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경제학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영욱 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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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 슬라예보 지젝은 우리가 두 가지 유토피아의 종말을 겪었다고 하였다. 하나는 현실 사회주의의 종말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민주주의의 종말이다. 글로벌 경제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대표적인 인물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오래된 미래>에 이어 신작 『행복의 경제학』에서 세계화 제일주의의 종말을 예고한다.

 

 

20년간 ‘작은 티베트’라 불리는 라다크에 머물면서, 급속한 현대화에 직면한 가운데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과 생태적 보전을 유지하려는 라다크 사람들과 함께 생활했다. 오늘날의 환경과 사회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들을 탐사하는 책『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으로 사랑받는 작가이며,『식량 경제를 집으로 가져오면서(Bringing the Food Economy Home)』(2002년) 등의 저서가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스마트폰, 모든 것이 아날로그를 압도하고 디지털시대로 접어들며 세계는 빠르게 지구촌화 되었다. 글로벌 경제와 신자유주의의 물결로 세계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식탁에서 벨기에 초콜릿을 맛볼 수 있고 프랑스 와인을 음미하며 캐나다산 카놀라유를 쓰고 이탈이아의 올리브유를 먹는다. 그러나,  이런 것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 세계화의 장점이라면 단점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세계화라는 허울 좋은 미명아래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가 멀어지게 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세계화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변화 동력이다. 이런 변화의 핵심은 경제적 과정에 있다.

 

 

저자는 세계화를  세단계로 살펴보고 있다. 

 

초기 단계 -제국주의적 식민지화 시기로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두 번째 단계- 식민지의 독립과 개발의 시기다.

세 번째 단계- 바로 지금으로 앞선 시기의

 기세가 조금도 누그러들지 않고 계속 진행되고 있다.

(무역‘자유화’는 거대 독점기업들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세계무역기구(WTO)의 보호 하에 하고 싶은 걸 하도록 풀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라다크에서 20년간 생활하면서 이런 세계화가 사람들의 삶을 어떤 식으로 피폐하게 하는지를 직접 보고 느끼며 관찰하였다. 문명의 혜택을 받지 않고 자신들만의 문화를 이루며 행복과 생태계가 보존되어 있던 라다크가 외부 세계에 개방되면서 분열이 일어나는 것을 직접 체험하였던 저자는 세계화가 주는 8가지의 불편한 진실들을 통해 우리의 일그러진 행복을 바로 잡아주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화는 엄청난 수의 인구를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시켰다.

★세계화를 통해 확산되는 소비문화로 인해 미디어와 상업광고 이미지가 가족관계의 분열을 가져왔다. ★경제의 세계화로 기후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정된 자원을 가진 지구상에서는 경제성장이 끝없이 지속될 수 없다.

★ 세계화는 빈부 격차를 심화시킨다. 세계화는 대기업에 주는 지원금에 의거하기에 정부가 무역 기반 경제가 요청하는 인프라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제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장거리 교통망 및 정보망, 연구개발 시설 등의 사회기반 시설이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되고 있다.

★세계화는 잘못된 계산에 근거하고 있다. GDP는 가족 공동체, 환경의 기능은 배제하고 화폐적 거래를 포함하는 경제적 활동만 고려한다. 아이들을 보육원에 보내는 건 GDP증가에 보탬이 되지만, 가정에서 양육하는 건 그렇지 못하다. 석유 의존적인 세계경제의 성장은 기후 변화라든가 환경위기는 물론, 스트레스의 증가 및 정서 불안, 사회 붕괴 등에도 책임이 있다.

