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경 - 동양 고전에서 배우는 이기는 기술
자오촨둥 지음, 노만수 옮김 / 민음사 / 2013년 4월
절판


자산은 이 논변에서 폭력적인 수단으로 백성들의 언론을 막고 소통을 하지 않은 채 백성들의 원망을 틀어막는 것은 미련한 정치라면서 때가 되면 반드시 치명적인 화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변론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민중의 자유로운 토론을 허하고 저이의 득실을 헤아리면서 민의를 이해하고 이를 벼슬아치들의 거울로 삼아야 백성의 지지와 나라의 장구한 태평을 얻을 수 있다고 논증했다. 정치의 핵심을 찌르고 정사의 본질을 깊이 있게 파악하는 자산의 논변이야말로 철리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57쪽

등석의 논변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양가론이다. 양가론이란 하나의 사건이나 사물을 두고 서로 대립되는 각도로 그것을 고찰하여 전혀 다른 두가지의 결론을 얻는 것이다-61쪽

이른바 '말을 잘한다(大辯)'는 것은 천하의 행동을 구별하고 천하의 만물을 다 구비하여 좋은 것은 선택하고 악한 것은 물리치며, 그 마땅한 때를 잘 조종하여, 공을 세우고 덕을 펼치는 것이다. 그러나 '말을 하찮게 하는(小辯)'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다른 논리를 펴서 말로 이를 구분하여 말로써 서로를 공격하고 행동으로 서로 치고받아 백성들로 하여금 그 요체를 알 수 없도록 흐려 놓는다. 이는 다른 까닭에서가 아니다. 그것은 지식을 천박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64쪽

마땅히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않아 그 허물을 피해야 하며, 마땅히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하지 않아 그 위험을 피해야 하며, 마땅히 취해서는 안 될 물건이라면 취하지 않아야 그 죄를 벗어날 수 있으며, 마땅히 다투지 말아야 할 일이라면 다투지 말아야 그 원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말 한 마디가 그릇되면 네 필 말이 끄는 수레를 탔어도 따라잡을 수 없고, 말 한 마디가 지나치게 급박하면 네 필 말이 끄는 수레라 해도 미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악한 말은 입에서 내지 말아야 할 것이며, 구차스러운 말은 귀에 담아 두지 말아야 한다.이를 일러 군자라 한다.
-66쪽

저 두루미를 보시오. 날마다 목욕을 안 해도 희고, 까마귀는 날마다 검은 칠을 안 해도 검소. 그들의 천연적인 흑과 백을 억지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오. 소란스러운 명예는 마땅히 대수롭게 여길 일이 못 되오. 샘물이 말라 메마른 땅 위에 물고기가 모여 서로 축축한 물기를 끼얹고 서로 물거품으로 적셔 준들, 물이 가득한 드넓은 강이나 호수에서 서로의 존재를 잊고 지내느니만 못하다오. 그리니 인의 따위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단 말이오.--68쪽

"예로부터 말은 많음을 좇지 않고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를 좇았다. 걸음은 꼭 멀리 가는 것만을 좇지 않고 왜 가는가를 좇았다. 말은 마음속으로 도리에 맞으면 말재주가 비록 눌변일지라도 변론은 남의 마음에 들어찬다. 때문에 사람은 심변을 좇고, 굽변을 좇지 않았다. 심변은 말이 어눌할지라도 사실을 배반하지 않고, 구변은 말이 듣기 좋더라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 "--478쪽

천하에는 도적보다 더 위험한 다섯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

첫째 아는 것은 많으나 마음이 흉악한 자다. 둘째 행실이 좋지 않으면서 고집만 센 자다.

