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프래질 -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안세민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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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원리가 이제는 삶에서도 적응된다는 `안티프래질`, 하나로 세상을 꿰뚫으라는 공자의 말씀처럼, 경제원리로 삶을 궤어가는 작업이라 할까. 방대한 분량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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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적게
도미니크 로로 지음, 이주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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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힌 부분 펼치기 ▼ (본문글 발췌)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고 시간을 스마트하게 관리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일은 고도의 기술에 속한다.

시간은 우리가 가진 중요한 자산이다. 시간은 멈출 수도, 따로 모아 놓을 수도, 살 수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잘못된 습관, 타성, 시간의 소중함을 모르는 무심함 때문에 너무 쉽게 시간을 낭비한다.

시간 관리는 몇 가지 기술만 알면 쉬워진다.

매일매일 계획을 세우고, 확고한 원칙을 마련하고,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옮기고, 목표를 분명히 정하되 가짓수를 제한하고, 귀찮거나 힘든 일은 조금씩 나누어 하는 것이 바로 그 기술이다. 일본의 선(禪)불교는 어떤 일이나 목표든 열정보다는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 여유롭게 매일 조금씩 하면 완벽하게 계획을 끝낼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시간이야말로 낭비한 시간이다. -보리스 비앙(프랑스 작가,음악가)

 

뭔가를 믿고 되뇌다 보면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바로 '쿠에 요법' 이라 불리는 자기암시다.

자기암시를 하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세 가지는

첫째, 주변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부추기는 것으로 무엇이 있는지 파악한다.

둘째, 부정적인 마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셋째, 목표를 시각화한다.

이제 나만의 슬로건을 만들어보자.

 

현대 사회의 가치와는 다르게 살아보자. 겸손해지면 마음이 편해지고,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융통성을 발휘하며, 중독되지도 않고, 자기 자신을 제대로 다스려 모든 구속에서 벗어난다. 이렇게 자유로운 기분을 조금씩 꾸준하게 누려 보자. 빈 공간과 마찬가지로, 내면의 평화와 무위(無爲), 무엇인가에 얽매이지 않는 마음은 당신을 평범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남다른 고귀함으로 빛나는 존재로 만들어 준다.

 

미니멀리스트는 사교적이지 않다. 약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며, 얼마나 사람을 많이 아느냐로 자신의 약점을 메우려 한다. 또한 약한 사람일수록 남과 같이 있으려고 한다. 강한 사람은 혼자 있는 것을 즐기고, 다른 사람의 삶에 신경쓰지 않으며,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산다. 이들은 약속, 고백, 맹세, 사랑에 연연하지 않는다. 점점 복잡해지고 불안한 세계에서는 지극히 적게 줄이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다.

 

너무 착하게 굴려고 하거나, 너무 정직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느라 진을 빼지도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심신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 별 문제가 없는 사람, 감정 기복이 적고 심리가 불안하지 않은 사람과 가까이 지낸다. 타인을 통해 자신을 누르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려 하거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멀리한다. 이런 사람들과는 진정한 대화를 나누기가 힘들다.

 

우리의 운명을 정하는 별은 우리 마음속에 있다. 우리는 외적인 힘에 의지하지 않는다.-프리드리히 실러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독립적이고 초연하다. 또한 이들은 자신의 가치에 따라 살고, 사회의 일에 크게 얽히려 하지 않으며, 규칙과 관습에 따르더라도 사회와의 조화를 위한 것이지 반드시 그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마음속으로는 느긋함, 관용, 유머를 품고 산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불쾌한 것이나 짜증나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신경쓰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주변의 것들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일 수 있다.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은 억지로 하려고 하지 않는다.