 

지역화란 근본적으로 관계에 관한 것이다. 사람과 자연계와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재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관계는 인간의 본질적 욕구이므로 경제활동의 규모를 줄여야만 행복을 증대시킬 수 있다. (중략) 경제의 지역화는 장,단기적으로 지구와 우리 자신을 위해 좋은 일이다. “공동체와 상호부조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 그 속에 진짜 행복과 진짜 복리가 있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진짜 ‘행복의 경제학’이다. -P50-

 

소통학의 창시자로 추앙받는 도미니크 볼통의 『또 다른 세계화』에서는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마을‘지구촌’이 되었지만 그에 비해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분절은 더욱 커지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기술적 진보와 사회적 진보 사이의 거대한 단절이다. 불통 역시도 세계화에서 다양성을 수용하며 각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거대한 다국적 문화 산업이 지배하는 틀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고유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슬라예보 지젝은 『멈춰라, 생각하라』에서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 공동의 것 the commons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한다. 이것은 다시 말해 공동체로서의 귀환만이 우리의 미래의 희망이라는 뜻이다. 

 

아침 뉴스에는 명품 초콜릿으로 유명한  벨기에에서 초콜릿기차가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기사가 나왔다. 흥미로웠던 것은 예전 같으면 거리의 시민들 중 하나는 호들갑을 떨며 초콜릿기차를 극찬하는 인터뷰가 이어질텐데 의외로 시민들은 초콜릿기차에 냉소적인 반응을 하고 있었다. 돈이 있다면 차라리 그 돈으로 빵을 사겠다고 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오히려 생소하게 바라보았던 것 같다.  불황이라는 그림자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짙게 드리워졌다는 사실을 미쳐 느끼지 못하고 살았던 이유이다. 우리에게 세계화가 남긴 것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빈곤과 분열을 가져왔다. 그러나,  다행이도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작은 부분에서나마 우리는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복의 경제학』은 우리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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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라, 생각하라 - 지금 여기, 내용 없는 민주주의 실패한 자본주의
슬라보예 지젝 지음, 주성우 옮김, 이현우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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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남기고 간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에서 슬라예보 지젝을 만났다.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하였을때 지젝은 현시점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이혼한 시점으로 현재의 위기를 철학만이 도울 수 있다는 말을 하였다. 대선 방송이 나오는 내내 한쪽에서는 수백명이 사살되고 전쟁중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하마스의 계속된 교전 중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에서 백육십여명이 숨졌고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이 이어졌다. 그리고 평화로울 것 같던 미국은 초등학교 총기난사로 수십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과거와 다르게 정말 살기 좋아진 걸까?  살기 좋은 세상인데 전쟁이나 총격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사는 시대의 문제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에게는 어떤 미래가 남아있을까. 

 

 

"허풍 떨지 않겠다. 지금 상황은 정말 비극적이다. 자본주의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건 분명하지만, 명확한 탈출구는 없다. 자본주의 이후 체제가 어떤 형태가 될지도 알 수 없다. 20세기 공산주의도 끝났다. 한때는 우리를 구원해줄 거라고 믿었고, 교육 등에서 좋은 면도 있지만,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가장 역설적인 것은, 오늘날 공산주의가 작동하는 곳은 중국처럼 가장 잔인한 자본주의가 있는 데라는 점이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했다. '오래된 것은 죽었고, 새로운 것은 아직 안 왔을 때 괴물이 나타난다'고. 예컨대 스탈린주의나 파시즘이 그런 괴물이다. 네그리 등 여러 사상가가 자본주의 이후 체제로 제시하는 것들을, 나는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젝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석학들의 대부분이 자본주의체제속의 신자유주의의 한계성을 폭로하느라 여념이 없는 한 해였다. 마이클 샌델 또한 시장논리가 사회 모든 영역을 지배하게 되면서 도덕적인 관념이 사라지고 시장만능주의가 만연하는 현 시점이 바로 신자유주의의 한계임을 지적하였다. 돈으로 살 수 없었던 비경제재화영역까지 가격을 매기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맨얼굴인 바로 '돈'이라는 얼굴이다. 이 시점에서  슬라예보 지젝은 체제가 우리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멈춰서 생각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현재를 직시하지 않는다면 지배체제가 우리를 종말시킬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선명한 것들이 없다. 오죽하면 각종 문학과 예술에서 현대인을 회색인간이라고 하겠는가. 회색은 절대 투명할 수 없다. 회색인간들은 자신의 주장이나 가치관이 명확하지 않다. 자신들이 왜 존재하는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존재감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돈과 시장이 인간들의 삶에 깊이 개입하게 되면서 이런 회색인간들은 더 많아지고 있다. 무엇이 옳은지, 어떠한 선택이 최선인지, 자연적으로 갈피를 못잡는 것이다. 우리에게 닥친 문제점을 바로 직시하기 위해서는 인식적 지도를 그려야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인 슬라예보 지젝은 이 책을 통해서 우리의 성좌에 대한 인식적 지도를 제공하고자 하는데에 목적이 있다. 그리고 멈추어 생각하는 것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함이다.