셋째 분명히 거짓된 말을 하나 변론을 잘하는 자이다. 넷째 오로지 추한 것만 기억하고 널리 기록하는 자이다. 다섯째 그릇된 일만 따르면서 이를 은덕으로 포장하는 자이다
-89쪽

유혹해 붙들어 매는 말을 운용한다는 것은 상대를 추켜 주어 구체적 정황을 알아낸 뒤에 빠져나가지 못하게 묶어 두는 것이다.--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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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첫 번째 금융상식백과 - 혜택부터 꼼수까지, 돈이 굴러들어오는 금융기관 사용설명서
손일선.김대원.전정홍 지음 / 알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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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는 18년 만에 부활한 재형저축으로 전국 금융시장에 광풍이 불었다. 집안에 금융권에 종사자가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득이 된다. 이제까지 대단한 경제지식이나 정보 없이도 펀드나 방카슈랑스 또는 채권으로 득을 보던 중이었다. 실제로 경제개념은 제로일 정도였기에 이렇게 무개념으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하는 자각이 일고 있던 즈음 이 책 한권으로 그나마 금융 상식에 단비를 맞은 기분이 든다. 재형저축의 바람을 타고 우리 부부도 재형저축에 가입였지만, 솔직히 이자나 세금 혜택 등 기본상식은 제로에 가깝다. 늘 그렇듯 추천해주는 저축상품에 그저 밥 숟가락 하나 얹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야말로 은행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착한 고객이었다는 것, 그러나, 가계에는 전혀 도움 안 되는 착한 고객이라는 것을 이 책을 보고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은행을 무조건 믿지 말라고 충고하는 것으로 운을 떼고 있다.

 

《내 생애 첫 번째 금융상식 백과》 의 공저자들은 일반 고객들이 금융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만큼 쉽게 금융상식을 접할 수 있도록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집필하였다고 한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금융과 거래하여 현명하게 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금융’의 아주 기초적인 상식들이 실려 있다.

 

1,은행-영리를 추구하는 은행

*은행은 수익을 우선시하는 집단으로서 고객에게 먼저 정보를 알려주지 않으며, 고객이 먼저 요구해야만 겨우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한다는 것.

*주거래은행을 무조건 믿지 말 것.

*환전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대출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세법을 알아야 금융이 보인다.

 

 

2,신용카드-제대로 알고 쓰자.

신용카드는 가계부채의 적이다. 맞는 말이다. 신용카드가 있으면 사실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마음이 불안하지 않다. 카드로 결재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인데 오히려 신용카드를 가지고 다니면 균형 잡힌 소비를 하기가 힘들어진다. 심지어는 카드회사에서 인심 쓰듯 베푸는 카드 선포인트제도 역시 빚을 이쁘게 포장한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그러나, 카드회사에서 내놓는 상품들의 대부분이 빚을 이쁘게 포장한 말이라는 것을 소비자들 대부분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카드’의 다른 이름은 ‘빚’일 뿐이라는 것은 소비자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나도 여러번 당해본 기억이 ^^;;)  최근 한 카드회사의 전화를 받고  카드 신규가입 제안을 받았다. 카드회사는 플래티늄 카드의 혜택만 장황하게 늘어 놓으며 굉장한 선심쓰는 듯 하더니 막상 새 카드를 받자, 연회비가 무려 7만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카드의 목적은 소비자가 인지 못하게 하는 사이 빚을 늘려가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우쳐주는 계기가 되었고, 금융에는 공짜란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상식임을 다시 한번 확실히 상기시켜 주었다. 

 

현명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신용등급 지키기

-카드 이용한도를 너무 낮게 설정하지 마라.

-한두 장의 카드로 금융거래를 집중해야 한다.

-단기간에 신용카드를 여러 장 발급받지 마라.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는 되도록 쓰지 마라.

-지나친 할부 결제 사용은 신용등급에 좋지 않다.

 

3.보험-일단 잘 모르겠으면 사업비가 적은 상품이 좋은 보험이다.

*사업비란 보험료수입 가운데 사업자금으로 사용한 돈으로 일반적인 보험료에서 20~30%가 사업비로 나간다. 내 보험금에서 떼는 돈인 만큼 일단 사업비가 낮은 보험을 고르는 것이 좋은 보험을 고르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보험 가입 순서는 실손형 의료보험→연금보험→종신보험 순으로 선택한다.

 

4,주식-최후의 재테크로서는 그만이다.

*성장 가능한 기업을 고르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목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증권사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한다.

