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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리차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 현암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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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리처드 세넷의 협력에 대한 탐닉으로 탄생하게 된 두 번째 책이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수년 전부터 작업 중이었던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 homo faber project>의 두번째 책이다. 호모 파베르란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을 말하는데 단순하게 도구를 사용한다는 개념 뿐만이 아닌 무언가를 만드는 made나 모든 사물을 다룬다는 faber 개념이다. 이 책은 그런 호모 파베르  '스스로를 만들어내는 존재인 인간, 즉 구체적 실천을 통해 생명을 만드는 존재'라는 고대적 인간관에서 끌어온 이름의 인간들이 개인적인 노력, 사회적 관계, 물리적 환경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사회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목표임을 서문에 밝히고 있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는 사회적 관계에서 인간이 가장 먼저 습득하게 되는 것은 타인과 '함께'하는 방법이다. 호모 파베르인 인간에게 '협력'이란 키워드는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협력하려면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손'이다.

 

폴란드의 노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현대에는 모든 사물이  언제 어떤 식으로 고체화될지 아무도 알 수 없으며 어떤 형태로 고체화된다하더라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현대를 '유동하는 근대(액체 근대) 라는 표현을 하였다. 이러한 집단적 불확실성과 개인적인 불확실성이라는 불안은 '문화적 획일화'와 '탈기술화'를 촉진 시킨다. '탈기술화'라는 용어는 산업 생산에서 복잡한 기계가 장인 노동을 대체하는, 즉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현상에서 유래한다.탈기술화는 사회 영역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물질적 불평등이 서로를 고립시키고 단기적 노동이 서로의 사회적 접촉을 더욱 피상적으로 만들며 타자에 대한 불안감을 발동시키게 되자, 좁혀지기 힘든 '차이'를 다루는 '기술'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복잡한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협력의 기술을 잃어버리고 있다. 협력의 기술을 잃어버리자 현대 사회에는 특별한 인성 유형, 요구가 많고 복잡한 사회적 참여 형태를 감당하지 못하여 움츠러드는 인성을 가진 인물이 출현하고 있다.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려는 욕구를 잃고 '비협동적 자아'가 된다.

 