 

현재 자본주의는 세가지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첫째, 이윤 추구에서 지대(주로 사유화된 '공유 지식'과 천연자원에 기초한 두 가지 형태)  추구로 전환되는 장기적 추세다.

둘째, 더 오랜 기간 '착취'당하는 일이 오히려 특권으로 인식되면서 실업의 구조적 역할이 한층 더 강화되는 현상이다.

셋째, 장 클로드 밀네가 '봉급 부르주아'라고 부른 새로운 계급의 부상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어디까지 왔나>의 공저자들은 21세기를 탈근대의 시기로 전세계적으로 탈물질주의를 지향하는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음을 말하였다. 네그리 또한 《다중》과《전복의 정치학》에서 현재를 대중노동자의 시대에서 무형적이고 협력적인 '사회적 노동자'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오늘날 집단적 지식의 기하급수적 팽창으로 생산성이 증가한 결과, 실업의 역할 또한 변하고 있다. 새로운 계급의 부상은 바로 이러한 변화에 필요한 주체자들이다.

 

우리는 더 높은 생활수준이 아닌 더 나은 생활수준을 원한다. 우리가 공동의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공동의 것, 지적 재산에 의해 사유화된 공동의 것, 유전공학의 공동의 것, 이를 위해 , 오직 이것만을 위해 우리는 싸워야 한다. -p11

 

지젝은 이집트와 튀니지를 중심으로 일어난 중동의 자유화 혁명과  현재 유럽의 다문화주의 , 미국을 중심으로 한 ‘포퓰리즘적 보수주의' 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 유대민족주의 운동을 비교 분석하여 자본주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최선책으로 선택되어진 이런 '주의''사상'이라는 것들의 이름이 자본주의와 결탁되어진 또 다른 체제의 이름이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지젝은 기존 체계의 무한한 재생산은 이제 더이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열린 가능성을 충분히 수용하면서, 미래가 보내는 모호한 징후에 의거하여 스스로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한다. 지속 불가능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이혼한 시대, 변화를 위한 노학자의 통렬한 외침 ! 멈춰라, 생각하라, 이 시대에 권하는 구원의 메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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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르포르타주 - 이황 기자의 공항 취재 40년
이황 지음 / 북퀘스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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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공항이 일반인들에게도 흔한 장소가 되었지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공항은 무척 특별하고 특권층의 장소였다. 공항은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이루어지는 장소이자 떠남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의 설레임을 주는 장소이다.  하지만 만약 만남과 이별이 아닌  공항에서 상주하는 직업기자라면 공항은 또 다른 의미가 될 것이다.  늘 특종을 잡기 위해 공항에서 상주하여야 했고 모든  업무를 공항에서 처리하였던 공항기자들이 보고 느낀 장면들은 아마도 역사를 기억하는 산증인으로서의 자격이 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모두 공항에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기자 입장에서 쓴 《공항 르포르타주》는 마치 한편의 공항 역사와 어우러진 우리의 현대사를 담고 있는 얼굴과 다름없다.

 

 

 

1970년 ,28세 신입기자 시절부터 시작하여 근 40년 동안을 한결같이 공항기자를 하였던 저자 이황은 공항에서 보고 느낀 점들과 한국 현대사의 뒷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데 기자들의 글은 간결하고 장황하지 않아 읽기가 수월한 장점이 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들을 읽으면서 역시 기자들은 핵심만 간단히 전해주는데에 일가견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재미있던 것은 감춰진 무엇을 말함에 있어 주저함이 없기  때문이었는데 공항이라는 곳에 숨겨진 일화들이나 평소 궁금해 왔던 점들을 마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것 마냥 시원시원하게 알려주고 있다.

