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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안 1 - 큐 이야기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큐짱, 놀이는 목숨을 걸때 재미있는 거야. 목숨을 걸지 않는 놀이만큼 재미없는 것도 없어. 사람의 일생이란 목숨을 걸 때 재미있는 거란 말이지. 무슨 일을 하더라도 진지하게 모든 힘을 쏟아붓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거야. 잘 기억해둬.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 그건 바로 모든 일에 목숨을 걸기 위해서야."
p.21
"큐짱, 낙담하지 마. 숟가락 휘는 거,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그렇지만 사람들이 실망하고 돌아갔단 말이야."
"좋은 공부가 되었을 거야. 사람의 기대라는 게 다 그런 것이니까. 그런 기대에 맞추려고 살려다 보면 큐짱은 정말 재미없는 인간이 되고 말 거야. 숟가락이 휘어지지 않은 덕분에 큐짱은 자신의 인생을 가질 수 있게 된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이 얼마나 행운의 날인지 몰라."
p.48
"그렇지만 너무 괴롭습니다."
"괴로움은 기본 아니겠니. 행복을 깔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않을까. 어차피 인간은 죽으니까. 슬픔은 모든 사람에게 있어. 설령 그 사람이 왕이라 해도 어쩔 수 없지 않겠니. 전 인류에게 주어진 숙명 같은 것이야."
"어떻게든 될 거라고 난 가르치지 않아. 희망만을 보라는 말도 절대 하지 않아. 나는 고통이 인생이라고만 말했지. 그러다 보면 행복도 찾아오는 거지. 그러므로 행복에도 의미가 생기는 것이고."
p.136
인생과 인생 사이에는 강이 흐릅니다. 내가 늘 이쪽에서 살아가듯이 그리고 마리가 저쪽에서 살아가듯이 우리는 서로의 인생을 볼 수 없습니다. 시작은 같은 장소였음에도 강은 시간과 함께 하류로 나아갈수록 점점 넓어져서 우리를 멀어지게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는 우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좌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p.245
츠지 히토나리, <우안 1,2> 中
+) <좌안>은 <우안>과 더불어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냉정과 열정사이>처럼 남과 여, 두 명의 시선으로 삶을 엮어낸 소설이다. <우안>의 주인공 큐는 숟가락을 휘거나 앞날을 미리 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츠지 히토나리는 <우안>을 통해,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고 지켜나가는 일은 고통의 연속이겠지만 그런 고통이 인생이고, 그러다가 가끔 행복이 찾아오면 자신이 살아있다는 그 기적 속에서 행복을 고맙게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한다.
또한 어떤 운명에서건 자신이 구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것은 그들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자신이 동등한 위치에서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큐가 오랫동안 마리를 사랑하면서 그의 인생은 온통 그녀와의 관계속에서 진행된다. 그것은 같은 시공간에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큐의 마음 속에 마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좌안>은 '마리'라는 여자의 인생을 조망한 작품이다. 춤과 술과 남자를 좋아하는 개방적인 주인공 마리. 마리는 자신의 인생을 살면서 수없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헤어지는지 배우게 된다. 마리의 자유로운 생활은 오빠 소이치로의 죽음으로 인해 엄마와 아빠의 변화, 그리고 자신의 생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면서 시작된다.
마리가 만나는 인연들은 굳이 남녀 사이의 문제만은 아니다. 큰 틀은 옆집 오빠 큐와의 사랑이지만 그 사이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마리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된다. 또한 그녀가 낳은 딸과의 관게를 통해 나는 한 여자의 일생이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싶은 생각에 안타까움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사람이 살면서 겪게 될 가장 가슴 아픈 일이 아닐까. 살면서 몇 번의 경험을 하게 될 그런 것들에 대해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