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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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것은 곧 기억하는 것이라네.“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의  첫 도입부는  ‘나는 죽은 몸’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첫 장을 보며 나는 솔직히 웃음이 났는데, 누군가에게 살해당하여 우물가에 버려진 이 남자가 너무 천연덕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죽었어도 돈이 중요하다는 이 남자의 이름은 ‘엘레강스’ 로 그는 세밀화가이다. 궁정화원에서 금박장식을 가장 잘하는 세밀화가인 그는 왜 우물가에 , 가장 친한 동료의 손에 죽게 된 것일까?  

당신이 살인자의 정체를 궁금해하고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살해당한 시체가 범인을 잡아달라는 주문처럼 이야기의 전개는 독자들에게 한 명 한 명 등장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독특한 서사기법으로 전개된다.  살해당한 ‘엘레강스’과 연관된 모든 것(thing)들이 등장하여 자신들의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것이다. 카라와 개, 금화, 말, 세큐레 등  자신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한편의 모노드라마나 미스터리 다큐를 보는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금화나 개나 말은 몇 세기를 살아오면서  함께 했던 역사적 인물들과 문화를 들려주고 있는데 마치 터키에 전해내려오는 설화인 천일야화에 등장하는 이야기꾼 세헤라자데를 만난 듯 하다.  이렇게 오르한 파묵의 독특한 서사형식은 추리소설이자, 역사소설로 터키의 문화를 이해하기 쉽게 구현해주고 있다. 이야기는 크게 두가지의 축으로 진행되는데 한 축은 헤지란 천 년 되는 해를 기념하여 술탄의 세계를 베네치아 공화국에 보여주기 위해 술탄이 비밀리에 궁정화원의 세밀화가들을 부른 밀서제작과 관련된 터키의 문화이야기이고, 또 다른 한 축은 이 밀서의 책임을 맡고 있는 에니시테의 딸 세큐레와 조카 카라와의 러브스토리이다.

 

밀서에 참여한 궁정 세밀화가들은 밀서의 책임을 맡고 있는 에니시테의 지휘아래 고대로부터 내려온 <왕의 서>, <휘스레브와 쉬린>의 사랑이라는 그림을 통해 당시의 세밀화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 중 금박장식에 뛰어났던 엘레강스가 살해되자 불길한 예감에 밀서제작을 중단한 채 살해범을 잡기 위해 에니시테는 조카 카라에게 조사를 맡긴다. 그러던 중 에니시테도 살해당하게 되자 밀서는 아버지의 유언으로 딸 세큐레와 조카 카라에게 남겨지게 된다.

 

에니시테는 존경받는 세밀화가이지만 에니시테가 더 유명한 것은 세큐레가 이스탄불에서 가장 이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세큐레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카라는 오래 전 세큐레에게 사랑고백을 한 후, 쫓겨나다시피 이스탄불을 떠나고 12년만에 돌아온다. 그 사이 세큐레는 잘생긴 기마병과 결혼하여 아들 둘을 낳았지만, 페르시아 전쟁에 참여한 남편은 4년째 소식이 끊긴 상태이다. 노환으로 죽어가는 아버지의 집에서 아들 둘을 데리고 사는 세큐레는 자신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아버지를 만들어주려고 한다.  죽은 남편의 동생 하산의 집요한 애정공세에 구원이 필요할 즈음, 구세주처럼 나타난 카라를 본 후 세큐레는 카라와 옛사랑을 찾고 싶어한다. 12년을 떠돌아다녔던 카라가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는 아름다운 여인 세큐레, 아버지와 같았던 에니시테와 밀서제작에 참여하게 되면서 세큐레와 다시 만나며 힘겨운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에니시테 역시 살해당하자, 카라는 술탄으로부터 직접 살인범을 잡아오라는 명령을 받게 되면서 잠시 집을 떠나 있게 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스타일이 곧 불완전함이라고 말하고 있네.

두 번째 이야기는 완벽한 그림이라면 서명이 필요 없다는 걸 말하고 있지.

