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경고 - 현대인들의 부영양화된 삶을 꼬집어주는 책
엘리자베스 파렐리 지음, 박여진 옮김 / 베이직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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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자 라캉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지금 당신이 욕망하는 것이 진정으로 당신이 욕망하는 것인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끝없는 욕망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욕망을 마주해보면 ‘자아’의 욕망이 아닌 타인에게 길들여진 욕망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끊임없이 소비해야 돌아가는 사회이다. 한마디로 소비자사회. 소비의, 소비를 위한, 소비에 의한 사회이다. 이런 사회에 살면서 무수한 유혹과 욕망이라는 그물망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끊임없이 욕망하는 사회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민낯이다. 이런 자본주의 사회를 빚 대어 파리의 시인 보들레르는 도시를 매춘부로 묘사하였으며  마르크스 또한 자본주의 사회를 보편적 매춘시대로 표현하였다. 모든 것을 사고파는 자본주의의 현실을 말함이다. 점점 물질이 종교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종교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고 현재의 우리들의 모습은 행복을 잃고 배회하는 순례자의 모습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쓴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도대체 이 미친 인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알아나 보자는 열망 때문이다.

 

저자 엘리자베스 파렐리는 『행복의 경고』에서 이런 현대인에게 닥친 문제에 대해서 인문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사고로 행복에 대한 본질을 탐구 한다. 최근의 세계적인 석학들의 모임인 엣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데미안 허스트의 미술작품까지 무척 폭넓은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지적 허영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1장 <육체의 갈망>에서 욕망이 원하는 모든 종착점은 행복으로 만족은 기쁨과 기쁨은 행복과, 행복은 거의 모든 것과 동등한 것으로 간주되며 욕망=만족=기쁨=행복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여 왔지만, 저자는 이  논리의 연결 마디마디가 명백히 거짓이다라는 것으로 행복의 경고는 시작된다. 

 그 거짓인 것에 대해서 저자는 여러 가지의 연결 마디를 찾아보는 과정을 무척 흥미롭게 풀어가고 있는데 아름다움과 진리가 동일시되던 고대와는 달리 현대에서 추구하는 모든 것들은 아름다움을 거부하고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아름다움이 곧 진리로써 연결되었지만,현대는 아름다움이 중심 가치나 일상의 목표로 만드는데 실패하여 모든 것 -거리, 종교,음악 예술-에서의 아름다움을 거부하는 형태를 띠게 되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다다이즘을 제창한 루마니아 출신의 프랑스 다다이스트 트리스탕 차라는 ‘아름다움을 별처럼 빛나는 미친 욕망’이라고 묘사한 적이 있다. 아름다움을 진리와 동일시하는 것은 우리의 도덕적,미적 기준에 따른 광범위한 합의에 의한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움을 거부하며 흘러 온 현대는 불행한 시대이다. 요즘처럼 진리에 대해 모호한 적이 없듯이, 가끔 접하는 대중 매체에서도 진리에 대한 정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가 복잡하고 발달함에 따라 가치관의 다양성을 수용하게 된 사회는 확실한 개념이 불명확하다. 더군다나 인터넷의 확산은 현대인들을 현실의 삶보다 허구라는 가상의 세계를 선사하게 됨으로 그나마 있던 개념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개념들이 현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미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으로 사람들은 모두 말라깽이가 되어가고 있고 성형중독과 쇼핑중독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만족을 모르는 질주하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을 띠며 욕망이라는 거대한 불빛에 몰려드는 불나방이 되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 모습들은 가끔씩 보여주는 언론매체를 통해서만 접하곤 했는데 이제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삶을 더욱 피폐케 하는 것 같다. 며칠 전에는 한 지인이 자살을 하였다. 동네에 새로 길을 내고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장식된 멋진 다리를 만든 후 유서 한 장을 남기고 자살을 하였다. 시골에서는 보기 드문 화려하고 멋진 다리를 건널 때마다 그 친구가 생각이 난다. 삶과 죽음의 무상함이야 이제는 알 나이도 되었지만, 서서히 주변에서 죽음을 어떠한 형태로든 맞이하는 모습을 보게 되자 당혹스러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책에도 나와 있지만, 물질적인 부에 대한 강박관념의 증가와 소위 말하는 정보 혁명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 40년간 쇼핑 센터는 12배 증가하였다. 쇼핑 센터가 증가한 만큼 자살율도 높아졌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소비하는 삶 속에서 욕망이라는 그물망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들이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사는 행위를 한다. 이런 사는 행위는 보여지기 위한, 타자의 욕망을 위한 것이다.  소비자사회는 이렇게 보여지는 것,모든 것이 전시의 목적을 하기 때문에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대 사회를 '나는 보여진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가 인간의 존재를 대변하게 된다고 하였다.

