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영 - 한국 현대조각의 선구자 시공아트 59
오광수 지음 / 시공아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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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평론가로 저명한 저자는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운보와 우향, 유영국작가 연구에 이어 시공아트 58르네상스 미술에 이어 59편 《김종영》 연구를 내놓았다. 거의 조각계에서는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왔던 김종영은 우리나라의 조각가의 선구자 역할을 하였음에도 연구가 미진한 편이기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김종영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참다운 예술 세계와 그의 작품을 주도한 의식에 대한 이념의 조각으로서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작업을 추구하고 있다. 김종영은 조선시대 선비와 같은 삶을 살면서도 결코 고루한 전통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뚜렷한 미의식을 구사한 선각자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고 한다. 그의 작품 세계는 조용하면서도 사유의 깊이를 지닌 우리 현대 조각에 하나의 뚜렷한 이념으로 맥락을 이룬 것이다.

 

 

#조각의 흐름

오랜 세월 동안 조각은 회화와 마찬가지로 종교와 연관되어 왔다. 종교와 연관되어 있는 조각이란 말그대로 종교적인 목적인 예배, 숭배의 대상으로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서구의 조각은 오랫동안 종교적인 구속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르네상스 시대 미켈란젤로에 의해서 전성기를 이룬다.이후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19세기 로댕으로 조각의 꽃을 피운다. 그러나 조각을 독립된 영역으로서의 새로운 지평을 세운 것은 로댕이 아닌 세잔이다. 중국에서도 조각은 종교적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서구의 조각과 흐름을 같이 한다. 조각이 건축에서 독립된 영역으로 자각된 시기는 서양에 비해 훨씬 늦은 편이고 이어 일본이 영향을 받았고 한국은 지리적배경이나 역사적 배경으로도 늦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조각가는 김복진으로 대개의 선각자나 선구자가 그렇듯 예술에 매진 한 것 못지않게 후진을 양성한 것에서 두드러진다.

그러나 한국 근대조각의 역사의 불행은 그가 한국 근대조각의 선구자의 위상을 지녔으나 대표적인 작품이 남아 있지 않았기에 그에 대한 평가가 온전히 이루어질 수 없음이다. 김복진으로부터 시작되는 한국의 근대조각은 명치 연대 일본의 근대적 서양 조각에 그 연원을 두고 있으며, 그것은 그대로 로댕의 사실적 조각에 닿게 된다. 그러나, 1910년대 조각은 일본이 서양의 미술을 받아들인 후 다시 일본의 것을 받아들이는 이중적 단계를 거쳐야 했기에 우리의 근대미술은 일본화된 서양의 조형 양식일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은 우리 근대미술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일본화된 서양의 조형 양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불리한 상황조건은 해방이 되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해간다는 지평의 전개로 미술계에서도 새로운 해방의 계기가 되었다. 해방 후 신진을 양성하는 아카데미의 등장과 서울대 홍대의 라이벌 의식으로 조각의 발전이 더욱 촉진되었고 이런 긴장관계는 1980년대 초까지 이어지게 된다.

 

한국 현대조각은 김복진으로부터 시작되는 1920년대에서 1940년대에 이르는 초기 과정을 지나 1950년대에는 김종영, 윤효중, 김경승을 중심으로 한 정착의 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 1960년대는 회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변혁의 시대에 돌입함으로써 다양한 방법과 모색의 지평이 열리게 된다 

 

1950년대까지도 한국 조각에 로댕의 영향이 지배적이었으나 김종영은 이 근대조각의 유산을 가감히 극복하려는 시도를 피력해 보인다. 서구에서 조각을 종교적인 범주를 벗어나 독립적인 영역으로서 자리 잡는 데에는 세잔의 영향이 컸다. 이것은 김종영에게도 마찬가지다. 김종영이 가장 흠모한 예술가는 세잔과 완당 김정희였다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김종영은 세잔에서 비롯된 현대미술의 문맥, 변혁과 창조의 맥락보다 완당의 정신세계를 추구한다는 의지를 조각으로 피력하고 있다. 저자는 김종영의 조각세계를 단순하게 조각이라는 형식으로 보면 안되는 이유를 세잔과 완당을 잇는 정신적인 계보가  김종영의 작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신적인 공감대 뿐만 아니라  완당과 세잔, 김종영에게 공통되는 것은 바로 구조의 미. 김종영과  완당, 세잔은 작품세계를 작품이 지니는 내면 구조로서 질서를 파악하는 데 있으며 김종영은 완당과 세잔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들의 정신적인 공감대의 완성을 이룬 것이다.