세 번째 이야기는 첫 번째와 두 번째이야기의 교훈을 합한 것이네. 그러니까 서명과 스타일이란 결함 있는 그림을 그리고도 뻔뻔하고 어리석게 자만하는 자의 변명일 뿐이라는 거지.  

 

이슬람 문화의 꽃이라 불리는 세밀화를 중심으로 터키의 역사를 그림과 함께 듣는 이야기는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한다. 터키의 국민 99%가 이슬람교를 믿는다는 것은 모든 생활의 근간이 종교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서구문화의 영향을 받은 문화권에서는 대부분이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을 예술의 가장 큰 미덕으로 삼는 것과는 달리  터키의 세밀화가들은 그림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나타나게 되는 것을 금기시 하다못해 죄악시 하였다.  '스타일은 불완전한 것' 이라며 그림에 자신의 스타일을 나타내었다고 처형을 불사하는 것을 볼 때 터키 문화의 외곬수적인 모습을 느끼기도 하였다. 어떻게 예술에서  ‘독창성’이나 ‘창의성’이 죄악이 될 수 있을까? 세밀화가들의 화풍을 따라가다보면 이러한 영향들이 이슬람교와 전혀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16세기의 터키는 커피도 악마의 음료라고 해서 금기시 하였고 세밀화가들이 유명한 이들의 그림을 모사하였을 때 원근법을 사용하는 것도 금기시되었다. ( 원근법 역시 서양의 것)이 때의 그림은 원근법이 무시되어 그림에서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소설의 배경인 16세기 터키는 초상화(자신의그림)가 처음 선보이기도 하였는데 이것 역시도 에니시테에게 처음 알게 되자 세밀화가들 사이에서 문화의 충돌로 기인된 상황을 소설속에서 그대로 구현해내었다. 이 시대의 터키의 세밀화가들은  눈이 멀어 기억에 의해 그리는 그림을  신에게 부여받은 최고의 선물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이 점 역시도 여러가지 면에서 문화차이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터키 문화를 배경으로 하여 오스만 투르크 족의 전통 설화와 페르시안 문학과 서구문명과의 충돌에서 빚어지는 문화적 갈등을 로맨스와 추리라는 독특한 장르의 혼합을 통해 소설로 구현해낸 《내이름은 빨강》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 ,  거장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만큼이나 명작으로 기억될 것 같다. 

 

“자네의 에니시테 덕에 우리 모두는 초상화라는 말을 배웠네. 신이 허락한다면 언젠가 우리 자신의 삶을, 우리가 살았던 것을 두려움 없이 그대로 말할 수도 있겠지.“

“모든 우화는 우리 모두의 우화지. 인간 자신의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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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이야기 - 세계 거물들은 올해도 그곳을 찾는다
문정인.이재영 지음 / 와이즈베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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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다보스포럼'의 정식명칭은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World Economic Forum Annual Meeting'다. 회의가 열리는 장소가 스위스 동부에 위치한 '다보스'라는 시골마을이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흔히 '다보스포럼'이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그러다보니 그 이름이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다보스포럼이 25일 막을 내렸다. 매년 1월 말이면, 세계 유수의 기업 경영자와 세계적인 석학들과 국가 정상을 포함한 세계 정상급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이번해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초청되어 다보스 포럼에 대한 이야기들을 언론에서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이 책은 포럼의 아시아 팀 부국장을 맡았던 경력과 국회의원으로서 특사단에 참가하게 된 이재영 국회의원과 지난 5년간 패널로 참석해온 문정인 교수의 다보스 포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이다. 이재영 국회의원은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내부의 다보스를 , 문정인 교수는 각종 회의와 의제설정 논의 모임에 참석해온 패널로서 외부의 다보스의 실체를 명징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좌), 이재영 새누리당 국회의원(우)

 

저자들이 말하는 다보스 포럼이 글로벌 어젠다를 형성하며 세계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첫째, 다보스 포럼은 지난 한 해 동안의 세계 경제를 전망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특히 미국, 유럽 , 중국, 일본 등 주요 지역 또는 국가들에 대한 심층적 경제 전망은 기업인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된다.

