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쓰는 법 - 살아갈 나를 위해 살아온 날을 쓴다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한진영 옮김 / 페가수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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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말기 환자들을 돌보며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가지>라는 책을 펴낸 간호사 브로니 웨어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한 후회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그럼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한 후회 다섯 가지는 무엇일까?

 

 

 

 

첫째, 내 뜻대로 살아봤었더라면,

둘째, 일 좀 적당히 하면서 살 것을,

셋째, 기분에 좀 솔직하게 살았다면, 화내고 싶을 땐 화내고...

넷째, 오래된 친구들과 좀 더 가깝게 지낼 것을,

다섯째, 좀 더 내 행복을 위해, 도전해 볼 것을, 이다.

 

 

전 세계 글쓰기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라 할 수 있는 나탈리 골드버그의 글쓰기 책은 내 서재 한켠에 항상 비치되어 있다. <글쓰며 사는 삶>을 곁에 두고 읽고 있었는데 신간《인생을 쓰는 법》은 글쓰며 사는 삶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자신의 자서전을 쓰는 책이다. 그녀는 작가로서 글쓰기를 권고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글쓰기를 하라고 조언하며 자서전이 자신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글 쓰는 전 과정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누구나 자서전을 쓸 수 있으며, 누구에게나 자서전은 자신 스스로의 삶에 구원이 된다고 한다.

“자서전이 자신을 구원하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고독의 심연을 가로질러 생각을 드러내고 나누려는 행위다. 그것은 깡마른 몸이 되기 위한 다이어트가 아니고 우리 삶에 낀 기름기를 줄이려는 행위이다. 때로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떤 의미를 찾아 탐험에 나선다.

삶이 마침내 다다를 곳은 어디인가? 하는 의문을 안고서 말이다.

 글쓰기에 여전히 막막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고, 쓰면 쓸수록 어려운 것이 또한 글쓰기다. 나 역시도 글쓰기에 많은 관심이 있고, 잘 쓰고 싶다는 욕구가 한계에 다다를 즈음에는 글쓰기 대가들의 책을 읽는 것으로 채찍 삼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글쓰기 대가들이 꼽는 글쓰기의 핵심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성공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글쓰기는 잘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에게 얼마나 진지하고 성실하느냐가 글쓰기에 진정성을 부여한다는 것을 글쓰는 사람들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위대한 사유는 심장에서 나온다. -팡세-

 

 

 

글쓰기의 본질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지어내지 않고, 논리적이지 않은 것이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노력하면서도 어두운 미지의 세계로 물러나야 한다. 이 말은 당신의 실제 자아로 물러나라는 뜻이다.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고 어떻게 도달해야 할지 몰랐던 그곳으로 말이다.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는 펜을 들기 시작한 순간부터 글쓰기 연습과 과제를 내주며 이 책 한권으로 글쓰기 선생님역을 톡톡히 하고 있다. 10분의 시간 동안 쓸 수 있는 것들과 자신의 기억을 통해 인지하고 있는 사물들에 대해, 주위를 둘러보고 기억하는 순서대로, 혹은 자신이 차마 고백하지 못했던 것들조차도 무조건 쓰기를 강조하는데 그렇게 쓰다보면 사물에 대한 인지가 새롭게 되새겨지게 된다. 그런 순간들이 바로 글과 자신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솔직하고 진솔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글쓰기 연습이 끝나면 글이 곧 삶이 되는 수업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로 범위를 넓혀 글쓰기 수업을 하게 된다. 《인생을 쓰는 법》은 쉽게 표현하자면,  나탈리 골드버그의 글쓰기 수업이나 다름없다.  책으로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 !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장점이다. 바로 눈앞에서 엄한 선생님이 회초리를 들고 글쓰기를 검열하는 기분이 들정도로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쓰기에 대해서는 매우 엄한 선생님임이 틀림없다. 글쓰기를 하면서 중심을 잡기 힘들거나,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 그리고 정말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다면, 이 책 한권으로 시작과 연습을 하는 것도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을 장담한다. 글쓰기는 분명 어려운 것이 맞다.

