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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 (반양장)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2008년부터 시작된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고전예술 편2011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에 이은 완간편이다. 미학자이자 평론가인 저자가 전후(戰後)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로 한 평론을 통해 재구성하였으며 회화를 중심으로 현대미술사를 재구성하였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후기 모더니즘의 흐름에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생긴다. 1960년대에 처2차 세계대전 이후의 현대미술을 가리켜 흔히 후기 모더니즘이라고 부른다. 1960년대를 전후하여 음 나타난 이 새로운 경향은 그 특징이 전면화하는 1980년대에 이르러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불리게 된다.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관계에 대해서는 서로 대립도된 두 가지 설명이 전재해왔다. 그 하나는 둘의 관계를 연속으로 보는 것으로, 이 경우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한 국면으로 여겨질 것이다. 다른 하나는 둘의 관계를 단절로 보는 것으로, 이 포스트모던은 모더니즘의 반()명제로 이해될 것이다. -p307

 

'후기 모더니즘'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이자, 모태는 폴록과 그린버그라 할 수 있다. 전전 혁명적 열기가 식어가면서 삶 속에서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삶에서 예술을 실현하고자 하는 몸짓은 20세에 새로운 탈물질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예술에서 초현실주의나 추상표현들을 통해 현대인들의 막막한 공허감이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시도로  그 포문을 열기 시작한 사람은 폴록의 드립 페인팅이다. 폴록을 통해 전전의 차가운 기하학적 추상은 뜨거운 표현적 추상으로 변화하였고 이런 일련의 작업들은 후기 모더니즘의 출발점이자,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전개될 거의 모든 예술운동의 미학적 준거가 된다. 폴록이 미국에서 격렬한 표현적 제스처로 형자체를 붕괴시키고 있을 때, 유럽에서는 엥포르멜이라는 흐름이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카운터파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엥포르엘은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유럽의 카운터 파트였다. 형 자체를 해체한다는 점에서 앵포르엘 역시 전전의 추상에 비해 더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삶의 본질을 예술에서 찾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몸짓인 이러한 추상표현은 형태를 해체하고 물질로 돌아가려는 충동에서 기인한 것이다. 삶과 예술의 경계선을 허무는 것이 후기 모더니즘 예술가들의 추상이다.

 

폴록의 추상표현 이후 그린버그는 바넷 뉴먼과 마크 로스코의 색면추상을 전후 모더니즘의 기획을 이어갈 새로운 주자로 부각시키고  1964년 그린버그는 일군의 작가들을 모아 '탈회화적 추상'이라는 전시회를 조직한다. 이 시점으로 '회화성'을 잃은 미국의 미술은 폴록의 뜨거운 추상에서 차가운 기하학적 추상으로 돌아간다. (팝아트, 색면추상 등) 그린버그의 모더니즘을 내부로부터 붕괴시키는 '미니멀리즘'의 등장은 예술을 더욱 일상으로 체화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따라서, 미니멀리스트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사물과 똑같아지기를 원했다. 하지만 작품이 사물과 다르지 않다면, 굳이 그것을 만들어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여기서 '개념미술'이라는 발상이 탄생한다. 개념미술가들은 예술의 본질은 '개념'에 있다고 보았으며 예술가의 창조적 발상이 실행이나 결과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미술은 문학에 가까워게 되는 것이다.(뒤샹이나 앤디워홀과 같은 ..)

 

실제로 뒤샹은 주로 '개념'으로 작품을 만들어왔다. 이를테면, 그 유명한 변기를 비롯하여 눈삽, 병 건조대, 자전거 바퀴등 다양한 레드메이드로 그가 창조한 것은 물질적 오브제로서 '작품'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관념'. 즉 예술의 새로운 '정의'였다. 

