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없는 세상 - 제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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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아이티를 벗으려고 하는 아이의 가슴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에서 소녀가 되려 하는 아이의 맨몸을 보며 근심이 가득하다. 앞으로 생리주기를 알려주어야 하고, 브래지어의 착용법도 알려주어야 한다는 자각이 든 것은 최근 들어서이다. 아이가 성숙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하나의 소소한 행복이지만, 성교육을 시키려고 하니 우선 겁부터 덜컥 난다. 우선 내가 성교육을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을뿐더러 아이에게 성이라는 개념 자체를 알려준다는 것이 영 어색한 이유도 있다. 간혹 아이들과 영화를 보다가 멜랑꼴리한 장면이 나오면 아이들은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는 반면에 내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른다. 속으로는 뭐라고 말은 해야하는데 .. 하면서.

 

 

 

한 번 하자.”

싫어.”

 

동정 없는 세상의 첫 시작. 아니 이렇게 적나라하고 재기발랄하면서도 야한 말 들어본 적 있나? 물론 이 나이되면 다 이해할 수 있지만, 이 피어오르는 야릇한 상상을 어쩔 거냐구..  ^^;; 그러면서 혼자 낄낄거리며 읽는다. 사실 이 책을 구매한 것은 동정同情 없는 세상이라는 제목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동정同情이 동정童貞일 줄은 정말 몰랐다. 오래 전 <아내가 결혼했다>를  재기발랄함과 황당한 설정에 놀라움으로 기억되었던 작가와의 두번째 만남이다.  두 남편을 거느린 아내의 이야기는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외설적인 느낌보다는 오히려 페미니즘에 가까운 여성문학으로 인식되자, 문학이 찰나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가치의 전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박현욱 작가를 통해 알게 되었다. 당장의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없지만, 두고두고 떠올려지는 글로 기억되는 작가. 그래서 망설임 없이 구입하였는데 이 책을 구입할 당시 정말 순수하게 동정同情 없는 세상으로 이해했던지라, 첫 시작에 빵 터진 것은 무리도 아니다.

 

소설은 이제 막 소년의 허물을 벗으려고 하는 준호의 이야기이다. 엄마들이 젤 무서워하는 고3 수험생. 그런데 준호는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여친 서영과 한 번 하는 것이 살아가는 이유가 전부이다. 아빠의 존재는 알 수 없었고, (숙경씨의 침묵으로) 미용실을 하는 엄마를 숙경씨라고 부르고 삼촌을 명호씨라고 부르며 맞담배까지 태우는 이 고딩의 이름은 학생이라기 보다는 자유인에 가깝다. 준호의 자유분방함은 적어도 웃기든지 혹은 재미있든지 최소한 화끈하든지 해야 하지만, 그 세 가지가 모두 결여된 삶’,으로 표현된다. 이것은 준호가 책 제목과 같은 <동정 없는 세상>을 보며 느끼게 된 영화평이지만, 그 영화평을 대신하여 자신의 삶을 반추한 것이라 여겨질 정도로 준호의 삶도 웃기도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써프라이즈도 없이 단조로운 삶이다.  유일하게 여친 서영의 존재만이 회색빛 준호의 인생에 유일한 핑크빛이다. 오로지 서영과 한 번 하고 싶다는 욕망과의 투쟁으로 점철시킨 준호의 인생사는 서울대를 나온 백수 삼촌 명호씨에게 마스터베이션을 잘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친구들과 매일 포르노를 보면서 비디오 모니터를 하며 주변의 모든 것들을 섹스의 외연으로 삼는다. 그런 준호의 모습은 나름 귀엽다?. 왜 무언가 손에 닿지 않을 때 발버둥치는 어린아이의 모습처럼 준호의 섹스는 어린아이와 같은 칭얼거림이다. 아마도 준호의 모습은 김두식 교수가 <욕망해도 괜찮아>에서 말한 지랄총량의 법칙으로 알려진 지랄을 떠는 모습이자,‘에너지이기도 하며, ‘청춘이기도 하고, 프로이드가 말하는 이드(id)“이기도 한 욕망의 모습 그 자체이다. 그런 준호가 변해간다.