 

아주 작은 것은 아주 큰 것으로 가게 해 주는 열쇠다.-다쓰오 미야지마

 

 

 

펼친 부분 접기

몇 년전 입었던, 옷장 깊숙이 박아 놓았던 청바지를 꺼내 억지로 살을 접어서 넣고  겨우겨우 입고 나왔다. 그러고는 이번에는 정말 다이어트에 성공하리라 의지를 불태운다. 다이어트에 대한 나의 집착과 다짐의 무한 반복은 매일 같이 재생되는 일과이다. 다이어트와 마찬가지로 다짐의 무한 반복을 하고 있는 것은 '쇼핑'이다. 가족을 위해 매일같이 장을 보는 나(주부)는 아직도 늘씬 쭉쭉 미남미녀들의 과대광고를 철떡같이 믿고 사는 슈퍼울트라 초절정 팔랑귀를 가지고 있다. 신제품들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 퐁퐁통은 갈수록 아름다워지고 샴푸는 점점 고호한 자태를 더하며 샤방샤방해지고 있다. 게다가 수세미는 주부들의 손을 보호하는 센스까지 겸비하여 유혹하는 통에 필요없어도 지름신이 강림하게 만든다.  소비, 그것은 또다른 즐거움이자 오락이고 행복이지만  어김없이 청구되는 카드값을 볼때마다 나의 팔랑귀를 잘라버리고 싶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재 사회를 '소비자 사회'라고 명명했다. 자본주의 사회는 그야말로  소비의, 소비를 위한, 소비에 의한 사회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빠르고 , 모든 것이 넘쳐나는 물질의 풍요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불안과 우울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물질의 풍요가 정신의 풍요를  가져오지 않는 것을 방증한다.  오히려 물질의 풍요속 현대인의 정신은 나날이 피폐해져가고 빈곤해져가고 있다.  이러한 정신적인 빈곤은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의 제목처럼 고독에 대한 시간들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에 저자는 '더 빨리, 더 좋게, 더 크게'를 외치던 시대를 역행하여  '더 작게' , 더 조금 소유하는 방법으로 심플한 삶이 주는 정신적인 풍요를 누리라고 조언해주고 있다. 

 

 '지극히 적은 것에 만족하고 살고 기뻐하면 실망할 일이 없어지고 정신적인 만족감이 찾아온다.'

 

저자는 '무조건 작게 살아라' 는 주문이 아닌, 작게 살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삶에 유용한 기술들을 가르쳐주고 있다.  많은 옷이 아닌 '필요한 옷만 갖추는 기술'과  '적은 세제로 설겆이하는 방법이라든지 절제를 동반한 소비가 주는 지혜와 미니 냉장고의 유용함, 오일로 손을 보호하는 방법등 다양하고 넘쳐났던 정보와 반대로 아주 심플하고 간단한  소비의 기술을 가르쳐주고 있다. 저자가 가르쳐주는 삶의 지혜들은 일상에 매우 유용한 지혜들이며 아주 유익한, 지혜와 지식을 모두 만족시켜주는 삶의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읽으면서 참 좋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책이다. 적게 살면서 정신적인 만족을 누리기  위해서는 짐을 가볍게 하여야 하고  절제할 줄 알아야 하며, 삶을 소박하고 꼼꼼하게, 겸손함이 밴 일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인간관계에서도 많은 사람을 사귀어 복잡한 감정을 만들지 말고 진실된 사람을 적게 사귀는 것의 유익함을 알려주며 '더 작게' 라는 라이프스타일을 삶의 모든 부분에 적용시킨다.  

 

 《심플하게 산다》로 잘 알려져있는 저자 도미니크 로로는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오랫동안 일본에 거주하였다. 그래서인지  책 중간중간 일본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부분과 선(禪) 불교 인용문들이 실려 있다. 저자의 동양의 미학과 서구의 라이프 스타일을 접목하여 심플하면서도 충만한, 조화로운 삶을 사는 지혜를 알려주는 《지극히 적게》를 읽으면서 , 나도 이런 삶을 위해 노력해 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다이어트에 성공해야 할 것 같다. (^^) 오래 전 많은 영향을 받았던 헨리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사랑과 마무리>에서 느꼈던 감화처럼 무소유의 삶이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하였다. 마크 트웨인이 문명이란 사실 불필요한 생활필수품을 끝없이 늘려가는 것라고 하였던 것처럼, 현재의 소비사회의 이면들을 이해하고, 삶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지극히 적게' 사는 삶을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연습해야겠다. 가을과 닮은 딱! 좋은 책을 만난 내 영혼이 사치를 누렸다.