 

그린버그에게 현대미술의 역사는 결국 추상화의 과정이었다. 그것은 피카소의 입체주의에서 출발하여 플록의 추상표현주의와 그 이후로 이어진다. 반면 코수스에게 현대미술의 역사는 예술을 새로 '정의'하고 그것을 '확장'라는 과정이다.(팝아트, 상황주의 인터내셔널) 변화한 자본주의에 맞서 상황주의자들은 전통적 마르크스주의를 소비자본주의의 현실에 맞추어 갱신하고,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라는 전전의 혁명적 예술운동을 계승하되 동시에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예술을 실현함으로써 예술을 폐지하려 했다. 이 목적을 위해 소비자본주의의 산물을 패러디하여 소비자본주의를 공격하는 '전환'의 전략을 사용했다. 

 

 

 

 

저자는  폴록의 추상표현주의를 시작으로 하여 색면추상 →탈회화적 추상→미니멀리즘→개념미술→팝아트 →상황주의 인터내셔널→해프닝→플럭셔스→리히터의 흐리기 →신표현주의까지 포스트 모더니즘의 비평과 회화를 통한 미술사의 재구성을 시도하였다. 현대의 서양미술사에 대한 저자 특유의 자세한 논조를 들을 수 있어 유익하였던 책이다. 하지만, 책의 중심이 비평을 근거로 한 미술사이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반면 현대미술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훌륭한 길라잡이가 되어줄 책이다. 한편으로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의 종말을 맞이한 현대의 지점에서 포스트 모던을 점검하고 체계적인 사유의 확산을 위해서 거쳐야할 포스트모던 비평의 한 꼭지점으로서 《서양미술사》를 추천한다.   

 

*그림 1, 폴록의 <넘버 5>

*그림 2,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추상회화 , 흐리기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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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인 Lean In - 200만이 열광한 TED강연! 페이스북 성공 아이콘의 특별한 조언
셰릴 샌드버그 지음, 안기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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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모델이 참 이쁘다. 누군가 했더니 페이스북 최고 책임자 (COO)셰릴 샌드버그이다. 책을 읽기 전에 이 여인의 이름을 왜 린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역시 난 단순하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주커버그가 한국에 온다는 기사를 봤을 때만해도 그다지 마크에게 관심이 없었는데 셰릴 린드버그의 린인을 읽고 보니 마크 주커버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스티브잡스가 스마트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멘토였다면 앞으로는 마크 주커버그가 온라인 세상을 이끌어 갈 주역이 될 것은 명역관화다. 이렇게 멋진 여성이 최고 책임자라는 사실이 더욱 그렇게 느끼게 해주고 있다. 페이스 북의 최고 책임자 셰릴 샌드버그가 낸 이 책의  Lean In; Women, Work and the Will to Lead(기회에 달려들어라; 여성, 일, 그리고 주도하려는 의지)이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셰릴은 자신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저하게 되었던 일들과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일련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다. 반면,  여느 자기계발서들처럼 성공하라고 조언하고 있진 않다. 단지, 여성의 사회적 위치, 여성이 위치에 대한 자각, 여성들이 사회에서 겪어야 하는 정체성의 시각등을 담담히 설명해주고 있을 뿐이다. 가령, 여성이 유능한 전문 인력이 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이지만, 사회는 여성이 전문인력자이자  동시에 행복한(유능한) 어머니이기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요구들이 일하는 여성들에게 두려움을 야기한다. 일하는 여성에게 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는 살아가며 부딪히는 도전을 정복할 수 없는 산처럼 느끼게 만들어 결국 여성을 불필요하게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이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이유는 기회에 달려들라고 다른 사람을 격려하는 동시에

 나 또한 그렇게 하기를 다짐하기 위해서다.

두렵지 않다면, 내가 할 일은 바로 이 책을 쓰는 것이었다.