 

 

#김종영의 조각세계 

구체적인 이미지에서 점차적으로 대상을 벗어나는 과정으로의 중간 단계를 흔히 반추상이라고 한다. 글자 그대로 추상의 반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으로 부분적으로 구제적인 이미지와 잔영은 있으나 전반적은 추상으로 경도되고 있는 경우, 그러한 경우의 단계를 반추상이라고 할 수 있다. 김종영은 자연현상에서 구조의 원리와 공간의 미를 경험하고 조형의 기술적 방법을 탐구하였다. 르네상스 이후 모든 예술가들이 무엇을 그리느냐 하는 것에 관심을 두었지만 김종영에게는 어떻게 그리느냐더욱 중요한 문제였다. 그는 예술가들이 전통적인 기법에 매여 있는 한 전진과 창작은 불가능하다고 보았으며  최대한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특히 작품에서  불각不刻의 미를 추구하였다.  조각하지 않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작품을 통해서 자연의 순리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하는 것으로서 끈임없이 자연을 관찰하고 연구하여야 가능한 일이다. 그가 내 작품의 모티프는 주로 인물과 식물과 산이었다라고 말했듯이 그의 작품은 만듦의 흔적이 없이 가능한 객관체로서의 자연이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그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였다.

 

인간과 자연은 김종영의 생애에 걸친 주제다. 처음 인체를 탐구하고 나아가 식물의 구조를 관찰하였으며, 종내는 대자연인 산으로 귀착되었다.

 

한국 근대조각의 선구적 작가이자 교육자로 알려진 김종영의 삶은 미술평론가 오광수의 평론을 통해 완성 되어 간다.  은둔자의 삶을 살다시피 하여 세간에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는 김종영의 생애와 작품세계는 잊혀져가는 예술혼을 살리는 작업을 보는 것처럼 사뭇 진지하게 읽혔다. 올곧은 삶 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 세계에 흐르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통찰은 전혀 감흥이 없던 돌덩이도 예술작품으로 보이게 하는 무언의 감동이 느껴진다.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무엇을 만드느냐는 것보다 어떻게 만드느냐' 라는 모토는 우리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울림이 되기에 충분한 멘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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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3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잔과 완당을 잇는 정신적인 계보가 김종영의 작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무엇을 그리느냐' 보다 '어떻게 그리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였다.-
'불각不刻의 미'를 추구하였다.-

늘 드림님의 리뷰를 애정하지만 특히, 미술책에 관한 리뷰는 제가 더 ㅎㅈ,하는 것 잘 아시죠~? ㅋㅋ
오늘도 깔끔하고 핵심적인 좋은 리뷰, 덕분에~무더위 속에서도 무척 행복했습니다~

오광수님의 저서는 <요하네스 베르베르>와 <박수근 화집>을 가지고 있는데, 덕분에
다시 박수근 화집을 꺼내...나무와 여인과 아이들과 빨래터와 정물들을 보고 있답니다...^^

드림님! 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씨원하고 즐거운 날 되세요~!!

드림모노로그 2013-07-31 19:03   좋아요 0 | URL
시공 아트 책은 다 좋은 것 같아요 ㅎㅎ
대체적으로 미술책 리뷰는 ㅋㅋ 미술사의 흐름과 같이 쓰는 편입니다 ㅋㅋ
(대부분 이런 책을 안 읽기 때문에 ㅋㅋ 이해를 돕기 위해서 ㅋㅋ)
그렇게 정리하고 나면 나중에 도움을 많이 받기도 하게 되구요 ㅋㅋ
알고 보면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예술가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ㅋㅋ

나무늘보님 덕에 오타를 발견 !! 하여 수정하였답니다 ㅋㅋㅋ

참 아이러니 하지요? 조각가의 불각의 미라니 ^^;;
그런 것이 '파탈'이 아닐까 합니다 ㅋㅋ

여기는 비가 간헐적으로 내려서 생각보다 시원했습니다 ^^
나무늘보님도 더운 날씨 탈나지 마시고 굿밤 되세요 ~~!!
 
채근담 - 국내 최초의 완벽 주석서
홍자성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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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은 하나의 유기체이다.  유가·도가·불가의 정신이 서로 다른 듯하지만 그 안의 담긴 삶의 철학들은 서로 긴요하게 연결되어 있다. 유기체는 어느 한 부분의 변화가 전체의 변화를 낳을 수 있고 , 전체의 변화가 모든 부분의 변화를 낳을 수 있는 통일체를 말하는데 채근담(菜根譚)은 이 삼교의 정수를 하나로 녹여내어 하나의 유기체로서 21세기 현재에도 동양 최고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양의 탈무드와 비견되어지곤 하는 채근담은 아주 어렸을 때 한 번 읽고는 근래에는 처음 읽는다. 과거  채근담을 한 꼭지씩 읽은 기억은 있지만  이렇게 완벽 주석서를 다시 읽게 되니 감회가 매우 새롭다. 고전이 딱 자신의 그릇만큼 담을 수 있고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인지 채근담이 이렇게 삶의 자양분이 될 만한 알곡들이 넘쳐나는지를 다시금 깨닫기도 하였다. 아마도 이 책 역자의 해설부분 때문에 채근담에 심겨진 알곡들이 더욱 그 빛을 발하는지 모르겠다. 저자 신동준은 고전연구가이자 역사문화 평론가로서 최근 고전에 관한 책들을 폭풍집필중이다. 저자의 고전해석은 명료하고 선견지명이 있는 글들로 고전에서 끌어올린 삶의 지혜를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비하여 설명하는 탁견이 빛난다.  

