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륨 존 전략 - 10년을 전망하는 한국 기업의 선택
이지평 지음 / 와이즈베리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며칠 전 한 후배가 전화를 해서는 다짜고짜 재테크 노하우를 가르쳐달라고 하였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있는 돈 안 까먹고 쟁여놓는 것이 돈 버는 것이라는 말을 해주는 것이 가장 최선의 말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불과 몇 년 전까지 대한민국 전체가 재테크 열풍에 사로잡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주식과 펀드, 부동산까지 재테크가 곧 자산증가로 이어져 경제를 더욱 활기차게 했던 분위기였다. 그 중에서도 브릭스 펀드는 소위 ‘묻지마 펀드’로 불리며 그런 재테크 열풍을  더욱 가속화  했다. 그때 브릭스 펀드의 수익률은 이전에 듣도 보도 못한 수익률이었다. 그러나, 지금 브릭스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브릭스 경제에 봉사한다는 의미가 될 정도로 과거의 수익률이나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브릭스(BRICs)는 1990년 말부터 경제성장 속도가 빠르고 경제성장 가능성이 커 주목받은 브라질(Brazil)ㆍ러시아(Russia)ㆍ인도(India)ㆍ중국(China)의 신흥경제 4국의 앞 글자를 딴 용어)

 

동남아 지역 전문가가 펴낸 <펑키 동남아> 여행기에서는 동남아지역을 행복 밀집 지역이라고 한다. 여행지 소개만이 아니라 저자는 각 나라들마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정책도 같이 소개하고 있었다. 정말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 세계가 불황으로 허덕거리고 있는 와중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동남아 국가의 활기찬 에너지를 보며  그 에너지가 바로 국가 성장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책을 읽고  동남아국가가 더 이상 가난한 나라가 아니라 국제 사회에 떠오르는 신흥 국가로 인식에 변화를 가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에 경제 불황이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음에도 마치 양지처럼 보였던 동남아 국가들은 자신들만의 고유문화와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하는 나름의 생존법을 개발한 것이 세계의 불황을 피해갈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며칠 전에 읽었던 노무라종합연구소에서 내놓은 2013년은 한국이 포함된 아시아 및 신흥국이 공통으로 처해 있는 경제 환경이 무척 애매하고 힘든 과제를 떠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유로 위기에서 비롯된 수출 둔화가 심화되어 경기 침체가 더 심각해지는 것도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친 경기 부양책을 썼다가 경기가 과열되어 일본이나 미국, 유럽처럼 부채 확대를 동반한 자산 버블이 형성되는 리스크에 걸리기에 아시아 및 신흥국은 더욱 경제에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해이다.

 

볼륨 존 전략(Volume Zone Strategy)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자 미래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신흥국 중산층 소비 시장이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브릭스와 더불어 최근 부상하고 있는 인도차이나, 중동과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을 총칭하는 곳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미래 성장을 위한 전쟁터이기도 하다. 한국기획재정부는 ‘2012년 대외경제정책 추진 전략’을 통해 성장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는 동남아, 중남미의 볼륨 존에 대한 새로운 전략마련을 강조했다.

 

 

 

볼륨 존은 신흥국의 중간소득층 시장을 지칭하기 위해 일본 기업들이 명명한 용어이다. 저자는 LG경제연구원의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으로 일본 및 해외경제, 자원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일본에서 태어나고 대학을 다녀서인지 일본 기업들에 대한 관찰과 분석이 무척 세세하고 예리하다. 저자는 『볼륨 존 전략』에서 세계경제의 구조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볼륨 존의 실체를 인식하고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방법을 탁월한 식견으로 심도 있게 살펴보고 있다.

 

 

 

 

