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시대 리더십으로 본 조선왕 성적표
신동준 지음 / 인간사랑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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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준님의 저서는 즐겨보는 책 가운데 하나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최고의 난세로 춘추전국시대를 꼽는다. 난세, 이름 그대로 풀이하면 어지러운 세상이지만, 고전 연구가이신  신동준님은 난세를 체제가 변하는 시대로 보았다.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한 시기라는 뜻이다.  춘추전국시대에  봉건체제의 붕괴로 인하여 세상이 어지러웠을 때 중앙집권체제로 변화를 꾀하였듯이, 난세에는 체제의 변화를 격하게 요구되는 시대의 흐름이라 하여도 과하지 않은 표현이다.  한반도는 현재 국내나 국외정세로 보나 혼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20일 가까이 한중일 삼국이 방공식별구역 논쟁으로 군사적 충돌까지 야기 되었었고, 북한의 실세 숙청으로 시작된 공포정치와 몇 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종북논란, 거기에 여야간의 극심한 대립으로 국정 마비 상태에 서민경제는 파탄나는 작금의 상황은 그야말로 난세라 하여도 무방하다.

 

바야흐로 G2시대 중국과 미국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시대로 《조선왕 성적표》에서는 이러한 난세에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끼여 한반도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난세일수록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단결이 필요한 시대이며 현명한 리더십이 더욱 요구되는 시기이므로 저자는 조선  왕들의 리더십을 통하여  G2시대 난관타개의 지략으로 삼고자 한다. 저자는 조선의 왕들에게서 리더십을 찾은 이유를 두 가지로 축약한다.

 

첫째, 조선조가 21세기를 사는 한국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왕조이며

둘째, G2시대의 혼란스러움이 조선조 역사에 등장한 왕조교체기의 혼란스러움과 사뭇 닮았다.

 

조선의 역대 왕들을 통해 다양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데 저자는 크게 명군과 용군, 암군, 세  분류로 나누었다. 난세를 극복하고 강력한 통치 리더십을 발휘한 조선시대 최고의 왕은 태조를 우선적으로 꼽는다. 당시 고려는 5백년 왕업이 지속되는 와중에 국교인 불교가 퇴폐하고, 토지제도의 모순이 심화되고, 북로남왜로 상징되는 외침이 극심했던 까닭에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이성계와 정도전 모두에게 새 왕조의 창건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고려 말의 상황은 누가 뭐라해도  체제의 교체가 시급하던 시기였다. 난세 리더십의 표상으로 태종을 꼽는 이유로 저자는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새 왕조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이 바로 태종에게 여우의 狡智(교지)와 사자의 凶猛(흉맹)과 같은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태종에 이어 조선조 최고의 명군으로 꼽는 세종은 패도와 왕도를 적절히 섞어 사용하는 독특한 통치력과 더불어 한글 창제라는 위대한 업적 때문이다. 한글창제로서 세종은 실질적인 애민愛民을 이뤘고, 군민합일이라는 위대한 정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한글은 명실상부한 우리의 가장 큰 문화유산이자 정신적 뿌리이다. 이 업적으로 세종은 최고의 명군에 해당되며 세조는 조선 역대 군주를 통틀어 부국강병책을 가장 강력히 펼친 군왕에 해당된다. 세조에게서 볼 수 있는 뛰어난 리더십은 경연을 없애고 신료들과 함께 문답을 나누는 현실정치를 하였다는 점이다. 신하들과 직접 경전과 역사를 강의한 세조의 리더십은 동양의 전 역사를 통틀어 왕이 신하들에게 친강을 한 왕으로서 세조가 유일무이하다는 점이다. 광해군은 외교 정책에 탁월한 평으로서 명군의 반열에 끼였다.

 

조선조 사대부들에게 성군의 칭송을 받았지만 재평가가 필요한 조선시대 왕은 용군으로 하여, 세종, 정조와 더불어 성종을 꼽았다. 저자는 조선이 패망한 가장 큰 원인으로 왕권국가에서 신권국가로 나아간 데 있다고 보았다. 신권국가로 변질되는 정치의 중심에는 사림 세력의 효시인 김종직으로 보았는데 이 김종직의 출현이 바로 조선조 운명의 변곡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김종직을 총해하며 도학군주가 되고자 한 성종의 리더십은 문제가 있다고 평가되어 용군으로 분류되었다. 이에 중종 또한 시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시종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 신권세력에게 휘둘린 용군으로, 재위 46년 동안 시종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권 세력과의 권력투쟁으로 환국정치를 하였고 결론적으로는 군약신강이라는 부작용을 낳은 숙종 역시도 용군으로 분류하였다. 영조와 정조 역시도 용군에 해당된다. 가장 의아한 부분은 정조였다. 조선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이루어내었고 조선의 르네상스라 칭하는 영,정조 를 용군으로 분류한 이유는 영조는 탕평책의 실책으로, 정조는 신도에 불과하는 ‘쟁지’의 방법으로 군왕의 권위를 강화하고자 하는 우를 범했다는이유이다. 당시 산림의 위세가 급속히 약화되고, 규장각을 통해 배출한 당대 최고의 문신을 친위 세력으로 거느린 자만심이 크게 작용하여 현실정치와 도학에 대한 자신감이 이런 잘못된 노선을 선택케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라를 위기와 혼란에 빠트린 조선시대 최악의 왕 암군으로는 선조, 인조, 고종을 꼽았다. (이유는 안봐도^^)