 

며칠 전 뉴스에 10억대 자산가의 이야기가 방송을 탄 적이 있다. 월 300만원의 급여생활자인 10억대 자산가는 의외로  삼십대에 세 아이의 가장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세 아이의 아빠가 상속재산없이 10억이라는 자산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정말 호기심으로 방송을 시청하게 되었는데 몸에 밴 절약정신이 그를 부자로 만들어 주었음을 볼 수 있었다.  이후 우리집에도 절약이라는 바람이 불어서 몇 가지 따라해 본 것이 있는데  영수증 모으기와 신문의 경제면을 챙겨보는 것이었다. 조금씩 하다 보니 금융상식이 일상에 매우 유용하며 큰 도움이 되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사회에 살면서 경제상식을 모르는 것은 청맹과니와 같다는 표현을 종종한다. 그만큼 경제와 직결되는 금융상식은 반드시 필요한 필수과목이다. 그럼에도 금융상식에 대해서는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은지라 일반 서민을 위해서 특히 서민의 입장에서 전문가들이 펴낸 《내 생애 첫 번째 금융상식백과》는 매우 반가운 책이다. 이번 기회에 청맹과니에서 탈피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자산형성에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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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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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외로움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걸,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올리브는 생이 그녀가 큰 기쁨작은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큰 기쁨은 결혼이나 아이처럼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위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작은 기쁨도 필요한 것이다. 브래들리스의 친절한 점원이나, 내 커피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 도너츠의 여종업원처럼. 정말 어려운 게 삶이다.

  목련이 지고 있다. 날씨가 변덕스러워도 봄날인지라 순백의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아리따움의 절정을 이루더니 이내 불어온 북풍에 여리게 떨어져 바닥으로 분분히 낙화한다. 목련은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을 잊지 말라는 자연의 교훈처럼 목련의 아름다움은 봄의 극치를 이루고 떠나간다.  불현듯 목련처럼 청아하고 아름다운 시절을 지내고 나면 나머지 인생은 낙화한 꽃잎에 불과하지 않을까하는 슬픔이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요즘이다.  불혹 不惑이 아닌 부록附錄 의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을 나는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

 

 

올리브 키터리지에는 열세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단편들은 각자 독립적이면서 한 명의 주인공 올리브 키터리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첫 편<약국>은 올리브의 남편 헨리 키터리지의 이야기이며 <작은 기쁨>은 올리브 키터리지의 아들 크리스의 이야기이다. <밀물>의 주인공인 케빈은 어머니의 자살이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다가 과거 수학선생님이었던 올리브와 해변에서 조우하게 되면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고, <피아노 연주자>의 앤지 또한 어머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며 방황하는 어른아이이다. 노년의 사랑이야기인 <굶주림>과 <다른 길>에서는 빈등지증후군이라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하먼과 거식증에 걸린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변화무쌍하고도 예측 불가한 삶의 이면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들의 상실과 아픔에는 항상 올리브가 존재한다. 그녀는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지나치게 존재감을 내세우지도 않지만, 심지어 무감할 정도로 보여지지만, 아주 조금씩 그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 물론 좋은 영향을 주었지만, 실제로 올리브는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무신경하다. 아들 크리스와의 불화는 그런 면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남을 위해서는 발 벗고 나설 정도로 정 많고 이타적이지만, 사회에서 도덕적이고 완벽한 이성의 소유자로 완벽함을 추구해왔기에  아들이 자신을 변덕스럽고 이상한 성격으로 몰아대거나 거리감이 있는 것을 못견뎌한다.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한때 우울증을 앓던 아들과 절연을 하다시피 하고  남편 헨리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올리브의 외로움과 고독은 극에 달한다. 그때 올리브는 72세였다. 갑작스럽게 나이듦과 외로움을 참아내려 애쓰는 올리브를 보면서 내 나이듦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의 삶에 자주 등장하는 올리브 키터리지는 한국에서 소위 아줌마라 불리우는 대표적인 이미지이다. 강하고 욕도 잘하고 억척스럽지만 내면에는 섬세한  여성성이 잠들어 있다. 올리브의 섬세하고도 여성스러운 감정표현에서  나이 들어가는 느낌이 그려질 때마다 알 수 없는 동질감이 느껴진다. 가령 아들의 결혼식에 입은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드레스를 입었다고 며느리에게 뒷 담화하는 좋은 기회를 주었을지라도 올리브에게는 드레스가 더 소중했던 것처럼 비록 몸은 비대해지고 예전과 같은 아름다움은 없을지라도 여성에게는 미美란 포기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올리브 역시 자신의 늙음에서 찾아 온 노화의 모습에 끔찍해하면서도 나이듦이란 인정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듯이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려 애쓰는 모습은 먼미래의 내모습과도 닮아있다. 72세가 되어도 똑같이 외롭다고 말할 때는 더욱....

