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 <파우스트>에서 <당신들의 천국>까지, 철학, 세기의 문학을 읽다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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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합리적 구조를 가졌고 모든 문제에는 단일한 해답이 존재하며 학문과 예술에는 완전한 진리가 있고 인간의 삶에는 객관적 도덕이 주어져 있다는 등, 일체의 합리주의 내지 계몽주의적 생각에 대해 반기를 듦으로서 낭만주의는 후일 니체의 철학과 실존주의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이 자라날 수 있는 선구적 토양을 마련했지요. 바로 이런 관점, 오직 이런 관점에서는 디오니소스가 곧 괴테의 파우스트이고, 니체의 차라투스트라이며, 카뮈의 시지프이고, 들뢰즈의 유목민이라는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낭만주의는 계몽주의가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추상적 개인'을 보았던 곳에서 욕망과 쾌락에 몰두하는 '구체적 인간'을 발견했지요. 그럼으로써 자기실현이라는 개인주의적 가치를 찾아낼 수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20세기 전반을 휩쓸었던 실존주의라는 후계자를 낳은 거지요.

p.49

 

<데미안>에서 에바 부인으로 표현되는 '성숙한 인간'이 된다는 것은 내면에 모성적인 것도 간직하고 부성적인 것도 간직해야 한다는 것,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모성적인 것이란 감성적인 것, 곧 따뜻함이고, 음식이며, 만족과 쾌락, 자유와 안전 등을 상징하고, 부성적인 것이란 이성적인 것, 곧 지식이고 법률이며 질서와 책임, 훈련과 모험 등을 상징하지요. 따라서 성숙함이란 본능과 정신, 쾌락과 고통, 자유와 책임 그리고 안전과 모험을 동시에 소유하고 지배하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p.67

 

"신이 우리에게 절망을 보내는 것은 우리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이다."

 

생의 외침을 들을 때마다 / 마음은 이별을 준비하고 새 출발 하라 / 용감히, 그리고 두려워 말고 새로운 이끌림에 몸을 맡겨라. / 새로운 시작에는 언제나 마술적 힘이 / 우리를 감싸, 사는 것을 도와주리니......

                                                                                                                                                                              -헤세

p.71

 

꿈에서 깨어난 소년은 감탄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이내 알게 되었지요. 어떤 것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을 아릅답게 생각하는 상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어떤 것이 소중한 것은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상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p.73

 

"무용하고 희망 없는 노동보다 더 끔찍한 형벌은 없다고 신들이 생각한 것은 일리 있는 일이었다."

                                                                                                                                                          -카뮈, '시지프스의 신화'

p.185

 

 

김용규,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中

 

 

+) 우리가 주로 고전이라 불리는 서양의 대표 문학과 우리나라의 대표 문학 작품을 철학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책이다. 거창하게 철학적이라는 말보다 저자의 언급대로 철학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준이 낮은 책은 결코 아니다. 어느정도 작품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고 철학가의 사상에 대한 계보도 이해하고 있다면 훨씬 수용하기 쉬운 작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철학을 이렇게 공부한다면 훨씬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리타분한 원서를, 그것도 몇 개국가의 번역을 거쳐, 이게 과연 철학가의 진짜 사상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수준인 번역 원서를 읽는 것 보다, 백번은 낫다. 책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예전에 보았던 고전문학 작품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되었다.

 

어렵게 생각하는 고전문학 작품을 가치 있게 만들어준 책이다. 고전문학 작품을 읽지 않았더라도 줄거리까지 잘 설명하고 있어서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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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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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떨어지면 지나간 날들을 돌이켜보게 된다. '돌이켜본다'는 이 말이 도덕적으로 반성은 아니다. 돌이켜본다는 말은 돌이켜 보인다라고 써야 옳겠다. 보여야 보이는 것이고 본다고 해서 보이는 것도 아닐 터이다. 돈이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돈이 다 떨어지고 나면 겨우 보이는 수가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돈 떨어진 앞날에 대한 불안이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p.46

 

다 그려놓고 보니, 연필이 지나간 자리에 흑백의 흔적만 남아 있었다. 본다고 해서 다 그릴 수는 없을 것이었다. 본다고 해서 보이는 것이 아니고, 본다와 보인다 사이가 그렇게 머니까 본다와 그린다 사이는 또 얼마나 아득할 것인가를, 그 아이의 뒤통수 가마를 보면서 생각했다.