 

 

 

 

 

“조선의 백성 중 상인이 가장 천한 직업이기는 하나 그들이 없으면 온갖 재화가 통할 수 없다. 상업을 폐지할 수 없는 이유이다. 재물이 백성에게 축적된 뒤에야 비로소 국가 재정도 풍족해질 수 있다.”

 

 

《조선왕 성적표》는 다른 어떠한 것보다 군신합의에 의한 리더십에 더욱 비중을 많이 두었다.  저자가 말하였듯이 G2, 우리에게는 난세인 작금의 시대에 위기를 타구할 지략으로서의 리더십이다. 저자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보다 더 훌륭하다하는  ‘재물이 백성에게 축적된 뒤에야 비로소 국가 재정도 풍족해진다’는 경제와 정치의 합일을 얼마나 잘 이루었느냐가  명군의 반열임을 말한다. 민생의 실패가 곧 시장의 실패를 의미하며, 이것은 결정적으로 정치의 실패로 이어진다.  군주가 아무리 훌륭하여도 나랏일을 혼자 할 수 없는 것처럼 백성의 삶이 먼저이다. 군신간의 합의를 이룬 왕들은 명군의 반열에, 나라는 부국강병을 이루었지만, 당쟁으로 얼룩진 정치를 하였던 왕들은 용군으로, 백성과 신하 모두에게 신임을 잃은 왕은 암군으로 평가되었다. 이는 현재의 정치와도 연결되어져 민생의 실패가 무엇을 말하는 지를 잘 비춰주고 있는 정치의 명심보감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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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삶 - 배우고 익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지식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지음, 이재만 옮김 / 유유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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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이 넘으신 어머님은 지금도 책을 가까이 하신다. 내가 책을 읽고 감동받았다는 이야기를 하면 어머님도 그 책을 읽으시고 나와 책이야기를 나눈다. 어머님은 그렇게 나와 책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요즈음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시라고 한다. 나 역시도 그런 어머님의 모습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매양 크다. 어머니를 보면서 나의 미래 역시도 책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하지만, 요즘 일에 치이고, 시간에 쫓기다보니, 책을 읽는 시간이 사실 녹록치가 않다. 잠깐이라도 쉬는 시간에 고단한 몸을 누이고 싶고, 또 아무 생각없이 예능프로를 보며 휴식하고 싶은 유혹이 많다. 그때마다 공부할 시간과 여유가 전혀 없는 현대인의  삶이란 것이 이토록 힘든것일까 하는 자각을 하곤 한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인터넷시대가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물질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인 부분이 더 많음을 실감하곤 한다.  그렇다보니 공부에 전혀 투자를 하지 않는 우리의 정신이 더욱 피폐해지는 것은 어쩌면 자명한 이치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예전과는 달리 머리 싸매고 공부하지 않아도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떤 분야든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알게 모르게 인터넷이 생활의 모든 면을 잠식해가는 사이에 공부라는 개념이 무색해질 정도로 공부의 가치는 바닥에 떨어졌지만, 꾸준히 공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 한해만 해도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들이 봇물을 이룬 이유도 정보는 넘쳐나지만, 정작 정보가 곧 나 자신과 일치되지 않기 때문이며 정보가 우리의 삶과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부는 삶과 연결되어진다. 다산 정약용이 ‘삶의 모든 부분을 공부에 일치시키는 삶’을 살기 위해 평생 공부를 하셨던 것처럼, 공부의 문리는 하루이틀로 트이는 것이 아니다. 현대는 언제라도 눈을 돌리고 공부외의 다른 것들로 삶을 채우라면 얼마든지 채울 수 있는 시대이지만  다른 것은 채울 수 있을지라도 '정신'적인 부분은 절대 채워질 수 없다. 정신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어떤 것을 하더라도 정신이 시작하고 정신이 완수하고 정신이 인내하고 정신이 성취한다. 따라서, 정신적인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인들이 점점 피폐해져가고 우울해져가는 것도 이런 정신이 고장 나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 보고, 하고, 바꾸고 싶은지, 자신이 어떤 의문점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 안에 어떤 열정이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씨앗을 틔운 뒤라야 , 공부와 삶이 일치되어가는 삶을 살 수 있다.