▷ 둘째, 다보스포럼이 다루는 주제는 단순히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세계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에게 정치,안보,사회,문화 등 경제 외적인 분야에 대한 최고급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셋째, 대기업 CEO들은 다보스포럼에 참석함으로 새로운 기술 추세와 경영과 관련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넷째, 대기업CEO들이 거의 3천만 원에 가까운 등록비(왕복 항공료,호텔비, 심지어 회비 중 식비까지 자기 부담)을 부담하면서까지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는 이유는 단순히 지식과 정보, 그리고 아이디어의 수집때문만은 아니다. 세계1퍼센트에 속하는 재계,정계, 언론계,학계의 주요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다보스 포럼이 가지는 중요성은 정치, 경제,사회, 문화,환경 등 전분애에 걸쳐 글로벌 어젠다를 설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의 다보스 참관기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다보스 포럼에서 논의되어왔던 이야기를 5년간 패널로 참석하였던 문정인 교수에게 들을 수 있다. 세계 금융 시스템의 안정화와 세계경제 회복이라는 글로벌 의제로 세계 금융위기 파악과 그 해법의 모색,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 구축, 경지침제 극복 방안을 집중으로 논의하였으며, 2010년에는 기존의 자본주의의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하자를 다시 검토하고 재설계해 문제점을 최소화 하여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자는 '3R' 정신등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과 새로운 자본주의 시스템을 구축해가는 논의 과정에서 친환경적 경제성장이란 구체적인 의제를 주도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2011년도에는 남북한의 통일문제를 논의하기도 하였고, 세계 경제의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던 과거(2012)와는 달리 경제낙관론이 펼쳐지기 까지 이야기이다. 3부는 이재영의원과 문정인 교수의 대담으로 엮여져 있다.

 

그러나 다보스 포럼은 이른바 '다보스 맨'이라하여  "세계 상위 1% 가운데 1%가 모인 VIP 클럽이라는 찬사와 비난을 함께 받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부분이 다보스를 통하여 친분 네트워크 형성에만 열을 올리기 일쑤이고,  전세계가 심각한 소득불균형과 빈부격차를 겪고 있는 마당에 상위 1%만 참가하는 포럼의 진위는 사실 진정성에서부터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다보스 포럼을 향한 비난을 모면하려면 다보스 포럼이 부의 쏠림을 막는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방안들이  전면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의 축제'가 진짜로 명실상부한 부의 축제였다는 결과를 남겨준다면 다보스 포럼의 생명력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인류의 공공선을 위해서 토론의 장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다보스 포럼은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가기 위한 공동의식을 선사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있는 포럼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명실상부한 지상 최대의 허브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다보스 포럼이 세계에 불어닥친 금융위기와 극심한 빈부격차, 청년실업률을 타계책으로 어떠한 대안을 내놓았을지도 무척 궁금한 사안이다. 다보스 포럼 이야기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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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자란 나무. 그 나무들이 성장하는데 거센 바람과 거친 날씨가 없었다면 그 같은 성장이 가능했을까? 벼가 익는 데 호우와 강한 햇살, 태풍과 천둥은 전혀 쓸모 없는 것이었을까?

인생에는 여러가지 악과 독이 존재한다. 그것들은 가급적 없는 편이 나으며, 그러한 환경 속에서 사람은 건전하고 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증오, 질투,아집, 불신,냉담, 탐욕,폭력...... 혹은 모든 의미에서의 불리한 조건과 장애. 이것들은 대개 역겨움과 분노의 씨앗이 되지만 그 모든 것이 전혀 없더라도 강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 같은 악과 독이 존재하기에 사람은 극복할 기회와 힘을 얻고,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강하게 단련된다. -[니체의 말 중에서]

 