하지만, 나탈리 골드버그는 말하는 글쓰기는 쉽다. 그냥 생각하지 말고 때론 미친 여자처럼 쓰고, 그냥 써라 ! 가 그녀의 주문이다. 글쓰기를 잘하는 비법으로 단순함을 꼽는 멘토들이 많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의 인생이 진주알 하나하나 엮듯 , 소소한 일들이 이어져 인생의 발자국을 만들어가듯이 단순함으로 엮어져 있는 것이 삶의 발자국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인생의 발자국은 우리 삶을 이끌었던 표면적인 발자국이지만, 인생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그 아래에 있는 '진실한 감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감정을 엮어 '자서전'(글쓰기)를 하고 나면 비로소 자신을 이해하게 되고 나아가 삶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나탈리가 말하는 글쓰기의 본질이다. 글쓰기에 대한 좋은 선생님을 찾고 있다면 무조건 나탈리 골드버그를 만나보기를 권한다.

 

글쓰기는 우리가 살아온 길을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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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쓰는 법 - 살아갈 나를 위해 살아온 날을 쓴다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한진영 옮김 / 페가수스 / 2013년 5월
품절


글이 막힐 때마다 '나는 ~을 보고 있다'라고 쓰고 글을 계속 이어가라. 줄을 그어서 지우지 말고, 문장부호나 맞춤법이나 문법에 신경 쓰지 마라. 구체적으로 써라, 자동차라고 하지 말고 캐딜락이라고 하라.-19쪽

기억은 의지로 떠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집요하게 매달리면 자세한 내용이 생각날지 모르지만, 그 세부사항들이 정서와 하나가 되는 진실한 순간, 그 장면에 생명이 부여되는 순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것은 대양의 바닥을 파헤치는 것과 같다. 무엇이 나올지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23쪽

종이냄새와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할 때의 설렘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글 역시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사랑에 빠져야만 서로가 연관되어 있음을, 그 수많은 글이 우리의 일부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50쪽

글쓰기는 화해와 화합을 추구하지만 반대와 모순이라는 진통을 통해 태어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70쪽

세상의 모든 노력과 열망을 다 바친다고 해서 글쓰기가 되는 건 아니다.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평생 최선을 다하라는 가르침을 받는다. 그것은 글쓰기에서도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백척간두에서 뛰어내리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강풍에 날려가거나 세월이나 사랑에 날려가도 괜찮다는 듯한 태도로 말이다.

-73쪽

글쓰기는 우리가 살아온 길을 이해하려는 시도다.-88쪽

우리는 누구나 그런 일을 겪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버터처럼 부드럽게 살아가는 게 이상한 일이다. 소외감도 느끼지 않고 상처도 받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는 게 이상한 일이다. 우습지 않은가? 세상은 살기 힘들다. 그리고 이것은 당신의 자서전이다. -102쪽

평정을 유지하면서 글을 쓸 수 있을까?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뜨리지 않고, 냉정하게 외면하지 않고, 놀라거나 겁먹지 않고 말이다. 우리는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더라도 완전히 매몰될 만큼 순진하지 않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도 알고 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우리는 마치 어머니처럼 모든 자식을 모아서 지면으로 옮길 수 있다. 타락한 자식, 죽은 자식, 명민한 자식, 비열한 자식, 반항적인 자식, 잔인무도한 자식, 착하고 사랑스러운 자식 모두, 그러니 이제 무언가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모르는 척 하며 살 필요가 없다.-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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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열정
제임스 마커스 바크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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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련하다고 했다 미쳤다고 했다.

습관처럼 반복되는 하루 끝에 나는 발레리나 강수진이 되었다.

