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과 정신분석학 이제이북스 아이콘북스 1
존 M. 히튼 지음, 전대호 옮김 / 이제이북스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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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비트겐슈타인은 우리 모두가 언어의 기만적 힘에 사로잡힌 수인임을 간파했다. 이 때문에 그는 철학 못지않게 문학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단어의 기만적 힘은 매우 커서 우리가 단어의 분별력으로는 거짓과 참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교묘하게 실재를 꾸며낼 수 있다. 우리 자신 만큼은 진실을 소유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순간조차도 단어가 우리를 속일 수 있다.

p.10

 

우리는 누군가에게 생각을 강요할 수는 없다. 대신 사려 깊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혼란을 겪을 필요가 있다. 보다 열심히 생각하라는 훈계는 조바심과 싫증을 낳을지는 몰라도, 생각을 낳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생각은 생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생산라인을 가동시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머리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경험하는 불분명한 강요된 '생각'은 사려 깊음이 아니다 .

p.13

 

명료함은 마음의 평화에서 핵심적인 요소다. 왜냐하면 명료함은 우리로 하여금 어떻게 우리가 언어를 오용하고 오해하여 문제들을 키워왔는지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문제를 만나면 해방시키는 단어를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상황의 '인상적 특징'을 정확히 알아야만 계속해서 전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p.36

 

존 M. 히튼, <비트겐슈타인과 정신분석> 中

 

 

+)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이 내가 '언어'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과 같았기 때문일까. 나는 유달리 정신분석과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좋아한다. 우리가 사실 알고 있다고 자부하거나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입밖으로 내뱉을 때,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에게 속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사실들은 전부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단어들로만 구성될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한번쯤은 의심해볼 만하지 않을까.

 

비트겐슈타인은 말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명료하게 말해질 수 있는 것만을 말해야 한다고. 가끔 우리 스스로 명확하게 말하고 있다고 단언하는 것을 의심해야 한다. 분명히 게중의 몇 가지는 우리가 오해한 사실들을 정확하다고 착각한 단어들로 구사할 수 있을테니. 관련 서적을 좀 더 찾아 읽어보아야겠다. 모처럼 즐거운 철학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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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mk0718 2010-04-16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당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때
'a랄까 b랄까 뭐라 해야하지 c라고 해야할까...' 라고 말한다음에
"a,b,c,d,e.......의 합집합에 내가 말하고자 하는 영감이 속한다"
라고 이야기하면 되지 않을까요?
왜 말할 수 없다고 침묵해야할까요...

nmk0718 2010-04-16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비트겐슈타인의 책은 안읽어봤지만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할 수 밖에 없다. (능력상 불가능하기에)' 라는 말의
오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봐요

우비소녀 2010-04-16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단어상의 것이 아니라 개념의 문제인 것 같아요. ^^
어찌보면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그의 철학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죠.

<논리철학논고>나 <철학적 탐구>를 보세요. 사람들이 제대로 번역한게 맞나 싶을 정도로 비트겐슈타인만의 생각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에게 유기적인 연결을 바라는게 무리인지라, '나열'이란 단어를 씁니다^^

nmk0718 2010-04-16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 비트겐슈타인의 책은 원서로 읽는 것이 훨씬 낫겠네요... 답변감사합니다.

우비소녀 2010-04-1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말씀을요^^ 비트겐슈타인의 책을 원서로 읽을 수 있다면, 그것도 참 매력적일 듯 해요^^
 
도쿄밴드왜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4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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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화와 문명에 관한 이런저런 문제라면 어떠한 일이든 만사 해결.'
 메이지 시절 신문사를 하다 당국의 탄압으로 그만두고 자의반타의반 헌책방 가업을 잇게 된 시아버님이 세상의 삼라만상은 책에 있다는 지론을 다듬어서 내놓은 가훈이랍니다.

p.14

 

"가출은 젊은이의 특권이지. 나이 먹어서 하면 실종자가 돼버려. 지금 많이많이 해둬라."