 

 

 

내가 자랄 때에는 연필 한 자루가 귀했던 시절이었다. 연필이 몽당연필이 되었을 때 더 오래 쓰기 위해서 볼펜에 몽당연필을 끼워 아껴쓰던 시절로 나는 지금도 연필을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연필이 풍족한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연필의 귀함을 모른다. 식탁이나 책상위에 굴러다니는 연필을 볼 때마다 풍족함 속에서의 사물의 하찮아짐을 느끼곤 한다. 비단 이것은 연필이라는 사물만이 아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넘쳐나는 물질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면 모든 것이 풍족한 이 시대에 자살하는 사람도 없어야 할 것이다.  생활의 편리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면, 생활이 편리한 도시사람들은 모두 행복해야 한다. 그러나, 욕망이 행복으로, 만족은 기쁨과, 기쁨은 행복과, 행복은 거의 모든 것과 동등한 것(욕망=만족=기쁨=행복)은 아님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자본주의 사회가 우리에게 남겨 준 것은 행복과 생활의 편리가 아니다.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페르소나를 벗겨 민낯을 마주할 줄 알아야 우리가 진정 이 사회에서  무엇을 잃고 살고 있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 내가 원하는 행복은 과연 누구를 향해 있는지를,나의 욕망은 누구를 위한 욕망인지를 깨달을 수 있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음을 저자는 과학,철학,영화,문학등 다양한 분야와  폭넓은 식견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행복의 경고》를 다 읽고 난 후, 내가 바라는 욕망 또한 과연 누구를 향해 있는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지금보다 더 잘 살고 싶고, 내년에는 차를 바꾸고 싶고, 평수를 더 늘려서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가고 싶다. 누구나 욕망하고 있는 소유에 대한 욕망은 내게도 있다. 그러나,이런 욕망이 행복의 척도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소유에 대한 욕망은 태어나면서 자연적으로 인지된, 습득된 욕망이다. 그렇다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타인을 위한 욕망이 아닌 , '나'의 욕망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되묻게 하는 행복의 경고는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인문학적 소양과 더불어 시대를 읽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넘치는 물질의 풍요 속에 점점 빈곤해지는 영혼의 시대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행복은 원하는 것을 얻는데 있지 않고 얻은 것에 만족하는 데 있다." p273


*오타 p136 두번째줄 이렇기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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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이그니스, 불을 찾아서 - 횃불에서 원자로까지, 경이로움과 두려움의 패러독스
오쓰카 노부카즈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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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 맘 때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 된 랭엄박사의 <요리 본능>을 읽었다. 정확이 1년이 지나 비슷한 주제의 책을 읽으면서 살짝 미소 지어본다. 책의 중간중간 랭엄박사의 요리 본능의 예문을 보니  더 반가운 마음이 든다. 랭엄 박사는 요리 본능에서 화식은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확립하며 인간이 화식을 한다는 것은 자연으로부터 문화로의 이행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인간 상태의 모든 속성은 화식을 통해서, 수단으로 해서 규정할 수 있다.” 라고 하였다. 불을 사용한다는 것이 바로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뜻이다. 불로 인하여 문화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랭엄박사는 인류가 불로 음식을 조리한 행위 , 즉 요리한 시점을 약 200만년 전이라는 주장을 했던 것이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호모 이그니스'는 사람속()을 뜻하는 라틴어 호모(Homo)와 불을 뜻하는 라틴어 이그니스(Ignis)를 조합한 단어로, 인류가 불과 함께 진화했고, 불이 인류 문화의 원천이 되어 왔음을 상징한다.