그동안 건강에 너무 자만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전국에 들끓는 바이러스의 창궐을 보면서도 지금의 감기 쯤은 얼마 가지 않아 다 나을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감기는 통상적인 아픔과는 다른, 이제까지 내가 느껴보지 못한 고통을 주고 있다. [28]의 빨간 눈의 괴질마냥 충혈된 눈에 눈물이 시야를 다 가려버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서류에 오타를 발견하지 못한 채 제출한 서류로 상사에게 정신 얼얼하게 혼나고 나니, 이게 오늘내일 떨어질 감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게 되면서, 감기와 하루 빨리 헤어져야 겠다는 생각으로 병원에 가서 오만원짜리 링겔을 맞았다. 사람들이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서 링겔 맞고 오는 걸 한때 사치 또는 심신의 허약 탓이라 생각했던 것을 감기에 오지게 걸려 보고서는 새삼 내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인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센티멘탈해져서는 그동안 사람들을 향한 슬픔, 고통, 아픔, 미움, 비난등을 떠올리며 자책과 획책과 채찍으로 나를 괴롭히고 있다. 육신의 고통은 영혼을 정화하는 기능을 하는 것 같다. 분명 그런 것 같다. 아프니까  본질에 투명하게 다가갈 수 있고, 아프니까 이전에 미처 감사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니체가 악과 독이 강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한다고 한 것처럼 아픔은 내면의 나를 두드리며 나를 연단해 가고 있다. 아픔이 지나가기를 기도하며....(201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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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와 민주의 나라 - 대한민국 정체성을 찾아서
이동수 엮음 / 인간사랑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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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면서 틈틈이 뉴스를 본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들과 씨름해야 하고 며칠 전부터 도시락을 싸야 해서 신문 읽을 시간이 없어서이다.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면 네티즌들의 댓글의견을 챙겨보는데 일반적인 사고와 기사에 대한 평을 덤으로 들을 수 있어서 보게 된다.  어떤 기사에 어느 정도 공감을 했느냐에 따라 트렌드를 읽기도 하고 나와는 다른 의견을 보면 나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터넷 기사의 댓글들이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 상당한 견해차이를 보이는 댓글들은  서로 다른 공감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비난몰이를 하거나 욕설과 비난이 난무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댓글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거침없는 표현이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상대에 대한 배려나 이해가 전혀 없는 글들은 분명 그것을 읽는 모든 이에게 상처로 남겨진다. 한번만 더 생각하고 댓글을 달아도 될 텐데 인터넷의 발달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들의 정신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간혹 정치란을 보면  편향성 짙은 댓글들을 볼때도 그런 불편함은 마찬가지인데 단지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편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모습은 없이 자기의 주장만을 관철시키려 하는 행동은 인터넷 소통의 한계성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사회의 극심한 '불통'의 모습은 민주화의 퇴보라기 보다는 인터넷이 생활의 중심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파생된 혼란과 갈등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의사소통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우선시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의사소통의 개념이 사라지고 '자신의 말'만 전달하는 인터넷 대화는 '불통'의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이해관계의 갈등, 보수와진보를 둘러싼 이념갈등, 세대 간의 갈등, 지역갈등등은 우리 사회의 현주소인 '민주주의'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주범이나 다름없다.

 

 

《공화와 민주의 나라》 이 책은 2005년 가을부터 2007년 여름까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된 <대한민국 정체성>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엮은 것이다. 목차를 보더라도 책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어 첨부한다. '헌법 제 1조 1항에 명시된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에서 민주화가 눈부시게 성장한 반면에  '공화'의 개념은 그 의미조차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기에 헌법에 명시된 공화의 의미를 대한민국 60년의 역사를 통해 되새기고자 함이다. 

 

 

제1부 개화에서 건국까지

1장 개화와 공화민주주의: 《독립신문》을 중심으로 | 이동수

2장 천도교(동학)의 민주공화주의 사상과 운동 | 오문환

3장 왕정복고운동에서 공화정체제로: 3.1운동 전후 복벽운동 연구 | 박현모

4장 대한민국 건국헌법의 역사적 기원(1898-1919): 만민공동회,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헌법의 ‘민주공화’ 정체 인식을 중심으로 | 서희경

