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소설 읽는 노인 Mr. Know 세계문학 23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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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읽을 줄 알아.
 그것은 그의 평생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었다. 그는 글을 읽을 줄 알았다. 그는 늙음이라는 무서운 독에 대항하는 해독제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읽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읽을게 없었다.

p.75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는 틀니를 꺼내 손수건으로 감쌌다. 그는 그 비극을 시작하게 만든 백인에게, 읍장에게, 금을 찾는 노다지꾼들에게, 아니 아마존의 처녀성을 유린하는 모든 이들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낫칼로 쳐낸 긴 나뭇가지에 몸을 의지한 채 엘 이딜리오를 향해, 이따금 인간들의 야만성을 잊게 해주는, 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을 얘기하는, 연애 소설이 있는 그의 오두막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p.180

 

 

루이스 세풀베다, <연애 소설 읽는 노인> 中

 

 

+)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아마존의 밀림과 인디오들, 동물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그들을 찾아온 낯선 백인들과 밀렵꾼들에 대항하기 위한 원주민과 동물들의 몸부림이 시작되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항이다. 맨 처음 먼저 싸움을 거는 것은 언제나 문명을 안고 살아가는 자들이다. 미개하다고 무시하면서 생명을 빼앗고, 자연을 파괴하는 행동을 서슴치 않다가 결국 자연에 복수를 받게 된다.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는 아마존의 원주민 수아르 족과 생활하면서 원주민들의 방식으로 동물들을 사랑하고 자연에서 생활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서서히 문명을 잊게 되는데 그러다가 어느날 우연한 기회에 글을 읽을 줄 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연애 소설을 읽는,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읽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환경운동가이자 아마존의 수호자인, 친구 치코 멘데스에게 바친 이 작품에서 라틴 아메리카의 현실을 개탄하면서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면 그것은 다시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침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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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어 - 하버드대 행복학 강의
탈 벤 샤하르 지음, 노혜숙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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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라도 좀더 행복해질 수 있다. 어느 누구도 항상 완벽한 기쁨을 맛볼 수 없다. 완벽한 기쁨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따라서 자신이 행복한지 아닌지 묻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좀더 행복해질 수 있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이 질문은 행복 추구가 어떤 지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과정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는 5년 전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며 5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p.34

 

어떤 목표, 미래의 목적을 정하는 일차적인 목적은 현재의 즐거움을 높이는 것이다. 목표는 단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행복을 위해서는 목표에 대한 기대를 조정해야 한다. 목표를 목적(목표 달성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이 아닌 수단(목표 설정이 여행의 즐거움을 높여줄 수 있다는)으로 인식해야 한다. 목표 달성이 잠깐 반짝하는 즐거움을 주는 데 비해 목표 설정은 지금 하는 일을 즐길 수 있도록 하여 간접적으로 모든 단계에서 행복 수준을 높여준다. 목표는 우리가 현재에 충실할 수 있게 해준다.

p.130

 

상실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잃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방어한다. 행복한 사람은 잃어버릴 것이 많으므로 상실이 고통을 피하려고 차라리 아무 것도 갖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하면서 애초에 행복을 누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p.250

 

 

탈 벤 샤하르, <해피어 - 하버드대 행복학 강의> 中

 

 

+) 우리 나라에도 행복학이나 긍정심리학이 많이 발달했으면 좋겠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게 하면 어떨까. 그럼 행복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사회가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샤하르 교수가 첫 강의를 하버드에서 시작할 때는 약 40명에 불과했던 학생들이 점차 늘어 몇 백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강의 평가 또한 자신의 삶을 돌아볼 기회가 주어진 좋은 강의로 평가받았다.

 

우리에게도 그런 기회가 주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이런 강의에 관심이 많다. 행복의 가장 첫 걸음으로 마음의 양식을 얻는 것이라 생각된다. 책을 읽어도 좋고, 영화를 보아도 좋으며, 음악을 들어도 좋다. 우리의 심신에 자유와 평안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첫 걸음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행복해지기를 기다리기보다 행복하기 위해 먼저 한 걸음을 옮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자신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위해 먼저 발걸음을 옮겨라. 실천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 책을 지침서로 해도 좋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이 편안할 때까 언제인가를 돌아보며 그 순간을 찾아 시간을 할애하라. 일단 한번 먼저 행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거나 돈이 없다거나 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자신을 위해 없는 시간이란 없다. 다른 부분에서 돈을 아껴서라도 자신을 위해 투자하라. 문득 오늘 햇볕이 좋은 때 시원한 냉커피 한 잔 마시면서 행복해할 내 자신이 떠오른다. 첫 걸음은 단순하게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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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이 떴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0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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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자랑스럽고 떳떳한 역사만 있는 게 아니야. 두고두고 국민을 부끄럽게 만드는 역사도 있지. 그뿐인가? 깊은 상처를 입고 썩은 고름을 줄줄 흘리며 계속해서 악취를 풍기는 역사도 있어."

p.108

 

"어른들이야 그렇지. 자기들은 다 하면서 우리한테는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담배가 좋은 점이 얼마나 많은지 아니? 개인적으론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또 사람들 사이에는 친밀감을 높여 주고..... 하지만 가능한 한 피우지 않는 게 좋아! 특히 여자는."

p.132

 

"대체 누구를 위한 공붑니까? 지들 개인을 위한 겁니까? 국민과 국가를 위한 겁니까? 도대체 기본 가치관이 불량해. 그 자식들!"

p.153

 

"좋지! 결투, 그거 나쁜 게 아니야!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갈등을 종결시키거든. 매우 야성적이고 원시적이며 남성다운 결정방법이지. 그런데 왜 싸우는 거냐?"

