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크 - 첫 2초의 힘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무열 옮김, 황상민 감수 / 21세기북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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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좀 산만한 서술로 확실한 주장을 찾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삶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타인과의 관계 혹은 자신이 선택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판단을 잘 하귀 위해 노력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복잡한 모든 문제를 단순화시켜서 선택하는 연습을 함으로써 순간 판단 능력이 늘어나리라는 주장인데, 그것에는 분명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첫인상은 경험과 환경에서 생성된다. 그 인상을 형성하는 경험들을 변화시킴으로써 첫인상을 바꿀 수 있다는 -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 뜻이다. 당신이 모든 면에서 흑인을 동등하게 대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백인에 대해 갖고 있는 것만큼 흑인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연상들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평등에 대한 단순한 언급 이상이 필요하다. 소수 인종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며 그들의 좋은 문화에 친숙해지도록, 그들과 만나고 약속하고 이야기할 때나 그드을 채용하고자 할 때 망설임이나 불안감이 드러나지 않도록 당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신속한 인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좋든 나쁘든 첫인상이 우리의 삶에 행사하는 믿기지 않는 힘을 인정하고자 한다면, 능동적인 걸음을 내디뎌 첫인상을 관리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p.139

 

 첫째, 정말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의사결정은 신중한 사고와 본능적인 사고의 균형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보브 골롬이 위대한 자동차 세일즈맨일 수 있었던 것은 고객의 의사와 필요와 감정을 한눈에 직관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 과정에 제동을 걸어야 할 때, 즉 특정한 유형의 순간적 판단을 의식적으로 물리쳐야 할 때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둘째, 좋은 의사결정에는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존 고트먼은 복잡한 문제를 매우 단순한 요소들로 분해했다. 극히 복잡하게 뒤얽힌 관계나 문제도 밑바닥에는 식별 가능한 패턴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p.189

 

 순간 판단을 잘 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이 있죠. 첫째는 판단에 필요한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주위에서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내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판단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또한 저는 본능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쁘거나 잘못된 것들을 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 말이죠.

 판단을 잘하고 싶다면, 우리는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환경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에 개입해야 합니다.

pp.328~330

 

 

말콤 글래드웰, <블링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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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구십년대
공선옥 외 지음, 민족문학연구소 엮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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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곳이 사람을 살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괴롭히고, 나아가서는 파괴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시설이라는 것이 날이 갈수록 더욱 분명해졌으나, 그것 역시 문제라고까지 할 것은 없었다.
 차라리 문제는 그곳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는 점, 그리고 고통을 가하는 병사들이나 고통을 당하는 수용자들이나 마찬가지로 사람들이라는 점, 처음에는 병사들에게는 수용자들이, 수용자들에게는 병사들이 사람이 아니라 괴물, 악마, 나찰, 짐승, 그리고 벌레들로 보였으나, 날이 갈수록 서로의 눈에 서로가, 즉 서로를 짐승으로 생각했던 짐승들이 서로에게서 사람을, 그 사람이 사악하냐 착하냐, 나약하냐 강하냐 따위와는 관계없이, 사람을 발견하기 시작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서로에게서 사람을 발견하기 시작하면서 수용자와 병사들이 이제 각기 상대방에게서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게서 짐승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  최인석, [노래에 관하여]  pp.140~141

 

"사랑하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말아야 한다구?"

"그래, 만약 결혼해서 그 사람이 불행해지면 그걸 어떻게 견딜 수 있겠니?"

그녀의 오른쪽 엄지와 중지가 왼손가락의 반지를 잡고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결혼한 사람은 모두 불행을 견디고 있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견디기에 가장 어려운 것은 불행이 아니라 권태야. 하지만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기 때문에 현상을 바꿀 의지 없이 그럭저럭 견딜 수 있게 되는 것이 권태의 장점이지.