불안정하고 빠르며 유동적인 삶의 흐름, 포스트모더니즘의 부상, 대학의 시장화, 국가의 기업화, 행정부의 축소, 가족의 해체, 거대서사의 조락등. 정치는 경제에 자리를 내주었고 사회는 주권적 개인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 협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 어떻게 약해지는지와  강해지는지를 인류학과 역사, 사회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전체적인 협력을 탐구한다. 저자는 정치에서, 인류학에서,역사적으로 협력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으며  현대사회에 출현한 새로운 인성인 비협동적 자아, 복잡성과 차별성을 다루는 데 적합하지 않은 자아를 성찰한 후, '협력을 하나의 실기로서 탐구'하는 대화를 하고 있다. 이렇게 협력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저자의 탐구는 협력에 대한  단순한 공감이 아니라, 거리를 둔, 지성적인 감정이입에 기초하고, 변증법적 지양이 아니라 대화법을 통한 소통에 기초하며, 정치적 좌파가 아닌 사회적 좌파의 논리에 기초한다. (p12) 세넷이 말하는 '협력', '사회적 인간','호보 파베르'는 도구와 사물들과 한 몸이 되는 체화의 과정을 통해 자기 존중감을 가지고 사회적 인정을 획득하는 자를 말한다. 이 과정은 쉽게 말하면 인문학적 사고와 같다. 태어나면서 씌어지는 사회적 인간이라는 페르소나를 벗고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작업을 거친 후에는 다시 타인을 향하여 연대하는 과정처럼 협력 또한 자기 자신의 존중감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 사람에게 두 손이 있는 이유를 하나는 자신을 도와주는 손이며, 다른 하나는 타인을 도와주는 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때 협력할 수 있다는 뜻과 같은 이치이다.  저자 덕분에 호모 파베르에 대한 흥미로운 여러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는 '재능기부'가 새로운 봉사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재능기부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재능으로 얼마든지 봉사와 기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재능기부 또한 '협력'의 이름이다.  점점 개인화되고 탈기술화되는 현대 사회속에서 투게더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는  세넷의 재능기부라 볼 수 있는 책이다.  현 사회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무조건 읽어보길 권한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으로 인해  지적 호기심의 무한 충족과 지적 쾌감을 즐기게 될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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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스마트폰, 경계의 붕괴 - 3년 후 IoT 전쟁, 모든 것이 ON되는 세상이 온다
김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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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4, 베가 아이언, 옵티머스 g프로, 우리나라 현재 휴대폰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모델들이다. 이들의 모델의 공통점은 휴대폰 기능에서 더 나아가 휴대하는 컴퓨터의 기능으로  진일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갤럭시와 베가아이언,옵티머스의 신제품 출시때마다 디자인의 혁신과 기술의 업그레드에 귀추를 주목하는 이유도 시대의 변화를 대변하고 있는 문화의 홍일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의 시장구도가 IT에서의 승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계는 이미  IT중심의 문화로 변화되었다. 유비쿼터스의 시대, 융합의 시대라 했던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제 유비쿼터스에서 진일보한 미래의 IT문화는  바야흐로 사물들이 실시간으로 접속(on)되어 사람을 피드백하는 세상, IoT(Internet of Things)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슈트는 주인의 온도와 심장박동수, 맥박을 체크할 뿐만 아니라 음성으로 컴퓨터와 실시간 대화도 가능하다. 게다가 주인이 신문을 읽을 필요도 없이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든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전달해준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실시간으로 접속(on)되어 있어야만 가능하다.  아마도 이 슈트만으로도   IoT의 시대 , 미래의 진화된 컴퓨터의 모습을 상상하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현재 스마트폰이 일상에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나 스마트폰의 기능을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향후 ICT 변화의 핵심 축은 모든 사물에 컴퓨팅과 네트워크 기능이 탑재되는 것이다. 이미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에 컴퓨팅 프로세서가 내장되고 있으며 PC를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도 스마트폰을 쓴다.  이러한 모습을통해  스마트폰 하나로 비즈니스 모델이 변화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으로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되고 있으며 이것은 산업 구조자체가 바뀌는 변화의 물결을 가져오고 있다.

 

포스트 스마트폰, 경계의 붕괴는 현재 수많은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며 ICT가 모든 사업의 근간이 되는 미래의 전략서와 다름없다. 카이스트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겸직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향후 우리 삶의 모든 사물들이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삶과 사회와 산업에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키게 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IoT, 이용하지 않으면 이용당한다.

웹 이후의 시대, 유비쿼터스의 시대에는 연결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모든 사물(Things) 이 인터넷 위에 얹히게 된다. ,IoT의 시대에는 인터넷에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카카오톡은 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능에서 메신저 기능외에도 선물하기와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이벤트 소식을 들을수 있는 서비스로 진화했다. 카카오를 기반으로 다른 외부 서비스업체와 함께 새로운 서비스를 키워 나누는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모바일은 이제 공유와 나눔의 철학에 기반을 둔 상생의 경제의 모습을 띄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킥스타터(소셜 펀딩 사이트)와 같은 소비자의 참여는 개인의 아이디어 실현이 확장되는 , 소비자와 생산자가 제품의 개발과 제조, 생산 단계부터 함께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제 제품을 한 번 파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고객과 연결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IoT3대 핵심 기술

1, 센싱 -IoT의 제품들은 PC나 스마트폰처럼 키보드, 마우스,터치를 이용해 사용자가 정보를 입력해서 동작하는 것이 아니라 센서를 통해 입력된 정보를 기반으로 운용한다. 따라서, 센서의 정밀도가 중요하다.

2, 통신 인프라 -센서를 통해 입력된 정보는 디지털라이징되어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통신 인프라이다.

3, 서비스 인터페이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처럼 사물통신 역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은 서비스가 해야 할 역할이다.