 

같은 맥락으로서 불의 역사를 살펴보는 이 책은 저자가 일본인이다. 원자력 폭발이라는 거대한 불의 재앙을 눈앞에서 보았던 저자는 일본인들에게 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이 책을 저술하였다고 서문에 밝히고 있는데 이 책은 학술적이진 않지만, 인간과 불의 밀접함을 말하기 위해 일본의 신화나, 전설, 문학,예술 등 다채로운 시각으로 불을 탐구하고 있어 흥미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이질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이런 낯섦은 비단 이 책만이 아니다. 일본인이 쓴 책들의 장점이라면 독창적이라는 것이고 단점이라고 한다면 지나치게 이질적이라는 것이다.

 

최초의 불은 우주 자체의 시작과 함께 있었다.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탄생하게 된 불덩어리가 곧 태양이다. 지구의 중심에 핵이 불덩어리인 것처럼 태양은 문자 그대로 불덩이이다. 인류가 출현하기 전부터 있었던 이런 불덩이들을 처음 만난 것은 자연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화재(책에서는 화재로 표현되고 있는데 아마 자연발생적인 화재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로 당시 인류에게 화재는 자연스럽게 일어난 사건, 자신들로서는 억제할 수 없는사건, 좋든 나쁘든 자신들이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건으로 경험했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화재가 지나간 자리에는 동물이 타 죽었을 지도 모르고 , 그 동물을 먹으려 했을지도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화재가 지난 뒤에 생명의 시작이다. 이런 과정을 보며 불을 처음 만난 인간에게 처음에 두려움이었던 불은 또 다른 시작을 알려주는 것으로 느껴지게 되면서 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1장 불과 인류의 진화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토지의 개간과 요리와 불이 가져다주는 안전성과 쾌적성, 이 세 요소는 인류가 불을 독점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세 요소야말로 불이 인간의 보편적 속성이라는 것의 의미를 가장 잘 말해 준다.-p38

 

불의 생산성을 배우고 나자 인류는 불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발화법에는 마찰법,타격법,압축법,광학적 방법등이 있다. 발화법으로 보존하기 위해 부싯깃으로 작은 불씨를 받아 불을 크게 일으키게 하기 위해 대나무나 얇은 판자 끝에 유황 용액을 바른 불쏘시개로 진화한 후 1875년 일본산 성냥이 만들어지기까지 불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이 2장이다.

 

 

3장은 불의 신 가구쓰치의 탄생과 살육으로 시작하여 일본 신화속의 불이 가진 상징성을 조명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신화에서 불이 여성의 신체, 특히 성기에서 생겼다는 이야기나 여자가 남자보다 먼저 불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많다.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신화 속의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도 있다.

 

불을 가져온 자는 빛을, 은유적인 의미가 밝음인 정신의 빛을, 즉 의식을 가져온 것 이다.프로메테우스가 인간들에게 주기 위해 신들로부터 훔친 것은 의식인 것이다. --의식의 선물은 인간에게 새로운 운명의 길을 연다. 이 의식이라는 숙명, 정신이라는 숙명 안에서 자신을 유지하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의무인가.-p106 

 

3장에서 불은 여성의 태내라는 신성한 존재로 신화에서 그려지고 있는데 4장 종교에서 불은 신의 신성함을 나타낸다. 그러나 불은 신과 동일시하여 사용된 동시에 신의 분노를 나타내기 위해서도 불이 사용되었다. 7장에서는 인간의 정념을 불로 대신하여 표현한 문학적 표현과 예술에서 사용되어진 불의 형상화를 볼 수 있다. 특히 6장에서 저자는 불의 3대 기능 취사,난방,조명이 생활의 기능이 되면서 시작된 근대를 불빛이 여는 근대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횃불촛불램프전구조명) 이처럼 빛은 곧 근대의 상징이 된다.

