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중국의 종말 - 우리의 일자리와 경제구조를 바꿔놓을 중국의 변화 키워드 10
숀 레인 지음, 이은경 옮김, 박한진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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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가장 싼 가게 천냥하우스는 대부분이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다. 지나치게 싼 가격 때문이라도 누구나 한 번 쯤은 천냥하우스를 이용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천냥하우스에 가면 예전과는 달리 가격이 올랐다는 것을 실감한다. 대부분의 패션브랜드들은 소비 타깃층을 고급라인과 저렴한 라인, 두 가지라인으로 소비층을 공략한다. 이것을 가장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고급라인은 대부분이 국내생산이고 저렴한 라인은 대부분이 중국생산이다. 우리 가게에 오는 고객들 중에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을 했다가 집에 가서 라벨에 쓰여 있는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이유로 환불을 하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쩌면 기존의 ‘메이드 인 차이나’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중국산이라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도 꽤 있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과 ‘싼 값’은 바로 중국만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무기이다. 그런 무기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중국에 공장이 있다. 그런데 중국은 변신하고 있다. 싼 인건비로 무장하여 세계를 제패하는데 성공했던 중국이 이제는 ‘세계의 공장’ 역할이 아닌 ‘세계의 시장’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값싼 중국의 종말》의 저자 숀 레인은 상하이에 있는 마케팅업체인 차이나마켓리서치그룹의 대표로 하버드대학에서 중국 경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저자는 중국 명문대학에서 수학하며 중국의 변화의 물결을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었고 더군다나 한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의 손녀딸과 결혼하면서 공부와는 다른 중국문화를 자연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되며 중국이란 나라가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과 다른 면면들을 끄집어 내어 해부하여 이 책안에 담아놓았다. 이 책의 장점은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정치경제, 사회경제, 문화경제 등 모든 부분을 거시적인 흐름안에 통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최근 읽은 《승자독식》의 저자 담비사 모요를 통해 미국인이 중국에 가진 경쟁과 경계심이 얼마나 큰지를 느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국이란 나라가 만만치 않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던 책이기도 하였다. 담비사 모요는 중국이 미래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페루의 구리 산 하나를 통째로 30억 달러에 사들이고, 아프리카에 융자를 내주고 기반시설을 건설해주며 자원 수입 계약을 체결하는 중국을 두고 ‘신 식민지주의’라고 비난하였다. 이런 신식민지주의는 쉽게 말해 중국은 자원을 얻고, 자원 보유국은 필요한 돈과 시설을 얻게 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정책은 《중국과 이란》의 무역정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과 이란은 지리적 격차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무기를 공급하고 중국은 이란에 경제부문을 해결해주는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책의 저자 숀 레인은 이런 중국을 향한 무조건적인 반감은 위험하고 잘못된 판단이라고 한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반중국 히스테리로 인해 미국은 중국이 투자하는 금액 중에서 약 2조 달러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제 중국은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반중국 감정만큼이나 중국 역시 미국을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미국에게 중국이 더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무섭게 부상함에 따라 중국의 미래에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당연한 절차이다. 근 200년동안 패권주자였던 미국이 처음으로 맞는 경제 초강대국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이해는 국제사회에 필수불가결한 문제가 되었다. 저자는 중국이 지독하게 가난했던 1900년대부터 현시점까지 어떠한 과정을 통해 발전해왔으며 어떠한 변화를 거쳐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중국이란 나라를 이해하기에는 최고의 책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기에는 단, 몇 페이지로 충분하다. 

 

중국은 현재 인건비 상승과 위안화 가치 상승이 결합하면서 달러화 가치 하락과 중국에서의 사업비용 상승이 함께 맞물리면서 중국에 있는 다국적기업들은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또한 중국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여성이 남성보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시작하면서 소비 패턴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의 소비문화를 이끄는 주체로서 여성과 중국인이 가진 낙관주의가 현대 중국 사회를 바꾸고 있는 가장 큰 원동력으로 보고 있다. 중국인들은 지난 30년 동안 이뤄진 기회의 창출과 정치 개혁이 빚어낸 결과로 역사상 가장 자유롭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은 반세기전에 일어난 ‘문화대혁명’시대의 충격이 아직도 중국인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음을 말한다. 중국 정부와 국민들은 과거의 압제와 독재의 불행을 되풀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 대부분의 국민들은 자본주의를 선호하기 보다는 정부의 보호를 받고 싶어 한다.

