걸리며, 성가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시간이 없다면, 인생이 과연 살아 볼만한 것일까.
p.149
쓰지 신이치, <슬로 라이프> 中
+) 작가는 현대인들이 '더 빠르고 더 크고 더 강하게'를 외치는 순간에, '나무늘보'의 삶에서 배우게 된 '유유자적한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것은 저에너지, 순환, 공생, 비폭력, 평화의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하고, 그 삶이 '슬로 라이프'인 것이다. 현대인들은 남들과 같지 않으면 뒤쳐진다고 생각하며 무조건 앞을 향해 나아간다. 잠시라도 쉬는 순간을 용납하지 못하는데, 왜냐하면 그들에게 그런 시간은 '낭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시간 낭비'라는 개념이 옳은 생각일까. 작가는 '슬로 라이프'를 강조한다. 그 삶에는 환경 보호는 물론 우리에게 자유를 주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선사한다. 어쩌면 이런 생각들의 바탕에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그 첫 단계로 주변의 것들에서 한 걸음씩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착을 버린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이 책은 짤막한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환경운동에 앞서는 하나의 방법이 슬로 라이프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았다. 나의 한 걸음이, 나의 유유자적한 움직임이, 세상의 기계를 멈추게 만들고 환경 오염을 줄일 수도 있다는 사실, 놀라운 발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