 

디지털의 지배력이 커지고 우리 사회가 디지털에 종속되어 갈수록 버그와 해킹에 의한 사회 마비와 위기를 고려하고 충분히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플랫폼의 지배력이 너무 커져 그것에 종속되면 그 플랫폼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정책이 바뀌면 우리의 서비스가 좌지우지될 수 있다고 하며 ▶원숭이 꽃신이란 이솝우화를 예로 든다. 스마트폰의 진화는 모든 경계를 허물고 있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 사업과 사업의 경계, 두뇌와 디지털의 경계시간과 공간과 관계의 경계 , 결국 현실과 가상의 경계 조차도 허물어질 것이다. 이 경계의 붕괴는 스마트폰의 무궁무진한 변화앞에서 변화를 읽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만이 원숭이가 되지 않는 방법이다.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스마트폰 진화에 따른 통찰은 이 책 한권으로 충분하다. 디지털의 변화는 이제 생존의 문제이다.

 

 

접힌 부분(원숭이 꽃신) ▼

 어느 날 오소리가 원숭이를 찾아와 꽃신을 공짜로 선물한다. 원숭이는 그 동안 신발을 신지 않고 살아왔는데 오소리가 아양을 떨며 친하게 지내자고 선물한 꽃신을 물리칠 수 없어서 신고 다닌다. 처음에는 다소 불편했지만 신다 보니 뾰족한 돌멩이가 많은 숲속을 편하게 걸을 수 있어서 내심 편했다. 시간이 흘러 오소리가 다시 찾아와 꽃신을 잘 신고 있냐며 묻고 두 번째 꽃신도 헤져가던 터라 원숭이는 고맙게 생각하고 성의로 잣을 10개 준다고 하지만 오소리는 극구 사양을 한다. 시간이 흘러 꽃신이 다 헤어져 신을 수 없자 원숭이는 오소리를 찾아가 꽃신을 달라고 하는데, 오소리는 이제부터는 무료는 곤란하다고 한다. 잣 5개 정도만 내고 꽃신을 사 신은 원숭이는 꽃신이 헤질 때마다 오소리를 찾게 되고, 오소리는 10개,100개의 잣을 달라며 갈수록 꽃신의 가격을 올린다. 꽃신을 신다보니 맨발로 다닐 때 생겼던 굳은 살이 사라져 꽃신을 신지 않고는 발이 아파 다닐 수 없게 된 원숭이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꽃신 가격을 어쩔 수 없이 지불하며 오소리의 종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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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예쁜 소녀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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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方有佳人 絶世而獨立 북방에 아름다운 사람이 있어 세상을 벗어나 홀로 서 있네.

一顧傾人城 再顧傾人國 한번 돌아보니 성이 기울고 다시 돌아보니 나라가 기우는구나.

寧不知傾城與傾國 佳人難再得 어찌 성을 흔들고 나라를 무너뜨림을 알지 못하는가.

아름다운 사람은 다시 얻기 어렵다네.

 

역사에서 아름다운 여인은 경국지색이라 하여 경계의 대상이었다. 천하를 호령하던 패자들이 여인으로 인해 패망의 길을 걸었던 역사의 주인공들이 의외로 많았던 것을 보면 여자의 아름다움은 분명 치명적인 독이다. 너무 예쁜 소녀의 주인공 마농의 아름다움은 숨이 막힐 정도라든지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예쁘다라든지, 보는 이들이 한 번 보고 나면 감탄을 하게 된다고 하는 표현들이 있다.

 

마농의 미모는 그녀의 삶에 벗어던질 수 없는 큰 짐이 되리라.

마농의 등장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거의 짐승에 가까운 모습의 그녀를 사람들은 마농이라 불렀다. 과부 포샤드 부인의 축사에서 오물을 뒤집어쓴 마농을 본 순간 포샤드 부인은 마치 숙명처럼 그녀를 거둔다. 아이가 없던 결혼생활은 행복하였지만 남편과의 사별이후 지나치게 조용하고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포샤드는 마몽을 본 순간, 무료한 일상에 선물인양 마농에게 열중하게 된다. 빼어난 미모로 마을청년들에게 소문이 나고, 그 중 돈 많은 청년 장 루크 지로는 마농에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한다. 그러나, 마농에게서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있는 사랑이나 욕망, , 감동과 같은 일말의 감정들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포샤드 부인이 잠든 채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을 때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포샤드 부인의 장례를 치르자마자 홀로 길을 떠나는 마농은 목적지도 없이 길을 나선다. 어디로 갈지도 ,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길을 걷던 그녀를 보고 반한 남자들이 무작정 그녀를 태우고 그녀는 어딘지 모를 곳으로 떠나게 된다.

