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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사는 즐거움 - 시인으로 농부로 구도자로 섬 생활 25년
야마오 산세이 지음, 이반 옮김 / 도솔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자기 안이나 바깥을 불문하고 우리에게 선한 것으로 나타나고, 아름다운 것으로 나타나고, 사랑스러운 것, 행복한 것, 고요한 것, 영원한 것, 진실한 것으로 나타나는 것은 모두 신이자 신의 숨결이라고 말할 수 있다.
p.72
사슴과 원숭이가 먹지 않고 인간만이 먹을 수 있는 것을 재배하면 쓸데없는 싸움을 그네들과 하지 않아도 되므로 이쪽도 온화하게 살 수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서 마침내 그런 단순한 공생의 원리에 생각이 이르렀다.
p.197
인생에도 여러가지 국면이 있고,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삶의 방식과 행동 방식이 있지만 내 생각으로는 에베레스트 첫 등정에 성공했다고 하는 하늘을 찌르는 기쁨이나, 한 송이의 꽃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나 그 한순간 기쁘기 짝이 없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일상생활 속에서 이대로 좋다고 자신의 인생을 마음 밑바닥으로 부터 긍정할 수 있다면 굳이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에베레스트까지 갈 필요가 없다.
p.252
나의 여행은 '여기에 산다는 것' 속에 있다. 여기에 산다는 것은 삼라만상 속에서 삼라만상의 지원을 받아 가며 거기에 융화돼서 사는 것이다.
p.269
야마오 산세이, <여기에 사는 즐거움> 中
+) 이 책은 시인으로, 농부로, 구도자로, 한 가족의 아버지로 산 '야마오 산세이'의 에세이다. 그는 섬에서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하며 살았는데, 그의 생각의 바탕에는 '지구'가 존재한다. 그것은 인간 생활의 근원이고 근본이면서 핵심이다. 작가는 자신이 존재하는 '여기'가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며, 그곳을 살아가는 삶이 여행이 된다고 믿는다.
서술자에게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삶이 섬, '여기'에서의 삶이었다. 그런데 그는 아마 어느 곳에서라도 스스로의 삶을 더이상 바랄 것이 없는 것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의 자리에서부터 모든 것을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면서 삶의 여행이 시작된다. 꽃에서, 흙에서, 물에서 그는 행복의 요소를 찾고 그 기쁨들이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인간을 결국 자연으로 돌아감으로서 행복하고, 자연의 일부임을 인식할 때 더없이 자유로울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사슴과 원숭이가 작가의 농토에 침범하여 농작물을 먹을 때, 그가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 바로 그들이 먹지 않는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보다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작가가 추구하는 것은 그런 조화다. 내가 어디에 있든 그 자리에 속해서 잘 융화되어 살아가는 것.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자연이고, 인간이고,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