 

‘천재성이란 오랜 인내’라고 할 때 그 인내는 조직적이고 총명한 인내여야 한다. 어떤 공부를 해내는 데에 비범한 재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평균 정도의 자질만 있어도 충분하다. 나머지는 에너지와 그 에너지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데에 달려 있다. 정성을 들이며 착실히 일하는 노동자처럼 에너지를 써야한다. 그 노동자가 어딘가에 도달하는 동안 독창적인 천재는 대개 쓰라린 낙오자로 남는다.

  

이 책 《공부하는 삶》의 저자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는 신학자이자 철학자이다. 『신학대전』으로 가톨릭 신학을 집대성한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연구로 유명한 학자이다. 그래서인지 책에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인용구가 많다. 또한 신학자이기에 종교적이다. 저자는 영적으로서 깨어있는 사람이 지적인 일에 일생을 바치는 사람을 지성인이라고 부른다. 지성인의 모든 삶은 공부와 연결되어 있다. 젊은 날, 내 방황과 고독을 지탱해주었던 책은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세상을 보는 지혜>라는 책이었다.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내용이 좋았고 염세주의적인 사고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개인적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의 책 백권을 읽는 것보다 철학자의 심오한 인생론 한권이 삶에 많은 도움이 된다. 성공한 사람의 시각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고 자신을 지나치게 믿는 자존감이 강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자존감은 성공에 필요한 덕목이지만, 자존감이 지나치게 강하면 실패했을 때 다시 재기하기 힘든 단점이 있다. 반면, 철학자들의 인생론은 염세적이며 자존감이 아닌, 자신을 알라고 조언한다. 세상의 모든 허물이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는 순간이 바로 우리가 철학자가 되는 시간이다.

 

가장 소중한 것은 의지, 깊게 뿌리박은 의지다. 누군가가 되고 무언가를 성취하겠다는 의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유한 이상을 지향하는 누군가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의지다.

 

대중에 관해 말하자면, 때로는 대중이 자극을 주기도 하지만 대개는 정신을 방해하고 주의를 흐트러뜨린다. 거리에서 몇 푼 주우려다가는 자신을 망치고 말 것이다. 이런 것들보다 더 필요한 것은 열정적인 고독이다. 그 고독안에서는 하나의 씨앗이 백 개의 낱알을 맺고, 충만한 태양빛이 모든 땅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공부하는 삶은 다산 정약용의 말씀과 비슷한 점이 많다. 삶은 통일체이기 때문에 삶의 다른 기능들을 무시한 채 한 가지 기능에만 전념하거나 다른 기능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부의 궁극적 목적은 ‘참된 것과 연합하는 것, 참된 것과 하나인 것이 궁극적 목적이라고 하는 것은 공자의 일이관지와도 일맥상통한다.

 

삶의 구성

공부를 위한 시간

공부의 영역

공부하는 정신

1일상을 단순하게 만들어라

1 공부는 연속적이어야 한다

1 비교탐구를 수행하라

1 탐구하는 열정

2 고독하게 묵상하라

2 밤의 원리를 받아들여라

2 토마스주의, 앎을 위한 이상적 얼개

2 집중은 필수다

3 동료들과 협동하라

3 아침과 저녁을 맞이하는 법

3 전공을 정하라

3 진리에 복종하는 마음

4 현실 감각을 유지하라

4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

4 필연적으로 희생해야 하는 것들

4 넓은 시야를 가지자

5 꼭 필요한 활동 요소는 지켜라

 

 

5 신비감

6 내면의 고요함을 유지하라

 

 

 

 