 

《린 인》을 읽으면서 셰릴이 느꼈던 사회적 분위기는 내가 종종 사회통념과 부딪히는 부분들이기도 하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아무리 높아졌다고 해도 여성에게 요구되는 사회의 바람들은 이미 여성을 슈퍼우먼을 넘어서는 혹독한 시련을 주기도 한다. 그중에서 가장 큰 시련은 위에 셰릴이 말한 '두려움'이다. 넘사벽처럼 느껴지는 남성중심의 뿌리깊은 사회의 통념들을 상대로 싸워 이기려면 반드시 마음 속에 이는 이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또한 이것이 여성의 한계점이다.  성공한 여성이 사회에서 미움을 받는다는 고정관념들이 바로 여성의 한계점을 대변해준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여성들은  캐리어우먼인 동시에 착해야 한다는 방정식과 나란히 한다. 사회에 만연한 이러한 편견은 여성이 무언가를 결정하게 될 때 주춤거리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책에서는 이 부분을 하이디와 하워드 사례 연구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여성은 자기 이익을 주장하면서도 좋은 성품을 유지해야 한다는 '치열한 상냥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사회통념여성들에게 두려움을 야기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셰릴이 미국내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버락 오바마를 이기고 다섯 손가락에 뽑히는 여성이 되었지만, 그렇게 성공한 셰릴 역시 일반적인 사회 통념의 잣대를 피해가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사회에서 여성이 성공한다는 것은 또 다른 사회통념과 싸워야 하는 것임을 자신의 경험상 깨달았다고 한다.

 

 더욱 평등한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손을 계속 들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기관과 개인은 여성의 이러한 성향을 파악하고 바로잡아야 하며, 더욱 많은 여성에게 계속 손을 들라고 격려하고 촉구하고 옹호해야 한다. 또한 여성은 손을 내리면 좋은 의도를 지닌 관리자조차도 자신의 뜻을 알아챌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계속 손을 들고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 

최재천 교수는 <통섭적 인생의 권유>에서 공이 날아올 때마다 너무 재지 않고 방망이를 휘두르다 보면 단타도 치고 때로는 만루 홈런도 칠 수 있다며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시도하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남성들은 자신에게 날아온 공을 향해 방망이를 쉽게 휘두르지만, 여성들은 너무 재다가 자신의 기회를 날려버리는 경우를 볼 때마다 셰릴은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한다. 그 이유는 셰릴 본인의 이야기에서도 느끼게 되듯이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되는 통념들에서 비롯된 '두려움'이다.  셰릴은 두려움을 이기고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말고 계속 변하고자 하는 욕구야 말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한다. 여성들이 이런 행진을 계속하게 될 때 진정한 평등의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내 아들과 딸이 자신을 뒤로 물러서게 만들거나 자신의 선택에 의심을 품게 만드는 외적 장애물이나 내적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 스스로 어떻게 살아갈지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을 맞이하는 것이 내가 품고 있는 가장 큰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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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 - 김형태 변호사 비망록
김형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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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종종 우리의 믿음이나 희망에 어긋나는 세상의 실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죽은 뒤에도 저세상이 있어 영원히 살고 싶다. 하지만 누구든, 어느 편이든, 어떠한 경우든 세상의 실상 앞에 마음 비우고 마주 설 일이다.

 

# 우리들의 비망록

이 책 《지상에서 가장 짧은 만남》은 김형철 변호사의 비망록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하였지만 인권변호사로 일하는 그가 말하는 비망록이란 저자에게도 그렇지만 나와 같은 시민에게도 매우 충격적인 사건들이었던  굵직굵직한 희대의 사건들이다. 또한  진실의 실상을 마주하지 못하고 있는 사건들이기도 하며 지금도 이어지는 이야기들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코 끝을 시큰거리며 읽으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일들이다. 그러나, 누구이던 간에 이 진실이라는 실상 앞에 그것이 어떤 무게로 다가온다 해도 외면하는 것은 그 누군가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종종 우리의 믿음이나 희망에 어긋난 세상의 모습일지라도 그것을 마주하는 용기야 말로 우리의 희망이 될테니까.

 

 

 

 

 

1부 그럼에도 사형은 안 된다

2부 누가 그를 망루에서 떨어뜨렸는가

3부 조각난 나라에 산다는 것

4부 광기의 시대, 그 한복판에서

 

 

#삶의 본질과 마주하다.