 

젊은 사람들은 모르지, 이 남자의 곁에 누우며, 그의 손을, 팔을 어깨에 느끼며 올리브는 생각했다. , 젊은 사람들은 정말로 모른다. 그들은 이 커다랗고 늙고 주름진 몸뚱이들이 젊고 탱탱한 그들의 몸만큼이나 사랑을 갈구한다는 걸, 다시 한번 내 차례가 돌아올 타르트 접시처럼 사랑을 경솔하게 내던져서는 안 된다는 걸 모른다. 아니, 사랑이 눈앞에 있다면 당신은 선택하거나,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그녀의 타르트 접시는 헨리의 선량함으로 가득했고 그것이 부담스러워 올리브가 가끔 부스러기를 털어냈다면, 그건 그녀가 알아야 할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알지 못하는 새 하루하루를 낭비했다는 걸.

  내가 걸어 온 발자국을 되짚어보면 아주 사소한 것들이 모여 일상을 이루고 일상이 매순간 모여 삶을 이룬 것을 볼 수 있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삶의 사소한 것이 일상을 이루고 그 일상이 삶이 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마치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일상이 만들어내는 슬픔의 씨줄과 나이 들어가며 더해가는 외로움이라는 날줄을 얽혀 삶이라는 무늬를 완성해가는과정과도 같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스의 붓끝에서 탄생하는  아름다운 삶의 서사는 그저 보통의 삶을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기에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찰리 채플린이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라고 했던 것처럼 멀리서 보는 삶과 가까이에서 보는 삶은 극명한 차이가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오히려  매순간들이 소중해지는 기분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은 어차피 삶에서 슬픔이라는 씨줄과 외로움이라는 날줄이 얽히지 않고서는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수 없다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해 왔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내 삶에도 부록附錄 만 남아있을지라도...... 삶을 완성하기 까지 외로움과 슬픔에 익숙해져야겠다. 별이 바람에 스치우듯 올리브가 남긴 삶의 바람이 내 곁을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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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코번 애디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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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건너는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작년 한참 화두가 되었던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떠올랐다. 마이클 샌델은 시장만능주의가 사회의 모든 영역에 침범하면서 ‘정의’에 대한 개념이 사라지고 사회가 점점 비도덕적이며 공동체의 가치를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하였다.

 

 

작년에 개봉한 《공모자들》은 장기매매를 다룬 영화로 매우 참혹하고도 잔인하게 장기매매의 현장을 리얼하게 재현하며 잔인한 영화로 알려지기도 했었다. 실로 영화를 보다보면 픽션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무서운 이야기였는데 이후<PD수첩>에서 장기매매의 실체를 추적하는 취재 프로그램을 보았을 때야 영화와 같은 일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같은 하늘아래 일어나고 있음을 절감切感했었다. 이 책 역시도 마찬가지다. 인신매매, 믿기 힘든 참혹한 현실이라는 점에서 읽는 내내 괴로웠고 그 대상이 열 살 소녀, 그리고 소녀라 부르기 힘든 아이에게 벌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경악스러웠다.

 

 