5장 해방정국과 민주공화주의의 분열: 좌우 이념대립과 민족통일론을 중심으로 | 장명학

6장 시민사회의 헌법 구상과 건국헌법에의 영향(1946-1947): 해방 후 시민사회헌법안.미소공위답신안 제정을 중심으로 | 서희경

 

제2부 산업화, 민주화 그리고 지구화 시대

7장 제도적 틀의 구비를 통해서 본 한국의 근대국가 건립 | 샤오밍 후앙

8장 국민국가와 민족건설자로서의 국가: 1960년대와 1970년대 박정희 정부의 민족건설 정책 | 송창주

9장 박정희 정권 하에서의 한국의 정체성 개발 | 존 시노트

10장 민주화와 공화민주주의: 토크빌을 통해 본 80년대 한국의 민주화 운동 | 김경희

11장 민주화 이후 공화민주주의의 재발견 | 이동수

12장 지구화시대 한국의 공화민주주의: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참여적 공화민주주의를 중심으로|

장명학

 

서문에 적혀있는 공저자들의 의견을 대신한다면, 60년대부터 진행된 근대화와 80년대부터 본격화된 민주화 덕분으로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세계에 유례가 없을 만큼 비약적인 정치적,경제적 발전을 이루었지만, 역으로 민주주의가 아직 공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발전은 다양한 이해관계의 표출로 인하여 현재 우리사회는 '정치권력'으로 인한 극심한 사회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갈등과 분열의 심화현상은 궁극적으로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내지 귀속성의 약화현상, 즉 정체성의 혼란과 위기를 불러오고 있기에  현재 우리사회에는 민주주주의의 개념보다 '공화'의 덕목이 더 절실한 현실이다. 

 

공화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권리와 이익보호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그들 사이의 관계를 공동체적 관점에서 주목하는 법치(the rule law), 소통(communication), 그리고 참여(participation)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독립신문>이 가진 공화민주주의적 요소를 통해서 사회구성원 간의 실제적인 소통과 국민통합이라는 공론의 중요성을 살펴보며 서구의 공화민주주의와 <독립신문>에 나타난 공화민주주의 차이점을 저자 이동수는 서구의 경우엔 '국민'보다 '개인'의 형성이 우선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권력분립이라는 '민주적' 과제가 먼저 달성된 후 공화주의 문제가 강조된 반면, <독립신문>의 경우엔 전통적인 '백성'으로 이루어진 국가관으로부터 '국민'으로 이루어진 국가관으로 변화하는 사이에 '민주'에 대한 문제가 그만큼 소홀히 취급되었음을 사상적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독립신문의 한계점이었다.  천도교를 통해 보는 공화주의의 이념은 '개인성과 공동체성 그리고 합리성과 덕성은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적 개념'이기에 이를 통하여 천도교적 정치주체관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그러나, 천도교의 공화적인 측면 역시 종교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898년 만민공동회 활동과 1919년 2.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을 통해서 대한민국 건국헌법의 기원을 고찰한 후, 일제의 패망과 함께 찾아온 해방을 통해 새로운 독립국가 건설의 기회를 부여받은 정치지도자들 (김구, 이승만, 여운형, 박헌영)이 공화제를 지향하게 된 배경과 함께 이들이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이해하는 방식의 차이점으로 민주공화주의의 분열이 일어나게 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공화'로 살펴보는 개괄적인 근현대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민주공화국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었으며, 우리나라의 건국헌법이 민주적이며 공화적인 특징을 강하게 담고 있으나, 반면에 입헌행위를 통해서 조화로운 공동체를 모색하고자 하는 지향과 통합을 위한 실천은 박약했다 (6장 시민사회의 헌법 구상과 건국헌법에의 영향) 그리고 이러한 정치역사는 지금까지 현재진행중인 것이다. 독립신문에서부터 현대사 1987년 6월 항쟁이후 세계화까지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에서 부족한 점을 '공화'의 의미에서 찾아보는 12편의 논문은 '과거는 현재의 미래'라는 역사의 의미에 부합한 정치사이다. 민주화이후 첨예화된 제반 갈등으로 인해 붓물처럼 쏟아지는 갈등과 분열속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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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23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화'란 "함께 잘 살자"예요.
모두들 "함께 잘 살자"를 똑같이 바란다 하더라도,
'누구'와 '어떻게'라는 대목에서는 갈릴 수 있으리라 느껴요.
그래서 '누구'와 '어떻게'라는 대목을 맞추고 어우르는 일이
제대로 된 '정치'일 테지요.