 

‘갑싼 중국의 종말’은 서구의 기업 경영자들이 공격적이고 실전에 단련되어 있으며 풍부한 자본력을 갖춘 경쟁회사의 도전에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을 통해서 만나본 중국은 이제 더 이상 값싼 중국이 아니다. 과거 값싼 제품들에만 붙어있던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닌 명품라인의 중국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지도 모르는 변화에 직면해있다. 이 책의 저자는 비교적 중국에 호의적인 접근을 하였지만, 중국은 이미 모든 나라에 위협적인 존재이다. 중국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자원 확보에 여념이 없으며 북한을 흡수하기 위해 오랜 기간 동북아공정이라는 역사를 조작해 왔다. 게다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오래전 부터  이란과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중국은 세계 곳곳에 자국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서 확실한 대비책을 강구해왔다. 물론 중국사회에 당면한 주택공급과 부패한 공무원들, 건강한 식품의 공급, 교육 제도의 개선과 값싼 중국의 종말이 유발한 거대한 도전 과제들을 떠안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문제들은 중국 국민들이 믿고 있듯이 정부의 역할이 가장 크다. 그러나, 정부가 지나치게 힘을 가지게 되면 그에 따른 파생문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저자는 중국이 중국국민의 필요와 역사적 상황과 복잡한 내부 문제로 인해 과거 세계를 재패하였던 국가들과는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중국은 머지않아 초강대국이 될 것이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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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 제1회 황금펜 영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안창근 지음 / 청어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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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펜 영상문학상은 이 책으로 세번째 만나는 작품이다.  금상을 수상하였던 《석파란》과《파파라치》를 읽었을 때 굉장한 수준들의 작품이었기에 이번 《블랙》도 상당한 기대심을 갖고 있었다. 역시 우수상에 버금가는 작가의 범상치 않은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우선은 국내소설치고는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고 첩보원들이 벌이는 팽팽한 긴장감이 소설 전반에 흐르고 있어 한편의 영화가 눈앞에서 바로 펼쳐지는 기분에 사로잡혀 읽은 듯하다.

 

 

9.11테러를 시작으로 전세계가 테러에 몸살을 앓기 시작하였다. 세계적 휴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한 후 같은 해에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게 되었다. 알카에다 조직들은 부산에서도 테러가 일어날 것이라며 경고하기도 하였다. 여기까지가 실화이다. 이런 모티브를 가지고 소설은  2005년 당시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정보요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한 결과물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한편 음지에서 일하고 있는 비밀요원들의 삶을 새롭게 재조명하고 있다. 국가정보요원이나 FBI, CIA요원은 익히 들어알고 있었던 비밀요원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CTA요원이다. CTA요원이 하는 일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 애매하게 여겨지지만, 주로 비밀정보수집을 담당하는 업무로 보여진다. 사건은 CTA요원인 기환이 비밀정보원을 통해 앞으로 있을 APEC정상회의에 참여하는 세계정상들을 상대로 테러를 감행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는데 정보원은 일부만 넘겨준 채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기환은 어쩔 수 없이 남겨진 반쪽짜리 정보만으로 테러조직을 추적해가는데 ,  테러조직 배후에 '써드 웨이브' 라는 조직명을 알게되고 CIA의 톰과 마틴은 세계적인 정보망을 가지고 있는 '흑표'에게 '써드 웨이브'의 조직원을 의뢰하게 되면서 사건의 서막이 오른다.

 

써드 웨이브를 찾기위해 한국의 최사장을 찾은 흑표는 최사장이 의문의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는 보고를 받고 석연치 않은 그의 죽음을 추적하던 중 또 다른 조직인 '루돌프'라는 마약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최사장이 '루돌프'와 손잡고 무기밀매와 마약에 손을 댄 사실을 안 흑표는 조직내에 배신자가 있음을 눈치채고 모종의 음모를 꾸민다. 흑표와 CIA의 톰과 마틴, 오마르는 아랍과 중국,북한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한국에서는 기환과 김과장, 수진이 테러조직과의 치열한 두뇌게임을 벌인다.

