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리와 말모이, 우리말의 모든 것
장승욱 지음 / 하늘연못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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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 나오자마자 구입했는데 그새 반값이 ㅠㅠ
이제서야 읽기 시작했지만.. 왜 진작 안 읽고 있었을까 후회되는 책.
우리말을 참 재미있게 ,표현해주는 능력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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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파이트 - 애플과 구글, 전쟁의 내막과 혁명의 청사진
프레드 보겔스타인 지음, 김고명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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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티폰이라고 알랑가 몰라~ 핸드폰이 나오기 전, 그러니까 삐삐세대들에게 꿈의 전화기로 보였던 ... 한대 맞으면 뼈도 못 추릴 정도의 위용을 갖춘 시티폰은 당시 (내 기억이 맞는다면)199,000원이었다. 하지만 이 시티폰이 안겨주는 추억의 진실을 쓰디쓰다. 안테나 터지는 날보다 잠들어 있는 날이 더 많고 어쩌다 통화되어도 상대의 목소리가 안들려 할부금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씨티폰의 추억은 쓰라릴 수밖에. 이후 휴대용 컴퓨터와 손전화의 결합으로 탄생된 스마트폰의 등장은 삐삐 세대인 내게 신세계를 선사해주는 것만 같았다. 뭐 지금도 신세계이지만,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이 첨단기계의 끝이 어디까지일지 무척 기대된다.

 

 

 

 

처음 스마트폰이 출시되었을 때 중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스마트폰중독이 범상화 되어 가고 있는 분위기가 된 듯하다. 스마트폰으로 월드컵 경기를 보고,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고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본다. 아침에 일어나 잠이 들기까지 이 작은 휴대폰만 있으면 하루를 심심치 않게 보낼 수 있다. 게다가 휴대폰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잡스는 구글과 안드로이드 진영이 비열하게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했으며

세계 최대의 안드로이드폰 제조사인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을 베껴서

갤럭시 시리즈로 대박을 터뜨렸다고 생각한다.

 

 

 

 

이런 휴대폰의 탄생비화가 바로 이 책《도그파이트》에 실려 있다. IT 전문지 '와이어드', '월스트리트 저널', '포춘' 등에서 일하며 실리콘 벨리 거대기업들의 치열한 전쟁을 취재해 온 프레드 보겔스타인은 삼성과 애플의 전쟁을 현재 진행중인 애플과 구글의 전초전으로 보았다. 2011년부터 시작된 삼성과 애플의 법정공방은 애플의 궁극적 라이벌인 구글을 견제하기 위해 삼성과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폭로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구글은 안드로이드폰을 제조·판매하지 않는데다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었고 온라인 광고를 통해서 수익을 올린다. 반대로 애플은 기기를 제조하며 판매하여 수익을 올린다. 사업 분야가 전혀 다르지만 여기에 삼성이 구글과 함께 휴대폰을 만든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삼성의 디자인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서비스 결합은 독보적이었던 애플의 아이폰세상에 가장 커다란 맞수가 되었다. 한때 영혼의 동반자이기도 하였던 구글과 애플의 전쟁내막은 지난 수십년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던 수 많은 엔지니어와 중역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생생히 재현된다. 또한 보겔스타인은 애플과 구글의 탄생 비화를 통해서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엄청난 혁명전의 산물인 휴대폰이 삶의 중심이 되기까지의 이들의 업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며칠 전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소식을 들었다.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다음과 모바일 강자로 급부상한 카카오의 합병소식에 모바일 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구글신이라 불리울 정도로 검색 엔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구글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위협속에서 IT강국인 우리나라 모바일 기업들의 행보가 무척 궁금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애플과 구글, 삼성의 피튀기는 혈전이 아니었다면 IT산업이 이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릇 경쟁자란 서로에게 좋은 채찍이 되어 주니까. 불투명한 IT산업의 미래, 어쩌면 이 거대공룡들의 썰전 가운데 중요한 단초가 뿌려져 있을지도 모를 일.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의 미래가 이 책 안에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페이스북, 아마존 ,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무리 강력한 기업이라고 한들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뉴스를 보고 오락 상품을 소비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 날로 늘어나는 무수한 시청자에게 다가가려면 여전히 애플과 구글이라는 두 회사를 거쳐야만 한다. , 애플과 구글의 싸움에 오직 실리콘밸리의 미래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뉴욕 및 할리우드의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미래도 달려 있는 것이다, 그리고 수천억 달러의 수익이 걸려 있다. 그래서 앞으로 최소 2, 아마 5년 동안 이들 기업과 그 협력업체들, 또 거기에 기생하는 업체들은 죽기살기로 싸움을 벌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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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평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다산 정약용 평전 - 조선 후기 민족 최고의 실천적 학자
박석무 지음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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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은 수많은 저서만큼이나 훌륭한 인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 사람이 닿지 못할 지식을 쌓았을 뿐 아니라 평생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은 모습에 무한한 존경과 칭송을 받고 있는 학자이다.  <다산 정약용 평전>의 저자 박석무는 다산의 연구에 평생을 보냈다. 다산 정약용 평전 격인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에서 다산 삶의 역사적 사실인 팩트는 살리고, 인용했던 시나 글의 전문은 그대로 실었다. 당대의 사건이나 시문에 대한 사후평설을 추가하여 평전으로서의 체제를 갖추도록 노력한 결실로 전대미문의 《다산 정약용 평전》이 탄생하였다.