 

채근담菜根譚은 중국 명나라 말기에 문인 홍자성(홍응명(洪應明),환초도인(還初道人))이 저작한 책이다. 채근담을 삼교의 정수라 하는 이유는 피상적으로 볼 때는 극기복례克己復禮의 유가적 질서로 보이지만 그 뜻의 심오함은 몸은 세속에 두되 마음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 物我一體적 삶에 가깝기도 하다. 따라서,  유가 , 불가, 도가의 사상을 융합하여 삶의 교훈을 가르쳐주는 고전의 정수이자 참된 지식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

 

한 번 읽으면 가슴이 확 트이면서 마음이 맑아지고, 두 번 읽으면 삶과 속세의 이치를 깨닫게 되고 , 세 번 읽으면 생사의 경계를 뛰어 넘어 천지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한 삶을 살게 된다.”

 

1편 전집 前集

1부 파탈擺脫 - 관행에서 벗어나라 /2부 방원方圓 - 방정과 원만을 섞어라

3부 득실得失 - 명리를 탐하지 말라 /4부 화복禍福 - 일희일비하지 말라

5부 중용中庸 - 절도를 지켜라 /6부 염량炎凉 - 세상인심을 읽어라

7부 청탁淸濁 - 지나치게 가리지 말라/8부 공사公私 - 공과 사를 구분하라

9부 고락苦樂 -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

2편 후집 後集

10부 지족知足 - 분수를 즐겨라/11부 자적自適 - 스스로 유유자적하라

12부 물아物我 - 천지자연과 같이하라 /13부 진공眞空 - 집착을 버려라

 

 

이 책의 체제는 명대에 출간된 명각본明刻本을 저본으로 삼아 전집과 후집으로 구성된 원문체제를 그대로 수용하였다. 전집과 후집의 총 359장에 대한 제목을 4자성어로 정리한 뒤 25장을 한 묶음으로하여 모두 14부로 나눈 것이 이 책의 구성이다. 제목만 보고도 해당 장의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한 역자의 배려가 돋보인다. 또한 바로 그 점이 국내 최초의 완벽 주석서라 불릴 수 있는 본서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뿐만아니라 고전에 해박한 저자의 [해석] 부분은 채근담에 담겨져 있는 심오한 철학의 맛을 더 깊이 음미할 수 있게 해주는 천연조미료로 논어와 학이, 사기, 주역, 중용 , 장자 등의 중국고전을 넘나들며 채근담의 웅숭깊은 인생의 참뜻과 지혜로운 삶의 자세를 더욱 깊이 깨닫게 해주고 있다.

 

 

 

 

 

삶을 누가 먼저 깨달을까 

나는 평소 그것을 알았지

초당의 봄잠은 충분한데

창밖의 해는 너무 더디지

 

 

 

 

 

 책 제목의 채근採根은 송나라의 학자 왕신민汪信民인상능교채근즉백사가성人常能咬菜根卽百事可成이라고 한 데서 나온 말로, 람이 항상 나물 뿌리를 씹을 수 있다면 세상 모든 일을 다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책의 내용은 경구적警句的인 단문들이지만 저자의 해설로 인하여 채근담의 가르침을 깊이 새기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저자는 채근담을 한 번 읽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깊이 사색하는 심사深思를 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온전히 자기 자신의 처세 이치로 만들 수 있음을 설파하고 있다. 세상이 디지털시대에 진입하여 삶의 모든 근간이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인간의 본성이 지닌 아날로그적 감성은 절대 변하지 않는 이치이다. 결국 모든 문제는 '사람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과학지상주의와 진화론적 세계관의 영향으로 사람보다 물질의 가치가 더 높게 측정되는 작금의 시대에 채근담이 전해주는 담백하고 소박한 삶의 처세가 더욱 둔중한 울림으로 남는 이유도 바로 삶의 본질에 가장 근접한 지혜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계가 빠르게 디지털시대로 변화하고 있지만 사람이 곧 진리임은 변하지 않는 이치이다. 두고두고 아껴 읽고 또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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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30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근담(採根譚)은 前集 225장과 後集 134장으로 나누어져 있지요.
다 주옥같은 글들이지만 저는 後集의 글들에 자주 더 마음이 가곤하니 너무 이른가요~? ㅎㅎ
나이가 들수록 더 마음에 와닿고 노년의 뒤안길까지 오래오래 음미하며 곁에 함께 할 책같아요.
오늘도 드림님의 좋은 리뷰로, 다시금 <채근담>을 생각해보는 아침입니다.^^

