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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김사과 지음 / 창비 / 2008년 1월
평점 :
수정은 언제나 깊이 생각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수치심과 모멸감의 기억을 깊이 마주 보면 결국 박지예처럼 자살에 이르게 될 뿐임을 알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것은 단호하게 외면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을 충분하게 사랑하여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자아존중감을 높이자.
p.72
이해하지 않을 것. 그리고 침묵할 것. 그것이 그의 삶의 방식이다. 그렇게 단조롭고 평화롭다.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으며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생각은 그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스쳐 지나가고 바람과 모래에 섞여 날아가버린다. 그런 식으로 하루가 간다. 시간은 쉽게 흘러가고 걱정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간단하게 말해 그는 아무런 생각도 없고 아무런 의견도 없는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가 말이 없는 이유는 할말이 없기 때문이다. 과묵함은 단순한 뇌를 상징한다. 예의바름은 건조한 마음을 상징한다.
pp.193~194
니가 지금 우는 이유는 울음을 참는 방법을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거기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p.213
김사과, <미나> 中
+) 이 책을 읽은 소설가 김영하가 말한 '이상한 소설'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읽을수록 정말 이상하네,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처음에는 10대 소년 소녀들의 자유와 그들을 억압하는 세대에 대한 글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설 속 '미나'와 '수정'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무척 혼란스러웠다. 그들의 혼란스러움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 진 것일까.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이 이상한 소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10대의 삶을 학교라는 틀에 가둬 획일적으로 만들어 버린 어른들, 그들의 기준으로 세상을, 인생을 판단하는 어른들, 방황하는 아이들의 말을 귀기울이지 않는 어른들 등이 이 소설에는 등장한다. 물론 그들이 온전히 이 '이상한 아이들'들의 원인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러나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자살이나, 현실에의 수용, 그리고 살인이 있을 뿐이었다. 궁금한 것에 대해 묻지 못하고, 물을 곳도 없다. 그래서 그들은 극단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그런 충격적인 소설이 바로 <미나>이다. 극적 전개가 소설 말미에 너무 급하게 흘러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탄탄한 구성이었다면, 파격적이지만 비교적 공감되는 소설로 남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