 

테크노스릴러는 외국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르이지만, 협소하고 또 테러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나라에서는 장대한 스케일의 테크노스릴러는 가뭄에 콩나듯 볼 수 밖에 없다. 일찍이 헐리우드영화에 길들여진 한국인들의 눈높이에는 테크노스릴러의 벽은 높을 수 밖에 없지만,  의외로 테러라는 소재로 방대한 스케일을 전개하는 작가의 이야기 솜씨는 무척이나 뛰어나보인다. 러시아와 아랍, 부산, 호주를 넘나들며 사건의 전개가 박진감 넘치고 스릴있다. 거기에 CIA,CTA, 국정원들이 가지고 있는 밥벌이의 지겨움을 토해내는 장면들을 보며 삶의 애환도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에는 정보와 작전에 중독되어 가며 평범한 삶을 포기해 가는 기환을 통해 정보원의 삶이 곧  현사회가 추구하는 ' Necessary Evil' (필요악) 의  희생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최근 충무로에 새로운 물결로 등장하는 첩보물에 편승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시나리오라 여겨진다. 간만에 볼만한 한국영화를 본 므흣함이 남는 소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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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 - 닮은 듯 다른 한옥에서 발견하는 즐거움
이상현 지음 / 시공아트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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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한 시대, 한 민족의 문화는' 건축'이라는 나무에 미술이라는 꽃으로 남게 된다고 한다. 그 시대의 경제, 정치 군사, 인물, 사상, 문학은 모두 땅속에 묻혀 있는 뿌리이며, 보이지 않는 무성한 잎이 그 시대 사람이 살던 민속이다. 따라서 한 건축물을 보고 느끼는 여행은 곧 시대를 읽어내는 일이다. 이 책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여행의 저자 이상현은 현재 한옥 연구가로 활동하고, 한옥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저자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하기 위해 책을 집필하였는데 한옥은 자신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에게만 아름다움을 드러낸다는 저자의 말에서 한옥의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책에는 저자가 2년간 소중한 인연을 맺은 24곳의 전통 건축이 모두 들어있다. 24곳 중 17곳은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살림집으로서의 한옥이다. 모두 12일의 코스로 여행 가기 좋은 곳으로 선정하였다. 한옥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이 책 한권으로 여행을 떠나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유홍준 교수는 우리나라의 건축의 미를 자연석과 인공석의 조화라고 하였다. 이 책의 저자 또한 한옥의 아름다움은 자연과 문화의 조화라고 한다. 자연에서 구한 막돌과 사람이 구운 기와로 장식되어 19세기를 살아 낸 사람들의 생활을 엿보는 즐거움은 이 책의 색다른 즐거움이다 집은 사회의 변화를 담아낸다. 한옥처럼 실용을 중시하는 집은 그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화성 정용채가옥은 1800년대 중반 해안가의 시대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달 모양의 특이한 건물 배치에서 당시 시대정신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전혀 다른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 정용채가옥과 정용래가옥의 서로 대비되는 이야기로 한옥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뿐만아니라 한옥으로 지은 성당도 있다. 성공회강화성당과 강화온수리성당인데 성공회성당은 사찰 같은 겉모습을 가지고 있으나 내부는 바실리카식 성당을 잘 소화해 내 독특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강화온수리성당은 규모는 매우 작아 소박하지만 전통 건축에 신앙을 무리 없이 담아내 아늑한 건축 공간을 성취해 내었다. 저자는 강화도가 유독 다른 지역보다  역사적 지층이 두터워 역사의 흐름을 하루에 짚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강화도지역은 역사기행으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라고 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비극으로 점철된 운명의 주인공 명성황후와 흥선대원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사적 제257호인 운현궁에서는 흥선대원군의 운명을 그대로 담아 내고 있는 한옥을 만날 수 있다. 운현궁의 매표소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솟을대문의 문이 안과밖이 바뀐 채 달려 있는데   문이 거꾸로 달린 이유가 대원군을 감시하던 일본이 대원군의 출입을 봉쇄하기 위해 빗장을 밖으로 둔 것이라고 한다.  왕의 아버지로서 적지 않은 세월을 운현궁에서 보낸 흥선대원군의 운명이 운현궁 곳곳에서 보인다. 이어 국가 문화재로 지정된 김기현가옥에서 한옥이 담고 있는 여성상과 역사의 숨은 흔적을 따라가고 추사 김정희의 고택에서 살펴보는 김정희의 삶과 예술을 볼 수 있다. 