 

깨달음의 길을 걸으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시하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하찮은 것에 신경쓴다고 생각한다. 그래, 하찮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주는 하찮은 것,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와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작은 것들은 생명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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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수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장수미 옮김 / 단숨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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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의 첫 시작은 독특하게도 끝맺음으로 시작한다.

 

더 읽지 말라! 내 말을 믿어야 한다. 나는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책을 치워버릴 수가 없었다. 이건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나왔던 어느 남자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나의 운명이다.

나의 삶이다.

고통의 최정점에 서서 죽음이 이제야 비로소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남자. 그 남자가 나다.

 

그렇다. 이 책은 정정하건데 <눈알 수집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남자의 이야기다. 경찰관이었던 알렉산더 초르바흐가 운디네 신드롬(호흡병)을 앓고 있는 아기 톰을 유괴한 여자 앙겔리크를 총으로 쏜 이후 , 죄책감과 고통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되면서부터 시작된 이야기이다. 이후, 경찰을 그만두고 범죄 전문기자가 된 알렉산더 초르바흐는 세 명의 여자와 네 명의 아이를 죽이고, 왼쪽 눈알을 파 가는 눈알 수집가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다시 시작된 네번째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살인과 유괴!

 

나의 운명은 눈알 수집가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돼 있었고, 이 끈은 나를 매분 더 죄어오는 듯 했다.

 

과거 사건으로 정신적으로 자유롭지 않았던 알렉산더는 정기적으로 정신 치료를 받고 있으며 병원에 호흡기만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계시는 어머니가 계시고 이혼 직전에 있는 아내 니키와의 사이에 이제 막 열 살이 된 율리안이 있었다. 아이와 함께 호스피스 병동에 들렸다가 눈알수집가가 나타났다는 무전제보에 한걸음에 달려간 살해현장은 사실 경찰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일급비밀 장소였으며 그곳에서 엉뚱하게 알렉산더가 하루 전 잃어버렸던 지갑이 발견되고 , 범인이 찍혀있다고 믿었던 CCTV에는 알렉산더와 똑같은 옷을 입은 또 한명의 알렉산더가 찍혀있다. 사건의 모든 정황은 알렉산더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었으며,  동료 프랑크의 전화로 알렉산더는 아무도 모르는 자신만의 비밀 아지트가 있는 곳으로 도피하는데 그곳에서 자신을 찾아 온 정체모를 묘령의 여자  알리아를 만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맡게 된다.

 

 

남은 시간 45시간 7

그를 찾지 못하면 그가 당신을 찾아간다

 

알리아는 앞을 보지 못하는 대신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신체 접촉을 통해서 특정인에 한하여 그 사람의 과거를 읽을 수 있게 되는데 자신의 물리치료실에 하루 전, 눈알수집가가 다녀갔다고 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전화로 알렉산더가 숨겨져 있는 장소를 알게 되었는데 눈알 수집가의 허리를 치료하면서 보게 된 광경은 한 여자가 전화를 받고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던 중이었다는 말과 남편으로부터 지하실에 가지 말라는 대화와 동시에 여자와 아이가 순서대로 살해당하는 장면'을 영화의 솔로모션처럼 아주 느리게  보게 되었다는 말을 전한다. 또한 이 장면은  이 소설에서 클라이막스에 다다르는 결정적 모티브가 되는 장면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예견조차 하지 못하게 긴박하게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서 용의자 신분이 된 알렉산더와 유령의 존재와 같은, 어디서도 존재하지 않는 알라이 또한 의심 투성이의 존재이다 알라이의 진술에 따라 괴당한 아이들의 위치를 추적해가며  범인이 남긴 유일한 단서이자 실마리인 ' 살해장소에 남긴 타이머'가 가르켰던  ‘45 시간 7이라는 시간안에  유괴당한 아이들을 찾아야 하는 압박감과 긴장감으로 팽팽한 전율이 흐른다.  나 역시도 알렉산더의 정신분열을 의심하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알렉산더가 용의자일 것이라 어림짐작하다가  아무도 알라이의 존재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다시 또 알라이가 범인이라 여겨지기도 하는, 범인과 함께 하는 숨바꼭질을 하는 듯 미궁투성이들로 가득하다.  책을 읽으면서도 범인에 대한 궁금증과 예측할 수 없는 반전들로 인해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는지도 모른 채 행간을 무작정 따라 읽게 되었다. 

