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주다
와타야 리사 지음, 양윤옥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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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빠와의 사이에서 일어난 다툼을 어머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기도 했지만, 보통 때의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에 그런 이야기는 어디론가 휩쓸려 가버렷다. 일상적인 대화란 엄청난 것이다. 1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서히 만들어진 것이라서 웬만한 일에는 뒤집히지 않았다. 일상적인 대화는 말을 나누는 이들 사이에 '일상을 유지하고 싶다'라는 강한 바람만 있으면 가령 눈앞에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 해도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해버리는 힘이 있는 게 아닐까.

p.115

 

"아까 그 얘기인데. 이를테면 앞으로 농사일을 할 사람이 '나는 사람들에게 쌀을 주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해요?

"글쎄, 그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렇죠? 맞아. '준다'라는 말이 결정적으로 이상한 거야. 쌀은 안 되는데 꿈이라는 건 당당하게 '준다'라는 식의 오만한 말투가 허락되다니. 뭔가 이상하잖아요? 애초에 이런 때의 '꿈'이란 게 무엇인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어지간히도 많이 떠들어왔지만."

p.180

 

"아빠는 옛날을 그리워하는 게 비참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왜냐하면 '옛날'이라는 게 자꾸 생각날 만큼 오래 살았다는 거잖아? 그리워하는 건 오래 살아낸 사람을 위한 포상이야. 하지만 불만이 쌓여서 현실을 경멸하고 아름다운 추억만 그리워하는 건 비겁이겠지. 분명."

p.286

 

 

와타야 리사, <꿈을 주다> 中

 

 

+) 와타야 리사는 고등학교 재학중인 17세에 <인스톨>로 문예상을 수상한 작가였다.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으로 아카타카와상을 수상함으로써 재능을 검증받았는데, 이 책은 그 이후에 쓰여진 작품이다. 연예계 아이돌 스타의 사랑과 파멸을 보여주는 작품인데, 주인공 '유우' 짱이 태어나기 이전 부모님의 관계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순식간에 아이 모델에서 스타가 되기까지 시간이 흐르고 유우 짱이 18세가 될 무렵 사랑을 만난다. 그리고 여배우에게 치명적인 스캔들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느 기자가 유우에게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냐고,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답하지 못했다. 그때 매니저가 알려준 대답은 '앞으로 꿈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이었다. 이것은 어쩌면 어느 정도 성장한 사람들에게 닥칠 수 있는 당황스러움이 아닐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것은 십대 혹은 이십대 초반에나 있던 일이다. 나이가 들면서 점차 우리는 꿈을 잊거나 꿈을 잃고 살아간다. 작가는 십대 소녀의 꿈을 이야기했지만,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꿈을 간직하며 살아가야 하는 모든 이들을 생각했다.

 

한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한 인물의 성장 소설로 여기기엔 정신적인 성장 부분이 좀 미흡하게 드러나지 않았나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책을 찾아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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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 생각의나무 우리소설 14
마르시아스 심(심상대)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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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솔직한 문장으로 이루어졌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같은데 그렇게 여기기엔 성에 대한 이야기가 지나치게 솔직해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심상대는 천상 이야기꾼이구나, 싶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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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주세요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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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리는 사람이란 어디를 가든 반드시 한두 명은 있게 마련이야. 거슬리는 사람이 없는 세계라는 건 이 지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거야. 그러면 어째서 거슬리는 인간이 이렇게도 많을까?
 그건 분명 하느님이 너나 나를 시험해보시려고 그런 사람들을 이용해서 인생 공부를 시키시는 거야. 나는 맘에 안 드는 인간을 만났을 때는 항상 그렇게 생각하곤 해. 남의 잘못을 보고 내 잘못을 고치라는 말도 있잖아? 그런 사람들을 내 인생의 교재라고 여기고 내 식대로 살아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더라.

pp.70~71

 

진실을 얘기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거기다 진실이라는 건 정말 아픈 것이기도 하더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쪽에도 그 아픔이 똑같은 양으로 파고들어. 진실이라는 것은 양날의 칼 같은 것이구나.