세계경제는 리만 쇼크 이후 중국 경제의 동향에 크게 좌우되는 등 신흥국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다소 위축되었던 브릭스 경제도 점차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고, 선진국의 중산층은 축소되고 있어서 선진국의 중산층과 신흥국의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기존의 볼륨 존은 위축되고, 신흥국의 중산층과 선진국의 저소득층으로 구성되는 새로운 볼륨 존이 주류가 되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의 두터운 중산층 시장을 겨냥해서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흥국의 고소득층 시장까지 공략해 왔던 글로벌 기업의 전략이 바뀌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아시아 경제의 세계 비중이 2010년 27.4%에서 2020년에는 33.5%로 높아진 후 2050년에는 50.6%에 달해 세계경제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고부가가치 시장에만 투자해왔던 일본 기업은 신흥국의 소비 시장에서 발 빠르게 선점해 버린 한국 기업을 보고 충격을 받은 후 뒤늦게 신흥국 볼륨 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애플, 파나소닉, 레노버, 소니, 폭스바겐, 도요타, 네슬레, 코카콜라, 로레알, 스워치 등 볼륨 존 시장 강자들의 전략을 철저히 분석하여, 한국 기업들의 활로와 성장 동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세계가 지나치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에 불투명한 미래 경제에 대비하지 않으면 불황이라는 장기 터널을 통과하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게 될지도 모른다. 2013년 한국 기업의 희망적인 미래를 위해서, 현 경제에 대한 희망적인 제안 『볼륨 존 전략』에 귀를 기울여보기를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무라종합연구소 2013 한국 경제 대예측 - 일본 최고 민간경제연구소의 한국 경제 전망
노무라종합연구소 지음 / 청림출판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 금융 위기를 전후로 불황에 대한 속 시원한 해결책이 없는 것이 우리의 미래 경제의 모습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1965년 일본 최초의 민간 싱크탱크로 설립되었다. 아시아의 경제와 시장, 기업 경영에 정통한 분석 및 컨설팅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노무라종합연구소는 《노무라경제연구소 2013 한국 경제 대예측》을 통하여 치밀한 데이터 분석능력을 기반으로 2013년의 세계 경제의 전체적인 구도를 통찰하며 한국 경제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까지의 선진국 전체의 2013년 경제는 경기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미국은 버블 붕괴가 불러온 수요 부족 상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반면 중국 및 동남아시아,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의 사정은 좀 다르다. 신흥 국가들은 대개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하며 자산 가격 상승 등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긴축 정책을 펼쳐왔다. 긴축 정책으로 2012년에 들어서서는 경제 과열이 진정되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에 따른 경기 둔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되며 경기 회복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아시아 및 신흥국이 공통으로 처해 있는 애매한 경제 환경은 2013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 위기에서 비롯된 수출 둔화가 심화되어 경기 침체가 더 심각해지는 것도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친 경기 부양책을 썼다가 경기가 과열되어 일본이나 미국, 유럽처럼 부채 확대를 동반한 자산 버블이 형성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2013년 아시아 및 신흥국은 여러 가지로 힘든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거시 흐름 차원에서 보는 경제의 확장과 후퇴는 시대와 관계없이 표현되는 부분이지만, 확장과 후퇴라는 벡터를 구성하는 동적요인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 내부의 혁신과 수요구조의 변화는 경기 침체기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2013년은 다양한 산업에 있어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책은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두 파트로 나누어 1파트에는 2012년의 세계 전망을 2파트에는 2013 한국 경제의 미래를 컨설턴트 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 읽은 이상문 박사의 <컨버저노믹스:제4의 물결>에서는 세계가 ‘융합’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들어섰다고 하였다. 지나치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 속도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상문 박사의 제4의 물결 ‘융합’이라는 표현은 아마도 이제는 새 것의 창조가 아닌 기존의 만들어진 것들의 조합을 말함이다. 이런 융합은 정치,경제, 사회 모든 면에 적용된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경제 컨설팅은 이렇듯 빠르게 변하고 있는 물결 속을 투명하게 비추며 그 안에 있는 움직임들을 포착하는데 무척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 유익한 것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철저한 데이터 분석으로 한국의 경제를 움직이는 6대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각국 정부를 비롯하여 전기·전자, 정보통신, 자동차, 건설, 부동산, 유통, 금융 등 다양한 업종의 고객을 대상으로 연간 1,200여 건 이상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특히 이 책 《노무라경제연구소 2013 한국 경제 대예측》은 노무라종합연구소 일본과 한국이 합작으로 2013년의 경제를 전망한 보고서이다. 2013년의 경제의 향방을 가늠하고 싶다면 강하게 이 책을 추천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평과 이데올로기 - 마르크스 문학 이론의 한 연구
테리 이글튼 지음, 윤희기 옮김 / 인간사랑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존하는 최고의 마르크스주의 비평가로 평가받는 테리 이글턴의 《비평과 이데올로기》는 마르크스의 비평과 이데올로기에 관한 마르크스주의를 다시 불러내고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마르크스 주의가 몰락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테리 이글턴은 ‘마르크스주의’야 말로 완벽한 사상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코뮤니스트>에서는 소련의 공산주의가 마르크스주의적 실천들이 폭력과 독재로 귀결되어 변질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테리 이글턴은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입장이야말로 폭력적 억압을 지지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테리 이글턴은 헤겔의 말을 인용하여 인간 주체의 자기 이해와 실제 사회적‧ 역사적 위치 사이의 괴리가 역사를 움직이는 동력이었음을 말하며 이 괴리는 달리 말하면 인간의 의도와 그 의도가 실행되는 과정, 불가치하게 우리가 앞서 알 수 없는 그 과정 사이의 간극 혹은 생산적 소외라 할 수 있다고 한다. 자기 이해가 역사적 진실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자기 이해가 역사적 진실보다 늘 뒤처지게 마련이다. 우리의 삶을 앞을 향하고 있지만 이해는 늘 뒤를 돌아다보는 구조다. 신자유주의의 풍미로 마르크스주의는 쇠퇴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자기 이해가 역사적 진실보다 뒤처진다는 헤겔의 이론으로 설명되어 진다. 이것은 현세계가 세계 자본주의에 대한 ‘문화적’비판의 성격이 농후한 것으로 국가, 계급투쟁, 세계적인 규모의 노동 분화, 혁명적 민족주의 등에 대한 고려보다는 정체성이나 인종문제 등에 대한 문제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을 통해 증명되어진다.