 

한동안 독일 스릴러의 대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에 빠져 지낸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독일 스릴러 작가에게는 무한 신뢰가 형성되곤 하였는데 이 책의 저자는 독일 사이코스릴러의 제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작가이다. 사이코스릴러라는 장르를 재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의 예리한 심리 묘사와 독자의 무의식까지도 활용하는 치밀함,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반전이 피체크 표스릴러의 특징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 책으로 '피체크'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일요일에 너무 추워진 기온탓에  꼼짝도 하기 싫어 이불을 돌돌 말아 누워 머리만 내밀고 읽기 시작한 눈알 수집가는 제목 때문에(너무 무셤) 미뤄만 두고 있다가 킬링타임용으로 가볍게 읽을 생각에 집어들었는데 흠, 이 책은 킬링타임용이 아니라 45시간 7분동안 아찔하고도 아슬아슬한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하면서 숨소리 한 번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하는 킬링타임이라는 것을 기억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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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30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2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주 사적인 독서 - 욕망에 솔직해지는 고전읽기
이현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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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우리의 일상에서는 터부시 되는 말이지만, 우리의 총체적인 삶에서는 너무도 친숙한 말이다. 수많은  문학작품과 인문서들의 주요 타깃이 되는  ‘욕망’이 이번에는 인터넷 서평가로 유명하신 로쟈님의 주 타깃이 되었다. 이 책 《아주 사적인 독서》의 부제는 ‘욕망에 솔직해지는 고전읽기’ 이다.  욕망의 사전적 의미는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 이라고 되어 있다. 우리가 욕망하는 근본적인 이유, 그것은 인간이 결핍을 타고 났기 때문이다. 하나를 가지면 둘을 가지고 싶고 둘을 가지면 셋을, 셋 다음엔 넷...그러나, 중요한 것은 숫자가 무한대인 것처럼, 또는 우주가 무한대인 것처럼 다다를 수 없는 것이 욕망의 끝이다. 다다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채우거나 탐하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본능이다. 진실은 무한대의 우주에 우리가 다다를 수 없듯이  욕망이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이 채워지지 않는 항아리이다. 애초에 인간은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그야말로 욕망의 최고봉이자, 세기의 스캔들로 잘 알려진 《마담 보바리》,《주홍 글자》,《채털리 부인의 연인》, 《햄릿》,《파우스트》,《석상손님》, 이렇게 7편의 고전이 실려있다. 이 고전들의 공통 텍스트는 욕망으로 이 고전들을 통해 우리들의 억눌려 있던 감각들에 심폐소생술을 하여 삶의 감각을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심리학 용어 ‘보바리즘’을 낳을 정도로 마담 보바리처럼  현재에도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작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오래 전 읽었을 때 그저 보바리즘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구분 못하는'자신은 다르다고 스스로 믿는 능력'-이  병리학적 양상이라 생각해왔던 것에 머물러 있었는데 나아가 저자는 ‘사회가 굴러가는 어떤 법칙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 작품의 의의는  이들의 욕망이 가지고 있던 ‘보바리즘’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려 하는 ’ 리얼리즘의 문학으로서의 가치이다.  ‘욕망’이라는 텍스트에 ‘삶’이라는 현실을 대차대조 하고 있는 저자의 고전읽기를 통해 고전이 주는 의미를 새롭게 재생하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가 솔솔하였다.  엠마가 소설이 주었던 환상의 세계를 현실에서 끊임없이 욕망하였지만, 결국에는 파멸에 이르는 길은 욕망이 가지고 있던 허구성과 모방성을 마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것은 《주홍글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주홍글자가 가진 ‘간통녀’라는 각인의 글자이지만 간통의  A가 ‘Angel'로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규범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임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 역시도 욕망이라는 텍스트에 담겨져 있는 우리 세계의 진실이 숨겨져 있는 장치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성애소설로 잘 알려져 있는 《채털리 부인의 사랑》에서도 기존에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남녀간의 성적 욕망의 관계가 합일을 이룰 때 -정신과 육체가 일치되어야 하는 관계-가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의 예찬이 담겨져 있는 고전이다. 여기서 궁극의 욕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단연, 파우스트이다. 마담 보바리는 환상과 현실 사이의 욕망을, 주홍글자는 사회 규범에 길들여진 욕망의 그림을, 채털리 부인에서는 남녀간의 성적 욕망이라 한다면, 파우스트는 , 괴테 일생을 이 책 한권에 담으려 했던 것처럼 다양한 욕망들이 대거 등장하여 욕망의 끝을 폭로하고 있다. 그것은 욕망이라는 전차에 올라타는 순간 파멸에 이르게 되는 것이 삶의 본질이란 것을 깨우쳐주려 함이다.

