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색 러브컬렉션 1 : 낙하하는 저녁 + 도쿄 타워 + 울 준비는 되어 있다 - 전3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두 손으로 다케오의 입을 막았다.

"아무 말 하지마."

또 한 번, 자기가 지금 버려지고 있다는 것을 잊을 뻔했다. 그보다는 괴로운 표정으로 얘기하는 다케오가 가슴 아팠다.

"말하지마."

다케오는 맥없이 미소지었다.

가령 두 사람 사이에 생기는 혐오감 내지는 권태감 같은 것을, 한쪽은 느끼는데 다른 한쪽은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다케오는 과연 언제부터 헤어짐을 생각한 것일까.

p.13

 

나는 다케오가 나간 후에도 울부짖지 않았다. 일도 쉬지 않았고 술도 마시지 않았다. 살이 찌지도 야위지도 않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긴 시간 수다를 떨지도 않았다. 무서웠던 것이다. 그 중 어느 한 가지라도 해버리면 헤어짐이 현실로 정착해버린다. 앞으로의 인생을, 내내 다케오 없이 혼자 살아가야 하다니, 나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p.16

 

너무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탓에, 변화없는 날씨가 감각을 뒤틀어 놓는다.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의 구별이 불분명해진다. 하기야 그런 편이 내게는 편했다. 하루하루의 윤곽이 흐릿하면 흐릿할수록 매사에 대한 인식과 현실감도 엷어진다. 10년이든 20년이든 지금 이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pp.37~38

 

에쿠니 가오리, <낙하하는 저녁> 中

 

 

+) 소설 속의 '리카'와 '다케오'는 8년을 만난 연인임에도, '다케오'가 '하나코'를 스치듯 본 지 4일만에 헤어짐을 선언한다. 불행한 것은 그런 다케오의 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코는 다케오를 전혀 사랑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카는  다케오를 잊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리워한다기 보다 아예 헤어짐 자체를 믿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 옳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최악은 그 둘의 보금자리였던 공간에 하나코가 들어와 리카와 함께 살기를 원하는 것이다. 결국 소설은 헤어진 남자 친구가 좋아하는 여자와 사는, 헤어짐을 당한 여자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하나코를 바라보며 참 책임감없이 사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를 좋아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기에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겠지만(그녀가 좋아하는 남자는 자신의 남동생이었다.) 그렇다고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코는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인생에 끼어들어 그들의 삶을 망치고 그들과 연결된 사람들의 삶을 불행하게 만든다. 그리고 스스로의 생명줄을 놓아버리다니. 정말 무책임한 여자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상처가 아프다고 다른 사람에게 아무렇게나 상처를 주고 그것을 모르는 척 하는 것은 정당화 될 수 없는 행동이다.

 

리카, 무엇을 바라고 하나코를 받아들인 것인가. 다케오와의 인연과 상관없다고 중얼거려도 결국 그 인연으로 돌아가는 여자. 스스로의 가슴에 칼을 들이대는 행위다. 리카가 한 행위는 사랑도, 집착도, 연민도 아니다. 스스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어리석은 짓일 뿐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조금 불쾌했다. 이런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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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하는 저녁
소담출판사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두 손으로 다케오의 입을 막았다.

"아무 말 하지마."

또 한 번, 자기가 지금 버려지고 있다는 것을 잊을 뻔했다. 그보다는 괴로운 표정으로 얘기하는 다케오가 가슴 아팠다.

"말하지마."

다케오는 맥없이 미소지었다.

가령 두 사람 사이에 생기는 혐오감 내지는 권태감 같은 것을, 한쪽은 느끼는데 다른 한쪽은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다케오는 과연 언제부터 헤어짐을 생각한 것일까.

p.13

 

나는 다케오가 나간 후에도 울부짖지 않았다. 일도 쉬지 않았고 술도 마시지 않았다. 살이 찌지도 야위지도 않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긴 시간 수다를 떨지도 않았다. 무서웠던 것이다. 그 중 어느 한 가지라도 해버리면 헤어짐이 현실로 정착해버린다. 앞으로의 인생을, 내내 다케오 없이 혼자 살아가야 하다니, 나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p.16

 

너무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탓에, 변화없는 날씨가 감각을 뒤틀어 놓는다.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의 구별이 불분명해진다. 하기야 그런 편이 내게는 편했다. 하루하루의 윤곽이 흐릿하면 흐릿할수록 매사에 대한 인식과 현실감도 엷어진다. 10년이든 20년이든 지금 이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pp.37~38

 

에쿠니 가오리, <낙하하는 저녁> 中

 

 