인도는 세계에서 최고의 부자 100위순에 들어가는 소위 ‘갑부’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하지만, 갑부가 많아도 나라는 가난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인도의 경제 성장이 상승세를 기록하였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은 아마도 편중된 부와 신분제도의 한계가 아닐까 한다. 여전히 신분제도가 존재하는 인도에서 그래도 카스트의 상위층에 속하며 유복한 생활을 하던 가정에 불어 닥친 비운의 쓰나미는 인도 해변의 절반을 강타한 후, 즐비한 시체들을 배설물로 남긴 채 사라졌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VIP입장권으로 공연을 가기위해 가슴 설레어 했던 아할리아와 시타 자매는 쓰나미가 휩쓸고 지난 자리에 죽어 있는 부모님과 식구들을 발견하고도 현실감각이 돌아오지 않았다. 꿈이라고 생각했던 아할리아는 자신보다 어린 시타의 눈물을 본 후에야 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제서야  시타를 위해서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죽음을 슬퍼할 새도 없이 살기위해 한없이 걸어간 길에서 만난  낯선 사람.  자신들을 팔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아할리아와 시타는 구조의 요청을 하지만, 낯선 사람은 잔인하게 매음굴에 두 아이를 높은 가격에 팔고 떠나갔다. 어리고 처녀이며, 이쁘기 때문에 최상품의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매음굴에서 아할리아는 절망하고 또 절망하고 체념에 이르게 되지만, 동생 시타 때문에 죽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저주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을 뿐이었는데...

 

눈을 감고, 내일 벌어질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 자매들을 구원해줄 운명의 주인공 이타주의 변호사 토머스.

 토머스는 여느 변호사들처럼 이타주의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돈이 되는 일이 중심이었던 그가 인신매매단의 구원자가 된 이유는 아이를 잃는 아픔에서 비롯되었다. 사랑하는 아내 프리야와의 아이가 영아돌연사로 사망하자 둘 사이에는 고통이라는 간격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아이를 사랑하였던 프리야는 아이를 잃은 후 점점 히스테릭해져만 갔고 아이를 잃은 슬픔과 프리야의 히스테릭 속에서 탈출구가 필요했던 토머스는 동료 테라와 잠깐의 외도를 하게 된다. 그사이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이유를 핑계 삼아 인도로 떠나가 버린 프리야를 떠올리며 원망과 그리움의 나날을 하며 보내던 중 우연히 공원에서 여자아이를 납치하는 인신 매매단을 목격하게 되고 그 사건을 계기로 실낱같은 삶의 목적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은 처음으로 토머스에게 죽은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남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희망의 불씨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마침 로펌회사에서도 토머스에게 일 년의 안식년을 제안하자 토머스는 망설임 없이 인도 홍등가를 위한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기 위해 짐을 싼다. 그곳, 아내 프리야가 있고 인신 매매단에 납치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죽은 아이를 위해서.

 

아할리아는 토머스에 의해서 구출되지만, 시타는 이미 마약운반책으로 팔린 상태, 수녀원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아할리아는 시타가 살아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도하지만, 시타의 행방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시타를 찾기 위해 토머스는 인신매매단과 접촉을 시도하지만, 워낙 철저한 점조직인 인신매매단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데.... 시타를 향한 그리움과 더불어 아할리아의 몸속에는 매음굴에서 잉태된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왜 인생은 이리도 고달플까?

인생이란 게 원래 그렇지 뭐. 우리가 쉽지 않은 길을 택하기도 했고.

 

인신매매, 사람이 물건인 세상이 되었다는 것은 마이클 샌델이 말한 시장만능주의의 자화상이다. 돈이면 무엇이든지 가능한 무서운 세상이라는 것에 둔중한 충격을 느낀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인신매매라는 자극적인 소재임에도 그 안에 담은 이야기는 삶이라는 스펙트럼에 파생되는 사랑과 우애와 죽음과 고통의 성찰의 이야기다.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도덕성이 점점 소멸되고 시장만능주의에 물들어있을지라도 삶은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는 둔중한 울림의 책이다.

 

  

정의는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여러 개의 가치 중 하나가 아니다. 정의는 모든 사회 덕목 가운데 최상의 것, 다른 것보다 앞서고, 반드시 부딪쳐야 할 가치다. 부당한 방법으로 행복을 얻었다면, 그 세계는 행복이 아닌 정의가 더 중요하게 다가설 것이다. 정의가 특정 개인의 권리에서 나온다면, 일반 복리조차 그 개인의 권리를 능가할 수 없다. -마이클 샌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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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책 - 행복할 경우 읽지 말 것!
아르튀르 드레퓌스 지음, 이효숙 옮김 / 시공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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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는 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저마다 고만고만한 삶의 모습이다. 고만고만.... 안나 카레니나의 첫 시작에 나와 있듯이 행복한 이유는 고만고만하지만, 불행한 이유는 다 이유가 있는 것처럼 행복은 그저 고만고만하다. 나의 행복도 마찬가지이다. 행복과 불행의 연속성에서 대부분이 불행을 적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저 행복하다고 할 뿐이다.