1부에서 ‘그럼에도 사형은 안 된다’ 의 편에 실려 있는 사건은 희대의 사건들이어서인지 내가 알고 있던 사건들도 있었다. 하지만 짧은 신문보도로 알고 있었던 사건들의 실상은 다소 의외의 모습들이다. 백조의 우아함이 수면 아래의 처절한 발짓에서 비롯된 것처럼 삶을 피상적으로 볼 때는 우아해보이기까지 하였던 것들이 본질로 들어갈수록 삶은 슬픔과 비극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기분이였다.  

 

# 사형집행제도에 관해서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을 읽으면서 사형제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로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다. 대다수의 국민여론이 ‘사협집행에 찬성’하는 이유가 날이 갈수록 흉악해져가는 범죄와  상식을 넘는 비인격 장애자들이 넘쳐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자.  범죄의 실상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면? 잔혹한 살인마인줄 알았던 여인이 누군가로부터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라면? 처와 딸을 죽여 냉혹한 살인자로 전국민에게 비난을 받았던 남편이 진범이 아니라 누군가의 죄를 뒤집어쓴 것이라면 ?  어느 영화처럼 잔인한 유괴 살인범인 줄 알았는데 법 없이도 살 정도의 착한 사람이었다면?  아마 누구도 사형집행을 쉽게 찬성하지 못할 것이다. 세상일이 옳다 그르다라는 이분법으로 판단할 수 없듯이, 한 사람을 순식간에 악인으로 만드는 것은 쉽지만, 선한 것을 증명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이미 범죄자로 낙인 찍힌 상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처와 딸을 죽여 살해범으로 낙인 찍히는 것은 30분이면 족했지만 그가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8년을 세상과 싸워야 했다. 인혁당 사건의 사형집행은 19시간만에 이루어졌지만, 진실을 마주하기까지에는 40년이 흘러야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적어도 항변의 기회는 주어야 하지 않을까? 사형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이 진실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보아오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분법은 파울리가 말한 대로 악마적 속성을 지닌 것이고 그것이 반복되면 오로지 혼란뿐이다. 이제 더는 예와 아니오라는 대답만으로 본질에 대한 물음에 답할 수는 없다. 그 사이에는 무수한 많은 대답이 있다.  ”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의 저자 박노자 교수는 국가가 '합리적 조절자'라는 것은 환상일 뿐이고, 지배계급의 '사무총국' 성격을 띤다고 하였다. 국가가 사회를 통제한다는 합리적인 조절자의 모습을 기대하기에는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물질만능주의에 빠져있다. 지배권력의 성격을 띤 국가를 상대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일이다.  용산참사나 한진중공업 박창수의 죽음도 그러하고 최종길 교수의 의문사, 인혁당 사건, 보도연맹사건 역시도 마찬가지다. 노태우정부의 '범죄와의 전쟁‘선포의 첫 사건이라는 사실만으로 한 민초의 삶이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흔들리다 꺼져가듯이 국가는 때론 민초들의 삶을 위협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나이 스물에 한국에 와서 돈 벌어보겠다고 하였던 파키스탄인이 딱 열흘을 일하고 5년을 살인범으로 살아야했던 기구한 사연도 가슴을 칠 노릇이지만, 재개발을 둘러 싸고 이웃의 칼에 죽은 한 남자의 죽음도 기막힌 일이지 않을까. 오히려 막대한 이익을 얻은 조합과 건설사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에 왜 분노하게 되는 것인지. 이들의 삶을 통해 나는 왜 또 감사하게 되는 것인지... 누군가의 희생으로 인해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안도감이 나를 더 부끄럽게도 하고 오늘 내가 무시로 버린 하찮은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무엇이 아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가슴을 때리는 책이었다. 허나, 누구든, 어느 편이든, 어떠한 경우든 세상의 실상 앞에 마음 비우고 마주 설 일이다.