 

 

강수진의 광고를 보면서 열정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했다. 남에게는 미련하고 미친 일들이 개인의 독창성을 향상시킨다. 우리에게 익숙해진 ‘사회통념’들은 때론 개인의 가장 독창적인 부분들을 없애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련이나 미쳤거나, 소위 이러한 ‘광기’를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은 “신에 의해서 주어진 것 중에서 개인의 독창성은 좋은 것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개인의 독창성은 현대에 ‘한 가지의 통일된 행동규범의 교육’으로 정상적인 규범을 벗어난 행위들에 대해서 탈개인화로 간주되고 있다. 그런 사회 분위기에서 개인의 독창성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굉장한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 제임스 마커스 바크 역시도 정상적인 규범을 벗어난 사람 중의 하나다.

 

고등학교 중퇴자로 사회에서 ‘성공’한 표본이 되기까지 제임스 바커의 성공비결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사색과 공부, 그리고 열정의 ‘지적인 삶’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제임스 마커스 바크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테스팅과 관련하여 매우 유명한 프로그래머이자, 아이디어맨이다.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버커니어 학자>로 삼고 버커니어가 되고자 노력한 이야기를 이 한권의 책으로 펴냈다. 17세기 후반에 카리브해와 라틴아메리카 연안의 에스파냐 식민지 및 에스파냐 선박을 습격한 해적을 뜻하는 버커니어 해적을 보고 그들의 대담하고 적극적이며 자유로우면서도 순발력 있는 모습을 닮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버커니어 학자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충만한 사람들로, 그 어떤 제도나 권위도 이들에게 재갈을 물리거나 멍에를 지게 하고 족쇄를 채우지 못한다. 이들은 여기저기 누비며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또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열망으로 가득 찬 사람이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제임스 바크의 어린 시절은 구제불능이다.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을 거부하여 시험성적을 받지 못하자, 10학년 때에 화가 난 선생님의 강요로 첫 시험을 치르고 성적을 받은 것이 시험점수의 전부이다. 그러나, 제임스 바크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버커니어의 기질과 메타인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스스로 배움을 주도하여 계획하고 관리하는 메타인지를 한 후, 학교의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학교 공부에 흥미가 없어 중퇴하고 나서 스스로 11가지의 독학 방법으로 사물을 사고하고 인지하고 공부하며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화 시키는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다수가 이해 못하거나 좋아하지 않더라도 뭔가 고집하는 게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있다. 사회 통념을 과감히 깨뜨리고 자신만의 독창성의 비결을 말해주고 있는 저자의 모습은 자유롭고 여유로워 보인다. 그리고 부러운 삶의 모습이다. 저자의 마지막 말로 소감을 대신 하고자 한다.

 

나는 항해를 시작했고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드넓은 바다에서 당신을 만나길 기원한다.

 

인생은 당구처럼 공이 어디로 갈지 딱딱 예측해 내는 게임이 아니다. 포커에서 스트레이트 플러시 뽑을 확률을 계산하듯, 행복해질 확률을 계산하지 못한다. 불쾌한 일을 하느라 허비한 시간의 가치나 그 과정에서 생긴 분노나 냉소의 여파도 셈하지 못한다. 사람은 자기 운명을 모른다. 다만 할 수 있는 일은 인생의 항로를 선택하는 것뿐이다. 그러면 세속적인 성공을 거두든 못 거두든 후회는 없다.

 

접힌 부분 펼치기 ▼ (저자가 말하는 11가지 독학비결)

 

하나, 철저한 물색으로 내게 필요한 자원과 도구를 찾아낸다

둘, 진정한 문제에 집중한다

셋, 인지 파악으로 내 의식의 흐름을 주시한다

넷, 지식은 서로 끌어당기므로 많이 알수록 더 쉽게 배운다

다섯, 실험으로 생생하고 피부에 와 닿는 공부를 한다

여섯, 여유 시간에 새로운 시도를 한다

일곱, 이야기를 만들어 이치를 깨닫는다

여덟, 아이디어끼리 비교해 더 나은 아이디어를 찾는다

아홉, 내 사고를 단련시키고 내 성과에 박수 쳐 주는 다른 두뇌들을 곁에 둔다

열, 단어와 사진으로 사고의 틀을 잡는다

열하나, 시스템 사고를 통해 복잡한 대상에 익숙해진다

 