 

요렇게↓

나는 이제 철없는 십대가 아니다.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 없는 것처럼 하기 싫다고 모두 마다할 수는 없다. 스물이 되고 싶지 않다고 스물이 오지 않는 것이 아니듯 언젠가는 서른이 되고 또 금방 마흔이 될 것이다. 그때쯤이면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준호의 모습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딱히 고민도 깊이 하지 않는 것 같은데 性으로 인생을 철학하는 모습으로 변모해가는 준호를 통해서 이렇게 성이라는 것이 유쾌하였던 단어였던가를 떠올려본다. 성性을 환상으로 흠모할 때 준호는 자신의 정체성조차 모호하게  인생을  바라보다가 성을 현실로 맞딱드릴때야 비로소 자아를 찾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자각에 따라 정체성을 확립해가면서 준호는 소년의 허물을 한꺼풀씩 벗는다. 준호에게  성性은 성인으로서의 자각이자 존재의 이유로서 정체감을 확립해주는 아포리즘이다. 동정 없는 세상》은 기존에 터부시 되어 왔던 성에 대한 인식을 진부하지 않으면서도 경쾌하게 청소년의 성문화를 인지시키고 있다. 성을 통해 사회적 관계로서의 의미를 조금씩 깨달아가는 준호의 모습을 통해 건전한 성에 대한 인식이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떠올려보게 되기도 하였다. 성性,  나도 아이에게 당장이라도 성교육을 해야겠다. 한 번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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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8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8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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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식 e'시리즈가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현재 사회를 관통하는 지식의 총체인 지식시리즈의 8편의 인기의 비결은 사회를 바르게 인식하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사회를 바르게 본다는 의미는 현실인식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세계가 빠르게   IT중심의 문화로 변화되면서  문화의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듯이 상상과 현실의 경계 또한 그러하여 현실을 바르게 직시하는 것조차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지식시리즈는 알파벳 'e'를 키워드로 하여  자연(nature), 과학(science), 사회(society), 인물(people) 등의 다양한 문화컨텐츠가 소재이다. 지식 채널 e는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소재를  5초의 짧은 영상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짧지만 수채화를 그린 듯 따뜻하고 임팩트 강한 메시지는 보는 동안 가슴에 잔잔하게 감동의 잔물결을 일으킨다. 특히 이번지식 시리즈 8 season의 주제는 새 정부가 출범하는 해를 맞이하여 , 국민과 국가의 관계를 다양한 소재를 통해 파노라마를 펼쳐보이고 있다.

 

1부 국민of the people

가장 지독한 시기를 살아온 마지막 공산주의자이자 학자인 에릭 홉스봄을 통해서 신자유주의의 한계에 다다른 현재에 몰락한 사회주의체제가 지니고 있는 궁극의 의미를 떠올려보게 하며 우리나라 좌파정당의 맥을 짚는다. 또한, 글로벌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속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FC바로셀로나의 협동조합과 비견하여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현주소를 되짚어보기도 한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나오는 감시자로 정보를 독점해 사회를 독점하는 지배권력 빅브라더2012년 영국에서 일명 빅브라더법이라 불리는 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영화 속에서 재현되었던 미래의 범죄에 대해 예측하여 범인을 수사하는’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영화 속 세계가 현 사회의 일임을 자각시키고 있으며 빅브라더가 가지고 있는 이면이 현실보다 더 잔혹함을 깨우쳐주고 있다. 권력의 감시라는 훈육을 목표로 하였던 과거의 감시의 의미는 현재 배제를 추구하는 감시인 빅브라더가 되면서 현재의 시민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배제를 위한 감시에 찬동하고 있다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날카로운 진단으로 현 사회를  반추해간다.. 이어 역사 속 사면제도를 통해 국가권력의 속성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사고와 더불어 한국 정부 역시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촛불 집회와 연계하고 있다. 이런 정치권력의 국가를 상대로 민중을 위한 글을 쓰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서슴지 않았던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서 언론이 지향하는 참된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감동을 전해주기도 한다. 국민의 국가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국가일까? 국가를 위해서 국민이 존재하는 것일까? 국가와 국민의 주종관계의 확립부터가 민주주의 가장 이상적인 국가이념의 첫 시작이다. 그것이 아마도 1부가 전해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2부 국민에 의한 by the people