 

프랑스 국경을 넘어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나뭇잎으로 덮어놓은 젊은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온몸은 피로 물들어있고 여러 군데 찔린 채 목은 거의 잘라지다시피 한 남자의 신원은 며칠 전 마농을 태운 남자들 중의 하나였다. 아무 단서도 없는 가운데 남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주유영수증은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강력계 반장 마탈러 형사는 주유소에서 피해자와 동승한 사람이 세 남자와 젊고 예쁜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유소 목격자는 그 외에도 차 넘버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살해된 남자의 신원은 베른트 풍케라는 젊은 의대생으로 결혼식 전 두 명의 친구와 총각파티를 떠난 후였던 것이다. 나머지 친구들의 행방을 수색하던 중 시체 발견지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호수에서 베르튼 풍케의 차가 발견되고 차 트렁크 안에는 베른트와 같이 여행을 떠났던 친구 요헨의 시체가 베른트의 시체처럼 잔인하게 살해된 모습이었다. 그러던 중 같이 여행을 떠난 마지막 생존자 헨드릭 플뢰거가 수사망에 포착되는데....

 

사건을 수사하는 마탈러 형사는 아내의 죽음 이후 외롭지만 나름의 자기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었다. 휴가를 앞두고 모처럼의 여유를 만끽할 생각에 일사을 지루하게 보내던 중 갑자기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은 무미건조한 형사의 삶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밝혀지지 않는 신원미상의 젊고 예쁜 여자의 존재는 수사에 혼선만을 가중시키며 사건을 미속에 빠뜨리는 데 , 용의자는 베른트에게 차를 판 외르크 게스너였다가 마지막 생존자 헨드릭 플뢰거가 되었지만, 헨드릭 플뢰거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망중 고층에서 투신 자살하여 용의선상에 제외된다. 그러던 중 인근 호텔에서 여행전문기자인 로만의 시체가 베른트와 힐거와 같은 패턴으로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자, 호텔에 같이 투숙했던 로만부인 -마농-에게 집중된다.

 

전형적인 심리스릴러로, 잔인하고 폭력적인 영상은 없지만, 상상만으로 등골이 오싹한 공포가 느껴지며 피부에 잔소름이 돋아난다. 경국지색의 아름다움을 지닌 이 소녀는 자브뤼겐에서 발견된 일가족 교통사고의 현장에서 사라진 소녀였다. 모두 죽고 소녀만 실종처리 되면서 경찰의 기억속에서 잊혀졌던 이 사건은 마농- 실종된 소녀 마리 루이제 가이슬러라는 것이 밝혀지자, 마탈러형사는 일가족을 죽음으로 몰고 간 비극이 '너무 예쁜 소녀' 마농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악녀의 전형일 것만 같은 마리 루이제 가이슬러의 모습은 악녀라고 할 수 없는 소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에 더 소름돋는다. 악이 악의 모습이 아닐 때 느껴지는 곤혹스러움은 사건에 연루된 형사나 주변 인물들에게서도 그대로 보여진다. 그녀는 악녀라 하기엔 너무 순수하고 여린 모습을 하고 있기에 책을 다 읽고나서도 그녀가 정말 살인마인지를 의심하게 된다. 차라리 그녀가 전형적인 악녀의 현신이었다면 그런 혼선을 없을테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비롯된 것인지 성폭행의 피해자인 것인지 아니면 타고나길 악녀인지도 모르겠다. 범인을 예측하면서도 극의 서사를 알듯 모를 듯 진행하는 감칠맛이 빼어난 심리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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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마실 -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
심재범 지음 / 이지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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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조그마한 동네에 작년부터 우후죽순으로 커피숍이 생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창업 초기 자본이 적게 들고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도 어렵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 같지만, 사실 이 조그마한 동네에 포화상태인 커피숍은 낭만보다는 근심거리이다.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이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하지만,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로 쉽게 문을 닫는 커피숍도 많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 철없이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였지만 지금은 솔직히 커피값이 아깝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어쩌다 아메리카노 한잔 사먹으려면 먼저 마음에 준비를 해야 할 정도이다. 그래도 내 입맛은 여전히 아메리카노의 달콤쌉사름한 맛을 기억하고 있기에 가끔 커피가 그리울 때가 있다. 가끔은 커피숍에 앉아 커피와 함께 한가로운 여유를 꿈꿔보기도 한다.