-  은희경, [그녀의 세번째 남자]  p.231

 

미타심 보살의 말에 따르면, 백팔번뇌의 108은 사람의 여섯 가지 감각이 여섯 가지의 번뇌를 일으킬 때 과거, 현재, 미래가 있어 그것들을 곱해서 나오게 된 숫자라고 했다. 여섯 가지 번뇌에는 좋음, 나쁨, 즐거움, 괴로움 뿐 아니라 '좋지도 나쁘지도 않음'과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음'도 들어 있었다. 그 말을 들으니 그녀는 자기를 떠나오게 한 것이 무엇인지는 알 듯도 싶었다.

- 은희경, [그녀의 세번째 남자]  p.260

 

 

공선옥 외, <소설 구십년대> 中

 

 

+) 90년대 단편 소설들을 선정한 이 책은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최인석의 [노래에 관하여]는 80년대의 문학이 갖고 있던 역사적 흔적을 90년대에 되살린 작품으로 삼청교육대의 폭압 행위를 세세하게 보여준다. 그 사이에서 수용자들의 노래는 개인의 감각을 되살리고 수용자 뿐만 아니라 군인들에게까지 같은 '사람'임을 제시하는 소재가 된다. 모든 것이 부정적이고 억압적이며 고통의 시간 속에서 그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노래이며, 그로 인해 그들은 서로를 돌아보게 된다.

 

김종광의 [전당포를 찾아서]는 80, 90년대를 잇는 학생들의 데모와 일반인들의 데모까지 이야기되고 잇다. 데모가 이루어진 안타깝고 처절한 상황보다 그 속에서 젊은이들의 행동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김종광이라는 소설가만이 해낼 수 있는 개성이라 생각된다. 그것이 오히려 더 분노와 비판의 시선을 갖는 것은 아닐까.

 

80년대와 90년대를 역사/일상, 남성/여성, 외부현실/개인적 내면 등으로 구분 짓는 논리 때문에 80, 90년대 서사를 거대 서사와 미시서사로 구분하게 된다고 하는 평자의 지적에 공감한다. 그런 이분화된 태도로 90년대 문학을 새로운 혁명처럼 받아들이는데 그것은 옳지 못한다. 그것들은 이분화할 수 이는 것들이 아니다. 오히려 중첩되는 부분들이 되지 않을까. 유기적인 과정에서 이해되어야 옳다. 역사적인 개인의 일상이 개인적 내면 심리를 꿰고 있음을 보여주려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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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감과 러브레터 / 운수 좋은 날 외 하서명작선 6
현진건 지음, 윤병로 해설 / (주)하서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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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윽과 남편은 기막힌 듯이 웃는다.

“흥, 또 못 알아듣는군. 묻는 내가 그르지. 마누라야 그런 말을 알 수 있겠소. 내가 설명해 드리지. 자세히 들어요. 내게 술을 권하는 것은 화증도 아니고 하이칼라도 아니요.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이 조선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알았소? 팔자가 좋아서 조선에 태어났지, 딴 나라에 났더면 술이나 얻어먹을 수 있나......”

사회란 무엇인가? 아내는 또 알 수가 없었다. 어찌하였든 딴 나라에는 없고, 조선에만 있는 요릿집 이름이어니 한다.

“조선에 있어도 아니 다니면 고만이지요.”

남편은 또 아까 웃음을 재우친다.

 

p.90 - 현진건, [술 권하는 사회]

 

 

‘패배자’

그는 가만히 이렇게 자기를 불러 본다. 시냇물은 조약돌이 옹기종기 몰려 있는 수택의 발 밑을 지날 때마다 뭐라고인지 종알대고 흘러간다.

이 물소리를 해득만 한다면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되었으리라. 그러나 지금의 수택으로서는 이 속삭이는 물소리보다도 지난날의 추억보다도 패배자의 짐을 싣고 가는 마차 바퀴 소리만이 과장이 돼서 울리는 것이었다.

‘패배자? 어째서 패배자냐? 오랫동안 동경해 오던 이상 생활의 첫 출발이지!’

