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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주세요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평점 :
거슬리는 사람이란 어디를 가든 반드시 한두 명은 있게 마련이야. 거슬리는 사람이 없는 세계라는 건 이 지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거야. 그러면 어째서 거슬리는 인간이 이렇게도 많을까?
그건 분명 하느님이 너나 나를 시험해보시려고 그런 사람들을 이용해서 인생 공부를 시키시는 거야. 나는 맘에 안 드는 인간을 만났을 때는 항상 그렇게 생각하곤 해. 남의 잘못을 보고 내 잘못을 고치라는 말도 있잖아? 그런 사람들을 내 인생의 교재라고 여기고 내 식대로 살아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더라.
pp.70~71
진실을 얘기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거기다 진실이라는 건 정말 아픈 것이기도 하더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쪽에도 그 아픔이 똑같은 양으로 파고들어. 진실이라는 것은 양날의 칼 같은 것이구나.
p.85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너무 힘을 내려고 애쓰는 바람에 네가 엉뚱한 길,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것만 같아. 굳이 힘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잖니? 인간이란 실은 그렇게 힘을 내서 살 이유는 없어. 그렇게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거꾸로 힘이 나지. 몹쓸 사람들은 우리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주는 그런 사람들이야. 힘을 내지 않아도 좋아. 자기 속도에 맞춰 그저 한발 한발 나아가면 되는 거야.
p.115
"아가씨, 괴로움이란 사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봐. 그러면 내 속에서 괴로움은 사라지고 모든 게 기쁨으로 변할 테니까."
p.184
츠지 히토나리, <사랑을 주세요> 中
+) 베스트셀러 작가이기에 선택한 책은 아니었지만, 이 책을 선택한 것에 흐뭇해진다. 인간 본연의 사랑 자체를 거부하던 여자에게 낯선 펜팔 친구와의 대화는 호기심에서 진실로, 진실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그들의 관계가 식상한 사이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랬으나 살짝 실망한 감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글을 읽을 수록 여자가 '사랑'을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간 본연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남녀 사이의 관계 혹은 모정이나 부정, 그리고 우정 등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고아로 자란 주인공에게, 자살 시도를 한 주인공에게 삶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 펜팔 친구이자, 자신의 친오빠로 밝혀진 남자에게서 조금씩 알아간다. 인간에 대한 진실과 진심의 전달이 사랑의 시작이라는 것을. 병에 걸려 곧 죽을 남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친동생에게 스스로를 밝히지 않은 삶이란 또 무엇일까. 상처는 상처를 낳는 법이다. 혈육에 대한 정을 전하기 보다 삶에 대한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었던 것이 오빠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에게 죽음은 무엇일까. 하루 하루, 한 시간이 그에게는 보통 사람의 시간보다 훨씬 더 귀중하고 소중한 것이었다. 작가는 우리에게 이렇게 삶에 있어서 시간과 애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살아가면서 겪는 고독은 진실의 이면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은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그 반대편에 사랑과 희망이 존재한다. 그게 사는게 아닐까.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