또한 공부하는 삶을 위해서는 반드시 일상을 단순화해야 한다. 시간과 사유, 자원, 역량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일과의 그물에 뒤엉키게 되면 삶이 복잡하기만 하고 집중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헛된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가장 조심하라고 하며 공부하는 지성인은 모든 자원을 영감의 불꽃을 지피는데 써야한다고 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독의 순수함’처럼 말이다.  마지막 공부의 실전편에서는 <읽기>와 <쓰기><기억하기>등이 실려있는데 매우 실용적인 부분이다. 읽기는 지적으로 읽어야지 결코 격정적으로 읽지 말며 건강과 현명한 소비규칙을 가진 주부가 장을 보는 것처럼 읽어야 한다고 한다. 기억은 기억하려는 것을 정돈하여 몰두하고 자주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기억한 것을 회상할 때는 나머지를 떠올리게 해줄 기억 사슬의 한쪽 끝을 잡아야 한다. 쓰기는 누구를 위해 쓰려 하지 말고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 쓰라조언이 실려 있다. 자신의 입장과 문제를 뚜렷이 보기 위해, 자신의 사유를 규정하기 위해, 계속 활동하면서 정신을 환기하지 않으면 시들해지는 주의력을 유지하고 자극하기 위해 써야한다. 문체의 특성은 진실, 개성, 간결 하게 쓰되 이중에서 ‘진실하게 써야한다’가 가장 중요하다. 이 책을 조금씩 읽어오는 동안 내면에 퍼지는 고요함을 즐기는 시간들이었다. 공부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쉽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더이상 낭비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낭비하고 산다. 시간과 자연과 주어진 모든 것들, 그리고 삶마저...... 공부하는 삶을 통해 삶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영혼에 내리는 촉촉한 단비같은 책이다. 정신과 점점 멀어지는 삶을 살아가지만, 진리라는 것은 세월의 흐름앞에서도 변하지 않는 이치이다.  몇백년 전의 수도원에서나 들어봄직한 공부들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보면, 나무가 하늘을 우러러 사는 것처럼,공부와 삶을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것이 이 땅에 온 우리들의 소명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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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09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손에 호미를 쥐고 다른 한손에 연필을 쥐면
저절로 즐겁게 공부할 수 있지 싶어요~

드림모노로그 2013-12-10 12:39   좋아요 0 | URL
함께 살기님은 참된 공부의 의미를 알고 계시군요 ~^^
늘 그렇듯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
 
공부하는 삶 - 배우고 익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지식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지음, 이재만 옮김 / 유유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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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함께 내면에 퍼지는 고요함을 즐기는 시간들에 감사한다. 참된 공부의 의미를 깨우쳐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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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연애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8
마키 사쓰지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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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와 미스터리가 참 멋지게 어우러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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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연애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8
마키 사쓰지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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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크리스마스 축제가 시작되었다. 계속되는 연말모임으로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정신이 저멀리 가출하였는지 차분하게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축제의 산만한 분위기에 전이되어 마음만 괜시리 풍선처럼 부풀어 가라앉히질 못할 때는 추리소설이 딱이다 ~ 라며 손에 집어든 책 《완전연애》는 올해 초 읽었던  다카노 가즈야키의 《제노사이드》의 경탄과 쌍벽을 이룬다. ^^ 역시 일본 추리소설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군. 이 작가는 독특하게도 필명이 따로 있음에도 이름을 바꿔 《완전연애》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 작품은 2009년 제9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을 하고 같은 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3위에 오르기까지 하였다.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가의 초특급 미스터리

궁극의 연애소설과 본격 미스터리의 장중한 태피스트리

제9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작

 

일본이 태평양전쟁에 참패하면서 패전국가로서 몸살을 앓던 쇼와 23년이 주인공의 삶과 함께 시작된다. 눈앞에서 부모님이 타죽는 광경을 본 기와무는 후쿠시마의 작은 온천마을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큰아버지 집에 몸을 위탁한다.(어렸을 적 기억인 다른 형제 미짱과 무짱의 대화는 후에 일어날 사건의 복선을 암시한다.) 같은 시기, 시골의 유서깊은 가문이었던  큰아버지의 여관 별채에는 도쿄의 유명한 화가 고보토케가 묵고 있었는데 큰아버지 집에서 여관일을 도와주던 기와무는 아버지 고보토케를 찾아온 딸 도모네를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도모네는  기와무 평생의 사랑이자 혼자 한 사랑, 이름하여 완전연애의 대상이다. 그런 기와무를 사랑하는 또 한 여인 마쓰와 온천 마을에 유일한 의사 야마기시의  운명은 씨실과 날실로 촘촘하게 얽혀가며 서로 다른 사랑을 직조한다.