 

 

 

사회주의자들의 투쟁은 계속되었고, 그들의 지적 작업 역시 꾸준히 이어졌다. 1970년대 초의 전체적인 감성의 구조, 즉 그 시기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감수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희미한 기억이 되고 말았다. 분명한 것은 마르크스주의의 문화비평인 <비평과이데올로기>라는 책이 출현할 즈음에는 이미 그 시대의 감수성이 시들해지고 사회주의 문화의 쇠퇴가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마르크스주의 비평 일반 이론의 요소들이 흩어져 있는 것들을 한데 모아 어느 정도 일관된 모양으로 만들 필요로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비평과이데올로기>이다.

 

 

비평은 순수한 분야가 아니며, 결코 그랬던 적도 없다. 비평사자체를 탐구하는 것, 즉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목적을 위하여 하나의 문학비평이 발생하였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마르크스주의 비평의 한 부문이다. 왜냐하면 비평도 역사를 갖고 있고, 또 그 역사란 비평행위들을 되는 대로 배열해 놓은 것 이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문학이 비평의 대상이긴 하지만 비평의 유일한 발생점은 아니다.

 

우리의 사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시작된다. -레이먼드 윌리엄스-

 

 

엄격히 말해서 텍스트는 문학 이론의 ‘구성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문학 이론의 대상이다. 그러나. 텍스트는 위에서 열거한 다른 요소들과 관련지어 검토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방법론적으로는 어느 특정 ‘단계’로서 간주될 수 있다. 비평의 임무는 텍스트를 생산해내는 이러한 구조들의 역사적으로 복잡한 연관관계를 분석하는 것이다.

 

 

모든 작품은 작가만의 창작품이 아니다.              -발레리

 

 

문학 텍스트는 개인 소유물처럼 자신의 생산과정의 결정요소들을 거부하는 ‘자연적인’객체로서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비평의 기능은 문학작품의 자연발생적인 현존 모습을 거절하는 일, 즉 문학작품의 진정한 결정요소들이 나타나도록 하기 위해 그 ‘자연성’을 거부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세기의 영국 문학 전반에 있어서 점차 빈한해져 가는 부르주아적 자유주의가 더욱 야심만만한, 그리고 영향력 있는 이데올로기적 기초가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말았다. 그러는 가운데 그 유기적 형식의 이데올로기는 미학적 형식과도 심한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정치 영역에서는 조합적, 유기론적 이데올로기의 파괴가 혁명가들의 변함없는 중심 과제였다. 미학의 분야에 있어서도 그러한 이데롤로기의 파괴는 다만 문학적 과거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위해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유물론적 미학과 미래의 예술적 실천이 성립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는 데도 필수적이었다.

 

 

 

문학적 가치의 ‘도덕주의’를 거부하고 작품의 가치 문제를 가능성의 조건 문제와 재결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문화만으로 살지 못하며, 결코 그럴 수도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문화만으로도 살 수 있다는 것이 역사유물론의 주장이다. 물질적 결핍으로부터 해방되고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만 한다면 인간은 상호 의미작용 속에 살 것이며, 끊임없는 자유를 만끽하면서 행동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이전의 사회들이 분명 상관있는 것이 될 것이다.