영자전기역학의 난제를 해결하며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파인만과 영국 정치계의 바이블이자 유권자에게 스스로 기회를 잡도록 한 2파운드짜리 베스트셀러 매니페스토,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살아가는 아미시 프로젝트를 통해 참된 삶을 찾아던 제이크와 올바른 집짓기, 올바른 공간을 구성하는 일에 매진하여 온 건축가 정기용을 통해서 건축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깨우치고 있다. 홍대용중심 없는 우주론을 통해서 조선사회를 관통하는 중화사상에 물들지 않는 학문적 좌표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천문학의 변천사를 살펴본다. 친일청산작업에 평생을 바친 임종국은 지금의 나는 5평 서재 속에서 글을 쓰는 자유밖에 가진 것이 없다는 고백을 남기고 친일파총서를 집필하던 중 지병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친일인명카드는 친일인명사전으로 새롭게 탄생하였다. 이 편에서 살펴보는 지식인들의 공통점은 호모 루덴스:놀이라는 인간으로서의 국민들이 재미와 놀이로 세상의 중심점을 바꾸기도 하고 재미와 놀이로 사회에 만연해 있는 지식의 틀을 바꾸는 다양한 지식을 체험하게 해주고 있다.

 

 

 

 

 

불과 35년 만에 이 지경까지 타락했다는 것은

단순히 친일자들의 수치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

 

 

우리의 민족 근대사에 숙제는 뿌리깊은 친일파 숙청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식민지 시대를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구축되는 시기로 보고 있는 뉴라이트 - 자유주의(new freedom)와 신보수주의-의 민족사관이다.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은 일제의 식민 통치와 식민지근대화 과정에 잘 적응한 근대화 선구자로 보는 역사의식에 관한 경종을 울린다.

 

3부는 국민을 위한 for the people

3부에서는 아파트 경비원의 삶을 통해 워킹 푸어의 비참한 삶을 조명하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조선족 혐오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함과 더불어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더 큰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자상생존자(자살자 유가족)들의 고통과  쌍용차 해고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살을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 이라는 사회의 문제로 부각시킨다. 연고자가 없는 사회 무연사회속의 개인의 고독과 빈곤, 가족해체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를 면면히 살피며 최초의 신여성 나혜석을 통해 보는 페미니즘의 의식변화까지 다양한 사회의 모습의 면면들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며 사회를 관통하는 지식의 단초를 제공하는 동시에 소통의 공간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식 e 8의 주제는 민주주의 근간을 이루는 정치이념이다. 세 가지의 키워드로 풀어나가는 국가와 국민의 관계가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정치적인 인간(=국민=시민)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시민의 몫은 스스로 바라본 것을 말로 표현하고 해석하고 비판적 존재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스스로는 한나 아렌트가 정치사유의 시작은 스스로 주체적인 생각을 가진다는 개념의 스스로이다지식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은 사회를 관통하는 지식이라는 힘이다. 올바른 현실의 인식을 세워주며 바르게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 지식시리즈가 가진 총체적인 힘이다. 지식시리즈를 통해 반짝반짝 빛나는 개인이 많아질 수록 국가를 위한 개인이 아닌 개인을 위한 국가, 좋은 집이 되주는 국가의 관계가 성립될 수 있다. 정치적인, 그러나, 의미깊은 지식e 8 , 의 물결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은 포기해선 안 된다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에릭 홉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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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젠의 로마사]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중복 서평이란?
몸젠의 로마사 1 - 로마 왕정의 철폐까지 몸젠의 로마사 1
테오도르 몸젠 지음, 김남우.김동훈.성중모 옮김 / 푸른역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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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great civilzation is not conqured from without until it has destroyed itself from within.    -W. Durant

위대한 문명은 외부로부터 몰락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붕괴되었다.   -W. 듀랑

 

로마의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수 세기가 지난 21세기에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로마사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의는 아마도 문명의 시발점이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뿐만 아니라 로마사는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효시이며 학문적으로는 인문학의 원천지이다. 로마사의 고전이라 불리우는 《몸젠의 로마사》는 기존 알려져 있는 로마사와는 다른 접근인 이탈리아 역사를 다룬다. 몸젠은 이 책에서 로마사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표현한다.‘ 위대한 문명도 한계를 갖고 있어 끝에 이르게 마련이지만 , 인류에게는 한계란 결코 있을 수 없으며, 한계에 이르렀다 싶을 때 인간에게는 더 넓은 범위에서, 그리고 더 높은 의미에서 새로운 목표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현대 문화지평의 새로운 출현과 인류 문명의 미래를 위해서는 로마사는 꼭 거쳐야할 관문이다.