드림모노로그 2014-01-27 18:0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이 공화라는 말에는 한가지 함정이 있어요.
공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시민'이 필수조건이거든요.
주권의식이 바탕이 된 시민이 있어야 '공화'라는 것을 실천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함께 살기님이 말씀 하신 것처럼 누구와 어떻게, 에는 상대가 존재해야 하는 이치처럼요.
공화민주주의,에 대하여 많은 것을 배우게 된 책 같습니다 ^^
 

나는 여전히 책중독이다. 그만큼 술도 좋아하는데, 이유는 단지 서방님이 애주가이기 때문에... 같이 마시다보니 어쩌다 알콜중독은 아니지만, 붕어빵에서 탤런트 '김응수'씨가 술을 마셔야 건강하다는 궤변에 공감을 보내는 정도?

요즘 서방님이 밤마다 내게 충고하기를 '책은 이제 그만 읽어' 라는 말을 듣고는 책 대신 영화를 보는 것으로 시간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세상에 책만큼 영화도 많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

무언가에 중독된다는 것은 그만큼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다는 말 같다. 비운 곳을 채워야 하니까.

나에게 비어 있는 것은 ...(이것을 아주 오랜 시간동안 생각해왔다.) 도시와 시골의 커다란 구멍인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지금은 아이들로 인해 시골에서의 생활이  어느 정도는 익숙해지고 이곳을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삶의 반을 도시에서 보낸 탓인지. 구멍이 쉽게 메워지지 않는 것 같다. 문득 문득 그립다.

잊고 싶고 잊혀지고 싶었고 잊어야 한다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지만, 그게 그렇게 쉬웠다면,

고독이라든지, 그리움이라든지, 슬픔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각설하고, 서방님과 어제도 술 한잔을 달을 벗 삼아 기울이면서, 또 한번 약속하였다. 책을 끊고 새 삶을 살자고 ..

그렇다고 내가 쇼핑을 좋아하는가? 쇼핑은 너무 귀찮다. 그리고 인터넷 서점에서의 블로깅에 흥미를 잃은지도 오래.

몇 년전에는 플래티늄 카드를 소지한 기쁨처럼,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고객들에게 달아주는 플래티늄 회원의 엠블럼을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등급이 로얄도 아닌 일반으로 격하되어도. 그저 그런가보다 했었다. 그러나, 알라딘에서는 여전히 플래티늄을 유지하고 있고, 구매금액을 확인하고는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고는 한다.

나도 모르게 책을 구입하였고, 나도 모르게 기백만원 어치를 주문하고, 주문한 내 손을 저주하면서 다시 주문하는 나를 볼때마다 나는 내가 아닌 것 같다. 서재에 있는 책들만 읽기로 새해 첫 날부터 다짐은 멀리 달아나고 ,,, 읽고 싶은 책들을 보면서 어느새 책을 사지 않겠다는 생각은 저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고, 사고 싶은 책을 담아놓았다.

가장 먼저 사고 싶은 책

 

 1순위 [문학동네-한국문학전집] , 사고 싶은 이유가 많지만... 내가 읽은 책도 있지만,,,,

  왜 사고 싶냐고 하면, 나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 아빠가 사다 준 '한국문학전집'이 성장하면서 삶의 자양분이 되더라, 이런 고리타분한 이유말고 원초적인 이유를 대라면, ' 표지가 이쁘잖아.' 단지 그것뿐.... 

 

그리고  2순위는 [역사 일기 세트]

 

 

아이들에게 사주고 싶은 책으로 골라 놓았다.