 

재개발을 맡은 삼성물산. 공권력을 동원한 이명박 정권, 저 지옥 같은 망루에서 아저씨, 아줌마들을 토끼 몰듯 몰아댄 경찰. 재개발 이익에 목을 맨 조합. 일당 몇 푼에 아버지 같은 노인 불알을 잡아당기고 아줌마들을 두들겨 팬, 그 역시 하층민인 용역깡패들. 이들도 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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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20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카노 가즈아키는, 최근의 <제노사이드>,의 작가시죠~?
저도 <13계단>을 오래 전에 읽어서 실루엣만 아련하지만, 드림님처럼 사형제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범죄의 실상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것의 대표적인, <그린 마일>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하지만 누구든, 어느 편이든, 어떠한 경우든 세상의 실상 앞에 마음을 비우고 마주 설 일이다.'-
마음에 담아 두겠습니다..

여전히...좋은 리뷰 읽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드림님! 좋은 밤 되세요.~*^^*

드림모노로그 2013-06-21 08:30   좋아요 0 | URL
ㅎㅎ 이 책 읽으면서 마음도 좀 불편하기도 하고...
세상의 실상이라는 것이 ,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에 좀 충격이었어요. ㅎㅎ
가끔은 애써 외면하고자 하는 ,우리가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하는 것도 ...
이 책은 그래서 무섭습니다 하하 ~
좋은 하루 되세요 , 나무늘보님 ^^
뭐 그냥... 안 그런척 하는 것도 우습고
별 거 아닌 사람이 .. 대단한 척 하는 것 같기도 하고 ㅋㅋ
그냥 하던대로 ... 늘 똑같은 일상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

appletreeje 2013-06-21 09:16   좋아요 0 | URL
^^ 짝짝짝~~~!!!
감사드려요. *^^*

드림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기적의 튜즈데이 - 한 남자의 운명을 바꾼 골든 리트리버
루이스 카를로스 몬탈반.브렛 위터 지음, 조영학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팔랑귀를 가지고 있다. 고집이 센 편도 아니다. 그래서 가끔 가족의 근심을 사기도 한다.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 가족들에게 하면 ‘어떻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있냐’ 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믿고 안 믿고는 중요하지 않다. 진실은 언제나 누구나 다 안다. 단지 아는 것과 믿는 것의 차이 아니겠는가. 따지고 보면 우리가 소위 말하는 ‘기적’이라는 것도 그런 이치가 아닐까한다. 누군가에게는 쓸데없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본인에게는 기적이 되는 것. 믿음의 척도에 따라 기적도 일어나는 것이 아닐런지.

 

 

개를 키워본 사람은 개가 주는 기쁨을 이해한다. 그리고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도 안다. 개를 키워보기 전에는 절대로 그 감정을 모른다. 가끔 애완견을 키우는 것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때가 있다. 누구나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은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 가족 중의 한 분도 개를 키우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셨던 분이 계신다. 우리 집이 시골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거처를 옮기면서 키우던 강아지를  고모님댁에 잠시 맡기게 되었는데 고모는 마치 '기적'처럼 변했다. 우리 집 콩이를 키우면서 예전 강아지를 혐오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자식보다 더 이뻐할 뿐만 아니라,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사랑스럽다는 표현을 하곤 하는데 우리가 보아 왔던 고모는 그런 말을 할줄 모를 정도로 차가운 사람이었다. 가끔 고모 집에 놀러가면 콩이의 재롱에 웃음이 그칠 날이 없는 모습으로 인해  예전에는 잘 웃지도 않고 차가운 분위기의 집도 그에 못지 않게 발랄한 분위기를 풍기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이웃들도 강아지를 입양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거의 이웃들이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명절에 가족이 모이면 가족들과 애완견으로 북적북적 대곤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애완견을 키우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가족들이었는데 변한 모습들이 자못 신기할 정도이다. 

 

앞에서 걷지 마라, 따라가지 않을지니

뒤에서 걷지 마라, 앞서가지도 않으리로다.

그저 친구가 되어 나란히 걷고 싶을지니.