 

 

불과 인간의 관계는 이처럼 다양하다. 신화와 민담, 그리고 인간이 있는 곳에 불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랭엄박사가 요리본능에서도 불로 조리하여 음식을 먹는 행위로 인간은 자연의 존재에서 문화의 존재로 이행되었다고 하였듯이 불은 인간에게 문화적 행위를 가져오는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불이 인간에게 엄청난 혜택을 선사했지만, 소멸의 모습 또한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시한다. 저자는 신의 신성함을 위해 불을 사용하였지만 신이 소돔과 고모라를 멸한 것 또한 불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불의 이런 패러독스는 바로 불의 본성임을 말한다. 이는 불의 본성이 한편으로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 그 자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인 저자 특유의 주체적인 사유가 돋보이는 책이다. 일본 신화는 일본이라는 나라만큼이나 이질감 있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저자가 말한 불이 혜택과 동시에 소멸을 주는 존재라는 것은 기억하고 싶다.

 

 “불을 잊지 말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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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힘의 시대 - 대화로 재구성한 20세기 양자 물리학의 역사
루이자 길더 지음, 노태복 옮김 / 부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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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역학은 상대성 이론과 함께 20세기 지성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과학적 발견이다. 이 논문의 저자인 하이젠베르크는 이 양자 역학을 정초한 공로를 인정받아 1932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상대성 이론이 아인슈타인이라는 걸출한 스타 한 명이 거의 혼자서 완성한 것이라면 양자 역학은 시대의 천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군분투한 결과물이다. 이 논문은 수많은 천재들을 한데 엮은 양자 역학 혁명의 출발점이라 할 만하다.-물리학 클래식 중에서-

 

 

이 책은 이런 양자역학이 탄생하게 되기까지 천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군분투한 결과물로서의 대화를 엮은 것이다. 양자 역학의 획기적인 발견으로 새로운 과학 혁명을 이끌었으며 이것은 결국 인간 인식의 새로운 지평을 놀라우리만큼 넓혀 놓았는데 이 의식의 혁명에 해당하는 이론은 양자역학이다.

 

 

두 실체양자는 늘 상호작용을 하며 서로 얽힌다. 두 실체가 광자(빛의 작은 알갱이)든 원자(물질의 작은 알갱이)든 먼지 티끌, 현미경,고양이 또는 사람처럼 원자로 이루어진 큰 물체든 마찬가지다. 얽힘 현상은 이 실체들이 그 밖의 다른 어떤 것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일어난다. 하지만 그 미세한 작용에 비해 고양이나 사람은 너무 크기 때문에 우리는 그 영향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책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런 양자역학에 획기적인 발견과 상관관계를 밝히는데 공헌했던 인물들로 존 벨은 얽힘 현상의 존재, 두 입자의 놀라운 상관관계를 간결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결정적으로 증명하며 보어의 열렬한 지지자인 베르너 하이젠베르그와 가장 신랄한 비판자인 볼프강 파울리는 원자가 측정 전에는 아무런 성질을 갖지 않으므로 양자 세계는 우리의 관찰 행위에 어떤 식으로든 창조 혹은 변환된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19세기에는 에너지에 대한 지식의 발전이 증기기관의 제작 및 운전과 직결되었고, 20세기에는 컴퓨터의 출현이 정보 이론의 출현과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21세기에는 양자 컴퓨터와 양자 암호 작성법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 덕분에 우리는 더욱 안락해지고 아울러 얽힘 현상에 더욱 경외감을 갖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는 빛과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네.”

 

 

“지금 빛을 설명하는 두가지 이론이 있는데 , 둘 다 필요하네. 그런데 20년간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그 둘 사이에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을 찾지 못했네. 우리는 원리를 알 때까지 서로 다른 이 두 결과를 잇는 연결 고리를 계속 찾아야 하네. 추론의 열쇠가 될 원리가 발견되지 않는 한, 개별적인 사실들은 이론가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네.”