 

이탈리아의 역사는 크게 둘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이탈리아 어계의 주도 아래 이탈리아가 통일되기까지의 내부 역사가 그 하나이고, 이탈리아가 세계를 지배기까지의 외부역사가 또 다른 하나다.

 

 몸젠의 로마사 세 권중 제 1권(1,2,3책)중 1책에 해당되는 이 책은 이탈리아의 초기 종족들을 시작으로하여 서양 문명의 두 축인 희랍(그리스)와 이탈리아 (로마) 민족의 시작과 분화를 고찰한다. 이탈리아(로마) 반도에 이탈리아어계 민족이나 선주 문명이 이탈리아 어계의 민족적.정치적 존재를 위협하고 부분적으로 복속시킨 과정, 희랍인과 에트루리아인 등 다른 계통 민족에 저항하며 그들을 물리치거나 정복한 과정, 마지막으로 같은 이탈리아 어계인 라티움 사람들과 삼니움 사람들이 이탈리아 반도의 패권을 놓고 벌인 갈등과 라티움 사람들이 기원전 4세기 후반에 혹은 로마인들이 기원전 5세기 후반에 최종적으로 승리한 과정을 기술하는 것이 1책의 내용이다.

  

로마 신화의 껍데기를 벗기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알바롱가 왕족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영도 아래 알바롱가로부터 일단의 사람들이 도망쳐 로마를 건설했다는 신화는 척박한 로마의 땅을 보았을 때 거의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라 한다. 신화의 탄생 배경을 몸젠은 불리한 지리환경을 타고난 로마가 로마의 시초를 라티움 지방의 거대도시와 연결시키려는 역사적 설명이자 소박한 시도라고 하며 기존 ‘로마’에 씌워진 신화의 껍데기를 가감없이 깨뜨리는 동시에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실증에 가까운 로마의 역사를 재건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몸젠의 로마사는 독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로마가 세계를 지배하게 되기까지의 역사를 살펴보면 로마가 이탈리어계의 부족들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문화공동체덕으로 국가의 견고한 틀이 다른 부족에 비해 빠르게 형성되었고 농사가 생업이었던 농민들 중심으로 재산권이 보장됨에 따라 시민들의 주권 또한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탄탄한 생활보장 덕으로 로마는 시민 공동체가 주권인, 민주주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국가 체계를 갖추게 된다. 로마 시민은 자유로왔으며 법에 복종할 줄 알았고, 일체의 미신을 단호히 거부했다. 법 앞에서 시민  상호 간에 무조건적 평등이 보장되었으며, 외국인에 대해서도 관대하고 개방적이었다. 이런 국가 체제는 만들어지거나 차용된 것이 아니라 로마 시민 가운데 그들과 함께 성장한 것이었다. 이런 체제가 이탈리아의 희랍·이탈리아의, 인도·게르만의 국가 체제에서 기인하는 것은 분명하며 희랍의 집회 함성, 게르마니아의 방패 두드리기 또한 시민 공동체의 표현이었다.  이런 국가 체제는 이후 로마 국가 이념의 영원한 토대를 실질적으로 결정했다. 모습은 수없이 변모되었지만 로마가 존재하는 동안 흔들리지 않은 것은, 행정 담당자가 집행하고, 원로원이 국가 최고의 지위를 갖고, 모든 예외적 결의에는 주권자의 , 다시 말해 시민 공동체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116p) 시민공동체라는 국가 체제는 로마법에서도 확인된다.  인민이 스스로 법률을 제정하고 스스로 이를 지켜나간다는 로마의 위대함이 그 가운데 녹아 있다. 로마법에는 자유와 복종, 사유재산과 법률적 제한이라는 영원한, 오늘날에도 변함없는 원칙이 순수하고 엄격하게 지켜졌다.

