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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 제1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조영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의 삶의 방식이 그런가 보다, 고개를 끄덕했다.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은 그 누가 뭐라 해도 그리가게 마련이었다. 좀처럼 바꾸기 힘든게 '삶의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오줌을 눈다거나, 세수할 때 비누칠을 두 번씩 한다거나 하는 것들.
p.69
살다 보면 내 의지와 무관하게 내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끌려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마도 내 인생의 반은 내 의지와 무관한 일일지도 모른다.
p.182
나는 매번 무엇인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면서 살았다. 그렇고 그런 날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날들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고 그런, 변화 없는 날들이 오히려 다행스럽고 고마웠다.
p.269
조영아,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中
+) 이 소설은 제 1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품이다. 차분한 어조로 인물들과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작가의 시선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정신지체장애 형을 지닌 13살의 주인공이 포장마차를 하는 엄마와 다리에 철심을 박고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아빠를 바라보며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가는 성장소설이다.
여우를 처음 보면서 시작된 이 소설은 간간히 여우를 만나고 여우에 대해 궁금해하며 어렸을 때 보았던 여우의 죽음을 안타까워한다. 어린 소년은 복잡하게 사는 어른들이 안타깝고 자신을 포함한 어린이들이 오히려 단순하고 솔직하게 산다고 생각한다. 그 모습이 여우를 보았다고 외칠 수 있는 소년의 솔직함이 아닐까. 어른들은 자신들이 한 행동이나 혹은 할 행동 때문에 거짓말을 하거나 고민을 한다. 그것은 여우를 여우라고 믿지 않고 개나 큰 고양이라고 믿어버리는 태도에서도 짐작된다.
그리고 현실의 약자가 강자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습은 현재 우리 소시민의 모습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소년은 어른들의 복잡한 일은 잘 모르겠지만, 그저 자신들이 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았다고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을 기다렸다. 믿음이라는 것은 그렇게 생겨나는 것인데, 어른들에게서 믿음은 늘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청소년의 육체적 성장과 정신적 성장의 조화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