 

집은 그 시대의 생활과 문화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한옥의 가장 원초적인 디자인으로서 비대칭은  민초들의 생활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심미안으로 우리 모두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전통미다. 중요민속문화재 제159호로 지정된 보성 이용욱가옥은 부재의 사용에서 사유 방식에 이르기까지 비대칭 디자인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미덕과 함께한다. 근대의 숨결이 남은 강골마을과 하나가 된 이용욱가옥과 풍수만으로도 이름이 높은 운조루는 영호남의 경계에 위치하여 영호남의 건축의 장점이 모두 살아 있고, 집 안 곳곳 운조루를 지은 건축가의 재능을 느낄 수 있다. 최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양동마을의 향단은 다른 한옥과는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향단은 이언적이 지어 유명하지만 향단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형태 때문에 더 유명하다고 한다. 저자는 아마도 향단의 건축 배경이 자연과의 조화보다는 사회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향단에 얽혀있는 이야기를 통해 시대를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에는 내가 사는 곳의 문화재도 있다. 중요민속문화재 제205호 정온선생가옥인데 정온과 정희량의 집안의 후손들이 추모하는 마음으로 지은 집이다. 광해군의 노여움을 사 벼슬길이 평탄하지 못했지만 절개가 드높았던 정온과 무신난의 주역으로 역모를 꾀한 정온의 손자 정희량은 충신 정온의 제사로 다시 후손들에게 받들어지게 된다. 이런 역사를 담고 있는 정온선생가옥 곳곳에 충신과 역적을 오가며 함께 했을 영광과 좌절이 가옥안에 고스란히 배여있다. 얼핏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정온선생가옥에 이런 시대적 아픔과 비밀이 담겨 있는지 몰랐다. 한편으로는 건축을 보면서 시대를 읽는다는 것이 불가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던 것 같다. 전통 한옥을 보고도 아무 감흥이 없던 전과는 달리 전통 가옥과 함께한 시대를 읽어나가는 기분은 내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한편으로는 기와를 얹은 모양을 보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접하는 기분은 늘 신비롭다. 더군다나 점점 우리 고유의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땅속에 묻혀 있던 뿌리를 찾아 캐내어 우리에게 이런 보물이 있다는 것을 나열해주는 작가의 한옥이야기는 잊고 있었던 문화유산의 가치를 느끼게 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여행은 곧 우리 역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한옥과 함께한 우리문화의 기행은 무척 의미깊은 일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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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 사월의책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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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저노믹스>의 저자 이상문박사는 우리가 현재 제 4의 물결, 즉 융합이라는 거대한 흐름속에 있다고 하였다. 해아래 새 것이 없다 하듯이, 유사 이래, 인류의 진보는 기존의 성과를 새롭게 결합하여 얻어낸 산물이었다. 혹은 기존의 것을 제거하고 파괴함으로써 창조를 이룬다는 슘페터의 원리도 이러한 관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이제 융합이라는 거대한 흐름은 경제만이 아니다. 이제 융합은 사회,경제,문학,심지어 과학에서조차 융합으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이다. 이제는 한 분야로서는 우리가 처한 환경을 설명할 수 없어졌다. 나비의 잔 날개 짓이 거대한 폭풍으로 변해 자연재해를 불러일으키고 잔잔한 물결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거대한 해일로 변하여 재앙이 되는 우리를 둘어싼 세계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융합은 필수가 된 듯하다.

 

이런 융합의 새로운 학문으로  과학인문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브뤼노 라투르의과학인문학 편지는 총 6편의 편지가 실려 있다. 독일 여학생이 강의에 참석하지 못하자, 여섯 통의 편지로 자신의 강의를 요약하여 과학과 인문을 친절하게 강의해주고 있다. 