p.85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너무 힘을 내려고 애쓰는 바람에 네가 엉뚱한 길,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것만 같아. 굳이 힘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잖니? 인간이란 실은 그렇게 힘을 내서 살 이유는 없어. 그렇게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거꾸로 힘이 나지. 몹쓸 사람들은 우리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주는 그런 사람들이야. 힘을 내지 않아도 좋아. 자기 속도에 맞춰 그저 한발 한발 나아가면 되는 거야.

p.115

 

"아가씨, 괴로움이란 사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봐. 그러면 내 속에서 괴로움은 사라지고 모든 게 기쁨으로 변할 테니까."

p.184

 

츠지 히토나리, <사랑을 주세요> 中

 

 

+) 베스트셀러 작가이기에 선택한 책은 아니었지만, 이 책을 선택한 것에 흐뭇해진다. 인간 본연의 사랑 자체를 거부하던 여자에게 낯선 펜팔 친구와의 대화는 호기심에서 진실로, 진실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그들의 관계가 식상한 사이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랬으나 살짝 실망한 감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글을 읽을 수록 여자가 '사랑'을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간 본연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남녀 사이의 관계 혹은 모정이나 부정, 그리고 우정 등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고아로 자란 주인공에게, 자살 시도를 한 주인공에게 삶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 펜팔 친구이자, 자신의 친오빠로 밝혀진 남자에게서 조금씩 알아간다. 인간에 대한 진실과 진심의 전달이 사랑의 시작이라는 것을. 병에 걸려 곧 죽을 남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친동생에게 스스로를 밝히지 않은 삶이란 또 무엇일까. 상처는 상처를 낳는 법이다. 혈육에 대한 정을 전하기 보다 삶에 대한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었던 것이 오빠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에게 죽음은 무엇일까. 하루 하루, 한 시간이 그에게는 보통 사람의 시간보다 훨씬 더 귀중하고 소중한 것이었다. 작가는 우리에게 이렇게 삶에 있어서 시간과 애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살아가면서 겪는 고독은 진실의 이면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은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그 반대편에 사랑과 희망이 존재한다. 그게 사는게 아닐까.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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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크 - 첫 2초의 힘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무열 옮김, 황상민 감수 / 21세기북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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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좀 산만한 서술로 확실한 주장을 찾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삶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타인과의 관계 혹은 자신이 선택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판단을 잘 하귀 위해 노력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복잡한 모든 문제를 단순화시켜서 선택하는 연습을 함으로써 순간 판단 능력이 늘어나리라는 주장인데, 그것에는 분명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첫인상은 경험과 환경에서 생성된다. 그 인상을 형성하는 경험들을 변화시킴으로써 첫인상을 바꿀 수 있다는 -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 뜻이다. 당신이 모든 면에서 흑인을 동등하게 대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백인에 대해 갖고 있는 것만큼 흑인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연상들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평등에 대한 단순한 언급 이상이 필요하다. 소수 인종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며 그들의 좋은 문화에 친숙해지도록, 그들과 만나고 약속하고 이야기할 때나 그드을 채용하고자 할 때 망설임이나 불안감이 드러나지 않도록 당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신속한 인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좋든 나쁘든 첫인상이 우리의 삶에 행사하는 믿기지 않는 힘을 인정하고자 한다면, 능동적인 걸음을 내디뎌 첫인상을 관리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p.139

 

 첫째, 정말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의사결정은 신중한 사고와 본능적인 사고의 균형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보브 골롬이 위대한 자동차 세일즈맨일 수 있었던 것은 고객의 의사와 필요와 감정을 한눈에 직관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 과정에 제동을 걸어야 할 때, 즉 특정한 유형의 순간적 판단을 의식적으로 물리쳐야 할 때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둘째, 좋은 의사결정에는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존 고트먼은 복잡한 문제를 매우 단순한 요소들로 분해했다. 극히 복잡하게 뒤얽힌 관계나 문제도 밑바닥에는 식별 가능한 패턴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p.189

 

 순간 판단을 잘 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이 있죠. 첫째는 판단에 필요한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주위에서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내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판단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또한 저는 본능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쁘거나 잘못된 것들을 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 말이죠.