드림님! 감사드리며, 오늘도 상쾌하고 좋은 날 되세요~*^^*

드림모노로그 2013-07-30 18:47   좋아요 0 | URL
이번 캠핑휴가때 가져갔던 책이라 ㅋㅋ 가끔 베개로 쓰다가 ㅋㅋ
다시 읽기도 하고 ㅋㅋ 그랬어요 ㅎㅎㅎ
두께가 만만치 않은데 무척 재미있게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역자가 번역을 굉장히 잘했어요 ㅎㅎ
아마도 역자의 책을 많이 읽은 것이 도움도 많이 된 것 같구요 ㅎㅎ
고전은 한두권만 마스터하면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어 오히려 더 쉽게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ㅎㅎ
그래서 들어가는 말에 유기체라는 표현을 썼답니다 ^^
저도 후집의 글들이 더 마음이 가요, 후집은 장자의 노자의 사상이 잘 접목되어 있는 부분들인 것 같습니다.

오늘까지 휴가 마지막날이고요 ㅎㅎ
내일 출근인데 ㅋㅋ 아주 까마득하네요 ㅋㅋ
나무늘보님도 휴가가셔야지요 ㅎㅎ
늘 좋은 말씀 감사드리구요 ㅎㅎ 언제나 좋은 하루로 마감하세요 ^^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 - 소비문화와 풍요의 뒷모습, 쓰레기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
제프 페럴 지음, 김영배 옮김 / 시대의창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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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아래 새 것이 없나니, 이미 있던 것은 과거에 있어 왔던 것이며 지금의 새것은 다시 과거의 것이 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소비의 시대라고 한다. 소비를 해야만 돌아가는 사회라는 것은 소비를 하지 않으면 삶의 가치가 없다는 삶의 극단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소비라는 돋보기로 세상을 본다면 우리의 모든 삶이 소비를 중심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마이클 샌델은 우리 사회가 우리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 사회가 시장경제(market economy)에서 시장사회(market society)로 옮겨갔다고 진단하고 있듯이, 시장사회는 소비가 삶의 중심이자, 목적인 셈이다.

 

 

며칠 전 아파트 앞 쓰레기 더미에 아무 흠집이 없는 탁자가 버려졌다. 우연히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관리아저씨에게 이야기를 한 후, 집으로 가져왔다. 아무 흠도 없고 색상도 이쁘고 디자인도 훌륭한 이 탁자를 왜 버렸을까? 하는 궁금증이 끊이지 않던 터에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이 탁자의 주인공을 그려보고 그네들의 삶을 상상해보기도 하며 저자가 그리는 쓰레기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을 따라가 보기도 하였다.

 

괴테가 모든 이론은 회색이지만, 생명의 황금나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라고 하였던 것처럼 대부분의 학자들이 경험을 배제한 자신의 지식에만 갇혀 실천과 경험이라는 생명의 나무를 보지 못하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그러나,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의 저자는 문화범죄학이라는 자신의 학문의 완성을 이루기 위해서 대학의 종신교수직을 박차고 자신의 오랜 고향 텍사수 주 포트워스로 향하여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가 되었다. 장장 8개월 동안 쓰레기 수집인으로 살았던 그는 가장 낮은 곳에서 삶의 새로운 가치를 찾아 낸 기록이자, 소비문화와 나날이 커져가는 빈부 격차, 문화적 물질주의에 기반한 글로벌 경제의 대량생산으로 인해 결정적으로 나타나는 낭비에 관한 사회문화적 현실을 마주한 이야기들을 엮었다.

 

  

저자는 쓰레기를 주우면서 세상이 소비지상주의혁명이 일어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넘쳐나는 멀쩡한 쓰레기들과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들로 인해 소비주의의 확산의 두려움을 깨달아가는 일상의 이야기와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으며 소비주의의 확산으로 특정한 자원 고갈을 포함한 환경오염과 동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폐기물의 급격한 증가를 동시에 가져온다고 한다. 오래 전 북태평양 미드웨이 섬의 아름다운 새 알바트로스가 무더기로 죽어 산을 이루게 된 이유가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를 먹고 집단떼죽음을 당한 것을 보고는 매우 경악했던 일이 떠오른다. 이렇게 소비와 낭비는 우리 사회가 가진 가장 큰 파괴의 행위나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낭비와 쓰레기 수집을 대하는 범죄학자의 역할이 단지 그 법적 ·문화적 모호함에 대한 설명과 결론을 이끌어내고 문화범죄학의 새로운 가설을 입증하고 접근하여 결론적으로는 총체적인 문화의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였다