 

펼친 부분 접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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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열정
제임스 마커스 바크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3년 5월
절판


학교는 잠깐 다니고 졸업하면 그만이지만, 배움은 그렇지 않다. 인생을 꽃피우고 싶다면 확 끌리는 분야를 찾아 미친 듯이 파고들어라. 누군가 날 가르쳐주겠지라는 기대는 접어라. 열정이 넘쳐야 스승이 나타난다. 졸업장이나 학위는 고민할 필요 없다. 아무도 날 무시하지 못할 만큼 실력을 키우면 된다.-13쪽

배움은 공부를 통해 '자아'를 드러내는 과정이다.-19쪽

나는 나를 변화시키는 지식을 익혔을 때만 배움으로 여긴다.나를 성장시키지 않는 지식은 내 배움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 이런 배움 덕분에 나는 더 강해지고 더욱 통찰력 있는 사람이 되면 삶에 더욱더 몰입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더욱 '흥미롭고 유용한'존재로 거듭나야 한다.-20쪽

버터니어 학자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충만한 사람들로, 그 어떤 제도나 권위도 이들에게 재갈을 물리거나 멍에를 지게 하고 족쇄를 채우지 못한다. 이들은 여기저기 누비며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또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열망으로 기득 찬 사람이다.-21쪽

강력한 사회는 지위와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이 창조적 잠재력을 맘껏 발산하고 활용하도옥 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전통적인 학교 교육은 이런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39쪽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면 이해하지 못했어도 발전한 것이다.-122쪽

내가 펼치고 싶은 재능을 원하는 사람이 소수여도 내겐 그 몇 사람만으로 충분하다. -150쪽

내 이름을 브랜드로 띄우려면, 다수가 이해 못하거나 좋아하지 않더라도 뭔가 고집하는 게 있어야 한다. -183쪽

아무리 사소해도 내 일이 다른 사람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없으면 내 열정은 사라진다.-189쪽

대다수의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채 대부분의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다.-192쪽

버커니어가 되려면 대담해야 한다. 평소에는 상냥한 버커니어도 권위 앞에서는 맞서 싸워야 한다. -222쪽

사랑받는 느낌이란 '분별력' 있고 나를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 날 좋아하고 존중해 주는 느낌이다.-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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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제너레이션 - 좀비로부터 당신이 살아남는 법
정명섭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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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를 못 본다. 보고나면 일주일은 악몽에 시달린다. 그런데 유난히 좀비영화는 좀 밝힌다. 좀비영화는 나올때마다 무조건 본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 추억의 납량특집의 구미호와 쌍벽을 이루는 미친 존재감? 때문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극한의 상황이 주는 공포의 카타르시스는  죽어 있는 세포도 살아내게 하는 전율이 있다. 그렇다. 이유는 그것뿐이다. 내 좀비 영화의 첫 사랑은 고등학교때 우연히 보았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으로 좀비와 첫사랑이라고 하면 웃기지만, 이상하게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이 오래갔다.  상상 그 이상의 세계를 만난 충격은 성인이 되어서 만난  <황혼에서 새벽까지로 다시 불타올랐다. 그 세월 사이 내가 큰 것처럼 좀비도 자랐다.  어정쩡한 걸음걸이는 드라큐라처럼 순간이동도 하고, 허여멀건한 낯빛은 섹시하고 도발적인 외모로 변모했다. (물론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좀비물치고는 드라큐라에 가까운 좀비이지만 ^^;;) 그새 기술의 발전과 좀비인기의 고공행진으로  좀비는 좀 더 나은 , 부유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가장 진화한 좀비는 아무래도  <나는 전설이다>에서의 좀비가 아닐까 한다. 인간처럼 머리를 쓸 줄 알고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각인 집단의 성향을 보이기까지 하는 좀비를 보고 정말 많이 놀랐다. 좀비 영화계의 레전드급인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들은 회를 거듭할 수록 지능이 높아지고 있는데다가 육체까지도 체강으로 변하는 첨단 좀비로까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좀비의 인기를 방영하듯이 요즘은 출판계에서도 좀비소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좀비 제너레이션》은 특이하게도 '좀비에게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일종의 팁이다. 이미 무수히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좀비가 좀비사각지대인 한국에서조차 발견된다는 상상하에 작가가 제안하는 '좀비에게서  살아남는 매뉴얼'은 제법 진지해 일종의 실용서와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도 실감은 나지 않지만,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법 정도는 숙지할 수 있을 듯 하다.ㅋㅋ) 그럼 상상해보자. 한국이 좀비(운디나 바이러스)로 인해 멸망에 가까운 혼란이 닥쳤다. 당신이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이겠는가?   <좀비 제너레이션>에 의하면 우선 당신은 '생존 전략' 을 작성해야 한다.