 

 

몸젠은 문명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통해 역사를 추적하며 추론해나간다. 삶의 근간이 되는 사회의 기초적인 요소뿐만이 아닌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축량술과 문자기록을 통해서도, 조형과 예술에서도 희랍의 영향을 받아 발전하였다는 추론을 통해 로마문명의 역사적 사실의 뼈대를 세워주고 있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은 로마인들의 뼛속까지  파고들어 로마 문명을 가공하지 않는 날것의 로마사를 탄생시킨다. 로마사는 한때 푸르렀던 전설들이 이제는 마른 잎사귀 층위로 남겨진 화석지층에 불과할 정도로 낡은 문명사이다. 그러나, 그 역사와 기원을 추적한 결과는 희랍이나 독일의 역사와 비교해서도 《몸젠의 로마사는 이제까지의 진보된 문명보다도 더 진보한, 현대적인 모습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그렇기에 21세기에 여전히 로마사의 열풍을 이어가는지도 모르겠다. 로마 문명이야말로  현대문명의평을 넓혀주고 미래를 대비하기에는 가장 고전적이지만, 가장 현대적인 역사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시간의 격차 때문에 옛 사건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가장 신뢰할 만한 증거를 통해 내가 확신하게 된 것인바, 전쟁이나 여타의 것이나

옛 사건이 대단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투퀴디데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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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복 서평이란?
    from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깨달으며 2013-05-27 22:21 
    몇년 전 중복서평 논쟁이 있었다.이 곳 알라딘은 물론 리더스가이드까지 시끄럽게 했던 웃기지도 않은 논쟁거리였다.지금 돌이켜 생각해보아도 참 어의없고 한심한 노릇이었다.중복 서평을 반대하는 사람과 진지한 토론도 할려고 했었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가치도 없었다. 중복 서평이란 어떤 책에 대한 리뷰를 이곳(예: 알라딘)과 저곳(Yes24)에 올리는 행위를 일컫는다고 한다. 또 교보나 반디앤루니스 등 경쟁사에게 올리는 것을 말한다. 이게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
 
 
 
철학자의 사물들
장석주 지음 / 동녘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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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무엇일까? 철학이란, 생각하는 것이다. 어떻게? 사물을 인지하고 사유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철학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기 위해 탁자에 앉는 순간까지 지나친 사물은 여러가지가 된다. 이 여러가지의 사물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생각해본적이 있었던가? 있었는가 싶었는데 역시나 없다. 매일 사용하는 휴대전화, 신용카드, 세탁기가 존재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기는 커녕 그저 하찮은 사물이라 여겨왔던 것 같다. 마이클 샌델은 철학을 모든 사물들이 존재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일이라고 하였다. 모든 사물을 그냥 생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반드시 비판과 고찰을 하여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것이 철학이 가진 궁극의 목표이다.  철학자들은 이러한 사물의 발견과 고찰을 통해 살아가는 의미를 터득하곤 하였다. 일상의 철학가 몽테뉴는 사물의 존재를 통해 삶을 깊이 성찰하였으며 이런 성찰은 인간의 이해로 확장시켰다. 《철학자의 사물들》은 사물의 존재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나아가 사회와 경제와 정치까지 시야를 확장하여 철학을 우리 삶에 체화시키고 있다.

오늘날 책은 바로 우리의 노인이다. 우리는 미처 고려하지 않지만, 문맹인 사람과 비교해 볼 때 우리가 더 풍요로운 이유는, 그 사람은 단지 자신의 삶만 살아가고 또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우리는 아주 많은 삻들을 살았다는 데 있다.(움베르토 에코; 책으로 천년을 사는 법)

 

사람은 사물을 만들고, 사물과 더불어 산다. 사물을 만듦으로써 사람은 동물과 분별되면서 제 존엄성과 권위를 더 드높이는 존재로 거듭난다. 철학자의 사물들의 첫 장의 시작인 이 문장은 도구의 인간(호모 파베르 homo faber )을 가잘 잘 표현한 말이다. 이 책의 철학의 단초는 말그대로 사물이다. 우리는 그 사물을 통해 철학자 장석주의 시선으로 사물을 상상하고 느낄 수 있다. 