 

이 책은 다산의 일생을 네 시기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 번째 시기는 유년시절에서 28세 문과에 합격한 후 배우고 공부한 수학기.

두 번째 시기는 다산이 벼슬하던 시기로 28세에 문과에 급제하던 때로부터 38세 형조 참의를 시작할 때라 하여 사환기. (이 책에서는 암행어사 시절을 책의 맨 앞에 서술하였다.)

세 번째 시기는 40세에서 57세까지의 유배기, 즉 저술기이다. 대표작으로 [목민심서]가 있다,

네 번째 시기는 해배 뒤의 고향생활에 해당한다. 수많은 저서를 정리하고 삶을 마무리하던 시절로 정리기라 할 수 있다. 다산은 전 생애를 통틀어 500여권의 방대한 저술을 남겼으며 그 저술을 통해 다산 정약용은 현실 개혁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현실에 활용하면 부패와 타락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개혁안을 마련해 두었으니, 그게 바로 그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p22-

 

 

다산은 당쟁이 최고조에 이를 때 벼슬을 하였고 정조를 만나 암행어사를 하면서 백성의 삶 즉 '현실'을 목격하게 된다. 탐관오리와 권문세가의 등살, 가렴주구로 억울한 백성들을 대면하였던 다산은 모두에게 평등히 적용되는 법이 있어야 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일찍부터 깨닫게 되었고 일생의 원칙이 된다. 조선 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는 현실이고, 당시 조선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자학은 이상이다. 이런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이어주는 학문이 바로 '실학'이다. 백성들의 피폐한 삶에도 중국문물 숭상에만 열을 올리는 학계의 폐단사이 고민하던 다산 정약용은 주자학이 추구하였던 성性 (착한 성품)이 행동으로 옮겨야 (行) 덕(德) 을 이룰 수 있다는 사유체계를 이루어낸다. 이러한 사유를 바탕으로 한 다산의 실학은 낯선 것에 대한 동경과 새로운 것을 얻으려 하는 욕구의 강렬함과 맞닿아 서교(천주교)에 끌리게 한다. 다산은 학문이 이상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현실에도 활용가능해야 하며 이러한 믿음은 다산의 전 생을 관통하고 있는 사상이다. 실질적으로 조선이 농업국가임에도 농민들의 지위는 가장 하위층을 이루고 있었다. 아마도 다산이 가장 가슴 아파했던 부분이 아니었을까.

 

다산이 지적한 농업의 세 가지 문제점은

첫째 농민이 선비보다 지위가 낮은 점

둘째 농업이 상업보다 이익이 박한 점

셋째 농업이 공업보다 더 힘들다는 점이었다

다산은 어떻게 해야 선비의 지위만큼 농민의 지위를 끌어올릴지 장사만큼 이익을 올릴 수 있을지 공업보다 더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없을지를 세밀하게 분석하여 삼농정책'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 편농-한 사람이 하는 일을 두 사람이 하면 훨씬 편해진다, 편한 농사

두 번째 후농-소득이 높은 농사

세 번째 상농-농민들의 지위를 향상시켜, 농민도 선비처럼 대접받는 세상이 되게 하라.(농민의 지위향상)

 

저자는 다산의 생을 기쁨과 슬픔이 교차된 삶이었으며 기쁨보다 슬픔이 많은 삶이라 한다. 기쁨은 잠시 슬픔은 오래 갔다. 총망받던 유년기를 거쳐 백성을 위한 마음이 하늘을 찔렀지만, 날개가 꺾여 날아보지도 못하고 나이 마흔에 주저 앉아버렸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좌절하여 여생을 원망과 슬픔으로 보낼 만 한데 오히려 문학으로 애민의 꿈을 이루었다. 수많은 편지와 시, 음악과 의학 역사, 지리, 천문학 등 어느 분야에도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학문이 없다. 그러나, 한가지 유배지에서의 삶을 나는 오해하고 있었다. 유배기간을 견디기 위해 학문을 한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의 심지가 곧 학문이었던 사실을 말이다.