 

 실제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생생한 사건들이 많고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들이 너무도 많아 깜짝 놀라곤 하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비행기 납치 사건인 ‘요도호 사건よど?事件’ 을 필두로 하여 이수근 위장 간첩 탈출 사건으로 공항의 보안을 강화하는 시발점이 되었고 일본 제국구주의가 남긴 역사적 비극으로 위안부 여성들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보따리 장사를 했던 사연을 소개하며 공항이 누군가에게는 여행의 설레임의 장소가 될 지 모르나 어떤 누군가에게는 과거의 아픈 사연을 갖고 살아야하는 고단한 삶의 현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때론 산 사람이 죽어서 돌아오는 경우를 보아야 했고 사형을 앞둔 김대중의 망명 작전과 마약과 매순간 일각을 다투는 세관 마약과 직원들의 한편의 추리극도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아마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기에 백프로 리얼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던 장이었다.

 

 

공항은 영어로 'Airport'라고 불리지만, 실제로는 ‘Secret-Port'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적지 않은 비밀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제2장 이런 비밀스러운 곳으로서의 공항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는데 공항 귀빈실에 얽혀있는 특권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싸움과 스튜어디스에 얽힌 히든 스토리등은 한때 스튜디어스에 대한 소문이 소문만은 아니라 실제와 같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는 부분이었다. 아마 그 당시에는 거의 연예인들과 다름 없이 인기인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어 공항은 정부의 20여 개 부처가 모여 있는 ’작은 대한민국‘으로서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정부 기관원들은 총 2700명이라는 만만치 않은 이원이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된 부분이다. 이어 ‘밀수범과 세관원의 대결’, ‘출입국사무소에서 벌어지는 천태만상’, ‘이민 열풍과 망명에 가까운 이민‘, ‘맛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기도 한 기내식 이야기', ‘생각보다 공항에 큰 수익을 안겨 주는 면세점’, ‘인천공항 지하 88㎞의 거대 공간’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40년의 기자생활이 남긴 역사의 단상은 이렇게 하나의 에피소드로 탄생하였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한편으로는 유난히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지나왔기에 공항은 때론 사상의 문제로 꽤나 골머리 아팠던 사건들도 있었고 대통령들이 공항을 스쳐지나가며 느꼈을 패배와 굴욕의 장면들도 있다. 한때 천하를 호령했던 권력자의 쓸쓸한 말로를 기억하는 곳도 공항이었으며, 권력의 단맛을 느끼게 해주는 곳도 공항이다. 또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도 공항이며 실제와 허무가 공존하는 곳도 공항이었다. 공항과 얽혀진 한국의 현대사는 그렇게 이 책 안에 색다른 옷을 입고 존재한다. 시대를 밝히는 기자정신으로서 써내려간 ‘공항 르포르타주’ 는 현대사의 새로운 모습을 담은 공항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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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연애
성석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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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잡이였던 포수의 딸 민현을 사랑한 해녀의 아들 세길의 단 한번의 연애사.

여덟 살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둘의 첫 만남은 운명이었다. 그 뒤 고래가 쫓아오면 늘 삼지창을 들고 고래를 무찔러주는 여전사 민현이 나타나는 꿈을 꾸게 된다. 세길은 언제나 자신의 구원자로서 민현을 기억하곤 한다. 민현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고래잡이 포수였던 아버지와 일본인 집에서 심부름꾼이었던 어머니 나나와의 만남도 운명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고래잡이였던 민현의 아버지가 고래를 잡지 않고 아내와 딸에게 삼지창을 던지게 되면서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버지의 폭력을 홀로 견뎌야 했던 민현의 상처를 본 후 세길은 민현을 사랑하게 된다.

