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문학사상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김욱동 해설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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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인물을 중심으로 가계 구도를 잘 알고 있어야 이해하기가 쉽다. 왜냐하면 5대에 걸친 부엔디아 가문 사람들이 겪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더군다나 그들의 이름이 선대의 이름을 따라 짓는 경우가 많아서 이름을 헷갈리기 시작하면 이 책을 읽는 것이 곤혹스럽다. 하지만 이 책은 5대에 걸린 가족사의 고통과 절망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으며, 적나라한 장면 묘사는 사실적으로 사건을 그려낸다.

 

이 작품은 부엔디아 가문의 선조가 마콘도 마을을 건설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질서 있고 열심히 일하는 곳이었던 마콘도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시들이 얼음, 자석, 확대경, 사진기와 같은 문명 세계의 발명품들을 마콘도로 가지고 오면서부터, 마을은 점차 다른 모습으로 변해 간다. 순수한 마콘도 마을은 현대 문명을 신기해하며 가까입 접할수록 몰락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 국가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내란을 비롯하여, 외국인들이 이 지역에 농장을 건설하여 노동자 착취가 이뤄진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속에서 그들의 욕망과 본능으로 혼란스러워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서슴지 않게 된다. 소설 중반부를 넘어서서 선대의 이름을 따라 후대에 이름을 짓는 부엔디아 사람들을 보면서 역사가 반복되듯, 운명이 반복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두려웠다.

 

이 소설은 긴 장편소설이고 인물에 유의하여 읽어야 하는 피곤한 점이 있지만, 어려운 내용으로 이루어진 작품은 아니기에 천천히 읽으면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명의 등장인물이 부담스러운 독자라면 좀 더 적은 분량의 소설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등장인물이 적은 작품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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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꾼들
윤성희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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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기억하는 거에요.”

p.88

 

게다가 동화책을 사주면서 할머니는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밑줄을 그어두라고 일러주었다. 그건 할머니가 백과사전을 읽을 때 익힌 습관이었다. “나중에 커서 밑줄 그은 부분을 다시 읽어보렴. 그러면 네가 얼마나 자랐는지 알 수 있을 거야.”

p.93

 

내가 배낭에 들어가자 아버지가 얼른 배낭 입구 끈을 조였다. “답답해요!” 소리치는 나에게 아버지는 짐이 되는 상상을 해보라고 했다. 나는 즐거운 일만 상상하기도 모자란 시간에 왜 짐이 되는 상상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얼른 밖으로 나가고 싶어 알았다고 대답했다.

p.138

 

윤성희, <구경꾼들> 中

 

 

+) 몇 년 전 본의 아니게 소설을 손에 들기가 어려웠던 때, 나로 하여금 '소설'을 다시 한번 되새겨준 소설이 윤성희의 소설집이었다. 윤성희가 썼던 한 편의 단편 소설을 읽게 되면서 그녀의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그 견고한 구성에 놀라워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윤성희의 첫 장편소설을 읽고 나는 계속해서 감탄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견고한 짜임새의 플롯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나는 작가의 성실함과 끈질김이 스토리와 플롯이 제대로 갖춰진 소설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윤성희 작가는 언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번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쉽게 말하면 한 가족의 모습을 전체 틀로 잡고 그들 개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이야기이다. 물론 중간중간 그들과 얽힌, 아니, 그들이 '구경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구경'이라는 단어가 자칫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이 작품에서 구경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과 연계하여 생각해야 한다.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보고, 자신의 삶을 통해 타인의 삶을 본다. 또한 같은 사건이었으나 다른 결과를 맞이할 수 있으며, 예상했던 뻔한 결과를 한 순간에 뒤집어버릴 수도 있음이 인생임을 알게 된다.

 

어이 없는 사고로 가족 중의 한 사람이 죽었을 때에도, 정의로운 행동으로 또 한 사람이 죽었을 때에도 그들 가족은 내면의 슬픔을 겉으로 드러내기 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극복한다. 비슷한 삶을 발견할 때까지, 두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 여행을 떠나거나, 회사를 관두고 사돈 댁의 족발 장사를 배우거나, 군대를 가거나, 죽은이가 살아 있는 것처럼 밥을 떠놓거나 등등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죽은 가족을 기억하고 있다. 그 기억이 잊지 않으려는 것이든, 죽음이라는 것을 인정하려는 것이든 중요하지 않다. 다만, 가족들은 가족이었던 그들을 어떤 기억으로든 남겨두려 한다.

 

나는 이 소설을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비롯하여 사람들의 삶이란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또 비슷한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삶이란 그렇게 조금은 다르면서 조금은 비슷한 역설적인 것이 아닐까. 긴 소설을 탄탄한 플롯으로 전혀 지루하지 않게, 전혀 허술하지 않게 쓴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모처럼 성실하고 진지한 장편소설을 읽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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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사는 즐거움 - 시인으로 농부로 구도자로 섬 생활 25년
야마오 산세이 지음, 이반 옮김 / 도솔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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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안이나 바깥을 불문하고 우리에게 선한 것으로 나타나고, 아름다운 것으로 나타나고, 사랑스러운 것, 행복한 것, 고요한 것, 영원한 것, 진실한 것으로 나타나는 것은 모두 신이자 신의 숨결이라고 말할 수 있다.

p.72

 

사슴과 원숭이가 먹지 않고 인간만이 먹을 수 있는 것을 재배하면 쓸데없는 싸움을 그네들과 하지 않아도 되므로 이쪽도 온화하게 살 수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서 마침내 그런 단순한 공생의 원리에 생각이 이르렀다.