 

 

 

총리 못 뽑는 나라

 

문창극 총리후보자가 24일 끝내 사퇴했다. 총리후보자로 지명된 10일 이후 친일사관 논란 속에 사퇴냐, 정면 돌파냐를 두고 빚어진 ‘15일간의 혼돈은 마무리됐다. 박근혜 정부는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이끌어냈지만 잇따른 인사 참극으로 더 큰 내홍에 말려들 것으로 보인다.

어제 하루 종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기사이다. 공직자들의 청렴과 도덕성을 검증받을 수 있는 인사청문회에 가기도 전에 헤프닝으로 막을 내린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퇴는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공직자들의 청렴도와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결국은 제대로 된 총리 하나 못 뽑는 나라가 되고 만 꼴이기 때문이다. 시대는 변해도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다. 다산이 살던 시대에도 가렴주구가 넘쳐났듯이 현재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세상이다. 다산을 인간 다산으로 읽을 수 있어 좋은 책이었다. 다산이 꿈꾸었던 세상, 농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은 아마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도 오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꿈을 꾸고 싶다. 그분의 인품과 사상에 다시한번 무한 존경을 보내며 다산의 평전을 이제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다.

 

 

다산 부부가 75,76세의 노인으로 무병하게 해로하는 행복,

우주를 꿰뚫고 훤히 알지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박식한 학문,

두 아들 네 손자의 글 잘하고 예법에 밝은 행실,

비록 다산이 부귀영화는 못 누렸으나,

이런 세 가지의 복을 어찌 그런 것과 맞바꿀 수 있겠느냐 -p550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내용이 아니면 시가 아니며,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을 분개하는 내용이 아니면 시가 아니며, 아름다움을 아름답다 하고, 미운 것을 밉다 하며,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하는 그런 뜻이 담겨 있지 않은 내용의 시는 시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뜻이 세워지지 아니하고 학문은 설익고 삶의 대도(大道)를 아직 배우지 못하였으며, 위정자를 도와 민중에게 혜택을 주려는 마음가짐을 지니지 못한 사람은 시를 지을 수가 없다.

-답연아 答淵兒-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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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4-11-27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산 선생의 애절양을 보면 마음이 참 아픕니다. 21세기 역시 경제적으로 거세된 현실, 나그네 책 글귀라도 외울 공간도 없는 오늘이 서럽네요
 

 




주말 아이들을 방과후 수업에 데려다주고 수업 끝나길 기다리다가 무료하여 근처 도서관 디지털 자료실에서 DVD를 빌려보았다. 며칠 전 <시네필 다이어리 2>를 읽으면서 보고 싶은 영화로 찜해 두었었는데 다행이 도서관에 있었다. 근데 정말이지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을 짠하게 하는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결백한 사람은 ,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로 오랫동안 심문을 받으면 분노에 휩싸이거나 자살을 하려고 하지, 반면에 죄가 있는 사람은 종종 말하기를 거부하거나 울어댄다. 자신이 그곳에 있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기 때문이지, 유죄인지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걸 인정할 때까지 계속 신문하는 거야."

 

1984년 동독, 국가안보부에 근무하는 비즐러의 강의로 영화는 시작한다. 똑부러지는 말투와 실제 고문하는 장면을 녹음하며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모습은 무척 자신만만해 보이며 찌르면 피한방울 안 흘릴 것 같은 냉철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그런 그의 눈에 시인이자 극작가인 드라이만은 어딘지 위험한( 모두가 천편일률적인 사회에서 지나치게 자유로워 보이는 드라이만은 위험한 존재였다. ) 인물로 비춰진다.  아닌게 아니라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자유로운 예술활동은 정부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아름다운 크리스타를 눈여겨 보던 문화부 장관 브루노 헴프의 사주로 이들은 도청과 감시를 당한다.

 

문화훈장까지 수여받는 드라이만은 자신을 향한 감시와 검열을 눈치채면서도 창작에 대한 열정과 크리스타에 대한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나간다. 이들을 도청하며 감시하던 비즐러는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예술적인 감성에 점점 흔들리기 시작한다. 반면 문화부 헴프장관의 끈질긴 구애로 드라이만 몰래 은밀한 만남을 가진 크리스타를 찾아가 '당신은 그 자체로 아름다워요' 라는 말을 전하기도 하며 권력과 타협할 정도의 스캔들이 필요한 배우가 아니라며 드라이만과의 사랑을 이어주기도 한다. 게다가  드라이만의 친구가 서독으로 밀입국하는 것을 눈감아주기도 한다. 존경하던 작가의 죽음으로 '선한 사람들의 소나타'를 치는 드라이만의 피아노곡에 감정의 해일을 느끼며 한없이 감정을 드러내보이기도 한다.  냉정하고 빈틈없었던 비즐러에게 이들의 사랑과 피아노연주는 갇혀 있었던 비즐러의 마음을 열어주는 한줄기 빛과도 같다.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삶을 엿보는 비즐러. 타인의 삶을 엿보며 감정없이 도청과 감시에 익숙하였던, 자타공인의 프로 요원이었던 비즐러의 삶은 이때부터 출렁이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드라이만의 순수한 열정과 아름다운 배우 크리스타와의 사랑을 응원하며 이들을 둘러싼 헴프장관의 음모로부터 구해주고 싶어지는 욕망이 싹트기 시작하면서 비즐러의 고요했던 삶 역시도 요동치게 된다. 국가 정보원의 불문율이었던 '타인의 정보를 수집하되 그것을 바뀌서는 안된다'는 금기를 깨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드라이만의 창작활동을 눈감아주고 타자기까지 숨겨주기까지 하며 그들의 삶을 보호해주고자 하지만, 어찌된 것이 비즐러의 간섭으로 크리스타의 삶은 산산조각이 난다. 이때 비즐러는 알게 되었을까. 타인의 삶을 엿 본 댓가가 무엇이었는지를.......