 

"싸움은 젊은이의 특권이야. 나이 먹어서 하면 범죄가 돼."

pp.109~110

 

"네 엄마는 분명 일생에 한 번이라고 할 정도의 사랑을 한 거야."

"일생에 한 번?"

"그건 말이지. 인생에서 더 이상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할 만큼 굉장한, 크고도 큰 러브지. 그래서 그 큰 러브가 카요로 된거야."

p.111

 

쇼지 유키야, <도쿄밴드왜건> 中

 

 

+)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돌아가신 할머니가 서술자가 되어 남아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는 시선으로 전개된다. 그러니까 할머니의 영혼이 가족들의 모습을 둘러보는 시점이라고 해야 할까. 이것은 인물들의 심리를 꿰뚫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고, 더군다나 서술자가 그들 모두를 잘 알고 있는 할머니(어른)이기 떄문에 독자에게 쉽고 편하게 다가온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 가지만 단란하고 행복한 가족 이야기이다. 삼대가 모여 살면서 각자 갖고 있는 상처와 아픔을 가족애로 보듬어가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각 계절별로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 되고 그때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헌책방을 경영하는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그의 아들 내외, 딸과 손녀, 그리고 할아버지가 밖에서 낳아온 아들까지. 삐걱거릴 수 있는 가족들이 알콩달콩 모여 살아가는 모습이 잔잔하고 행복해서 책을 읽으면서 내내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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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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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누구나 약해질 때가 있죠. 우리가 울 수 있다는 건 좋은 거에요. 때로는 눈물이 우리를 구해주기도 하거든요. 울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을 때도 있는 거죠.

p.139

 

선생님은 낙관주의자시로군요. 아니, 나는 낙관주의자가 아닙니다. 단지 현재의 우리 모습보다 더 나쁜 건 상상할 수 없을 뿐이죠. 글쎄요. 나는 불행이나 악에 한계라는 게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말이 맞는지도 모릅니다. 의사는 그렇게 말을 받더니, 마치 혼자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이러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야 말지. 그것은 모순을 내포한 결론이다. 결국 이보다 더 나쁜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거나, 아니면, 비록 모든 증거는 반대를 가리키고 있지만, 이제부터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p.204

 

존엄성이란 값으로 매길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조금씩 양보하기 시작하면, 결국 인생이 모든 의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p.238

 

나에게는 불평할 권리가 없소. 남들이 감당하는 무게 때문에 내가 먹고 사는 거니까.

p.258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中

 

 

+)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소설을 읽고서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 개개인이 집단을 형성하여 사는 것에는 일정한 규칙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러한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 혼란의 순간에 인간은 철저하게 이기적으로 변한다. 오직 자신의 목숨을 위해 타인을 짓밟는 것이다. 이 소설은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엄청난 스케일과 무게감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살기 위해 바닥까지 내려 앉은 인간의 치졸한 모습과, 그것을 모른 척 외면하는 서로를 바라보며 죽지 못해 사는 삶이 이어진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앞을 보지 못할 때 오직 나만 앞을 본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 아마도 '의사의 아내'처럼 책임감에 겯디다 못해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자신도 타인과 같아지길 바랄지도 모른다.

 

잔인한만큼 리얼하게 인간의 심리를 파헤친 소설이다. 그러면서도 술술 읽히는 것이 꼭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듯 흥미롭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된다. 언제 인간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지 모르니까.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렇게 동물적인 습성을 간직하고 살아가는지 모른다. 이런 한계에 부딪쳤을 때 그런 본성이 모습을 드러낼텐데. 생각만으로도 씁쓸하고 두렵다. 인간, 본성, 본능 그리고 생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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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게 말걸기
대니얼 고틀립 지음, 노지양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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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더이상 나를 바꾸지 않기로 결심했을 때 가장 큰 변화가 찾아오기도 한다.