 

위에 실려 있는 일곱 편의 고전을 다 읽고 나서 떠오른 것은 연암집을 읽고 나서 쓴 홍길주님의 글이었다. 글은 변함이 없지만, 내 모습이 늙고 변하여 가듯이 글도 얼굴을 따라 변한다는 말씀처럼 고전은 항상 변함이 없지만, 그 고전을 읽는 '나'는 항상 변하고 있었다. 고전과 삶을 대차대조하여 가듯 읽을때마다 고전에서 얻는 지혜 또한 변해갈 것이다. 아주 사적인 독서, 그것은 누구의 독서도 아닌 고전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매력이다. 저자 이현우님을 통해 고전 깊숙한 밭고랑으로부터 싹트는 삶의 씨앗을 하나 얻게 되었다. 그 씨앗을 가슴에 품고 아주 사적인, 나만의 독서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소망해본다. 우리는 숙명처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났으며  '나'라는 역에서 '타인'이라는 전차를 갈아탄 후,'함께' 하는 역에 지나쳐야만  비로소 삶의 본 모습에 다다르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역을 지날 때마다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것은 고전이라는 조타수임을 확인하는 시간들이었다. 

책을 펼쳐 그 사람의 글을 읽으니 곧 그의 글은 바로 지금의 나였다. 이튿날 또 거울을 꺼내 살펴보다 책을 펼쳐 그 글을 읽으니 그의 글은 곧 이튿날의 나였다. 이듬해 또 거울을 떠내 살펴보다 책을 펼쳐 그 글을 읽으니 그의 글은 곧 이듬해의 나였다. 내 얼굴은 늙어 가면서 더욱 변해 가고 변하면서 그 옛 모습을 잊어버렸지만, 그 글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또한 읽을수록 더욱 색다르니 내 얼굴을 따라 닮았던 것이다.-홍길주 -[연암집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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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 하버드대 박사가 본 한국의 가능성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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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세상과 담을 높이 쌓고 지낸 적이 있었다. 세상이 싫어서도 아니고 사람들이 싫어서도 아니고, 젊은 날 너무 바쁘게만 살아온 것 같아 남편과 나는 산꼭대기에 집을 짓고 텔레비전도 볼 수 없고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곳에서 몇 년을 망중한을 즐기며 살았다. 아이가 커가면서 교육 문제와 직업의 변화로 다시 세상으로 나온 후, 우린 말그대로 문화쇼크를 경험하게 되었다. 매일 같이 여과 없이 보도되는 사건 사고에 충격을 받았고, 잊고 지내던 매스미디어의 세상은 너무 자극적이었고, 너무 빨랐고, 게다가 너무 잔인했다.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지만,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한국의 명암과도 같이 세상은 디지털이지만, 우리만 아날로그로 남겨진 기분이었다. 그때가 아마도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처음으로 절망을 느낀 순간이었던 것 같다. 한동안 이어진 문화쇼크는 계속 우울과 절망을 남겨 주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도서관에서 본 광경으로 내가 그동안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손을 맞잡고 도서관을 가득 메운 광경을 보며 이제까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살아왔고 세상을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해 왔던 나의 어리석음이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잊게 만들었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 그 순간의 감동은 내가 그동안 한국인으로서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들을 모두 날려버리고 책에 고개를 숙이고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 그 자체가 우리나라의 미래이자 희망이라는 생각에 미치게 했다. 세상의 또 다른 명암, 밝고 어두움이 공존한다는 진리를 잠시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던 것이다. 나는 이제까지 어두움만을 보며 살아왔다는 부끄러움이 엄습하였다. 누군가 가 인류가 책을 읽는 한 멸망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하지 않았는가.  아이들의 책 읽는 모습은 인류의 위기 속에서도 꿈틀거리는 희망처럼 보였고 도처에 널린 우울과 절망이라는 잿더미 속에 새롭게 일어설 수 있는 불씨를 간직하고 있는 프로메테우스의 모습처럼 경이로왔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석학 도미니크 불통은 《또다른 세계화》에서 한국이 세계화를 이끌 수 있는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과 세계적인 IT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문화적 정체성을 잘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본 적이 있다. 