-알베르 카뮈-

 

《기적의 튜즈데이》의 저자 역시도 아마 개를 통해서 기적을 느끼게 된 많은 사람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내가 직접 보고 깨달았듯이 개가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은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이 책의 저자 루이스 카를로스 몬타반은 히스패닉계이다. 뿐만아니라 이라크  참전용사이기도 하다. 전쟁에 참전하였던 그는  부러진 척추와 찢어진 무릎으로 신체장애를 겪고 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장애는 정신장애였다. 루이스는 오랜 전쟁생활로 환각과 악몽을 얻었고 거기에 따른 대인공포증과 광장공포증과 공황발작까지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저자의 약력을 잠깐 소개하는 것은 그가 가진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과 고통의 짐이 무겁다는 것을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이유이다. 미국에서 히스패닉계에 대한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으로 히스패닉계의 정치적 위상은 나아지고 있지만, 히스패닉에 대한 인종차별은 여전하다. 뿐만아니라 장애인이다. 게다가 개를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일상생활에 제약을 많이 받는 일인가. 어떤 식당에서는 튜즈데이를 데리고 왔다고 면전에서 모욕을 받아야 했고 데이트하는 날에는 여자친구 앞에서 버스기사에게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런 차별들과 싸워가면서 자신의 환경을 극복해가는 과정들을 보며 홀로 울컥거리곤 했다. (나쁜사람 ~ ) 그러나, 그러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냈을 때 찾아 온 삶의 소중함이야말로 우리에게는 기적이라 부를 수 있는 참사랑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그의 삶에 나타난 튜즈데이가 삶의 일부가 아닌 동반자가 되어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사랑의 모습이 아닐수 없다. 

 

 

튜즈데이와 나는 작은 집으로 돌아와 퀸사이즈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그리고 사랑을 느꼈다. 하지만 이번에는 따뜻한 담요로 감싸는 사랑이 아니라 두 개의 심장이 하나가 되는 궁극의 만족감 같은 사랑이다. 그렇다. 이곳이 바로 내 고향이다. 하루 일과가 끝날 때마다, 튜즈데이가 나를 끌어안는 바로 이 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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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찐 사람은 빚을 지는가 - 빚, 비만, 음주, 도박으로 살펴본 자멸하는 선택의 수수께끼
이케다 신스케 지음, 김윤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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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부족함 없어 보이는데다 재능까지 뛰어나 부러움을 한 몸에 안고 있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도박이나 성형중독 또는 마약으로 ‘자멸’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사회의 유명인사일 때는 더욱 그렇다. 사회에서 명성을 얻기까지 피나는 노력을 했을 텐데 그 모든 노력과 명성을 한 순간에 날려버리는 선택을 하였다는 것은 늘 이해하지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리스크의 차이일 뿐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상에서도 충분히 스스로를 자멸시키는 선택을 비일비재하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매일 운동을 계획하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계획과 행동의 일관성을 지키기는 사실 쉽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의 행동에 일관성을 가지지 못하거나 자멸하는 선택을 하게 되는 이유는 ‘행동 메커니즘’에서 비롯된다. 《왜 살찐 사람은 빚을 지는가》의 저자 신스케 교수는 ‘자멸하는 선택’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개선 방법과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하였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의 지식을 근거로 의사결정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동시에 자멸하는 선택과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스스로가 ‘자멸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면 이 책에서는 자신의 앞날을 어떻게 조절하고 이익을 확보할 것인가 하는 자제 self-control'도 이 책의 주요한 키워드로 설명 되어지고 있다. )

이 책의 주장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면

첫째, 현재에서 미래의 선택과 행동의 메커니즘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선택과 행동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행동경제학의 이론을 적용하고 있는데 행동경제학은 '선택자'에게 강요하지 않고, 선택의 틀을 바꾸는 것으로 선택을 개선하고 사회 복지를 증진하려는 사고방식이 바탕이 된다. 오래 전 읽은 《빈곤의 덫 걷어차기》(원제: More Than Good Intention)의 저자들이 행동경제학을  어부들에게 잡힌 물고기를 놓아주는 스님들의 방생의식에 빗대어 설명해 준 기억이 난다.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스님들이 자비심이라는 의미로 일주일의 이틀을  잡은 물고기를 방생해주는의식을 치른다고 한다. 그러나, 자비로울지는 모르지만 이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행동경제학은 잡은 물고기를 놓아주는 것보다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물고기를 잡지 않는 방법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방법을 제시하는 학문이다. 저자는 '자멸'하는 선택을 하는 이들의 행동 메커니즘을  심리학에 근거한 행동경제학으로 설명하고 있다.  