 

 

인과성의 원리, 즉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다는 원리는 과학의 근본 토대다. 과학의 목적은 그러한 원인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원자 세계의 인과성에 관한 보어의 직관은 나중에 선견지명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게 된다. 즉 설명할 길 없는 동시성이 양자론의 가장 독특하고 기이한 요소에 남아 있음이 밝혀지게 된다. 보어의 인과성원리 덕분에 평균적으로 거시적 규모에서 우리가 보는 이 세계를 구성하는 특징들로부터 양자론이 세워졌다.1920년 보어가 그 원리를 ‘대응 원리’로 이름을 바꾸자 이 원리를 다루거나 이해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좀머펠트는 물리학의 발전 추세를 엄밀히 반영하여 새롭게 펴낸 자신의 양자론 교과서에서 그 원리를 ‘마법의 지팡이’라고 언급했다.

 

 

하이젠베르크는

“자연을 우리 앞에 갑자기 펼쳐지게 하는 수학적 방법의 단순성과 아름다움-우리가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두려울 정도의 단순성과 관계들의 완전성-에 제가 강하게 끌린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박사님(아이젠슈타인)도 그렇게 느끼셨다고 저는 압니다.”

 

 

양자역학-봄은 이것을 양자화된 운동, 통계적 인과성, 그리고 분리할 수 없는 일체성이라는 세가지로 분석했다.-를 통해 “나는 자연에 대한 직관적인 인식에 가까이 다가갔다.”

 

 

 

 

상대성 이론이 아인슈타인이라는 걸출한 스타 한 명이 거의 혼자서 완성한 것이라면 양자 역학은 시대의 천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군분투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이런 천재들의 생각이 어떻게 하여 어떤 연관성을 띠는지를 이들이 나눈 대화에서 느낄 수 있다. 양자역학은 과학혁명을 일으킨 주역으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컴퓨터의 출현의 바탕이 되었다.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양자이론을  그들이 나눈 대화를 통해 완성되어가는 과정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하였던 것 같다. 아인슈타인부터 보어, 하이젠베르크,슈뢰딩거,파울리,요르단,봄 ,존 벨과 같은 천재들이 세계를 이루는 물질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을 보며 세계의 모든 것은 상호작용을 하며 서로 얽혀야만 하는 원리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삶이 바로 양자원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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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 세계 자원전쟁의 승자 중국의 위협
담비사 모요 지음, 김종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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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인생의 절반을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망가뜨리고 , 나머지 절반을 건강을 다시 찾기 위해 바치는 남자와 비슷할지 모른다.”

독일의 탁월한 사회학자인 마인하르트 미겔이 한 말이다. 나는 이 말이 우리 인류에게 닥친 작금의 상황을 아주 잘 표현해준 말이라 생각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테크날리지 상품들을 보면 기술의 진보에 감탄을 하지만, 기술의 진보로 파생되는 문제들은 결코 좋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스마트폰의 보급은 생활의 많은 편리를 가져 왔지만, 스마트폰의 폐해 또한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생활의 편리를 위해 많은 것을 개발하고 발전하며 성장해 왔지만, 그 성장으로 인해 잃었던 것을 다시 되찾으려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들을 다 바쳐야할지도 모른다.

 

<승자독식>의 저자 담비사 모요는 아프리카인으로서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정부정책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담비사 모요는 차이메리카의 개념을 처음 정립한 세계적인 석학 니얼 퍼거슨의 제자다. 이런 소개만으로 책의 성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차이메리카는 중국(China)과 미국(America)의 양국체제를 가리키는 신조어로,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자신의 저서인 금융의 지배(The ascent of money)’에서 처음 사용했다.)

 

예전에 중국산 제품 없이 한달 살아보기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중국산이 얼마나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이었는데 놀랍게도 쉬울 것 같던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달성되지 못했다. 옷부터 아이들 장난감, 문구용품, 심지어는 주방용품 등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들이 모두 중국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준 프로그램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 런던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유니폼 또한 모두 중국산이었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게 되면서 미국정부는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나라를 대표하여 출전하는 선수들조차도 중국산 유니폼을 입는다는 사실은 중국산 저가 상품의 위력을 세상에 알려준 사건이다. 결국 미국정부는 중국산 유니폼의 열배 가격을 주고 미국산 유니폼으로 대체하였다.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주제를 다룬다.

