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몸,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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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만족은 원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마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욕망의 자유가 아니라 욕망을부터의 자유, 세상에는 행복이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고 그 원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다. 고타마 붓다가 깨달은 첫번째 진리가 '행복의 부재'였다면, 그의 두번재 진리는 '세상에는 행복이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고, 행복을 원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곧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므로.

p.17

 

자기 비난에서 벗어나는 여행 중 가장 힘든 단계는 자신이 용서 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임을 스스로에게 이해시키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그 감옥에서 걸어나오는 마지막 발걸음은 스스로 옮겨 놓아야 한다.

p.45

 

두려움은 고통의 가장 큰 원인이다. 고통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이 바로 두려움이다. 두려움을 벗어던지면 단지 아프다는 감각만이 남는다.

p.79

 

절망은 우리 모두가 통과해야만 하는 감옥이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것이 우리로 하여금 상황을 견뎌 내게 도와준다. 그것은 또한 절망의 가장 큰 원인인, 행복한 시기를 너무도 자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버리게 해준다.

p.128

 

아잔 브라흐마,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中

 

 

+) 이 책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는 아무 것도 하지 말라." 어차피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더이상 문제가 아니라는 건데 그렇다면 그냥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마음 속에 존재하는 108가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삶, 고통, 사랑, 두려움, 용서 등등의 것이 그것이다. 현재의 것을 내려놓으라는 메시지가 주된 것이다. 그 말을 곱씹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구절을 많이 보았다. 공감이 되기도 하고 깊이 감동 받기도 했다. 물론 이건 좀 어렵군, 하고 느낀 부분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마음을 편안히 하는데 좋은 이야기들이 많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에 충분하다. 마음이 심란한 사람들에게 권한다. 종교의 여부를 떠나서 수행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좋은 설법을 듣는 것만큼 즐거운 깨달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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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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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이 커지면 묵언이 되는가. 그들은 말 없는 가운데 헤어졌다.

p.18

 

"아니 선생님, 그게 그렇지가 않다니까요. 한 사람의 일생이 정직한가 정직하지 않은가를 준별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그 사람의 일생에 그 시대가 얼마나 담겨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p.127

 

아무리 책을 파고들고, 아무리 옛 기억들을 떠올리며 공상을 해도 감옥의 시간은 언제나 팔팔한 기세로 버티고 있었다. 지긋지긋하다 못해 넌덜머리가 나는 그 지루함에 지치며 인생이란 어지간히도 길고 길다는 어이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누구나 인생이 허망하게 짧다고 말하지만 그건 감옥살이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넋두리일 뿐이었다.

pp.153~154

 

"진정한 작가란 어느 시대, 어떤 정권하고든 불화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모든 권력이란 오류를 저지르게 되어 있고, 진정한 작가는 그 오류들을 파헤치며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정치성과 전혀 관계없이 진보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으며, 진보성을 띤 정치 세력이 배태하는 오류까지도 밝혀내야 하기 때문에 작가는 끝없는 불화 속에서 외로울 수밖에 없다. "

- 작가의 말

 

조정래, <인간 연습> 中

 

 

+) 이 소설은 북에서 남으로 내려온 남자가 간첩에서 전향자로 낙인 찍힌 채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소련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며, 동료가 감옥에서 모진 고문과 핍박때문에 쓰러져 강제로 전향서에 도장을 찍게 되는 걸 바라보며, 주인공은 철저하게 사회 속의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고민과 전향자에 대한 남한 사회의 외면적인 시선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작품이다.

 

작가의 말에서 보듯 조정래는 진정한 작가란 시대와 사회를 외면해서는 안되는 사람으로 간주한다. 어떤 입장이든 어떤 오류이든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써야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전향자로 독방에서 장기수로 산 인물이 출옥 후 남한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런 그도 어린 아이들의 굶주림을 외면하지 않고 남한 형사의 도움을 받아 그들을 돌봐주기 시작한다. 작품의 중반에서 전쟁에서 다친 북한 장교가 자신의 부하부터 치료하게 해달라는 일화를 소개하는 간호사의 이야기를 곰곰히 생각해보자.

 

인간이란 어려우에 처했을 때 또다른 이를 외면하지 않는 본능을 지닌 사람들이다. 자신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 보이는 다른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것은 민주주의 사상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나 공산주의, 사회주의 사상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남한이든 북한이든 그런 것들은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무나 그렇게 용기있는 행동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진정한 인간만이 용기있는 행동을 하는데, 우리는 모두 인간이 되기 위한 연습이 필요하고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시대나 만들어낸 고통 속에서 개인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들여다보았다.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들이다.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해 그 어떤 상황에서도 노력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인간 이외의 모든 시대나 사상, 상황들은 부차적인 것일 뿐이다. 마음이 잔잔하게 울리는 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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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대, 공모전에 미쳐라! - 개정판
이동조 지음 / 전나무숲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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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구체적인 공모전 일정과 대학생들의 일정에 따른 도전기를 서술하고 있다. 공모전에 도전하는 입장은 물론 공모전을 주최하는 입장에서도 글을 서술하며 양쪽의 입장 모두를 보여준다. 또한 신입사원이 되기까지 공모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려주며, 공모전의 채용 특전과 매년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공모전의 일정을 적고 있다.  