 

 

 

 

 

 

 

3순위에 머물러 있는 책들은

 

 

 

 

 

 

 

 

 

 

 

 

 

 

그리고 내 지갑에는 문화상품권 몇 장과 무이자 할부 5개월이 가능한 S카드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는 것.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13월의 월급이 나온다는 것. 왜 나는 알라딘에만 오면 이성을 잃고 책을 구입하는지. 알라딘은 나를 이상하게 만든다.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한국문학전집세트를 구입하고, 구름위를 날아다니는 행복을 맛보며 책구매한 사람은 내가 아닌 내안의 또 다른 나라고 우길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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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23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름 위로도 날고
땅 밑으로도 헤엄치고
바다에서도 놀고
숲에서도 노래하면서
아름다운 책과 빙긋 웃으셔요~

드림모노로그 2014-01-27 18:1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요즘 책을 읽으려 하면 눈물이 자꾸 나서요..
책 펴볼 엄두도 못내고 있네요 . ^^
감기 떨어지면 읽을 수 있으려나요 ^^
항상 좋은 말씀 감사드리고
함께 살기님도 행복한 설명절 보내세요 *^^*

불꽃나무 2014-01-23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친구..
그대는 낭만이 있는 친구요..
책과 술과 영화..정말 멋지군요.

누가 뭐래도 책을 사는 것을 즐거운 것이요.

최근에 나도 생각해 보았소.ㅋㅋ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는 것을
책을 읽는 행위도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이 백화점에서 물건을 가득사면 과소비라고 하고 쇼핑홀릭이라고 하지만
책을 가득사면 은근히 지성적이라고 우러러 보지요.ㅎㅎ

책은 상품과 비상품, 물건과 비물건, 소비와 생산의 중간에 있는 그 무엇인것 같더만요..ㅎㅎ

나도 이제 그만 책을 사고 서재에 있는 것만 봐야지 해도
또 살책을 카트에 담는다우.
이건 중요한 책이라서 나중에 꼭 읽어야 된다고 합리화 하면서 말이요 ㅋㅋㅋ

책을 읽으면 우리의 의식이 깨어나고 이 거친 현실을 견딜수 있는 내공이 생긴다고
한형조 교수가 한말에 격하게 동의하오 ㅋㅋㅋ

그동안 친구가 읽은 책들은 고스란히 자신의 내면에 자녀들에게 그리고 남편에게서
보이지 않게 삶을 기름지게 했다는 것을 나는 확신하오 ㅋ

그러니 책 읽는 것을 멈추지 마시요, 언젠가는 보이는 열매가 있을 것이요^^

비슷한 친구 한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아주시오~ㅎㅎㅎ

드림모노로그 2014-01-27 18:18   좋아요 0 | URL
이렇게 멋진 댓글을 달아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 ^^
좀 짱인 걸? ~~
나도 책 읽는 것은 멈추고 싶지는 않은데
육신이 늙어가고 있고... 몸이 하나씩 고장나고 있고.....
내게 허락된 자유가 점점 없어져 가고 있고....
책 읽는다는 것도 이제는 쉽지 않아...ㅎㅎㅎ
그러니, 읽을 수 있을때 원없이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지난 몇년간 정말 원없이 읽은 것 같거든 ㅎㅎㅎ
이제는 좀 쉬면서 일상의 기록만 간간히 남기게 될 것 같아.. ^^
언제나 고맙고 고마운 친구, 책이 이제 내 삶에서 꽃을 피워주었으면 하는 소망만 남겨져 있어.. ^^
그렇게 되겠지?

친구도 행복한 설명절 보내고, 항상 주안에서 충만한 삶을 누리는 모습을 무척 부러워 하고 있어 ㅎㅎㅎ
2014년은 나도 개과천선 할게 ㅋㅋㅋ늘 감사하고 고맙다.

불꽃나무 2014-01-23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100개 때리고 싶은데 한개밖에 안되오 ㅋㅋㅋㅋㅋ
난 친구의 인간적이고 유려한 글이 너무 좋소 ㅎㅎㅎㅎㅎ

북씨(BookC) 2020-03-07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술복합중독증환자, 동지를 만난 듯 기쁩니다. 공감 꾸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