둘째, 가능한 한 다양한 자료를 제시해 선택 편향과 자멸하는 선택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부각시킨다.

셋째, 쌍곡형 할인이라는 영향을 자각하는 경우의 선택 편향이 과도한 절제로 이어질 가능성의 다양한 예를 설명하고 있다.

 

 

책에 자주 등장하며 꼭 이해해야 할 단어들을 정리해보았다.

※ 시간 할인율: 조급함, 즉 현재 지향성을 나타내는 기호의 척도로서 다른 시점 간의 선택이나 그에 관련된 행동을 크게 좌우하는 것으로 장래의 가치는 현재의 가치에 비해 할인해서 평가되는 것을 말한다. 시간 할인율이 높은 사람일수록 현재 지향성이 강하기 때문에 조금 적더라도 빨리 손에 넣는 이익을 선택한다. 한참 기다려야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지체된 시간이 긴 만큼 빨리 손에 넣을 수 있는 이익보다 더 많이 할인해서 평가하기 때문이다.

시간 할인율은 장래보다 현재에 얼마큼 중점을 두는가 하는 소위 ‘선호’를 나타내는 척도다.

시간 할인율이 높은 사람일수록 장래보다 현재를 중요시하므로 높은 소비 성향과 낮은 저축 성향, 높은 부채 경향을 나타낸다.

※커미트먼트: 장래에 자신이 취할 선택을 미리 제약하는 것을 말하는데 자신이 장기적인 이익을 저버릴 것을 예측하고 자신의 자유를 미리 구속해 두는 것이 바로 커미트먼트이다. (호메로스의 그리스 신화 [오디세이아]의 12장 세이렌에서 인용]

※ 자기 시그널링 : 자신의 행동이나 선택의 경험에서 자신의 쌍곡성에 관한 정보를 얻는 것.

※ 현상 유지 편향 : 쌍곡적인 사람은 타성이나 관성에 의해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대체적으로 쌍곡적인 사람은 현재 상태에서 변화하는 것을 회피하는 경향을 띤다는 것을 말한다.

※매그니튜드 효과 : 미래의 가치가 작으면 그 대상을 기다리는 데 조급해지고, 미래의 가치가 클수록 인내하며 기다리는 성향이 있다. 소액일수록 높은 시간 할인율로 할인되는 현상을 ‘금액 효과’ 등으로 부르는데, 돈 이외의 경우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므로 이 책에서는 ‘매그니튜드 효과’라고 한다.

 

저자는 미래의 가치를 절하하여 생각하는 것을 시간 할인율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는 대체적으로 미래에 대해 불확실하게 느낀다. 예를 들어 금 한 돈이 십년 전 오만원을 호가하던 것이 현재 세 배의 가격으로 높아질 것을 뻔히 알지만, 저축하지 못하는 것은 미래라는 시간이 가진 불확실성의 리스크 때문이다. 확실한 이익에 대해 매우 작은 리스크가 가해지기만 해도, 그 작은 리스크는 예측속에서 매우 중요하게 평가되어 가치가 크게 손상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발생되는 ‘쌍곡형 할인율’로 단기적인 이익에 조급해하지 말고 ‘커미트먼트 전략’으로 선택 상의 지혜와 자제하는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럼 제목의 살찐 사람과 쌍곡형 인간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저자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쌍곡적인 사람일수록 비만 경향이 강하다는 결과가 있는데 제목처럼 살찐 사람의 빚을 지는 이유를 밝히는 책이 아니라, 비만이 선택과 행동의 메커니즘의 대표적인 예라고 하면 책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더 쉬울 듯하다. 결론은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서 단기적인 이익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인데 흠... 그게 그렇게 쉽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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