이 부분은 세계적인 석학들의 저서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멀지만 가까운 나라 일본이 고추장과 된장, 김치를 세계에 상품화한 뒤에라야  뒤늦게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이라고 뒷북치던 과거처럼, 우리나라는 스스로의 전통 문화에 대한 인지가 한템포 느린 느낌이 든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의 저자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미국 태생으로 한국, 중국, 일본에서 공부하고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문명학 박사를 받은 석학이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임마누렐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세계 속의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그 어떤 나라보다 높고 모든 부분에서 월등하지만 정작 한국인들 스스로 그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진언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국인들이 모르거나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장점을 소개하며 세계화의 주역으로서 한국을 위한 문화 정체성 확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거기에 한 발 더 나아가  한국인이 국제 사회에 꼭 설명해야 할 정체성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의 과거이다. 한국의 문화와 전통은 진귀한 보물과도 같지만 그 보물을 세계에 소개하면서 한국의 정체성을 강조하게 되는 것은 필수적인 절차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랜 세월동안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여 있던 한국의 지정학적 상황에서 비롯되어 역사적 트라우마로 자리잡아 있는 ‘새우 콤플렉스’를 먼저 극복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지구상 최후의 분단국가이다. 남북 분단이라는 물리적 단절뿐만 아니라, 과거의 한국과 현재의 한국 사이에서 발생하는 잠정적 단절이라는 , 이 두 개의 단절 현상은 한국이 스스로의 엄청난 장점과 자산을 활용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국이 지난 100여 년 동안 겪은 민족적 고통과 그 때문에 발생한 새우 콤플렉스는 선진국 개념에 대한 혼란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선진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어떤 경우 그것은 미국을 지칭하며 가끔은 유럽과 일본을 포함하기도 한다. 그런데 많은 한국인이 선진국을 어떤 유토피아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상당한 격차를 벌리면서 한국을 능가하는 ‘선진국’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선진국을 신비한 세계로 받아들이는 한국인의 오해에서만 존재한다.

 

게다가 현재 한국의 전통문화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개념, 즉 외국인의 지적 상상력을 자극하며 독특한 매력을 뽐내는 존재감있는 개념이 없다고 지적하며 일본이 음산한 암살자 집단인 ‘닌자’나 ‘사무라이’를 긍정적 보편화로 만들어 세계의 무대에서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처럼 , 한국의 ‘선비 정신’은 치유와 회복의 처방으로서 세계에 충분히 어필 가능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예학, 주자학,옛 골목과 전통시장,등은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한국만이 간직한 고유의 문화유산이다. 저자는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을 외국인도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워드 프로세서에 한글 입력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과  농업 분야에서의 풍부한 전통적 지혜를 살려 전통 유기농법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한다. 한국 전통 건축을 세계화, 아름다운 한국의  농촌 지역을 활성화와 같은 한국 문화 자체를 세계화 할 수 있는 고견을 들을 수 있다. 

 

한국의 숨겨진 잠재력을 두고 저자는 <법화경>의 '무가보주'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는데 자신의 품에 보석이 있는지도 모르고 평생 가난하게 산 선비처럼 우리나라는 보석을 품에 안고 그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보석, 그것은 우리나라 그 자체이다. 저자의 말대로 한국은 최고의 문화유산을 가슴에 품고 그 가치를 알지 못하는 우매한 선비다. 그 진귀한 보석을 깨달아야 할 다음 차례는 바로 우리들이다. 최근 읽은 책 중에서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이렇게 자랑스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당신들 앞에 보석이 있는데 왜 그걸 찾으려고 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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