 

사건 하나,

그러나, 도쿄에서 온 도모네는 전쟁중의 혈기왕성한 남자들의 좋은 표적이었고, 패전중인 일본에 미군들이 상주하게 되면서 가타나카케 온천 여관을 미군장교들에게 개방한다.  미군 장교들에게 일본 처녀들은 단연 제물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고 그런 도모네를 보는 기와무의 마음은 좌불안석이다. 그중 가장 난폭하고 안하무인인 양성애자 제이크는 도모네를 겁탈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취기에 오른 제이크에게 성폭행 당하려던 순간 의사 야마기시의 지략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 후 , 아홉 달이 지난 어느 날, 제이크 대위가 강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제이크의 죽음은 제이크의 상사 메리에 의해 미군의 싸움으로 묻히게 되지만, 도모네의 제이크 살해장면을 본 기와무는 도모네를 위해 스스로 살인현장을 은폐한다. 이후,  혼조 기와무와 여인은 생애 단 하룻밤을 보내고, 이 하룻밤은 이들의 운명을 결정짓게 만드는 밤이 된다.

 

사건 둘,

꿈과 같은 첫 날밤 이후, 신흥졸부 마카리 가문으로 도모네를 어처구니 없이 떠나보낸 기와무는 빚이 많았던 아버지를 대신하여 팔려가는 도모네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반드시 도모네를 다시 찾아오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큰아버지의 실수로 여관에 큰불이 나면서 여관은 전소되고 여관식구들은 모두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그림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던 기와무는 도모네의 아버지 고보토케 화백에게 몸을 위탁하게 된다. 고보토케의 시중을 들면서 간간히 도모네의 소식을 접하던 중, 도모네가 딸을 낳았고, 남편 마카리가 무정자증이라는 사실을 전해듣게 된다.이에 기와무는 도모네의 딸 히나가 자신의 아이라고 확신하고 도모네와 히나를 찾으려면 '힘'을 얻어야 한다며 성공을 다짐한다. 스승 고보토케로부터 화가 '나기라 다다스'라는 이름을 얻으며 화단에 명성을 얻게 되지만, 도모네가 병으로 죽고, 마카리 가문의 오랜 앙숙인 아사누마 히로유코의 '히나' 살인예고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 된다. 자신의 딸일지도 모르는 히나를 지키기 위해 오키나와까지 날아가지만, 기와무의 코앞에서 예고된 시간과 예고된 방법으로 아사누마가 쓰여져 있는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히나가 죽으면서 도모네와의 인연이 끊어진 듯 보이지만, 히나의 딸 다마미를 온천마을의 유일한 의사였던 야마기시가 키우고 있었다.)

소년은 그런 비겁한 자신을 증오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의 책장에 무샤노코지 시네아쓰의 희곡을 읽었다, 착하고 힘없는 주인공이 자신이 여동생도 구할 수 없음을 깨닫고 창자에서 쥐어짜낸 신음으로 토해냈던 마지막 대사 ‘나는 힘을 원한다.’

사건 셋, 

하나 뿐인 딸 히나를 눈앞에서 잃고 사랑하는 여인 도모네를 가슴에 묻은 채 마카리를 향한 복수심을 불태우던 기와무의 모든 것을 옆에서 보고 자란 청년 미와쿠는 기와무에게 가족 이상의 존재가 되어주고 기와무는 아들처럼 미와쿠를, 미와쿠는 아버지처럼 기와무를 따른다. 기와무가 죽을 때까지 몰랐던 이름 KIWAMU를 거꾸로 한 MIWAKU 미와쿠라는 사실을 죽을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던 아버지 기와무를 원망조차 하지 않은채 말이다. 장장 사십 년에 걸친 복수는 마카리 유마가 늪에 빠져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막을 내린다.  마카리에게 살인동기가 명확했던 기와무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기와무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유일하게 기와무에게 있었던 하트 모양의 반점을 사건이 벌어진 시간에 목욕하는 기와무의 반점을 보았다는 가정부의 진술로 인해 세 번째 사건 역시 미궁으로 남게 된다. 

 

 사랑하는 이에게만 사랑인 완전연애라는 감정, 내가 사랑하는 감정을 아무도 모를 때, 더군다나 상대가 전혀 나의 감정을 눈치채지 못할 때, 우리는 대부분 짝사랑이라고 한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응답하라 1994'에서 '짝사랑을 확실히 끝내는 방법은 고백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한다. 사랑이란, 두 사람이 만나서 하는 것, 그렇기에 내가 하는 사랑을 상대가 눈치채지 못했을 때는 아무 것도 아닌 감정이 완전연애의 숨은 뜻이 아닐까. 더군다나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연인이라면, 더욱더  《완전연애》는 이렇듯 서로 다른 연인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 꼬여버린 실타래를 한 타래씩 풀어놓는다. 그 실타래 안에는 삼대를 걸친 대장정의 사랑의 서사시가, 단 하룻밤만으로 평생을 산 한 여인의 절규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아들의 설움이 메아리 친다. 그런데 이들은 정말 사랑이란 것을 한 것일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잖,아,요,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참 멋지게 어우러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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