p.187

 

사실 나는 외롭다는 감정이나 상태를 잘 이해하거나 체득하지 못하는 편이다. '외롭다'는 상태는, 본래 그러한 것이어서 외롭다, 라고 말하는 것은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말로 나는 알고 있었다. '존재한다'는 뜻 이외에 '외롭다'라고 말하는 글이나 노랫가락이 어떠한 상태를 말하고 있으며,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 것인지를 사실 나는 정확히 체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p.289

 

 

김훈, <내 젊은 날의 숲> 中

 

 

+)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을 읽을 때에도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 작가는 어쩜 이렇게 거리를 두고 인물들을 묘사할 수 있을까. 여기서 '거리'는 인물과 인물 사이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인물 사이의 관계를 말한다. 애끓는 감정에 터질듯한 인물도, 처절하게 비통한 심정과 복받치는 분노를 가진 인물도 작가는 자신과의 거리를 냉정하게 유지한채 소설 속 인물로 형상화해 낸다.

 

이번 소설도 그랬다. 공무원인 아버지가 뇌물을 준 죄로 복역을 하게 되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가 나올 때까지 끝없이 딸에게 전화를 해댄다. 그건 남편이 출소했을 때의 불안감이기도 하고, 남편에 대한 안타까움이기도 하고, 남편에 대한 애증이기도 하다. 그런 어머니의 하소연을 피곤하고 짜증스러워하는 딸이 이 있다. 그림을 그리는 계약직 공무원의 직업을 갖고 민통선 안에서 삶을 만들어가는 여자.

 

김훈은 이번 소설에서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과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중첩시켜 놓고 있다. 이번 소설에서의 아름다운 풍경들은 인물들 각자가 간직한 내면의 아픔을 더 분명하게 드러낸다. 여전히 그는 철저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풍경만으로, 인물들의 몇 마디 대화로, 그들이 간직한 고뇌와 아픔, 그리고 상처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풍경이 두드러져 보여서일까. 이번 소설은 유달리 몽환적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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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생선 사나이
김종은 지음 / 창비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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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에 잡힌다면 더이상 꿈일 수는 없다는 생각. 그런 것쯤이야 그저 길을 잃는, 식상하기 이를 데 없는 꿈일 뿐이라고. 어느덧 그는 그렇게 가슴을 가리앉히게 되었다.

p.50

 

남자는 그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기억이란 뒤죽박죽이기 일쑤지만 분명 지워지지 않는 기억은 있다고. 남자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p.129

 

녀석은 얼음 여섯 덩이를 얻어와 다시 자리에 앉았고 우린 계속해서 물과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움은 물처럼 모여 졸졸 흐른다고. 그렇게 제 몸집을 불리다 막판에 이르면 파도가 된다고. 그런 다음엔 끝내 물보라가 되어 흩어진다고. 끝내는 기어이 사람 가슴을 사정없이 내리친다고. 그렇지 않느냐고.

p,213

 

 

김종은, <신선한 생선 사나이> 中

 

 

+) 2005년 우수문학 도서에 선정되었다는 것을 보고 빌린 책인데 솔직히 조금 실망했다. 단편들을 모아 놓은 책인데 아직 완성되지 않은 소설들까지 엮은 것처럼 분량도, 구성도 미달인 소설들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프레시 피시맨]은 좋은 소설이었다. 자신이 물고기가 된 소설을 쓴 인물이 부모에게 관심 받기 위해 자해를 하고, 그것을 모른 친구의 관심을 계속 받은 그런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신선해서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설이란 것의 기준이 무엇일까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분량이 짧다고 해도 벤야민의 글처럼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있듯이 소설도 그런 작품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김종은의 최근 작품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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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직영정품]마몽드 트리플 멀티폼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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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갱이가 있어서 각질까지 제거되고, 피부가 당기지 않고 촉촉해서 좋아요. 굿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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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몽드 플라워 퍼스트 세럼 50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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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바르기 전에 쓰는건데 엄청 촉촉해서 피부에 쏙 스며들더라구요. 저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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