첫째, 세계 자원의 주도적인 구매자로서 중국의 부상이 세계 자원 수급에서 갖는 경제적 의미를 검증한다.

둘째, 이 책은 중국의 금융적 영향권의 확대와 그것이 국제 자원시장의 작동 방식에서 갖는 함의를 다룬다,.

셋째, 이 책은 중국의 자원 탐색이 갖는 사회적.정치적 의미를 따져 볼 것이다.

 

미국이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게 되면서 중국이 머지않아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경제학자는 많다.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경제 성장을 하면서 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협약은 수도 없이 많지만 이 책은 단순히 자원문제로 제한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들은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지구의 유한한 천연자원 공급이 갈수록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함에 따라, 이들 자원은 갈수록 희소해질 것이라는 점이다(-P41) 자원의 희소성으로 인해 멀지 않은 미래에는 자원으로 인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며 그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자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루의 구리 산 하나를 통째로 사들이고, 아프리카에 토지를 구입하여 자국민들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승자독식>의 저자는 앞으로 다가올 자원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자원을 최대한 확보하는 길밖에 없다고 한다. 그에 대하여 중국 정부는 무척이나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중친선협회의 이세기 회장은 <중국관계20>에서

한국은 不義불의에 못 참지만 중국은 불이익에 못 참는 국민성을 지녔다.” 고 지적했다.

중국인이 가지고 있는 국민성을 적절히 표현한 말이다. 이런 국민성은 국제관계에서도 보인다. 오랫동안 동북아공정을 계획할 정도의 치밀성과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중국인들의 그런 모습들은 이 책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어떤 일에든지 대비가 철저한 나라라는 점에서는 본받을 점이 많은 나라이다. 아프리카인이자 미국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시각에는 지나치게 미국인의 시각이라는 단점이 있다. 미국이 세계 1위의 독보적인 경제강국으로 위상을 떨치기까지에는 제3국가들의 희생이 있었다. 미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불사하지 않았던 과거사에 비하면 중국이 자원 확보를 위해 제3국가에게 돈다발을 휘두른다고 해서 중국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본다. 단지 우리에게도 자원의 희소성이라는 어쩔 수 없이 닥칠 미래를 위해 자원확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차이메리카시대에 살아남는 법이라는 진실을 남겨주는 <승자독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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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 여행자
조정용 지음 / 바롬웍스(=WINE BOOKS)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여행책을 볼 때마다 세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곤 한다. 몇 년 전만해도 여행책은 그저 여행지의 소개와 여행의 팁 같은 상식을 알려주고 있었는데 이제는 여행 책만으로도 충분히 그 도시의 문화와 역사를 간접경험 할 수 있는 문화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는 느낌이다. 《프랑스 와인 여행자》이 책도 여행에 대한 소개 뿐만 아니라 유명하지 않더라도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문화를 매우 잘 설명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프랑스의 매력이 넘치는 책이다. 아마도 프랑스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환상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을까한다. 그런 프랑스의 환상은 책을 읽는 동안 환상이 아닌 동경과 열정으로 변하여 읽는 내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책에 나오는 사진이 너무 이쁘고^^마치 동화에 나오는 마을 같다.) 

 

내게 프랑스에 대한 동경은 사춘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창시절 늘 가던 만화가게 구석을 차지하여 읽었던  <베르사유의 장미>는 프랑스를 처음 알게 해주었던 만화였다. 마리 앙뜨와네뜨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궁중암투와 남장여자인 오스칼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 중심에는 파란의 역사, 프랑스 혁명이 있었다. 자유를 향한 민중들의 함성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비운의 주인공들이 픽션이 아니었다는 것만으로도 프랑스에 한 번 쯤은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을 해왔다. 프랑스의 환상을 심어준 두번째는 아마도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어렸을 때 이 영화의 배경인 세느 강이 유유히 지나는 퐁네프 다리의 야경을 보고 한 눈에 반해 버렸다. 이후 프랑스는 자유와 환상의 도시이자, 사랑의 도시로 연상되곤 한다. 그러나, 어떤 수식어보다 더 어울리는 프랑스의 최고 수식어는 와인이다.   