 

드라이만이 동독의 자유를 염원하는 글을 서독에 비밀리에 투고하게 되면서 전 세계 언론에서 드라이만의 글에 주목한다. 드라이만이 의심은 가지만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크리스타의 배신으로 화가 나 있던 헴프장관은 크리스타를 심문하라는 명령을 비즐러에게 내린다. 비즐러는 이들에게 닥친 위험을 감싸주기 위해 또 한번의 모험을 감행하게 되며   (동독에서 생산되지 않는 서독의) 타자기가 숨겨져 있는 위치를 말하면 아무 일 없을거라며 크리스타를 설득한다. 그러나, 안보요원들이 드라이만의 가택을 수색하는 동안 죄책감으로 거리에 뛰쳐나간  크리스타는 달려오는 차에 치여 숨지며 비즐러에게 마지막 말을 남긴다. 

 

"난 너무 약했어요. 내가 저지른 일을 다시 바로 잡을 순 없어요...."

 

이미 타자기를 숨겨 두었던 비즐러. 어쩔 수 없이 크리스타를 취조해야 했던 국가안보국의 최고요원이었던 비즐러는 크리스타를 위해 타자기의 위치를 말하도록 종용했고 그녀는 비즐러의 추궁에 어쩔 수 없이 타자기의 위치를 말하는 것으로 짐을 덜어버리지만, (비즐러도 그렇게 되길 바랬지만 ) 크리스타의 삶에 전부였던 사랑과 예술에 대한 배신은 한 여인이 지니기에는 너무도 커다란 고통이였던 것을 비즐러는 알지 못했다. 크리스타의 죽음은 드라이만에게는 창작의 열정을 앗아가버렸고, 비즐러에게는 타인의 삶을 착취한 행동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삶 역시도 자유를 박탈당한 채 국가와 정부에 착취당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세월은 흘러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비즐러는 과거 드라이만의 도청과 감시의 실패자로 우편배달부로 전락해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야심차게 강의하던 냉혈한 비즐러는 이제 없다. 조금은 초라해보이는 정복차림에 다소 기운이 빠진 모습이지만, 과거 국가안보국 요원이었던 비즐러에서 느껴졌던 각진 느낌은 없다.오히려 자유로와 보인다고 할까. 크리스타가 죽은 후 글을 전혀 쓰지 못하고 있던 드라이만에게 우연히 만난 헴프 장관은 드라이만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감시보고서'의 존재를 알려주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쓰여있는 도청자료를 읽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감시했던 HGW XX/7이라는 인물로 인하여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드라이만은 우편배달부가 된 비즐러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친구 요원  HGW XX/7에게 바치는 <선한 사람들의 소나타>를 선물한다.

 

"No, It's for me  저를 위한 것입니다."

 

드라이만과 비즐러는 단 한번의 만남도 없이 서로를 이해한다. 둘 사이에 존재하는 '크리스타'가 이들에게 미친 영향은 '타인의 공감'을 할 수 있는 삶의 교집합이다. 비즐러의 마지막 말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타인의 삶을 도청하고 감시하던 감시자가 아니라 비즐러 스스로 타인의 삶(드라이만과 크리스타)를 위해서 희생하였던 순간들이 결국 자신의 삶(자유)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의 경이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하지만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을 때  생기는 우리안의 작은 균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때 우리 안에 자리잡게 되는  이 '타인의 삶'의 공간은 결국 나의 삶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  삶에서 한번쯤 겪어야할 통과의례와 같은 것이다.

 

정말이지  너무 멋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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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인간 - 사도세자의 죽음과 조선 왕실 문학동네 우리 시대의 명강의 2
정병설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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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 죽음의 배경과 전후 경과를 집중적으로 파악하고자 한 첫 연구서.팩션이 아닌 팩트라는데 의의가 있는 역사서이다. 워낙 인상적으로 읽었던 작품이라 친구에게 선물해주느라 재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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