광고, 논문, 디자인, 마케팅, 첨여형 공모전의 성공 전략을 살펴본 후, 1등 수상자들의 노하우를 서술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조언들을 세세하게 정리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기억하도록 만드는 센스가 있다. 공모전을 도전하는 전략과 더불어 실패하는 사람들의 유형을 정리하여 그것을 피해가도록 유도한다.  

무엇보다 공모전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도 좋을 책이다. 공모전 기획자 입장까지 서술하고 있어서 여러 부분에서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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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영역이 대학을 결정한다 - 명강사 이만기 선생의 2008학년도 수능 정복 프로젝트
이만기 지음 / 글로세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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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언어영역에 관한 기존의 편견과 호기심을 말끔하게 해결해준다. 언어영역의 지존이라 불리는 이만기 선생의 글로, 언어영역의 공부법에 대해 떠돌고 있는 소문의 진상을 파헤친다. 

또한 언어영역의 각 영역별 공부 방법과 학년별 공부 방법, 실력별 공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책의 중반 이후부터는 문제집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한 내용별, 실전 유형별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실제 언어영역의 문제들을 소개하며 자신의 이론의 근거로 삼고 있다. 이런 문제가 있을 경우 이렇게 해결하고, 저런 문제가 있을 경우 저렇게 해결하면 좋다는 방법을 권한다.  

언어영역에 관해 세밀하게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이 책을 읽고 문제집을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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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4
윤흥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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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나서기 전에 언제나 내 몫이라고 어머니가 손에 쥐어주는 한 웅큼의 한숨이 있었다. 그걸 나는 한나절의 시간 위에다 데굴데굴 굴리면서 아무쪼록 어머니가 좋은 소식을 가지고 귀가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밤이 늦는데도 어머니는 기척이 없었다. 내 몫의 한숨은 야금야금 어둠을 빨아들여 언덕을 굴러내리는 눈뭉치처럼 부풀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것은 아픔으로 심각한 두려움으로 변해서 조만간에 내 몸뚱어리마저 먹어치울 거라는 환상으로부터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웠다.

- [양] p.38

 

그는 당최 흐름이라는 걸 몰랐다. 모든 잡다한 가닥을 합쳐 단일의 새로운 가닥을 이루면서 웬만한 장애물쯤은 단숨에 깔아뭉개버리고, 깔아뭉갠 만큼 자체내에 흡수하여 외려 더욱더 비대해진 형상으로 도도히 진행되는 것이 원래 흐름인 것을 그는 끝내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고, 이해하지 못할 뿐만이 아니라 감히 되지 못한 힘으로 그 흐름에 거슬러 보려 했던 것이다. 그가 그렇게 중뿔나게 굴지 않더라도 사실은 그가 옳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우리하고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흐름을 알고 모르는 그 차이였다. 분명히 그가 옳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옳은 것이 달랑 그 한 사람뿐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옳으면서도 글러먹은 것 다름아닌 그 자신이었던 것이다.

- [빙청과 심홍] pp.137~138

 

무사하고 말고. 얼마든지 무사할 수 있을 거야. 무사하지 않을 건 거짓말한 쪽이 아니라 거짓말을 거짓말이라고 보는 쪽이겠지. 왜냐하면 힘을 쥔 사람의 말은 소리가 외가닥으로 나와도 여론이 될 수 있고 무력한 대중의 말은 천 가닥 만 가닥이 합쳐져도 여전히 독창으로 취급받기 때문이야. 다수를 빙자한 소수의 여론은 언제나 대중의 쏠로를 유린해온 게 사실이거든.

- [날개 또는 수갑] pp.248~249

 

 

윤흥길,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中

 

 

+) 윤흥길의 소설을 읽으면서 성석제가 떠오른 것은 '유머' 때문이었다. 해학적이라기 보다 지독한 풍자를 통해 터져 나오는 웃음이 그의 소설에 있다. 감히 두 사람을 비교해도 될까 싶지만 그렇게 터져 나오는 웃음에 두 작가가 동시에 떠오르는 건 사실이니까. [아홉켤레의 구도로 남은 사내]를 읽으며 씁쓸하게, 그러나 쿡쿡, 해대며 얼마나 웃었던가. 갑자기 그때가 떠올라 무작정 오래된 책을 꺼내들었다. 읽었던 것도 같고, 읽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한 이 소설집을 말이다. 그런데 그건 참 좋은 선택이었다.

 

낡게 바랜 이 책은 10년도 더 되었는데 이 속에 담긴 단편들이 얼마나 웃기냐 하면,  허를 찌르는 지식인에 대한 비판 ([하루는 이런 일이])과 소외된 사람들의 고통([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직선과 곡선]), 계급 혹은 조직 사회에서의 권력자와 피권력자의 관계([빙청과 심홍]),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현실([엄동], [날개 또는 수갑])에 어떻게든 웃을 순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현실은 비굴하고 비열한 사람들을 생성해낸다. 자존심으로 살아온 사람들도 이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구분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 모든 상황을 철저하게 묘사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건 단순한 해학이 아니다. 철저하게 소외받는 계층을 그들의 시선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억울한 상황과 역설적인 상황을 교차시켜서 어이없는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 웃음이 또 씁쓸하면서도 재미있다. 오히려 더 냉정하게 지적해준다고 해야 할까. 읽으면서 요즘의 사회를 윤흥길처럼 소화해낼 수 있는 작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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