 

비평의 목적은 텍스트 자체의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내는 힘으로 그 스스로가 매끄럽지 못한 자신의 '인위성'을 자연스럽게 만들면서 텍스트 앞에서 스스로가 소멸되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의 정치적.사법적 영역에서는 용이하지 않은 방식으로 자신을 자연스럽게 하며 자신을 이데올로기덕으로 결백한 것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평과 이데올로기의 역사를 거치며 마르크스주의의 영향을 받은 사상가들의 나열과 번복되는 비평과 이데올로기 중심에는 마르크스 주의의 '도덕'과 '미학'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책은 문학 이론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고 있고, 마르크스 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바탕이 있어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테리 이글턴에 대해서는 현존하는 최고의 마르크스 비평가로 들어만 왔지 그의 저서를 읽은 것은 처음이다. 내게는 개인적으로 난해함의 지존이요,  독서에 난감함을 준 저자 테리 이글턴으로 기억될 것 같다. (서평은 거의 책을 인용하였고 참고자료로서 읽을 수 있도록 정리해놓는 것으로 마무리를 해 놓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해는 잠들지 않는다
임종욱 지음 / 북인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이번 여름 휴가를 남해로 다녀왔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풍광의 남해는 북적거리지 않아 좋았고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가 지루하지 않아 좋았다. 우연히 지나치는 길에 <남해유배문학관>을 보고는 꼭 들려봐야겠다고 생각만 하고는 올 해를 넘기고 있다. 꿩대신 닭이라고 <제3회 김만중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남해는 잠들지 않는다》를 읽어보는 것으로도 김만중의 삶과 문학에 가까워지는 기분이다.

 

당쟁으로 얼룩진 조선시대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벼슬아치 네 명 가운데 한 명 꼴로 유배를 갈 정도로 유배란 형벌은 흔한 형벌이었다. 짧게는 이십여일이었지만, 길게는 평생 절해고도의 섬에서 살아야했던 유배객들의 삶이란 고독과 절망이 주는 시간들을 견뎌내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  형벌에 감사하게 되는 것은 유배객들로 인하여 조선시대의 학문이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들에게 닥친 고독과 절망은 학문으로 승화되어 우리나라의 값진 문화유산이 되었다. 조선 시대 한글문학의 효시라고 볼 수 있는 구운몽의 저자  서포 김만중 또한 이런 유배시절의 산물이었다. <남해는 잠들지 않는다>는 서포 김만중의 유배시절로 <구운몽>과 <사씨남정기>가 잉태하는 과정의 김만중의 삶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대립이 극에 달하였던 시기에 당쟁에 휘말려 남해로 유배를 떠난 김만중은 남해에서 처음으로 생생하고도 역동적인 초야의 삶과 마주한다. 부인과의 첫 편지에 남해땅을 밟을 소감에 대해 유배의 땅이라 척박하고 강팍할 것 같다는 세간의 말과는 달리  남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람을 맞으며 흙을 밟고 풀밭에 누워 자는 소탈함과 풋풋함을 보며 그들의 지난한 삶을 마주한 첫 느낌의 충격을 무척 담담하고도 담백하게 전해주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동안 부인과의 서신만이 김만중에게 위로와 의지가 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떨어져 있는 가족과 자식에 대한 애정은 부인과의 편지에 차고도 넘친다. 편지를 통해  김만중이 글을 쓰게 되는 동기를 알 수 있는데 오로지 어머니 때문이라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김만중이 가장 먼저 쓴 글은 다름아닌 어머니를 위한 글이었다. 과거 어머니를 위해 <행장>이라는 글을 썼을 때 어머니는 다른 어떤 말도 아닌  아녀자들도 읽을 수 있는 쉬운 글을 쓰라는 말만을 남기었다. 유배시절을 보내며 아녀자들도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한 노력은 바로 이런 어머니의 충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만중은 어머니를 위한 글을 쓰며 어머니의 삶 또한 자연스레 떠올리지만, 어머니의 삶은 늘 궁금증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식을 위해 헌신과 인고의 삶을 사시는 동안 자신의 삶을 지우고 어머니란 이름만이 남은 삶을 사셨던 어머니. 김만중은 그런 어머니를 위해 <구운몽>을 지어드리는데 비록  김만중의 유배기간 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구운몽을 통해 인생의 무상함을 대신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총명하고 아들을 위해 모든 희생을 짊어지고 평생을 산 어머니께서 아들의 유배생활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아마도 김만중은 어머니께 인생은 한낱 꿈에 불과하다는 소설로 어머니의 근심을 덜어주려 한 것일 터이다.