 

 커피는 생두를 볶을 때 시작되는 원두의 생명을 시작으로 서로 다른 것과 섞여 브랜딩이라는 사랑의 모습을 그리고 이내 빈 잔으로 남겨지는 인생과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책은 하늘을 나는 바리스타라는 이색적인 직업의 소유자 심재범의 카페 유람기이다. 타국 곳곳의 카페를 돌아다니며 카페의 정취와 커피의 풍미를 지대로 ~ 느끼게 해주기도 하며 세계 명소의 카페 소개에 여념이 없는 저자의 이야기들은 커피와 연관된 전문적인 정보와 함께 카페문화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뿐만 아니라 바리스타 2급에 버금가는 커피에 관한 전문적인 견해들도 있어 현직 바리스타나 커피전문점을 하는 분들이 읽으면 매우 유익한 정보가 많다.

 

책은 영국 커피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몬머스 커피 컴퍼니의 커피의 이야기가 시작이다. 몬머스 스트리트에 처음 생긴 로스팅 하우스에서 핸드드립으로 베리에이션을 만드는 것을 보고 커피에 대한 애정과 기술이 깃든 커피맛의 깊은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어 <런던 타임스> 선정 베스트 커피 하우스 랭킹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커피 하우스 에스프레소 룸에는 박상호 바리스타와 동행하였는데 명성과는 달리 매우 소박하고 작은 , 룸처럼 아담한 가게라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인생을 배우고 간다. 말투는 다소 건방져도 커피 한 잔에 최선을 다하는 바리스타가 있는 프루브록. 그토록 비범한 수준에 이르기 위한 만 시간의 노력이 무척이나 고맙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있다. 세계 커피 업계의 남녀 천재로 꼽히는 제임스 호프먼과 아네트가 공동으로 창업한 런던의 스퀘어 마일 커피 로스터리는 현재 상위 랭킹 커피 하우스에 70퍼센트 이상의 원두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어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 공식 커피 머신은 시모넬리 아우렐리이다. 이 커피머신은 표현이 정확하고 오차가 적어서 참가 선수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알고 있으면 유익할 듯) 독특한 카페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파리의 레 뒤 마고는 커피의 맛보다는 아무래도 파리의 문학가들의 아지트로 더 명성을 얻은 듯 하다. 커피는 비싸고 맛은 없지만, 레 뒤 마고의 단골고객 중에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생텍쥐베리와 피카소, 앙드레 지드, 헤밍웨이 등이 있었다고 하니 커피의 맛이 좀 떨어지고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단지 그 이유 하나로 들리고 싶은 곳이다.

 

이 책은 잘 알려지지 않은 카페 명소 소개와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커피의 전문상식이 잘 어우러져  있어서 여러모로 유익하였던 것 같다. 요즘은 힐링 카페라 하여 커피가 '치유'라는 이름으로 다가오고 있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커피가 삶에 차지하는 비중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저자가 카페 마실을 다니면서 깨닫게 되는 카페 명소의 진정성은 다른 어떠한 것도 아닌 사람의 정성이다사람과 사람 사이에 만나 정성을 기울일수록 좋은 인연이 되는 것처럼 세계 카페의 명소에는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바리스타들이 있다. 커피의 옷을 입었지만, 인생을 담은 여행기였다. 바리스타를 꿈꾸고 있다면 카페 마실이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줄 듯하다.

 

좋은 커피와 머신을 갖추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명제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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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살벌한 연애상담소
김지윤 지음 / 포이에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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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소파에 드러누워 tv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사랑과 전쟁>을 보게 되었다. 한때 사랑했던 이들의 치정극은  불행한 사랑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만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결혼을 하고 나서 더욱 필요한 덕목이 되기도 한다.  연애할 때 이런 서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배려가 없다면 연애의 연장선인 결혼생활의 끝이 어떨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참 재미있는 것은 <사랑과 전쟁>에서 그리는 다양한 결혼생활의 패턴들을 보면 여자와 남자의  생각구조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남자와 여자, 이 생각구조의 간극만 줄일 수 있어도 의외로 연애는 쉽고도 단순한지도 모른다.