 

나는 민현을 영원히 기억할 운명, 종속될 운명이었다. 그녀를 보면서 몰입이 뭔지 배웠다.-p35 

 

아버지가 고래를 잡으러 나갔다가 바다에서 실종되자  의지가지 없던 민현은 무당딸로 입양된다. 포항항구 조그만 마을에서 빼어나게 아름다웠던 민현은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민현을 짝사랑하는 남자들 때문에 괴로웠던 세길은 사촌형을 따라 서울로 상경하여 공부한다. 서울에서  민현에게 매일밤 편지를 쓰며 민현과 같은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하는 동안에도 민현의 소문은 끊이지 않지만 세길은 한결같은 믿음으로 민현을 꿈꾼다.  서울 국립대학의 장학생으로 합격한 날, 민현과 세길은 밤을 지새우며 지난 날의 아픔을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시간을 가지게 되고 아마 세길에게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이후 민현은 학생운동에 세길은 전경을 가게 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되고  학생운동의 주모자로 민현이 지목되면서 형사들에게 고문을 받는 순간의 짧은 만남이 민현과의 마지막 만남이 되버린다.

 

소설의 배경은 식민지시대부터 시작하여 70년대 산업화, 80년대 군부독재와 민주화혁명, 90년대 본격 자본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파란만장하게 펼쳐지고 있는데 시대가 바뀌고 둘의 운명이 엇갈리는 순간에도 세길의 한결같고 맹목적인 사랑은 한편으로는 바보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노인 요양소에 일하는 분이 이런 말을 해 주신 적이 있다.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할아버지는 종종 보게 되는데 이상하게 할아버지를 정성껏 간호하는 할머니는 보기 힘들다고 한다. 이 책의 중간에 고래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마도 세길의 사랑이 고래의 습성과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암수가 짝을 지어 가는 두 마리의 고래가 있으면 수놈을 먼저 잡지 않는다고 한다. 수놈이 죽으면 암놈은 도망쳐 버리기 때문인데 반대로 암놈을 먼저 잡으면 수놈은 도망가지 않아서 함께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길도 고래처럼 절대 민현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민현이 그를 떠날지라도...

 

향유 고래 다큐멘타리를 보며 어머어마한 덩치에 유유자적하게 바다를 헤엄치는 모습을 경이롭게 바라본 적이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느릿느릿한 고래의 몸짓이 떠오르고 바닷가 특유의 비릿함이 느껴지는 착각이 들 정도로 바다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오래 전 읽은 《모비딕 :백경》에서 에브힐 선장이 고래에 가졌던 강한 애착과 집착을 고래잡이 민현의 아버지에게서 보게 되며 어쩔 수 없는 바닷사람의 숙명 같은 모습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바다와 연맹하여 근근히 먹고 살아야 하는 바닷가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통해  섬사람들의 애닲음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암놈이 죽으면 꺼이꺼이 울며 도망가지 않는 고래의 미련스러움이 고스란히 세길의 단 한번의 연애사에 담겨져 애잔함이 더한다. 격동하는 현대사의 격렬한 물결의 잔랑에 휩쓸리게 되어도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세길에게서 위대한 사랑의 힘을 느낀다.

 

생각해보니 내게 행복은 기억이 아니라 경험이었다.

 

나는 멋진 인생을 살았어, 너 때문에. 당신 덕분에. 고마워. 고마워요 너는 나를 기억하겠지, 클레멘타인,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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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결단의 순간 - 인생의 갈림길에서 후회 없이 도약하라!
김선걸.이승훈.강계만 지음 / 와이즈베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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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Birth로 시작해서 Death로 끝난다. 모든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한시도 멈추지 않고 죽음을 향해 돌진한다. 절망할 수 밖에 없는 우리에게 다행스러운 것은 BD사이에 Choice를 주셨다는 사실이다.”                                                                                                  -장 폴 샤르트르

 

 