 

이어 남해에서 만난 이들은 김만중이 어머니를 위한 글을 쓰고 있던 중 삶의 생생함을 더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남해를 떠나기 위해 악착같이 재물을 모으고 있는 포교 박태수와 기생 옥진의 애닯은 사랑이야기와  야망으로 아들을 훈육시켜 달라고 찾아 온 나참판의 욕망과 마주하며  핏덩어리 때 거두어 가족과 다름없는 종 호우와 아미와의 충실함과 그런 아미를 사랑하는 나참판의 아들 나정언과  장선달 댁의 며느리 아씨와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있는 양설규, 마지막으로 탐욕과 재물에 눈이 멀어 타락의 길을 걸어가는 파락호 홍길찬의 삶들 모두 김만중에게 삶의 무상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하였으며 이들이 김만중에게 문학의 자양분이 되어주었다.

 

삶의 무상함은 관념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이었다.-p24

 

이들과의 만남으로 인해 오로지 가족의 화폭이었던 김만중의 시야는 남해의 풍광 속으로 옮겨갔다. 이런 남해의 풍광은 김만중에게 현실을 오롯이 담을 수 있는 글로서 다가오게 하였고 김만중 문학이 탄생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이 되어주었다. (장선달 댁의 아씨 이야기는 바로 사씨남정기의 모태가 되었고, 꿈을 꾸듯 살아가는 양설규는 구운몽의 주인공이다.) 이렇듯 문학은 현실을 마주할 때야 다가오는 이데아이다. 양설규가 이루지 못한 꿈을 꾸며 괴로움을 시로 토해내듯이 현실의 고독과 절망을 마주할 때 삶의 진정성을 담은 문학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김만중은 조선시대에 찾아 볼 수 없던 소설문학을 선보이며 유배지에서 깨달았던 삶의 무상함을 문학으로 승화시켜 조선시대의 초야의 삶을 담아내게 되었다. 《남해는 잠들지 않는다》를 통해 자신을 외면했던 세상을 끌어안고 사랑하는 방법을 김만중의 문학을 통해 보게 된다. 삶 속에서 절로 터져나오는 글이 주는 가치와 초야의 삶이 주는 의미를 소설 김만중의 삶을 따라가다보니 , 삶이 곧 문학이요 문학의 이데아는 곧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김만중 문학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번던스 - 혁신과 번영의 새로운 문명을 기록한 미래 예측 보고서
피터 다이어맨디스.스티븐 코틀러 지음, 권오열 옮김 / 와이즈베리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세계는 풍요의 시대이지만, 지금도 지구촌의 어느 한 쪽에서는 굶어 죽는 이가 분명히 있다. 인류에 닥친 당면의 문제들은 우리에게 디스토피아를 경고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인류의 미래를 번영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혁신적인 대안들을 제안하고 있다. 과학과 공학, 그리고 이 세계를 빠르게 변화시키는 사회적 흐름과 경제 요인들에 주목하여 기존에 디스토피아의 세상을 풍요의 미래로 전환시킨다.

 

 

 

우선 저자들은 세계의 생활 수준을 개선하는 문제를 하고 있는데 저자들은 인터넷 기술의 발달이 세계 경제에 기여한 측면을 살펴보고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듯이 인터넷이 주는 폐해도 있지만, 경제적인 기여도가 높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저자는 많은 사람이 풍요의 가능성을 의심하게 하는 냉소주의나 비관주의의 덫에 걸려 있는 이유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다. 지나친 긍정적 사고와 지나친 부정적 사고는 모두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 세상에는 위험과 기회가,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한다. 과학기술은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과 가장 나쁜 것을 함께 주는 양날의 칼이다. 그래서 낙관주의 한 켠에 방어적 비관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새롭고 변혁적인 기술, 즉 컴퓨터시스템, 네트워크와 센서, 인공 지능, 로봇 공학, 생명 공학, 생물 정보학, 3차원 인쇄, 나노 기술,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의공학의 발전은 머지않아 대다수의 인류에게 부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각종 특전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할 것이다.