 

이 책의 부제가 재미있다.

행복할 경우 읽지 말 것 !!

 

그까이거 ~!!

고만고만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괜찮겠지.

 

하지만, 책을 펴면 낯선 벽에 부딪치게 된다.

 

글자보다는 그림이 더 많은 책.

흰 바탕에 빨강글씨로 쓰여 진 이 책은

첫 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그래도 얇다는 것이 위안......이런 책은 한 시간이면 돼 !!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한 시간만에 읽고 며칠 동안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얀 페이지가 아닌 빨간 페이지가 주는 여백의 느낌이란, 아주 보통의 사고를 하던 나에게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뜨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철학자들이 잘하는 낯설게 세상 바라보기를 시도하더니 끊임없이 생각에 생각의 생각이라는 꼬리를 물게 한다. 그래서 책을 다 덮고는 어쩔 수 없이 앞장을 다시 읽어야 했다.

바로 끊임없는 물음표(?) 때문이다.

 

우리는 성공한 삶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유일한 것을 상상해볼 수 있어.

바로 A지점 (출생) B지점 (죽음) 사이에 다양한 양의 행복을 경험했다는 것이야.

 

이렇게 행복의 철학자는 모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로또에 당첨되었다고 상상하라고 하며

행복이라는 그림을 그린 후 하나의 과정을 추론하게끔 한다. 저자는 행복을 위해서는 계획이 필요한데 행복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구성요소가 필요하기에 눈을 감고 50년 후의 나를 상상해보게 한다. 그러니까 행복은 계획'을 짜는 것으로 시작 된다는 뜻이다 

행복은 라틴어 ‘augere(증가하다)’‘auctor(설립자)’에서 비롯돼.

설립자를 생각해봐. 설립자는 어떤 것(계획)을 창출해내는 사람이야. 그는 그것을 개시하지. 그리고 그것에 대한 흥미가 커지고(그가 설립한 것이 성장한다). 이로 인해 그 설립자는 궁핍에서 벗어나게 되는 거야. 그는 행복을 경험하게 돼.

어원적 관점에서, 행복은 구축의 귀결이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책은 행복에 대해서 철학하게 하는 일상의 철학서이다. 누구나 행복을 꿈꾸지만 행복의 진정성이나 참된 의미를 떠올려 보기 힘들 정도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의 행복이란 그저 진부한 주제일 뿐이다. 그러나, 마치 걸음을 멈추고 행복 조각을 찾아 여행하듯이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행복을 진지하게 철학하는 저자와 동행하다보면 막연한 행복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다소 낯섦으로 시작된 이야기들은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철학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행복을 철학한다는 저자의 재기발랄한 시도자체가 매우 신선했고 매일 같은 세상을 보다가 세상을 조금만 다르게 보아도 이라는 직업에서 행복의 척도는 전혀  틀려지게 된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나 역시  저자의 행복 철학으로 매일 바라보던 세상을 조금은 다르게 보는 시도를 헤보게 되었다.  항상 평면적인 사고만 하다가 무언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을 때 사고에 전환이 오는 것처럼 저자의 행복 철학은 일상의 자극제가 되기 충분하다. 그렇기에 행복하고 싶다면 무조건 읽을 것 ~~!! 비록 우리의 삶이 고만고만한 행복일지라도 행복은 언제나 사소한 것에서 비롯될지니, 일상의 행복 조각을 찾아서 떠나는 저자의 동행에 참여한다면 당신은 분명 행복해질 것이다. 조건은 저자와 같은 방법으로 철학할 것 ! 

 

해석은 언제나 틀려.

 

삶이란 그저. 존재한다는 쓸데없는 행복.

 

성공이란 삶 속에서 더 이상 외롭지 않은 것이에요.

 

슬퍼하는 괴로움만큼 가치 있는 것은 없다.

 

모든 일이 잘 풀릴 때는 즐기게 돼.

모든 일이 안 풀릴 때는 생각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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