p.176

 

양호문, <꼴찌들이 떴다!> 中

 

 

+) 최근들어서 청소년 문학을 많이 보게 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작품들인데 읽어보면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영향을 미친다. 이 작품은 순식간에 읽었는데 실업계 청소년들의 사회체험기라고 할 수 있다.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른이 아닐 때 겪게 되는 부당함, 미래를 어찌 꾸려가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 솔직하게 적고 있다. 작중인물들이 요즘 학생들 같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작가가 근접하게 다가갔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기에는 어른이 되면 고민이 없어지리라 믿는다. 모든 고민이 사라지리라 믿는다. 대학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학생의 시기를 거쳐 사회에 나오게 되면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고민은 인생의 어느 때에도 있다. 그것을 해결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이 책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그 시절의 감성을 추억하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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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몸,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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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만족은 원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마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욕망의 자유가 아니라 욕망을부터의 자유, 세상에는 행복이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고 그 원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다. 고타마 붓다가 깨달은 첫번째 진리가 '행복의 부재'였다면, 그의 두번재 진리는 '세상에는 행복이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고, 행복을 원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곧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므로.

p.17

 

자기 비난에서 벗어나는 여행 중 가장 힘든 단계는 자신이 용서 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임을 스스로에게 이해시키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그 감옥에서 걸어나오는 마지막 발걸음은 스스로 옮겨 놓아야 한다.

p.45

 

두려움은 고통의 가장 큰 원인이다. 고통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이 바로 두려움이다. 두려움을 벗어던지면 단지 아프다는 감각만이 남는다.

p.79

 

절망은 우리 모두가 통과해야만 하는 감옥이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것이 우리로 하여금 상황을 견뎌 내게 도와준다. 그것은 또한 절망의 가장 큰 원인인, 행복한 시기를 너무도 자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버리게 해준다.

p.128

 

아잔 브라흐마,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中

 

 

+) 이 책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는 아무 것도 하지 말라." 어차피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더이상 문제가 아니라는 건데 그렇다면 그냥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마음 속에 존재하는 108가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삶, 고통, 사랑, 두려움, 용서 등등의 것이 그것이다. 현재의 것을 내려놓으라는 메시지가 주된 것이다. 그 말을 곱씹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구절을 많이 보았다. 공감이 되기도 하고 깊이 감동 받기도 했다. 물론 이건 좀 어렵군, 하고 느낀 부분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마음을 편안히 하는데 좋은 이야기들이 많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에 충분하다. 마음이 심란한 사람들에게 권한다. 종교의 여부를 떠나서 수행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좋은 설법을 듣는 것만큼 즐거운 깨달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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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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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이 커지면 묵언이 되는가. 그들은 말 없는 가운데 헤어졌다.

p.18

 

"아니 선생님, 그게 그렇지가 않다니까요. 한 사람의 일생이 정직한가 정직하지 않은가를 준별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그 사람의 일생에 그 시대가 얼마나 담겨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p.127

 

아무리 책을 파고들고, 아무리 옛 기억들을 떠올리며 공상을 해도 감옥의 시간은 언제나 팔팔한 기세로 버티고 있었다. 지긋지긋하다 못해 넌덜머리가 나는 그 지루함에 지치며 인생이란 어지간히도 길고 길다는 어이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누구나 인생이 허망하게 짧다고 말하지만 그건 감옥살이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넋두리일 뿐이었다.

pp.153~154

 

"진정한 작가란 어느 시대, 어떤 정권하고든 불화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모든 권력이란 오류를 저지르게 되어 있고, 진정한 작가는 그 오류들을 파헤치며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정치성과 전혀 관계없이 진보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으며, 진보성을 띤 정치 세력이 배태하는 오류까지도 밝혀내야 하기 때문에 작가는 끝없는 불화 속에서 외로울 수밖에 없다. "

- 작가의 말

 

조정래, <인간 연습> 中

 

 

+) 이 소설은 북에서 남으로 내려온 남자가 간첩에서 전향자로 낙인 찍힌 채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소련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며, 동료가 감옥에서 모진 고문과 핍박때문에 쓰러져 강제로 전향서에 도장을 찍게 되는 걸 바라보며, 주인공은 철저하게 사회 속의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고민과 전향자에 대한 남한 사회의 외면적인 시선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작품이다.

 

작가의 말에서 보듯 조정래는 진정한 작가란 시대와 사회를 외면해서는 안되는 사람으로 간주한다. 어떤 입장이든 어떤 오류이든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써야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전향자로 독방에서 장기수로 산 인물이 출옥 후 남한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런 그도 어린 아이들의 굶주림을 외면하지 않고 남한 형사의 도움을 받아 그들을 돌봐주기 시작한다. 작품의 중반에서 전쟁에서 다친 북한 장교가 자신의 부하부터 치료하게 해달라는 일화를 소개하는 간호사의 이야기를 곰곰히 생각해보자.

 

인간이란 어려우에 처했을 때 또다른 이를 외면하지 않는 본능을 지닌 사람들이다. 자신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 보이는 다른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것은 민주주의 사상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나 공산주의, 사회주의 사상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남한이든 북한이든 그런 것들은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무나 그렇게 용기있는 행동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진정한 인간만이 용기있는 행동을 하는데, 우리는 모두 인간이 되기 위한 연습이 필요하고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시대나 만들어낸 고통 속에서 개인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들여다보았다.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들이다.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해 그 어떤 상황에서도 노력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인간 이외의 모든 시대나 사상, 상황들은 부차적인 것일 뿐이다. 마음이 잔잔하게 울리는 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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