 첫 번째 편지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를 시작으로 과학인문학의 정의를 설명하고 있는데 저자는 아르키메데스가 지렛대의 원리를 발견하게 되면서 부수적으로 엮이게 된 인물들의 심리와 정치를 유추한 뒤 과학과 역사의 확실한 경계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설명하며 역사 속에서 과학을 분할해내지 못함을 역설하고 있다. 인문학이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라고 한다면 역사속에서 과학이 항상 존재해왔음을 표현하고 있는데 역사에 과학이 항상 존재해왔음에도 역사만이 기록되어지는 오류가 빈번히 발생해 왔음을 여러가지 예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과학이 없는 인문학은 이전에 존재한 적도 없고 존재 할 수 없다고 한다.

 

 저자는 또한 철학, 상식, 교수들이 '과학인문학'을 논할 때 수사학과 과학 가운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질문에 관해서도 과거 르네상스시대 적도를 넘어가면 모두 죽을 것이라는 철학자들의 예를 들면서 오히려 과학과 정치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런 논쟁적인 정의들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과학인문학'은 이성의 길들로 나아가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모순은 과학을 한꺼번에 의존성과 자율성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게 했습니다.

두 번째 모순은 동일한 역사를 거대한 해방의 이야기와 점점 더 긴밀해지는 밀착의 다각화로 파악하게끔 만들었고요. 마지막으로는 세 번째 모순은 우리로 하여금 증명과 수사학이 근본적으로 구분되는 것인 양 믿게 했지만 사실 그 구분에는 의미가 없음을 보여주었지요. -p122-

 

저자는 이렇듯 기존의 과학이 걸어온 길을 부정하며 과학혁명의 역사를 새로 써야한다고 한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코기토)가 주는 사상적 명제는 인간의 관념이라는 유일무이한 세계상만이 존재한다는 근대적 세계관에 머물러 있던 세계관에서 더 나아가 코기카무스’ (우리는 생각한다)라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야한다고 한다. 이 코기카무스의 사고는 우리를 이성으로, 사물로, 물질로, 실재론으로 이끌어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줄 것임을 확언시킨다.

 

  사실의 영역과 소란스런 담론의 영역을 인위적으로 가르는 구획으로는 이 문제들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을요. ‘코기토’(나는 생각한다)에서는 아무것도 연역되지 않습니다. 내가 존재한다는 것조차도요. 하지만 코기타무스’(우리는 생각한다)에서는 모든 것이 연역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생각하고, 계량하고, 계산할 세계를 점진적으로 구성하는 모든 것이 연역될 수 있지요. ‘우리는 생각합니다’, 고로 우리는 구성해야 할 세계로 함께 들어갑니다. 나는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물들이 정말로 다시금 흥미로워졌다고요!”-p199

 

 

이 책의 원제는 ‘Cogitamus’(우리는 생각한다)이다. ‘Cogito’(나는 생각한다)라는 데카르트의 근대적 세계관이 지배하였던 사고가 낳은 모순을 폭로하며 과학기술적 산물의 무한증식을 낳아서 결국 오늘날의 생태 위기가 초래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위기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의 무한 증식이 아닌 온당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새로운 존재론과 행위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며 라투르는 이를 비근대주의라고 부른다. 기존의 나는 생각한다에서 우리를 생각한다는 결국 인문학적 사고의 귀결이다. ‘라는 일인칭에서 우리라는 대명사의 변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철학적 사유로 느껴진다.  과학과 인문이라는 하이브리드 사상은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을 개인이 아닌 공통의 삶을 영유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세계를 제안하고 있다. 브뤼노 라투스의 과학인문학편지는 마치 먼 나라에서 누군가 보아주길 바라며 유리병에 넣은 비밀의 편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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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성장 보고서 - 10대들의 뇌, 심리, 행동의 비밀을 파헤친 과학적 분석!, EBS 다큐프라임 화제작
EBS <10대 성장 보고서> 제작팀 엮음, 최성애 감수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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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이번처럼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처럼 씁쓸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이번 선거를 두고 진보와 보수의 대격돌이라든지, 20~40대와 50~60대의 격전이라는 표현등을 보며 두 세대 간의 간극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말그대로 우리사회의 현주소는 소통의 부재였던 것이다. 하다못해 대선후보들이 보여준 토론조차도 그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모두들 대화가 아닌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듣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선거기간동안 만난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의 모습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무조건 어른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그냥’ 싫었고, 나이든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그냥’ 싫은 것이다.   이런 세대 간의 간극은 일상에서도 느낀다. 나이 드신 분들은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고 디지털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인터넷 검색창에 무엇이든 필요한 정보를 치면 원하는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세대들은 여전히 신문을 보고 스크랩을 하여 파일을 만드는 수고를 더 가치 있게 느낀다.