 

 

관계 : 신용카드, 휴대전화, 자동판매기, 세탁기, 진공청소기.

취향 : 담배, 선글라스, 비누, 욕조, 면도기

일상 : 가죽소파, 탁자, 침대, 변기, 카메라, 텔레비전

기쁨 : , 화로, 사과, 병따개, 냉장고, 조간신문

이동 : 시계, 구두, 여행가방, 우산, , 망치,

 

다섯 개의 분류지에 따라 배치된 사물들은 철학자들의 사유의 인식의 촉발제로서 더욱 풍성해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신용카드는 마우리치오 라자라토<부채인간>으로 낯설게 바라보기를 시도하며 현대의 신용카드로 우리는 이미 금융 자본주의 시스템에 장악된 부품이며 노예라는 호모 데비토르의 탄생배경을 사유케 한다.  사물의 존재란 이렇게 익숙한 명칭과달리 그 이면에는 사회적 관계의 형성망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휴대 전화는 미셀 세르의 <인간이란 무엇인가>와 짝을 이루어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시작한 순간, 우리는 이 기술의 핵심은 곧 시간의 압축이다. 인류가 이 시간의 압축제를 써서 창조적 진화물에서 진화의 창조자로 나서고 있다.’ 휴대전화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이미 진화되는 것을 멈춘 것이다.

자동판매기는 데카르트와 짝을 이루어 자동판매기와 같은 인간을 비유하며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 고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현대 문명의 비판의 날을 세운다. 스피노자와 진공소기의 짝은 포퓰리즘의 비판을 낳고 니체와 선글라스는 권력자의 가면을 표방한다. 잘 보드리야르와 비누, 면도기와 막 오제는 사물세계의 고갈과 소멸에 대한 사유로, 망치와 제러미 러프킨은 기술적 진보가 인간을 노동에서 소외시키는 현대사회를 비판한다.

 

 노동으로 피곤한 몸을 누이기엔 그만인 소파는 사르트르의 <구토>의 주인공이 '사물들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처럼 인간의 몸뚱이를 삼키는 권태와 환멸의 세계가 펼쳐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남편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물은 소파이다. 집에서 누워있다가도 남편이 오면 자동반사로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는데 요즘에는 소파에서 잠드는 횟수가 많아져 걱정을 했더니 내가 죽으면 소파와 같이 묻어줘하며 소파와 자기는 일심동체라는 말을 한다. 특정 사물에 대한 애착은 삶과 함께 한다. 역겁의 세월을 살아오며 사물은 인간과 함께 흘러왔다.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사물의 흐름'을 인지하라는 말을 남겼다. 스피노자는 기존의 관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바라보며 관계를 맺는 그 순간 존재했던 것은 새로운 흐름 형식을 띄게 된다고 하였다. 신용카드의 흐름, 비누의 흐름, 탁자의 흐름, 침대의 흐름, 냉장고의 흐름, 구두의 흐름, 우산의 흐름, 활의 흐름 등 사물들의 흐름이 시작되고 새로운 사고가 스며들어 삶의 내부를 바꾸어주는 실천과 장소가 되는 기제가 바로 철학이다우리는 사물들과 더불어 살며 사물들의 세계속에서 살다가 죽는다. 저자 장석주는 사물을 모른다면 사물들 속에서 살과 피와 뼈를 얻는 삶도 안다고 할 수 없으며 사물의 감식가는 사물의 장엄함을 통해 삶을 맛보고 그 삶의 珍景진경을 들여다보는 자일 것이라 한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몽테뉴가 사물의 흐름에 발견하고 고찰하며 내면의 변화가 일어나 삶을 사랑하며 인생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시인이자 비평가인 장석주의 《철학자의 사물들》은 사물들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함과 동시에 일상의 사물을 삶이라는 철학으로 체화하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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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하루 다른 행복 - 부처 핸섬, 원빈 스님과 함께 가는 행복의 길
원빈 지음 / 이지북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 최초로 대기권 밖을 여행한 구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한눈에 보이는 지구를 내려다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

" 하늘에 신은 없었다."