 

 

아무 것도 버릴 것이 없다. 더 이상 쓸데없다고 여겨지는 물건이 있는가? 그럼 예술을 하는 데 사용하면 된다. 물질세계의 의미는 이렇게 다시 한 번 변화를 겪는다. 이번에는 버려진 물건이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가능성을 갖는 위대한 변화다.-p273

 

최근 캠핑의 즐거움에 빠지게 되면서 캠핑을 갈때마다 좋은 벗들을 만나는 재미에 빠지게 되었다.  이번 휴가에서 만난 이웃은  20년차 캠핑경력의 달인들로 이들과 친해지게 되면서 많은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가장 소박할 수 있는 캠핑문화이지만 소비와 낭비의 문화는 캠핑문화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대체적으로  젊은 사람들일수록 소비와 낭비가 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비싼 텐트와 비싼 캠핑도구들,  듣보잡의 고가의 캠핑용품들이 즐비한 가운데 캠핑경력의 달인들의 소품들은 비교적 소박한 편이었다. 다 쓴 햇반그릇이 밥그릇이고 퐁퐁을 담아온 통은 다 쓴 화장품 통이었고 음식들은 집에서 한 번 먹고 남긴 음식들을 모두 냉동해서 팩으로 담아 온 것들이다. 이들과 함께 하면서 우리는 삼시세끼를 꼬박 푸짐하게 대접받았다. 나는 그 순간이 저자가 길거리 세계와 마주하며 느낀 오늘날의 소비문화의 통찰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일반적인 소비와는 다른 세계, 소비에 물들지 않은 생활습관이 얼마나 삶을 자유롭게 하는가에 대한 경이로움이 아니었을까. 지나친 소비문화에 대한 경계와 길거리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삶을 관통하는 아름다움들이 저자의 눈을 통해 내 가슴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사실 해아래 새것이 어디 있겠는가. 새것은 언제나 헤지게 마련이고 지금의 새로운 것은 반드시 과거가 될 것임을. 끊임없이 소비함으로써 소유하게 되는 물건의 획득을 통해 소비주의의 이데올로기에 지배당하고 마는 '유동하는 근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집어등을 향해 달려드는 오징어떼는 아닌지 반성과 깨달음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선물해주고 있는 책이다.

 

  내가 가지지 않은 것을 욕망하지 않는 삶,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자연히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인내할 줄 아는 바로 선에 이르는 삶이다. 이것이 바로 소비문화의 근본을 꺾을 수 있는 존재론적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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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9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 저도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오늘 반갑게 드림님의 반가운 리뷰를 통해 미리 만나네요~^^
정말 쓰레기야말로 사람들의 모든 생활의 모습이나 패턴이 그대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반증같아요.
그래서인지 어떤 장소에서도 어떤 건물안에서도 가장 정확한 정보를 아는 분들이 청소일을 하시는 분들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저도 늘 쓰레기를 내놓을 때마다, 저의 생활에 대한 성찰(?)을 다시금 하는 듯 싶구요. ^^

'내가 가지지 않은 것을 욕망하는 삶,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자연히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인내할 줄 아는 바로 선禪에 이르는 삶이다. 이것이 바로 소비문화의 근본을 꺾을 수 있는 존재론적 힘이다.'-

캠핑경력의 달인들의 소품,에 참으로 마음이 절로 즐거워지네요~
오늘도 삶과 밀접한 사유가 곁들인 좋은 리뷰, 감사드리며 이 책도 담아갑니다~
드림님! 오늘도 경쾌하고 좋은 한 주일 시작하세요~~*^^*