 

p.135 - 이무영, [제1과 제1장]

 

 

현진건 외, <운수 좋은 날 외> 中

 

 

+) "조선 사회가 술을 권한다"는 주인공의 외침이 현재의 나에게도 가슴 깊이 다가온다. 당대의 지식인으로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한 자신을 비난하며 술을 마시던 주인공은 현재에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만큼 사회의 부조리함은 달라지지 않았다. 몇 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답답한 사회 현실은 반복되고 있다. 이무영의 소설 속 주인공이 농촌으로 돌아간 것은 어쩌면 그와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지나치게 농촌과 도시를 이분화시켰다는 단점을 제외하고 이무영의 소설도 꽤 흥미로웠는데 무엇이 진정 이상 생활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돌이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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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 2008년 제53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김경욱 외 지음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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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상처받은 진실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어. 상처받은 진실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진실뿐이야.

p.24  -김경욱, [99%]

 

내 얘기가 끝나고 한참 동안 미선은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만 해도 후련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상한 음식을 억지로 삼킨 것 같은 기분이 엄습했다. 악취를 뿜어내는 그 감정의 정체를 나는 스스로에게 온전히 설명할 수 없었다.

p.43  -김경욱, [99%]

 

삶이란 나약하고 낡아가는 일체의 것에 대해 잔혹하고 가차 없는 그 무엇이라고 말한 사람은 독일 사람 니체였다. 하지만 나약한 일체의 것에 잔혹하고 가차 없는 삶을 만드는 것은 인간이다.

p.65  -김경욱, [당신의 수상한 근황]

 

나는 그 사람 얼굴도 보기 전에 먼저 그 사람 이름을 알았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나는, 저렇게 모두가 '보는' 곳에 사는 일이란, 그늘 한 점 없는 운동장에서 땡볕을 받고 있는 기분과 같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의 형편은 어렴풋이 짐작되는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상기될 터였다. 그건 가난보다 좋지 않은 일일 수 있다고, 나는 걸음을 멈춘 채 수심에 잠겼다. 그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아는 것은 그가 나의 선배라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의 이름이 두식이라는 것이 전부였다.

p.106  -김애란, [네모난 자리들]

 

 

김경욱 외, <99% (2008 제58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中

 

 

+) 문학상의 기준이 무엇일까. 각각 제정된 문학상의 의미나 가치에 따라 기준이 정해지겠으나, 가끔 나는 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을까 싶다. 작품들을 상대적으로 살펴보아야 하며, 심사위원이 누구냐에 따라서 작품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게 과연 객관적일 수 있느냐에 대해서 당연히 의문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상작품집에 실린 작품들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당대의 수준있는 작품들을 선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상문학상 작품집과 현대문학상 수상집은 개인적으로 종종 읽어보는 책이다.

 

작년 현대문학상 수상집을 살펴보면서 역시 작품을 많이 써본 작가들의 자연스러운 문체와 매끄러운 서사 전개가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어 좋았다. 수상작인 김경욱의 소설 [99%]는 진실과 거짓의 이중적인 면모를 다루고 있는데, 무엇이 거짓이며 무엇이 진실인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1%와 99%의 거리, 그 사이에서 주인공은 숨겨진 진실 1%를 찾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과연 그것은 진실인가. 이 소설은 진실을 진실로 그려내지 않고 거짓을 진실로 만들어버리는 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외에 김애란의 [네모난 자리들]은 기형도의 시 구절을 인용하여 소설을 풀어내고 있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선배를 짝사랑하는 주인공이 삶, 혹은 사랑의 돌파구를 찾아 사라진 선배의 방에 방문한다. 그곳에 갇혀 있는 선배의 사랑을 안쓰러워 하면서도 자신의 사랑 또한 빈 집에 놓아두고 나오는 장면은 압권이다.

 

윤형수의 [만 장]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잠꼬대로 미래를 예견하는 은자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 형식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은자의 아들 자훈이가 그들을 찾아다니며 은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각각 1인칭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며 그들이 바라본 은자의 모습을 열거하는 구성이 제법 흥미로웠다. 끝내 은자와 자훈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어느새 그들의 관계와 일생 그리고 심리까지 들여다보게 된다.

