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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기 좋은 날 - 제136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아오야마 나나에 지음, 정유리 옮김 / 이레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과일칼로 양갱을 자른다. 묵을 썰 때처럼 얇게. 고르게. 어쩐지 마음이 가벼워진다. 모든 일을 이런 식으로 조용히, 그리고 깔끔하게, 미련 없이 매듭지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
p.25
"평생분의 증오를 다 써버리다니, 무슨 뜻이에요?"
"이젠 난 아무것도 미운 게 없어."
"어떻게 해서 다 써버리셨는데요?"
"잊어버렸어."
"전, 젊을 때 허무감을 다 써버리고 싶어요. 노인이 됐을 때 허무하지 않게."
"치즈 짱, 젊어서 그런 걸 다 써버리면 안 돼. 좋은 것만 남겨두면 나중에 나이 먹어서 죽는 게 싫어져."
"싫으세요, 죽는 거?"
"그럼, 당연히 싫지. 괴롭거나 아픈 건 몇 살을 먹어도 두려운 법이야."
p.60
"젊었을 때는......"
"고생을 배우는 거야."
p.174
아오야마 나나에, <혼자 있기 좋은 날> 中
+) 이 소설은 스무 살의 소녀 치즈와 50년의 나이 차가 나는 일흔한 살의 깅코 할머니가 함께한 1년간의 동거생활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엄마의 유학을 계기로 치즈가 독립을 선언하자, 도쿄에 혼자 사는 먼 친척 할머니인 깅코 씨의 집에서 살게 된다. 엄마는 대학을 가라고 하지만 치즈에게 대학은 큰 의미가 없다. 그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 자유를 누리는 독립을 생각한다. 깅코씨네 집에서 치즈는 '저축 백만 엔'과 독립을 목표로 연회장 도우미, 역 구내서점 판매원,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 사이 연애를 하고, 상처 받고, 또 치유하기를 반복한다.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품인데 생각보다 소설 내용이 좀 약하다고 해야 할까. 뭔가 획기적인 것을 기대해서 그런지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소설이다. 일흔 살의 깅코 할머니의 연애와 스무 살 치즈의 연애를 비교 가능하도록 좀 더 구체적으로 썼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단 생각이다. 물론 그들의 생각의 차이를 조명하는 것이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