드림모노로그 2013-07-29 14:39   좋아요 0 | URL
나무늘보님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ㅎㅎㅎ
이웃님들 덕분에 휴가를 정말 즐겁게 다녀왔답니다 ㅋㅋㅋ
쓰레기에 대한 성찰이 굉장한 책이었습니다.
앎에 대해 천착한다는 것은 결국은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자가 추구하는 학문에 대한 열의가 더 놀라운 것 같아요.
이분의 이러한 열정도 참 부럽구요 ㅎㅎ
이번 캠핑에는 좋은 이웃들을 너무 많이 만나서 정말 즐거운 휴가였어요 ㅎㅎㅎ
아티스트 한 무리들을 만나 귀와 눈이 호강하기도 하였구요 ㅋㅋ
예술가들은 어딜가나 눈에 확 띄더라구요 ㅎㅎ
시간이 좀 나면 휴가이야기 포스팅을 한번 올릴까 생각도 하는데 ㅠㅠ
시간이 없네여 ㅋㅋㅋ ~
오늘도 정성어린 댓글 감사드리구요 ㅎㅎ 늘 그렇듯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노름마치 - 진옥섭의 사무치다
진옥섭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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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회사에서 야유회를 갔을때 우연히 광대놀음을 보게 되었다. 항상 그렇지만 예술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해서인지 나는 광대놀음을 보고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 세계는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의 세계이자, 낯섦의 세계이다. 신명나는 기분도 잘 모르겠고, 그저 보여지는 그대로의 '광대'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느낌은 광대와 무당, 소리꾼,춤꾼들 모두에게 그렇다. 그런 그들을 통틀어 예인이라 한다면 이 책 '노름마치'는 그런 예인들의 무대나 진배없는 듯하다.  ‘노름마치’는 ‘놀다’의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잽이(연주자)를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다. 곧 그가 나와 한판 놀면 뒤에 누가 나서는 것이 무의미해 결국 판을 맺어야 하는데, 이때 놀음을 마치게 하는 고수 중의 고수를 ‘노름마치’라고 한다.(p15) 삶과 예술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던 예인들이 초야에 묻히자, 예인들을 찾아 다시 삶의 중앙에 서게 했다. 이른바 그들의 모노로그(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가무악일체였다. 소리와 춤과 악기, 세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것인데, 한 분야에 매진하더라도 다른 두 분야가 거의 완벽하게 몸속에 차 있어야 예술이 나온다는 관념이다.

 

이들이 걸어간 길에서는 삶의 고단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근대화는 거센 바람앞의 등불처럼 위태하게 이루어졌다. 거센 바람앞에서 민초들의 삶은 여지없이 초토화되었고 잇달은 해방과 전쟁에서 가장 커다란 상처는 여성들의 삶을 파란에 물들게 하였다.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먹고 살기 위해 택한 생의 처절함은 예기들의 몸에 가무악으로 새겨졌고 권번이라는 곳을 만들어내었다. 권번은 시대상 어쩔 수 없이 예술인들의 집적지가 되었고 그것으로 전통예술이 보존되었다. 1장 예기(藝妓),에서는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 하여 해어화라 하는 기생의 삶이 격동하는 시대의 변화가 기생이자, 예인인 이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장금도와 유금선, 심화영의 삶을 통해 여실하게 전해진다.  장금도의 <민살풀이춤>은 우리나라의 전통춤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유금선의 <학춤>이 파란만장한 여성의 일생을 담아내고 있다.  이들의 춤은 곧 여성의 파란의 역사이다.

 

2장 남무(男舞)에서는 남자의 춤의 역사를 담고 있다. 고대 처용가에서 이어져 내려온 남무의 전통은 '마지막 동래 한량'이란 명무를 부여받은 문장원, 하용부의 북춤, 김덕명의 학춤으로 이루어져 있고 3장  득음(得音)에는 타계 후 닷새 후 세계무형유산에 지정된 정광수,'적벽화전'의 한승호, 소리를 가장 잘하는 한애순씨가 초야에 묻힌 이야기까지가 실려 있다.  유랑(流浪), 강신(降神), 풍류(風流), 각 장에는 사물놀이패의 광대, 무당, 춤의 삼각지대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통이란 이름 속에서 순간순간 새 것이 돋아난다. 이런 순간은 맛보는 순간 중독된다. 결국 또 들여다보고픈 과욕이 극성스런 길을 가게 한다. 정녕 보고픔도 그심한 허기의 일종인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썼을 때만 해도 살아계셨던 분들이 이제 삶을 넘어선 먼 여행길을 떠났다고 한다. 우리나라 진짜배기 전통의 맥을 유일하게 이어오시던 분들이었다. 그러나, 삶은 짧지만 예술에 담긴 정신은 길이길이 남겨진다는 것으로 위로삼는다. . 《노름마치》를 읽으면서 오랫동안  미망에 잠들어 있는 우리나라의 전통혼을 일깨워주는 고마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노름마치'들을 그저  광대나 기생, 춤꾼으로만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하나의 ‘예(藝)’로서 인식의 기둥을 세우는 초석을 다져주는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저자가 책 중간에 여담으로 실은 판소리로 유명한 곳 세곳 모두가 식당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의 보존가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삶과 예술이라는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며 파란의 역사를 써온 예인들의 삶과 더불어 전통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기둥을 세워주는 노름마치는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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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2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때 남사당이나 산대놀이에 관심이 많아서 남사당에 관한 책이나
또 탈춤을 추는 친구와 송파산대놀이전수관에도 자주 가고, 또 친구들이 덕수궁이나 다른 곳에서 공연을 할 때도
많이 따라다닌 기억이 납니다.^^ 줄광대나 바우덕이, 그리고 제각기의 역할의 탈에 흠뻑 빠져 만들어보기도 하고 글도 쓰고
..하..어쨌든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이 책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으셨는데, 오늘 드뎌 드림님의 리뷰,로 <노름마치>에 대해 읽게 되었네요~!