1장 … 발생 : 징후부터 경고 단계까지
2장 … 대비 : 경고부터 확산 단계까지
3장 … 이동 : 확산부터 봉쇄 단계까지
4장 … 탈출 : 봉쇄부터 진압 단계까지

 

 

 이제까지 수많은 좀비 영화들은 늘 같은 패턴을 그리고 있다. 머리를 쏴야만 죽고, 좀비 영화에서 단골 피신 장소는 옥상이나, 대형마트이고 라디오는 필수장비로 들고 다녀야 하고 꼭 , 같이 동행하는 사람중의 하나는 좀비에 물려 마지막까지 주인공을 괴롭힌다. 여기서 어디로 피난하는 것인지가 좀비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뿐만아니라  좀비사태에 있어 생존율을 높이는 결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장소를 고르는데는 심사숙고 해야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연희동 지하방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와 고깃집, 옥상, m타워등을 거치며 좀비사태에 필요한 모든 것- 무기와 이동수단, 음식, 의류-까지도 세세하게 좀비 대응 매뉴얼을 설명해준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좀비를 믿지 않았던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좀비 세상으로 천지개벽한 뒤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작가가 워낙 실제상황처럼 리얼하고 진지하게 그리고 있어 , 이상하게 신빙성 있게 느껴지는 책이기도 하다.  마치 <나는 전설이다>의 주인공이 좀비 천지인 세상에서도 고독하면서도 꿋꿋이 자신의 삶을 구축해나가는 모습처럼, '살아남으라'는 주문처럼 느껴진다고나 할까. 

 

우리의 아포칼립스는 '바이러스'에 의한 멸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마치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최근에는 바이러스의 감염 공포가 스크린이나 문학세계에서 등장하던 것이 이제는 현실에서도 조금씩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  '살인진드기’ 바이러스 감염이 일본열도를 강타하더니 이어 우리나라에도 살인진드기 공포가 확산되고 있고  프랑스는 28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조금 전 방송을 탔다. 좀비역시도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기원은 흑인 노예들이 믿었던 부두교라 한다. '살아있는 시체'라고 하는 이 좀비는 사실 흑인 노예들 즉, 인종 차별이 저변에 깔린 백인 우월주의가 만들어낸 괴물이다. 검은 피부에 피를 뒤집어쓴 흑인 노예들의 공포는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로 환생하였고, 점점 진화된 좀비들은 우리의 무의식속에서 점점 크게 자라나게 된 것이다. 결국 바이러스 본체는  인간의 부조리한 현실이 만들어낸 무의식의 괴물이다.  좀비영화와 문학이 끊임없이 사랑받고 인기 있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부조리한 현실이 만들어낸 괴물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전사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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