굴곡진 인생은 아니지만, 남들과 달리 유난히 변화를 많이 겪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변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결단의 순간에 망설임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었다. 인생을 돌아보면 삶이란  선택으로 시작하여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대 후반 남편은 잘나가던 한국의 수많은 벤처기업가들에게 인정받는 프로그래머였다. 신문에도 이름이 날 정도로 유명세를 타던 중, 뜬금없이 시골에 가서 개인사업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 때는 나도 슬슬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또래보다 빠른 승진으로 일에 굉장한 열정과 성의가 있을 때였다. 나이 삼십대 초반, 그때는 젊었기에 미래가 불안하지도 않았고 사업에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나이였기에 남편을 따라 너무도 쉽게 낙향을 결정하였다. 낙향한 후, 우리가 안도했던 것은 닷컴 버블 붕괴의 여파로 비상적인 고공행진을 하던 IT업계와 나스닥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면서 나스닥의 전체 시가총액의 3/2가량이 공중으로 증발해버렸으며 그 여파로 미국의 실리콘밸리 뿐 아니라 한국의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순식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매 삶에 다가오는 결단의 순간에 사태를 신중히 살피고 전체적으로 판단하는 지혜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절감하곤 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찾아오는 결단의 순간을 위한 잠언록과 같다. 성공 멘토 28인의 생생한 결단의 순간을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담아놓았는데 모두 가슴에 새겨 놓아도 좋을 만큼 지혜의 알곡이다. 저자들은 한 번 선택한 인생은 다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현명한 결단이 필요하며 흐르는 물이 한번 분수령을 지나면 다른 쪽으로 갈 수 없듯이 사람의 인생 역시 중요한 결단과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지침이 될 만한 이정표들을 참고하며 삶의 방향을 잡아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빠른 속도로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줄기가 그 방향을 확 틀어서 전혀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지점을 ‘분수령’이라고 한다.

 

 

28인의 성공 멘토 중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이다. 책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모두 훌륭한 인물들이고 한 번 쯤 이름은 들어 알고 있을 만큼 유명인들이다. 이중에서 김택진을 꼽은 이유는  이들의 성공보다는 성공이란 가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 여겨져서 이다.

 

 

 

 

 

“사람들은 저를 보고 성공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성공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성공이 허상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IT산업의 초창기 이름을 날리며 저와 함께 일했던 많은 사람이 주위에서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것을 봤습니다. 성공과 실패는 왔다 갔다 합니다. 인생에서는 확실한 성공도, 영원한 실패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오늘도 성공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기보다 배우고 싶은 열망을 가진 학생으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택진 대표는 이윤 창출을 넘머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을 기업의 목표로 삼고 있으며 모두가 반대하는 야구단 창단을 하였다. 김택진 대표를 통해 성공한다는 것의 진정한 가치는 다산이 말씀하신 삶의 모든 부분을 공부의 과정과 일치시키라는 말씀과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다가올지 모를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준비하는 자세를 갖추고  있다는 카페베너의 대표 김선권씨, 결단의 순간도 중요하지만 이를 지키기 위한 의지도 무척 중요하다고 하는 한미반도체 회장 곽노권씨,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성찰해야 한다는 결단 원칙을 강조하는 메가스터디 대표 손주은씨, 냉철하게 현실을 직관하는 차가운 머리와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긍정의 힘을 믿는 뜨거운 가슴이 필요하다는 안철수, 한정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를 수 있는 믿음을 가지라고 말하는 스티브 잡스까지 결단이 삶에 부여하였던 성공의 삶을 《위대한 결단의 순간》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지금 남편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에 관해 남편은 남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공부 컨설던트를 무료로 해주고 있다. 부족함이 없이 자란 세대의 아이들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신의 비젼이나 주관이 없다.비젼과 주관이 없다는 것은 어떤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결단의 지혜도 없다는 뜻이다. 온실속의 화초가  미풍에 시들어버리지만  강한 비바람에 길들여진 잡초는 어떤 비바람에도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아이들이 컨설턴트를 받고 나면 눈에 띄게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편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단의 순간이었던 프로그래머 일을 그만 둔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 오히려 아이들의 변화하는 모습에 더 보람을 느끼는 듯 하다. 인생의 성공이나 결단에 관한 컨설턴트가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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