'전통이란 이름 속에서 순간 순간 새 것이 돋아난다. 이런 순간은 맛보는 순간 중독된다. 결국 또 들여다보고픈 과욕이 극성스러운 길을 가게 한다. 정녕 보고픔도 극심한 허기의 일종인 것이다.'-
위의 글에 이 책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있는 듯 합니다~

늘 드림님 덕분에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책, 미처 읽지 못한 책들에 대해
핵심과 사유를 더한, 좋은 리뷰로~늘 감동하며 조금씩 더 나은 지향의 발걸음을 떼는 듯 하겠지요~ㅎㅎㅎ

오늘도 좋은 리뷰, 감사드리며
드림님! 따끈하고 시원한 하루 되세요~*^^*

드림모노로그 2013-07-22 15:39   좋아요 0 | URL
예술은 언제나 감동이지요..
전 사실 좀 광대놀이나 병신춤과 같은 연극을 잘 이해를 못했었거든요..
소리야 득음의 경지는 모르지만 그 안에 얼마나 우리의 한이 담겨있는지
깊이도 가늠할 깜량도 못되구요..
이 책을 통해 그마다 그러한 예인들의 삶과 얽혀있는 전통문화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나 할까요.
그동안 우리들이 전통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한 몫 하기도 하였던 것 같구요.
아주아주 길게 쓰려다가 ... ㅎㅎㅎ
너무 길게 들어가면 ㅋㅋ 피곤할 듯 하여 ~ 간략하게 리뷰를 남겼는데 ㅎㅎ
지금 보니 너무 요점만 ㅋㅋ 쓴 것이 아닌가 후회가 살짝 되네요 ㅎㅎ
하지만 ㅎㅎ 훌륭한 책은 맞는 것 같습니다. ^^
 
베니스의 상인 홍신 세계문학 14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성국 옮김 / 홍신문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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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전쟁>에는 베네치아라는 도시가 바다에서의 지배력이 얼마나 큰지를 느끼게 해주는 부분들이 많이 나온다.  바다를 근간으로 한 삶의 터전은 베니스 사람들에게 커다란 긍지를 남겨주었고 그 영향으로 베니스인들은 유독 자유와 모험의 기질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베니스인들 하면 나는 먼저 해적과 같은 모습이 연상되어지는 동시에 모험과 신비의 나라로 느껴지곤 한다.  아름다운 물의 도시 베니스는 또한 상업의 도시이자, 신화의 숨결이 살아있는 도시로 각인되어 있다.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은 1590년대 쓰여진 작품으로 추정되는데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과 5대 희극 가운데 5대 희극에 속하는 작품중의 하나이다.  세계 최고의 극작가이자, 위대한 예술가로  '인도를 포기할 망정 세익스피어는 포기하지 않겠다.' 는 말이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것을 보면 세익스피어의 문학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거인임에 틀림없는 듯. 

 

베니스의 상인 》이야기는 피상적으로는 매우 단순하다. 가장 아름답고 현명한 여인 포오샤에게 청혼하기 위해 이웃마을에서 왕들이 찾아오고 곳곳에서 귀족들이 벨몬트에 하나 둘 몰려온다. 잘생겼지만 가난한 학자이자 군인출신인 바사니오도 포오샤에게 반하여 청혼하려 하지만 가진 것이 없어 유대인 고리 대금업자인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게 된다. 수전노인 샤일록은 보증인이 없으면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 했는데 베니스의 상인인 안토니오가 돈을 빌리지 못할 시에는 '살1파운드'를 제공한다는 차용증서를 써 준 뒤에야 바사니오에게 돈을 빌려주게 된다.  

 

유대인이었던 샤일록은 평소 안토니오에게 자신의 고리대금업을 모욕하며 사악한 업을 가지고 있다며 방해를 일삼았는데 샤일록은 이번 기회에 안토니오에게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러나 샤일록 만큼이나 극중의 등장인물들 모두 (포오샤,안토니와,바사니오) 역시도 유대인에 대한 반감은 샤일록과 썅벽을 이룬다. 

 

포오샤가 수많은 구혼자들에게 내민 문제는 금,은,납 상자 중 초상화를 넣어준 상자를 선택하는 사람과 결혼한다는 것이었는데 각 상자마다 명언이 하나씩 적혀 있었다.

첫 번째 금으로 된 상자에는 '나를 선택하는 자는 많은 남자들이 바는 것을 얻으리라.'

두 번째 은으로 된 상자에는 '나를 선택하는 자는 자신에게 합당한 만큼을 얻으리라.'

세 번째 납 상자는 '나를 선택하는 자는 그의 것 모두를 내놓고 모험을 해야 하느니라.'