+) 소설 속의 '리카'와 '다케오'는 8년을 만난 연인임에도, '다케오'가 '하나코'를 스치듯 본 지 4일만에 헤어짐을 선언한다. 불행한 것은 그런 다케오의 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코는 다케오를 전혀 사랑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카는  다케오를 잊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리워한다기 보다 아예 헤어짐 자체를 믿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 옳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최악은 그 둘의 보금자리였던 공간에 하나코가 들어와 리카와 함께 살기를 원하는 것이다. 결국 소설은 헤어진 남자 친구가 좋아하는 여자와 사는, 헤어짐을 당한 여자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하나코를 바라보며 참 책임감없이 사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를 좋아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기에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겠지만(그녀가 좋아하는 남자는 자신의 남동생이었다.) 그렇다고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코는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인생에 끼어들어 그들의 삶을 망치고 그들과 연결된 사람들의 삶을 불행하게 만든다. 그리고 스스로의 생명줄을 놓아버리다니. 정말 무책임한 여자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상처가 아프다고 다른 사람에게 아무렇게나 상처를 주고 그것을 모르는 척 하는 것은 정당화 될 수 없는 행동이다.

 

리카, 무엇을 바라고 하나코를 받아들인 것인가. 다케오와의 인연과 상관없다고 중얼거려도 결국 그 인연으로 돌아가는 여자. 스스로의 가슴에 칼을 들이대는 행위다. 리카가 한 행위는 사랑도, 집착도, 연민도 아니다. 스스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어리석은 짓일 뿐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조금 불쾌했다. 이런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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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형 남자친구
노희준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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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누군가의 포옹이 절실했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타인의 살아있는 살. 그것만 얻을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내다팔 수 있을 것 같은 심정이었다.
 이토록 많은 것을 얻고도 행복하지 않다니. 그는 하수구에 살고 있다는 정상인들에게 살의를 느끼고 선뜩해졌다.

p.29  -[살]

 

"미워하지 마. 엄마 있는 게 아니야."

남치가 말했다. 놀이터 벤치였다. 하늘이 충혈되어 있었다.

"미워할래. 그래야 안 닮지."

"그러니까, 미워하면 닮아."

p.71  -[사랑의 역사]

 

오만 가지 사소한 사건들이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명멸했다. 생일 따위 챙길 필요 없다고 했더니 주위 사람들이 정말 아무것도 안 해주었을 때 같은, 끔찍하게 아끼지만 안 맞는 청바지를 친구에게 넘겼는데 너무나 잘 어울릴 때 같은, 엄마가 식탁을 치우면서 남은 음식 찌꺼기들을 하필 내가 비운 밥그릇에 쏟아 부었을 때 같은, 옆 차로에서 급하게 끼어들어오는 차를 마지못해 받아줬더니 내 차 바로 앞에서 신호가 끊겼을 때 같은, 애인에게 비장하게 이별선언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빌려주고 못 받은 물건들이 한꺼번에 떠오를 때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밤새도록 뒤척이면서 나는.

p.15  -[하찮군, 날다]

 

 

노희준 소설집, <X형 남자친구> 中

 

 

+) 이번 노희준의 두번째 소설집 <X형 남자친구>는 그의 첫번째 소설집 <너는 감염되었다>에서 느끼지 못했던 '소통'의 노력을 보았다. 서술자의 고개가 사람들을 향해 살짝 돌아보았다고 해야 할까. 서술자의 어투가 가벼워졌다. 첫 소설집에서는 너무 무겁다,라고 느낀 작품이 많았는데 이번 책에서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살]의 경우 간결한 대화와 서술로 이끌어가고 있지만 사실 전국민을 정상인과 비정상인으로 나누어 서술한다. 병에 걸린 국민들은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 선택했는데, 그렇게 살아 남는 것이 과연 행복한 삶인지 고민하며 무엇이 정상이고 정상인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작품이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라]는 스토커를 소재로 한 작품인데, 끝없이 사람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보며 오히려 자신이 집착하게 되고 나중에는 누가 스토커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그 와중에 스스로 살아있음을 깨우치는 주인공의 눈물을 보면서 씁쓸함과 쓸쓸함 그리고 공감을 느꼈다면, 나는 철저하게 스토커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또 하나의 스토커는 아닐까.

 

작가의 말대로 이 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학을 따라 간다. 서로에게 집착하며 훔쳐보고([외눈박이]) 자신들의 관계를 알아서 단정지어 버리는([X형 남자친구]) 사람들이 곳곳에 드러난다. 그게 지금의 현실이지 않을까. 흥미로운 소재로 현실을 꿰뚫어보는 작가의 시선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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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울트라 날개 중형 28매입*2 - 여성용
유한킴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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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나는 꾸준히 화이트를 사용하는데 그건 뒷마무리가 깔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언니가 사들고 온 이 제품도 역시 굿!!