 

 코믹멜로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에서는 연애에 서투른 남녀들을 대신하여 고백해주는 연애조직단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다.  사투리를 심하게 쓰는 남자에게는 사투리 대신 표준어를 사용하게 하고, 편지에 서툰 남자를 대신해 여자의 마음을 울리는 감동의 편지를 대신 써주며 연애에 성공하는 모습들을 보며 연애도 기술이 필요한 것이라는 나름의 자각? 을 했던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능가하는 연애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달콤살벌한 연애상담소》는 '좋은연애연구소'소장이자 요즘 가장 '핫'한  연애 특강 강사인 김지윤이 2년간 강의하면서 청춘에게 받은 질문을 토대로 구성한 책이다.  연애의 기술 뿐만 아닌 젊은 세대들의 연애관을 살펴볼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연애에 대한 Q&A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책에 관해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몇가지 항목을 표로 만들어보았다.

Question

Answer

저는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모태솔로입니다. 이제 정말 연애라는 것을 해보고 싶습니다.

선택의 순간에 발을 빼는 것이 아니라 들이밀어야 한다.

모태 솔로 여인이여, 지금까지는 모태솔로라는 삶의 형태를 이를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수없이 다가올 선택의 순간들을 용기로 제압하는 기지를 발휘해주시라.

 

그 사람이 마음에 드는데 이상형 리스트와는 맞지 않아요.

제발 만나라.

당신의 열정과 바람의 강도가 정답은 아니다.

남자친구와 매일 만나고 싶어요

여고생 딱지는 이제 버려야 할 때도 되지 않았나.

나를 사랑하는 남자라면 언제 어디서든 달려와야 하고, 만날 때마다 집에 데려다줘야 하고, 삐치면 달래줘야 하고, 밥값도 내야 한다는 여자들의 심보는 고약하다. 연애가 노예계약도 아니잖은가. 적당히 바라자. 받은 만큼 나도 주자. 오빠는 슈퍼맨이 아니다. 오빠도 사람이다.

결혼할 여자와 지난 과거를 공유해야 하나요?

과거에 대한 침묵은 때론 배려일 수 있다.

간혹 무용담 늘어놓듯 여성편력 혹은 남성편력을 자랑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파는 거다. 과거에 대해 다 말하지 않는다고 정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랑을 할 때에는 정직보다 배려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진실게임을 할 때가 바로 그런 순간이다.

외로움이 지긋지긋해서 결혼하고 싶어요

 

그 생각으로 결혼하면 괴로워질 것이다.

인생은 외로움을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이 인생의 일부이듯이 외로움 역시 우리 인생의 배를 탄 운명의 동반자이다.

 

 

사랑은 자신만이 써갈 수 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힘든 것이다. 라캉은 우리 존재 안에는 커다란 구멍이 있고 그 구멍을 채워가는 것이 인간의 길이라는 말을 하였다. 인간의 빈구멍은 사랑으로밖에 채울 수 없다. 사람이란 단어가 사랑이란 단어와 닮은 이유이다.  저자가 말하는 연애의 기술은 그런 구멍을 조금 더 수월하게 채워주는 인생의 기술이다. 저자의 말처럼 ‘연애는 한 사람의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는 교차점이자, 상대방과 끊임없이 싸우고 조율해야 하는 치열한 전쟁’과도 같기 때문이다.  달콤한 로맨스 영화 시라노 연애 조직단을 보는 듯 시종일관 웃으면서 읽다가 현실의 연애라는 점을 깨닫고는 연애가 이렇게 힘든 것이었나를 떠올려보기도 하였다. 사실, 지금의 내 나이정도가 되면  연애라는 감정이 그렇게 복잡하고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땐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만 남는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젊을 때는  죽어도 모를테지만, 그래도 젊음이 부럽냐고 물으면 당연히 '예스'이다. 왜?  연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달콤살벌한 연애의 기술은 그래서 쓸모있다. 좋은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좋은 연애란 단번에 결혼에 골인하는 것이 아니다. 상처도 주고 상처도 받고, 사랑 때문에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다는 것이 뭔지도 알고, 사랑이 허무해서 울어도 보고, 이별도 해보고, 그러면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좋은 연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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