 

 가끔씩 잠이 오지 않으면 와인에 치즈 한장을 먹곤 하지만, 와인의 맛을 알고 마시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잠들고 남편이 없는 식탁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보다 와인 마시는 모습이 차라리 낫기 때문이다. 맛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와인은 편의점에서 사는데 동네 할인마트에서 사는 와인은 좀 단맛이 많고 편의점에서 사는 와인이 조금 쌉싸름하다. 이 기준이 전문가들에게는  와인의 원산지와 품종을 따지는 기준과는 비교도 안되지만, 나는 이 기준이 나름 심각하다.  이 책은 프랑스를 좋아하거나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최상의 여행책이다.  더군다나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좋은 책이다.  비록 베르사유의 궁전이나 생제르맹 거리는 나오지 않지만, 와인의 원산지에서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소박하고도 여유가 넘치는 느림의 철학을 맛보게 해주는 슬로우 여행책이기 때문이다.

 

와인과 관련하여 와인 잔과 와인 병 크기, 와인 음용 온도, 와인 등급 등의 상식을 시작으로 하여 가장 맛있는 도시 론 발레, 고향 같은 와인의 맛이 있는 부르고뉴,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쟁에서 샹베르탱 와인을 마실 없기 때문에 패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애음하였던  샹베르탱 와인의 맛은 한 번 쯤은 맛보고 싶은 맛이다.

 

 

"제가 이 세상을 하직하여 하느님 앞에 서서 재판을 받게 될 때, 저는 저와 사랑을 나눈 여자들 이름은 기억 못하지만 와인이라면 평생 잊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샹베르탱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 나오는 곳 , '로마네 콩티'라는 포도밭과

이 와인을 모르신다면 더 이상 최고라는 말은 말아주세요" 도멘 르루아 와인.

사람을 닮은 코드 드 본.

 낯설지만, 강렬한 와인 . 이방인의 주인공과 같은 이름의 뫼르소 와인.

가장 많은 와인이 생산되는 보르도 와인.

와인의 다양한 품종과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 와인의 역사 등 와인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을  맛깔스럽게 들려주고 있는데다가 와인 원산지의 여행가이드로서 지도, 레스토랑, 민박, 호텔, 꼭 맛보아야 할 음식등 여행에 꼭 필요한 의식주의 모든 정보들이 알차게 담겨있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포도주를 담그는 일이었다. 포도가 많이 나는 계절이기도 하였지만, 포도주를 담그면서 훗날 , 아이가 결혼할 때 마주 앉아서 와인을 마시고 싶다는 소망에서였다. 와인은

오랜 시간 숙성시켜야만  최상의 맛을 낼 수 있기도 하지만 아이의 태어남과 어른이 되어 떠나는 순간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포도주가 그만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세계 최고의 와인들을 생산하는 프랑스인들의  느림의 철학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와인이듯이 오랜 인고의 시간들만이 와인의 깊고 깊은 맛을 만들어낸다.  내 찬장안의 포도주가 익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아이들과 나의 시간들도 숙성되어 간다.  삶의 깊은 소망과 기도를 담아 숙성되는 와인 안에는 우리 삶의 깊은 느림의 철학이 있다.  와인을 향한  프랑스 사람들의 열정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어 좋았고 이 책으로 프랑스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아이가 자라 내 곁을 떠나가는 날, 와인 잔에 담긴  깊고도 깊은 인생의 맛을 맛 볼 즈음에는 나도 와인의 맛을 알게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게 되었다. 느리고도 천천히 이루어지는 '시간'이 만들어주는 깊고도 깊은 맛. 그것이 바로 프랑스 와인의 맛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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