p.197

 

 인생에도 여러가지 국면이 있고,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삶의 방식과 행동 방식이 있지만 내 생각으로는 에베레스트 첫 등정에 성공했다고 하는 하늘을 찌르는 기쁨이나, 한 송이의 꽃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나 그 한순간 기쁘기 짝이 없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일상생활 속에서 이대로 좋다고 자신의 인생을 마음 밑바닥으로 부터 긍정할 수 있다면 굳이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에베레스트까지 갈 필요가 없다.

p.252

 

나의 여행은 '여기에 산다는 것' 속에 있다. 여기에 산다는 것은 삼라만상 속에서 삼라만상의 지원을 받아 가며 거기에 융화돼서 사는 것이다.

p.269

 

 

야마오 산세이, <여기에 사는 즐거움> 中

 

 

+) 이 책은 시인으로, 농부로, 구도자로, 한 가족의 아버지로 산 '야마오 산세이'의 에세이다. 그는 섬에서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하며 살았는데, 그의 생각의 바탕에는 '지구'가 존재한다. 그것은 인간 생활의 근원이고 근본이면서 핵심이다. 작가는 자신이 존재하는 '여기'가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며, 그곳을 살아가는 삶이 여행이 된다고 믿는다.

 

서술자에게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삶이 섬, '여기'에서의 삶이었다. 그런데 그는 아마 어느 곳에서라도 스스로의 삶을 더이상 바랄 것이 없는 것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의 자리에서부터 모든 것을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면서 삶의 여행이 시작된다. 꽃에서, 흙에서, 물에서 그는 행복의 요소를 찾고 그 기쁨들이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인간을 결국 자연으로 돌아감으로서 행복하고, 자연의 일부임을 인식할 때 더없이 자유로울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사슴과 원숭이가 작가의 농토에 침범하여 농작물을 먹을 때, 그가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 바로 그들이 먹지 않는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보다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작가가 추구하는 것은 그런 조화다. 내가 어디에 있든 그 자리에 속해서 잘 융화되어 살아가는 것.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자연이고, 인간이고,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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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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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는 눈송이 하나하나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고통 받고 있는 여자의 한숨이라고 했었다. 그 모든 한숨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작은 눈송이로 나뉘어 아래에 있는 사람들 위로 소리 없이 내리는 거라고 했었다.

p.125

 

라일라는 인간이 직면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일 중에서 기다리는 일만큼 힘든 게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p.170

 

내가 전에는 그러하지 못했지만, 네가 다시 한번 문을 두드리면 문을 열고 너를 맞아들이고 너를 가슴에 안을 기회를 주면 좋겠다. 내 심장처럼 약한 희망이긴 하다. 나도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기다릴 것이다.

p.552

 

 

할레드 호세이니, <천 개의 찬란한 태양> 中

 

 

+) 이 소설은 아프가니스탄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장편소설이다. 전쟁이 휩쓸고 간 아프가니스탄에서, 두 명의 여주인공들이 살아가는 일생을 그리고 있다. 절망과 고통이 지속되는 시공간에서 그들이 되찾는 희망의 이야기는 가슴 아프게 공감된다. 비록 한 남자의 아내로 만난 두 여자이나, 그들이 꿈꿔온 여자의 일생은 그것과 사뭇 다르다. 딸로서, 아내로서, 여자로서, 엄마로서, 그들의 일생이 애처롭다.

 

외부의 폭력은 물론 가정내의 폭력까지 견뎌내는 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마음이 참 아팠다. 참는 것이 상책이 아닌데도 사회적 분위기와 전통때문에 옳지 못한 폭력에도 인내하는 그들을 보면서 답답한 만큼 안쓰러웠다. 아직도 세계의 어느 곳에서는 여자와 남자를 구분하여 철저하게 여성에게 불리한 사회적 전통이 존재하는 곳이 있다. 그건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될 일임에도 전통이라는 명목하에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편견이라고 말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여성들이 너무 고통스럽다. 이 작품은 세상의 모든 딸들이, 여성들이, 같이 읽고 같이 고통과 슬픔을 나누는 힘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굳이 여성만 읽으라는 말은 아니다. 남녀를 떠나 폭력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그 근원적인 힘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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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바스 아뜰리에
진정현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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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니고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랑한다.

-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중에서

 

늘 자연스럽게 사용하던 도구들이 / 가끔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컴퓨터도, 그 안에 있는 프로그램들도 / 아무 이유 없이, 고장도 아닌데 /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있다.

지금 내 머리도 마음도 정지 상태. / 제대로 작동을 해보려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 조작 가능한 버튼조차 찾을 수 없다.

 

"시스템을 다시 시작하시겠습니까?"

p.56

 

우리는 왜 / 타인의 불행을 보고서야 / 내가 가진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걸까.

우리는 왜 / 타인의 고통을 알고서야 / 우리 삶에 안도하게 되는 걸까.

지금의 건강한 젊음에 잘난 척하지 말자. / 잘난 척하지 말자. / 잘난 척하지 말자.

p.78

 

나와의 약속.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기.

좀더 큰 상상력을 발휘해서 표현하기.

힘든 일도 즐겁게 하기.

아픈 충고도 기꺼이 받아들이기.

화 내지 말기.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나다운 나로 살아가기.

p.124

 

 

진정현, <진바스 아뜰리에> 中

 

 

+) 진정현의 글과 그림이 있는 책. 작가의 홈페이지에 있던 글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 좋다. 누군가의 일기를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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