 판단을 잘하고 싶다면, 우리는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환경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에 개입해야 합니다.

pp.328~330

 

 

말콤 글래드웰, <블링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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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구십년대
공선옥 외 지음, 민족문학연구소 엮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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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사람을 살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괴롭히고, 나아가서는 파괴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시설이라는 것이 날이 갈수록 더욱 분명해졌으나, 그것 역시 문제라고까지 할 것은 없었다.
 차라리 문제는 그곳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는 점, 그리고 고통을 가하는 병사들이나 고통을 당하는 수용자들이나 마찬가지로 사람들이라는 점, 처음에는 병사들에게는 수용자들이, 수용자들에게는 병사들이 사람이 아니라 괴물, 악마, 나찰, 짐승, 그리고 벌레들로 보였으나, 날이 갈수록 서로의 눈에 서로가, 즉 서로를 짐승으로 생각했던 짐승들이 서로에게서 사람을, 그 사람이 사악하냐 착하냐, 나약하냐 강하냐 따위와는 관계없이, 사람을 발견하기 시작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서로에게서 사람을 발견하기 시작하면서 수용자와 병사들이 이제 각기 상대방에게서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게서 짐승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  최인석, [노래에 관하여]  pp.140~141

 

"사랑하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말아야 한다구?"

"그래, 만약 결혼해서 그 사람이 불행해지면 그걸 어떻게 견딜 수 있겠니?"

그녀의 오른쪽 엄지와 중지가 왼손가락의 반지를 잡고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결혼한 사람은 모두 불행을 견디고 있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견디기에 가장 어려운 것은 불행이 아니라 권태야. 하지만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기 때문에 현상을 바꿀 의지 없이 그럭저럭 견딜 수 있게 되는 것이 권태의 장점이지.

-  은희경, [그녀의 세번째 남자]  p.231

 

미타심 보살의 말에 따르면, 백팔번뇌의 108은 사람의 여섯 가지 감각이 여섯 가지의 번뇌를 일으킬 때 과거, 현재, 미래가 있어 그것들을 곱해서 나오게 된 숫자라고 했다. 여섯 가지 번뇌에는 좋음, 나쁨, 즐거움, 괴로움 뿐 아니라 '좋지도 나쁘지도 않음'과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음'도 들어 있었다. 그 말을 들으니 그녀는 자기를 떠나오게 한 것이 무엇인지는 알 듯도 싶었다.

- 은희경, [그녀의 세번째 남자]  p.260

 

 

공선옥 외, <소설 구십년대> 中

 

 

+) 90년대 단편 소설들을 선정한 이 책은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최인석의 [노래에 관하여]는 80년대의 문학이 갖고 있던 역사적 흔적을 90년대에 되살린 작품으로 삼청교육대의 폭압 행위를 세세하게 보여준다. 그 사이에서 수용자들의 노래는 개인의 감각을 되살리고 수용자 뿐만 아니라 군인들에게까지 같은 '사람'임을 제시하는 소재가 된다. 모든 것이 부정적이고 억압적이며 고통의 시간 속에서 그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노래이며, 그로 인해 그들은 서로를 돌아보게 된다.

 

김종광의 [전당포를 찾아서]는 80, 90년대를 잇는 학생들의 데모와 일반인들의 데모까지 이야기되고 잇다. 데모가 이루어진 안타깝고 처절한 상황보다 그 속에서 젊은이들의 행동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김종광이라는 소설가만이 해낼 수 있는 개성이라 생각된다. 그것이 오히려 더 분노와 비판의 시선을 갖는 것은 아닐까.

 

80년대와 90년대를 역사/일상, 남성/여성, 외부현실/개인적 내면 등으로 구분 짓는 논리 때문에 80, 90년대 서사를 거대 서사와 미시서사로 구분하게 된다고 하는 평자의 지적에 공감한다. 그런 이분화된 태도로 90년대 문학을 새로운 혁명처럼 받아들이는데 그것은 옳지 못한다. 그것들은 이분화할 수 이는 것들이 아니다. 오히려 중첩되는 부분들이 되지 않을까. 유기적인 과정에서 이해되어야 옳다. 역사적인 개인의 일상이 개인적 내면 심리를 꿰고 있음을 보여주려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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