 

 

EBS 다큐프라임 화제작인 《10대 성장 보고서》를 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소통의 부재가 10대만이 아닌 우리사회의 모든 세대에 적용된다는 것을 느낀다. 과거 우리의 10대는 질풍노도의 시대라 하며 어느 정도는 사춘기라는 이유로 이해를 받았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의 도래로 우리에게는 ‘타인의 이해’라는 항목이 쏙 빠져버린 시대를 맞이하였다. 지젝이 우리시대에 경고한 “스스로와 사랑에 빠지지 말라” 라는 말처럼 우리는 오로지 우리 스스로를 사랑할 뿐이다. 여기에 자식이나 부모나 혈연관계조차 끼어들 자리가 없다는 것이 우리시대의 문제이다. 따라서, 지금의 10대는 여러 가지로 힘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고모네 집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너무도 바른 생활만을 해왔던 고모와 고모부의 행복은 조카가 가출을 하면서 일생에 최고의 고비를 맞았다. 공부도 잘했고 다재다능했던 조카는 소위 ‘엄친아’ 반열이었는데 이번 가출로 실체를 드러내었다. 모범적인 모습의 가정에 조카는 나름대로의 지독한 스트레스를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조카의 반항은 다른 무엇도 아닌 ‘휴대폰’에 관한 제지와 억압적인 교육 때문이었는데 , 이런 것들은 사실 모두 소통의 부재로 비롯된 부수적인 문제들이다. 바르고 모범적이었던 고모네 부부는 이런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그동안 걸었던 모든 기대가 무너진 실망감과 충격에 휩싸여있다.

 

“사춘기는 아직 전두엽이 미완성된 상태라 감정의 뇌가 굉장히 활발하거든요. 그래서 먼저 감정으로 통해야 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이 5년 뒤 10년 뒤 나에게 얼마나 유익한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내 기분에 좋은지, 즐거운지, 재밌는지 이런 걸로 받아들이거나 거부를 하거든요. 그래서 부모님께서 먼저 자녀의 감정을 수용해주시고요. 그 대신 행동에 있어 확실한 한계를 정해주고 그 안에서 양보, 타협, 선택하는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10대 성장 보고서》에서는 10대의 뇌가 아직도 자라고 있으며 전두엽이 성숙하는 20대까지 지속된다고 한다. 10대와 어른들의 감정을 세분화하는 실험을 통해 어른들에 비해서 10대들은 성인에 비해 감정의 자가 많지가 않다. 감정기복이 심하고 충동적인 10대들은 뇌가 자라고 있기 때문에 아직 한 번에 한 가지만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위험천만한 10대시절에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일들을 통해서 많은 연습의 시간을 거친 후 비로소 성숙한 어른이 되는 준비를 한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충분한 수면과 긍정적인 가족관계를 통해서 발달할 수 있다. 아이는 부모가 보여주는 삶의 방식을 배운다.

 

딸아이가 내년이면 십대가 된다. 당혹스러운 것은 시시때때로 아이가 격한 감정을 표출하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날은 자기 말을 듣지 않고 책을 읽었다고 혼난 적도 있고 며칠 전에는 막무가내로 막내만 이뻐하고 자기를 미워한다며 울고불고하여 당황스러웠다. 이게 말만 듣던 사춘기에 우리 딸이 접어들었다는 뜻인가 싶어 갈피를 못 잡고 있던 때에 <10대 성장보고서>는 많은 도움이 되어 주었다. 통계상으로 사춘기의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보다 더 힘든 시기라고 한다. 자녀에게 더 다가가기위해 모든 부모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로서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과학적이고 정돈 된 지식과 유익한 정보들이 많으며 무엇보다 자녀 교육에  실질적이고도 긍정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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