 

"나는 평생 동안 내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살았단다. 아, 내가 얼마나 인생을 낭비한 건지!"

p.76

 

그렇게 불안과 나는 오랜 세월 어깨를 부딪치며 같이 걸어간다. 하지만 예전과 비교한다면 우리 관계는 훨씬 좋아진 편이다. 나는 더이상 이것을 어떻게 해보려고 안달하지 않는다. 그냥 내버려둔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 과정에서 불안은 더이상 내 삶을 장악할 수 없게 되었다.

p.94

 

내 마음속에는 아주 징글징글한 악마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한밤중에 깨어나 내 인생의 문제와 불행을 확대 해석한다.

 

나의 연약함과 내 인생의 한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모든 것이 더 선명해진다.

p.207

 

우리는 자신이 버려졌다는 느낌, 불안, 자기비판 등과 끝없이 씨름하며 살아가지만, 그런 감정들에 깊이 침잠할수록 우리가 더 상처받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p.226

 

 

대니얼 고틀립, <마음에게 말걸기> 中

 

 

+) 심리학자로서 순탄한 삶을 살아온 서른 세살의 젊은 청년에게 전신마비라는 엄청난 재앙이 다가왔다. 그는 분명 죽고 싶었을 것이고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자신을 들이받은 트럭 기사를 향해 저주를 퍼부었을 것이다. 그리고, 수십년의 시간이 흘렀다. 청년은 이제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전신마비 심리학자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과 상담을 하며 희망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분노를 잊은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는 자신의 불행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몇 년을 고민했을 것이다. 분노를 잊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다. 그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는 분명 어찌할 바를 몰랐을텐데, 그 고통스러운 상황을 잘 견뎠고, 아이들과 손자와 함께 노인이 된 현재를 살고 있다.

 

그의 말대로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자기가 처한 어려움과 불안, 고통이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것은 그들에게 가장 힘든 것들이고, 그래서 사람들은 괴로워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의 말대로 우리의 불안과 분노, 고통은 스스로를 더 깊은 우물로 끌어내리고, 최악의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간다. 그러니까 불안과 공포, 분노가 다가올 때는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벗어나야 한다. 다른 일에 빠지든, 잠을 자든, 누군가와 만나 대화를 나누든.. 잠시라도 벗어나는 순간이 있어야 우리는 숨을 쉴 수 있다. 우리 마음 속 불행과 불안의 악마가 그 현실적 문제들을 더 확대해석 하기 전에 말이다.

 

내가 그라면, 난 정말 무척 비참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용기를 냈다. 그런 용기로 지금을 살아가고, 지금 이 순간의 여유를 유머와 조크로 즐길 줄 알게 되었다. 물론 고통스러운 분노가 있을 수도 있다. 어떻게 없어졌겠는가. 하지만 그 순간의 자신을 다스릴 줄 안다는 것은 그 생을 행복하게 이끄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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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고사 기출모음집 언어영역 고1 - 수능·내신 대비, 2010
평가교육자료원 편집부 엮음 / 평가교육자료원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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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문제집은 고1에게 필요한 모의고사 기출모음집이다. 최근 2년(08~09년) 동안 고1이 본 모의고사와(평가원, 전국연합모의고사 중심 -3월, 6월, 9월) 5월과 10월의 학업성취도 평가 문제까지 실려 있다. 즉, 매년 고1이 보는 3, 4, 6, 9, 10월 모의고사가 실려 있는데, 이건 굉장히 중요하다.  

 고1이 되면 역대 수능시험 문제를 풀어보는 것과 고3의 모의고사를 다루는 것이 기출문제 경험으로 수능대비에 많은 도움이 되기 떄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수험생을 배려하는 자세가 역력하다.  

 CD 1장에는 12회 모의고사 전부의 듣기 평가가 수록되어 있어,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 듣기를 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CD 2장에는 최근 4개년, 그러니까 직전 04~07년 모의고사의 문제, 정답 및 해설, 듣기평가가 수록되었다. .  


 개년 총 35회분 수록(본책+증정CD)
차별화된 부엉이시리즈만의 새로운 편집
 


 즉 한 권의 문제집으로 고3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기출문제를 접할 수 있어서 가격대비 만족도가 최고이다. 다른 여러권의 문제집 보다 이 한 권으로 알찬 공부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가격도 다른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기출문제집보다 저렴한 편이라 부담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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