 

앞서 말한대로  어떻게 수상작을 선정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지만, 이런 책에 실린 모든 작품을 꼼꼼히 읽어보며 최근 작품들의 경향을 살펴보는 것도 유익한 일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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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생활백서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참고 견뎌야만 가질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인생을 꿈꾸어 본 적은 없다. 그래서 불행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때로는 견뎌서 얻은 것이 없는 삶이라서 시간을 느낄 수가 없다. 내가 살아온 시간은 읽어온 책들의 숫자로만 가끔씩 점검되고 확인된다. 나는 여전히 책을 읽는다. 그리고 오늘 이후의 날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책 속에 미래가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책 속에는 온통 오늘과 어제뿐이다. 하지만 내가 읽은 과거가 또 누군가에게는 미래가 될 것이 분명하다.

p.23

 

오늘과 내일이 그리 다를 것도 없는 삶을 살면서도 이정도면 괜찮다고,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사는 것보다는 힘든 상황에서도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곳이 있는 삶이 낫고, 그저 묵묵히 견디고 참아가면서 사는 것보다는 단번에 부수어버리고 떠날 수 있는 삶이 낫다고 생각해.

p.129

 

나는 다른 사람의 시간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무얼 하든 어떤 식으로 살든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이 아니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자기를 파괴시키는 행위에 관해서는 두렵긴 하지만 상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족이나 영향을 받을 누군가가 있다면 곤란하다.

p.255

 

 

박주영, <백수생활백서> 中

 

 

+) 이 소설 속의 서술자가 있는 상황에 내가 있더라면 어땠을까.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그녀가 부럽다고 생각했다.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겠으나 나도 그런 삶을 꿈꿔보곤 한다. 평생 책을 읽으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인공과 나의 차이점은 그녀는 책을 소장하는 것에 중점을 두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도서관이라는 문화적 혜택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란 말인가.

 

어쨌든 나는 다음 구절을 보고 매우 놀라워했다. 어쩌면 이렇게 나와 비슷한 사유 구조를 갖고 있을까. 대상에 대한, 그러니까 적어도 '책'에 대한 서술자와 나의 생각은 놀라울만큼 일치했다. 그만큼 책을 소유하고자(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작가는 꿰뚫고 있는 것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살고 싶다. 책을 읽을 시간을 뺏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일하기 싫다고 말한다면 별 핑계도 다 있다고 하겠지만 나한테는 그것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나의 진실이다. 문제는 책 읽을 시간을 더 많이 갖기 위해 일을 하지 않으면 책을 살 돈이 없다는 것이다. 균형, 그것이 문제다. 그리고 그것은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떻게 보면 대학을 졸업하고 백수로(이것은 어디까지나 사회적, 경제적인 논리에 해당한다. 노동을 하고 수입을 얻어 다시 새로운 생산을 만들어내는 논리에서 그녀는 아무것도 창출해내지 못하는 백수에 해당한다.) 작지만 유명한 식당을 운영하는 아버지에 기대어 산다. 스스로도 사람들의 시선이 어떤지 잘 알고 있지만, 그녀에게 타인의 시선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책을 읽으며 살 수 있는 삶이 그녀의 전부인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작가는 충분히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장편소설이라기에는 스토리가 너무 단순하고, 제법 중복되는 작가의 주장이 반복되어 나와서 지루하기도 하다. 하지만 통일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내용 전개에 별 문제가 없으니 좀 참고 읽을 수 있다. 쓰고 읽는 것의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드러내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고백하는 작가의 말을 통해 어쩜 이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 싶다.

 

여담이지만, 책을 읽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 물질적인 세상에서 노동력 창출이라는 거창한 틀에 한 몫할 수 있는 일은 정녕 없는 것일까, 이런 우습지만 부러운 생각을, 오늘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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