반면에 아폴로 12호를 탑승했던 미국의 우주비행사 제임스 어윈은 이렇게 말했다지요.

"저 멀리 지구가 오도카니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무력하고 약한 존재가 우주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신의 은총이라는 사실을 아무런 설명없이도 느낄 수 있었다."

미셀 투르니에는 '감동할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한 사람'이라고 하였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느끼는 차이는 마음의 창窓이 다름이다. 유리창도 닦아야 빛을 발하고 깨끗해지는 것처럼 마음의 창 또한 그렇다.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은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주는 삶의 의미와 자연에서 전해주는 것들에서 감동 받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삶에서 감동 받지 못하는 사람은 삶에서 늘 부정적인 것을 찾는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을 긍정할 줄 모른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것은 없다.

 

시이불견 청이불문 (視而不見 聽而不聞)-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가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가 않고, 맛을 봐도 그 맛을 모른다

 

 이 책 《같은 하루 다른 행복》도 같은 하루를 살지만, 다른 하루를 사는 우리네 이야기를 전해주는 책이다. 누구에게든 아픔이 있듯이 원빈 스님이 겪었던 아픔과 고통의 시간들을 진솔하게 들려주며 인생의 한고비를 넘을 때마다 깨달았던 희망을 들려주고 있다.  희망이라......차동엽 신부님의 희망 바통을 이어 이젠 원빈 스님이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부터 시작하여 최근 읽은 차동엽 신부님의 <희망의 귀환>에 이어서 읽게 된 원빈 스님의 <같은 하루 다른 행복>까지.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이어지는 것을 보며 나 혼자 미소짓게 된다. 서로 같지만 다른 모습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혜민스님은 고요한 아침의 기상처럼 산뜻하며 타인과 원활한 소통의 방법을 제안하고 있고 차동엽 신부님의 희망은 오후의 햇살처럼 강렬하며 맹목적이라는 점이 , 원빈 스님의 희망은 불타는 저녁노을처럼 우렁차지만 고독감이 느껴지며 마음의 치유라는 힐링의 희망이라는 점이 같지만 다르게 느껴진다.

 

영화배우 원빈의 이름과 같다고 하여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지 않는다는 원빈 스님의 법명은 해나 달처럼 둥글게 빛나 세상을 밝히는 존재가 되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책은 원빈스님이 트윗이나 지인들에게 보낸 지혜의 알곡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책이다. 고시공부를 하기 위해 찾아간 절에서 우연한 만남이 '인연'이 되어 출가하게 된 이야기들과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아 힘들었던 일들을 통해 깨달았던 성찰이라는 여과기를 거친후 깊이를 더해 피어난 힐링의 글귀들이다..

 

무엇이 되는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을 요즘 실감하는 중이다. 가슴 아픈 일들이 있다가도 그것이 기쁨이 되기도 하고  슬픈 일이 때론 기쁜 일이 되기도 하는 것을 번복하다보니 이제 내 나이에는 사실 삶이라는 불가항력적인 힘에 일희일비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마주하기도 한다. 그저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살아가면서 한가지 얻은 것이 있다면  '자아'라는 마음의 조각을 이쁘게 다듬고 꾸미지 않으면, 인생그림이 암울해진다는 것이고 '자아'라는 조각을 이쁘게 다듬은 인생그림은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변화무쌍하고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음에도 '자신'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수 없다. 원빈 스님은 《같은 하루 다른 행복》에서 '나를 사랑하는 꼭 그만큼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용량' 이라고 하며 '참나'를 아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한다.  참된 힐링은 상처를 곪아 터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에 메스를 들이대고 고름을 빼내는 것이다. 원빈 스님의 마음의 창으로 대신 들여다보게 된 '참나' 찾기의 시간으로 덩달아 내 마음의 창도 깨끗이 닦여진 기분이다. 붉게 타오르는 저녁 노을이 마음에 비스듬히 스며들어 고요함을 선사해주며 삶을 응시하게 하는 마음수련의 책이다.

인생이라는 등산, 그 냄새나는 고집은 끝까지 짊어지고 힘들게 가실 건가요?

던져버리고 가뿐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가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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