 

풍요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 사치스러운 삶을 누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가능성의 삶을 제공하는 문제다.-p35

 

최상층에는 개인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두 가지 핵심 전제 조건인 자유과 건강이 들어앉는다.

 

 

풍요는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것은 모든 인간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이 중요한 존재여야 하며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중요한 존재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점을 고려해 풍요 피라미드는 개인의 가치와 능력을 강화하는 두 가지 개념을 최상층에 포진시킨다.

 

 

저자들은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이자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의 가설을 통해 풍요에 대한 우리의 불신이 ‘너무 깊어 빠져나올 수 없는 구멍’이라는 가설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을 경우, 우리의 의심을 확인해 주는 정보는 기억되지만 그와 상충하는 데이터는 기록조차 안 된다고 말한다. 이런 인간의 확증 편향은 풍요에 영향을 주는 많은 편견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한다. 따라서, 인간의 뇌구조는 미시적으로는 낙관주의자이고 거시적으로는 비관주의자가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첫째, 뇌의 필터링구조가 비관적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낙관적이기 힘들다.

둘째, 나쁜 소식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이 미디어에 가장 이익이 되기 상대적으로 좋은 소식은 잘 들리지 않는다.

셋째, 최근에 과학자들은 이보다 훨씬 더 큰 문제를 발견했다. 즉, 이러한 생존 본능은 우리를 ‘구멍이 너무 깊어 빠져나올 수 없다’고 믿게 할 뿐 아니라, 그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욕구마저 제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뇌의 문제이며 가장 직접적인 문제는 현재의 기하급수적인 발전 속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의 직선적인 두뇌의 무능력이 진짜 문제라는 것이다.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18개월마다 직접 회로의 트랜스지터 수가 두 배로 증가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18개월마다 컴퓨터가 같은 가격에 두 배나 빨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1975년에 무어는 이 두 배 증가 패턴이 2년마다 실현되는 것으로 공식을 수정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그가 설명하는 것이 기하급수적인 성장의 패턴임에는 변함이 없다.-p98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기술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다는 것과 이런 기술들이 세계의 생활 수준을 개선할 엄청난 잠재력이다. DIY( do-it-yourself)혁신가 시대의 도래, 새로운 부류의 테크노 자선가, 떠오르는 40억 인구의 창의력과 시장 지배력의 확대라는 세 가지 힘은 기하급수 기술에 의해 더욱 강력해진다. 이런 기술은 미래의 DIY혁신의 시대를 가져올 번영의 키워드들이다.

 

책에서는 생활 개선을 위해 농업 생태적인 원칙, 유전자 변형 작물, 합성 생물학, 다년생 식물의 복작, 수직 농장, 로봇 공학과 인공 지능,통합 농업, 업그레이된 양식업, 그리고 급속히 발전하는 배양육 사업이 90억 인구를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미래의 핵심적인 기술이며 인류의 번영을 위해서는 무한 컴퓨팅, 인공 지능, 유비쿼터스 시스템의 광범위한 적용, 저가 태블릿의 수렴 현상과 함께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든 거의 무료의 개인 지향적 맞춤식 교육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풍요의 힘이다.

 

달이 차면 기운다. 자연의 법칙은 곧 진리이다. 천문학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과학 문명속에서 생명공학과 신경공학의 발달과 나노 기술로 개발된 자기 복제 기계 속에서 우리의 미래라는 그림에서 인간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저자들은 이런 과학 문명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는 기본 바탕이 된다는 것을 과학이나 진화심리학으로 고찰하며 인류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현재 문명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피라미드의 가장 최상층에 위치하고 있다. 풍요의 최상층에 있는 저자들의 시각은 속된 말로 부르주아의 시각처럼 보여져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질적인 풍요와 정신적인 풍요, 둘 중의 어떤 것이 인류 문명을 위한 진정한 풍요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진화되는 기술의 풍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도태되는 것이 비관적이든 긍정적이든 우리에게 닥친 미래라는 이름의 현실이다. (이것도 비관주의에 해당되는 걸까?) 일례로 저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복잡해지고 기하급수적인 발전 속도를 인간의 뇌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비관적인 미래를 낳게 했다는 문제의 출발점 자체가 과학에 대한 지나친 맹신으로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저자들이 표명하였듯이 인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필요하지만 희망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필요하다.  90억 인류의 당면한 생활 개선의 문제를 거시적으로 조망하여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어번던스》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매리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