타회사의 제품은 사용후에 혈흔이 눈에 띄게 흐트러지는데 

화이트는 그렇지 않고 깔끔하게 패드에 스며든다. 

착용감도 불편하지 않고 좋다. 

이 제품은 길이도 두께도 적당하고 길이도 적당해서 좋다.

생리중에 잘 때는 샐까봐 마음이 불편한데 이 제품을 착용하고 그런 불안함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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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가 떴다
김이은 지음 / 민음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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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여자의 얼굴은 없다. 여자는 잠깐 자신의 얼굴을 떠올려 보려고 하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 모습이 사람들이 본 내 얼굴이구나. 여자는 이제야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같아졌다고 믿는다. 사람들이 보는 걸 똑같이 보게 됐으니까. 여자는 이제 진짜 웃는다. 그리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막으로 가서 얼굴에 와 닿는 뜨거운 태양빛을 느낄 수 없다 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이제 앞선 사람의 그림자만 놓치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

p.68  -[외계인, 달리다]

 

-넌 뭘 잊을 건데? 뺨에 파여 있는 흉터를 잊으면 되겠네. 아예 그런 흉터가 있다는 사실을 잊는 거야. 아님, 네가 죽었다는 사실을 잊던가. 죽음이든 망각이든 문 혹은 벽이 된다는 사실은 똑같잖아. 그건 그럻고, 모니터에 나비들이 수십 마리가 있는데 움직이질 않으니까 꼭 박제된 것 같다. 그렇다고 동영상으로 제작할 수도 없으니.

p.186   - [지진의 시대]

 

35년 동안 맨몸으로 살면서, 사는 게 온몸에 상처 자국을 내는 일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마치 껍질 속의 달팽이처럼 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방 안에서 시간을 소비했다. 내 생각엔 모든 소비 중에 시간을 소비하는 일이 가장 신나는 일이었다. 여기가 가장 안전한 곳이라 여겼는데 1년여 동안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던 결과가 고작 조기 폐경과 골다공증이라니.

pp.204~205  - [이건 사랑의 노래가 아니야]

 

 

김이은, <코끼리가 떴다> 中

 

 

+) 읽다보니 예전에 읽었던 [잃어버린 몸을 찾아서]를 지었던 소설가였다. 그때 그 작품을 읽으면서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구나, 라고 느꼈는데 이 작품집을 읽으면서 어쩌면 사람에 대해 느끼고 있는 감정이 나랑 무척 닮았으리란 예상을 해본다. 김이은의 소설은 몽환적이다. 현실인데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작법으로 현실이 맞나 의심스럽게 만든다. 비현실에 치우쳐 있더라면 그런 생각을 못할텐데, 어디까지나 현실에 기대고 있기에 가능하다.

 

이 소설집에서 서술자에게 '돌아간다'는 의미는 자기 안의 본거지, 그러니까 근원이다. [가슴 커지는 여자 이야기]에서 '심율처'로 제시된 곳은 "마음이 따라 흐르는" 곳으로, "시간과 공간에서 자유로워지는" 공간이다. 그 마음은 곧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며 사람들은 "가슴을 씻어 내고 편안하게 누워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거기서 서술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개인과 개인의 구분이 아니라, 나와 타인이 공존하여 살아가는 곳은 아닐까. 서로 상처를 남기지 않고 타인의 얼굴을 보며 자신을 발견하는 곳.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같아졌다고 믿을" 수 있는 편안함, 그것이 설사 가면을 쓰고 만나는 만남들일지라도 서로 균등하게 선입견없이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도 괜찮다. ([외계인, 달리다] 부분)

 

상대방의 고통을 보지 못하고, 또한 보더라도 공감하지 못하는 세상에 상처받은 존재가 현실에는 아주 많다. 그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공간은 작은 방일 뿐이다. 자기 안에 갇혀 세상에 발을 내딜지 모르는 상처받은 영혼들이 고개를 내미는 행위는 생명에 위험을 감지했을 때 뿐이다. 그렇게 나와도 세상은 여전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위해 서술자의 상처를 못본 척하게 되고 결국 더 큰 상처를 입고 상처투성이가 되어서야 알게 된다. 내면의 상처가 외부의 상처보다 더 컸음을 말이다. ([이건 사랑 노래가 아니야])

 

김이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생각보다 매력적인 소설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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