이 문제의 답을 맞추는 사람은 미인을 얻는 행운이 따를지도 ^^;;

 

 

이 극의 클라이막스는 베니스의  법정편이다. 샤일록이 이전까지는 돈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비춰지기만 하였는데 법정의 진실은 아마도 바사니오의 입을 통해 증명되지 않을까 한다. 바사니오는 '법에서는 아무리 더럽고 부패한 소송이라도 그럴싸한 변론으로 양념을 치면 그 죄악이 희미해지지 않던가. 종교에서는 저주 받을 잘못도 목사가 엄숙한 얼굴을 하고 그것을 축복해주고 성경으로 다시 증명해지면 그 흉악성은 외부 장식으로 가려지는 게 아닌가? 어느 악덕을 막론하고 겉에 미덕의 표지를 달고 있지 않은 순수한 악덕은 없는 것이다.' 이 말은 '베니스의 상인'에서 보여주는 법의 속성과 속물적인 종교인에 대한 비난과 더불어 시대적인 분위기도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유대인과 기독교인들의 첨예한 대립속에 서로를 향한 모욕과 비난과 같은 당대의 역사적 상황이 극에서 그대로 재현되어 진다. 이야기는 동화적인 요소가 가득하면서도 그 안에는 베니스 사회에 팽배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회 고발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으며 성경에서 유대인이나 고리대금업자에 대한 강한 질책이 쓰여진 글들이 있는데 아마도 16세기 기독교 문화의 한 단면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사랑과 우정, 그리고 판관 포청천도 울고가게 하는 명판결을 내린 포오샤의 이야기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작으로 나와도 꽤 재미있을 듯 ^^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고 했나? 과학 문명이 급속도로 발달된 현재와 과거의 삶이 그다지 다르지 않음은 사람이 사는 터전은 변함없다는 뜻이 아닐까.)  

 

p.s《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가 보너스처럼 같이 실려 있는데 이집트와 로마사이에 정치적인 분위기와 함께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이다.이 작품으로 세익스피어는 문학적으로 클레오파트라를 매혹적인 모습으로 만들어내었고, 사랑과 정치와 꿈과 현실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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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0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니스의 상인>하면 샤일록과 안토니오의 이야기만 알고 있을 뿐. 아 읽지를 않았군요..^^;;;
포오샤의 상자는 저는 자격이 없겠지만 그래도 은으로 된 상자를 선택할 것 같아요. ㅎㅎ

베니스,하면 전 먼저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이 떠올라요..^^
책도 좋았고 무엇보다 루키노 비스콘티의 영화를 아주 아름답고 인상깊게 보아서요~ 요즘도 가끔 파일을 열어 그 영화를 보죠..
드림님! 오늘도 좋은 리뷰,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드림모노로그 2013-07-22 13:29   좋아요 0 | URL
와 ~ 나무늘보님 잘 지내시죠 ^^
베니스의 상인은 이번 기회에 읽게 되어서 참 감사한 마음으로 읽은 것 같아요 ^^
분량도 적고 희극이라 가볍게 읽기 좋았던 것 같구요.
종교 근본주의자들은 중간이 없어요. 극과 극을 오가죠 ㅎㅎ

정말 너므너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네요 ㅎㅎㅎ
날이 이렇게 더운데 건강은 하신지요? ㅎㅎ
휴가는 언제 가시는지요 ㅎㅎ 내일모래 휴가라 , 또 블로그를 방치하게 될 듯 합니다 ㅎㅎㅎ
나무늘보님도 여름휴가 즐겁게 보내시고 ^^

혹시 국제연극제 26일부터 거창에서 하는데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 제가 티켓 보내드릴게요 ^^

appletreeje 2013-07-22 15:18   좋아요 0 | URL
앗. 곧 휴가시군요~
저희는 8월초에나 휴가를 갈 듯 싶어요.^^
서울은 한 이주내내 비가 많이 와 그간 시원하게 지냈어요.^^
남부지역에선 많이 무덥다 하던데..드림님 건강 조심하시고 입맛 없으셔도 잘 챙겨드세요.
티켓은..와락 받고싶은데 여건이 잘 안될 듯 싶어요..^^;;;

드림님! 즐겁고 행복한 휴가 보내시고~나중에 다시 만나요~*^^*

드림모노로그 2013-07-22 15:42   좋아요 0 | URL
아 티켓 보내드릴려고 준비중이었는데 ㅎㅎㅎ
뉴스보니 서울은 주구장창 비가 왔다고 하던데 여기는 가물기만 하네요 ㅎㅎ
더워도 ~ 너무 더워요 ^^
8월이면 딱 좋으실때 떠나시겠어요 ㅎㅎㅎ
저희는 좀 이른 듯 하긴 한데 ㅎㅎ
아이들 방학과 동시에 남해로 떠납니다 ^^
나무늘보님이 많이 보고잡을 듯 합니다 ㅎㅎㅎ
좋은 여름나기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